>>644 구미호가 생간을 찾는 이유는 사실 자기 간이 쓰레기라서라 카더라.... :/ 암튼, 그렇게 카톡은 계속 주고 받았을 것 같네. 같은 팀은 아니게 되었지만. 슬기도 막 사무실에 바퀴벌레 찍어서 '선배, 저희 쪽에 선배 팀 애 와있슴다.', '혹시 선배가 보내신 검까?'라던가 쓸 데 없는 문자도 보내고. 종종 주말에 술도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 슬기는 슬기 나름대로, 지금까지 지온이를 은인으로 여기고 있을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지온이 덕분에 슬기의 인생이 많이 바뀌었으니까. 간 건강만 빼면 말이지.
>>645 하긴, 진짜 겁먹을 수도 있겠네. 그래도 완급조절은 잘 하는 편이니까, 딱 울기 전까지만 놀리다가 치유해 줄 거야. 꼬옥 안고 쓰담쓰담해 주거나.... 물론 회복되면 또 놀리고. 리글이는 안주는 어떤 거 좋아할까? 다 잘 먹는 편? 슬기는 의외로 좀 아재 같은 입맛이라, 아마 얼큰하고 시원한 그런 데로 데리고 다닐 것 같은데.
>>646 '아, 우리 애들이랑 바선생은 다르다니까?' 하고 자기 애들 사진 보내주기. 지온도 우리 벌레 친구들이 예쁜 자식처럼 보이겠죠... 둘이 정말 겉보기에는 가볍고 놀기 좋아하는 조합이지만 그 속의 둘의 고민과 역사가 담겨있고 서로 버티고 의지하며 많은 일을 겪고 나서야 보일 수 있던 여유라는 게 좋네요. 어떻게 이런 멋진 관계가?! 간 건강은... 지온에게 숙취해소제를 뜯어먹으세요. (아련) 일단 이 정도 관계로 정리하면 되겠네요!
>>646 꼭 안고 쓰담쓰담이나... 여우꼬리 푹신푹신...(???) 당근과 채찍이 확실한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 한껏 놀림당하다가 울먹이게 되면 치유해주고? 대부분 잘 먹긴 하지만 곱창같은건 좀 무리라고 하네요! 닭발이라던가... 얼큰하고 시원한거면 국밥류..? 그런건 잘 먹을 것 같아요! 먹는걸로 놀릴거라면 좀 특이하거나 징그러운 그런쪽으로 가면 기겁할거에요(??)
>>653 리글: 안아주시면 더 추워질 것 같은데...요...(기어들어감) 당당하게 꼬리 만지게 해달라고 말하려 슬기에게 찾아갔지만, 정신차려보니 말미잘 잘 하는 집에 끌려와버린 일상이 생각나요(?) 소주 5병을 너끈히... 세상에. 리글이는 아마도 자는거..? 얌전히 곯아떨어지는 편이에요! 슬기는 어떤가요? 주사를 알아도 취한 모습을 보긴 힘들 것 같지만?
>>654 말미잘 먹고 여우 꼬리 만지기 vs 그냥 잠이나 자기 다음 일상은 그렇게 시작하면 좋겠군. 슬기는 취기가 확 오는 것보단, 서서히 밟히는 악셀 같은 느낌이야. 슬기 주사는 여우에서 구미호가 되는 느낌? 봉인해제? 물론 평소에도 하도 팩소주를 까서 반쯤은 알딸딸하게 다니고 있으니까, 어쩌면 상시 발현 중인 셈이네. 그리고 자주 볼 수 있을걸? 아마 어느 정도 먹이고 나면, 리글이는 사이다만 먹이고 자기만 혼자 왕창 마실 것 같으니까.
냉막하고 적요한 어둠이 내린 밤하늘, 거대한 그림자에 휩싸인 둥그런 땅을 밟으며 퇴근하는 길이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돌멩이들이 발에 채고, 그것들을 가로등이 껌뻑껌뻑 비췄다. 걸음을 멈추자 가로등의 주홍 불빛이 머리 위로 쏟아져내렸다. 목새나의 까만 눈동자에 빛이 맺히며 주홍으로 물들었다. 사색에 퐁당 빠진 것이다. 이를테면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목새나의 인생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도망'이었다. 책망으로부터, 책임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 손톱의 끝자락으로부터. 책임을 무형의 것에 떠넘기고 빠져나가버리는 것, 그것이 십 대의 그녀가 생각한 근본 없는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책이었다. 현실도피나 책임회피… 즉, 일종의 자기방어였다. 문제는 간혹 그 방어벽이 자신에게 날을 세우며 돌변할 때가 있는 것이었고, 그건 곧 오늘을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인생에서 계속해서 책임지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어쩔 수 없었어요, 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고 그녀는 변명은 더욱 반발을 사기 마련이라는 자신의 매뉴얼에 따라 누구보다도 단단히 책임을 지곤 했다, 항상.
책임 회피를 위해 살아온 삶이 더 무결하게 책임을 지게 만드는 형국이었다. …융통성 없는 여자.
필사적으로 피해 오다가 맞닥뜨린 책임의 무게는 쌓이고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오르막길 꼭대기에서 굴러오는 것에 고스란히 깔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눈덩이는 두 남자의 언행, 총기가 될 수도 있고, 직원들의 안전이 되었을 수도 있고, 동료들과 자신의 목숨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명백한 건, 오늘은 그 가능성이 눈덩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스파크 휠에 손가락을 비비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지원이 오지 않았다면. 탕! 하고 스치던 총알 소리가 선명했다. 동시에 먹먹했다. 죽음이란 자신이 계획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더욱 두려웠다. 달리 생각하면, 사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가장 두렵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그렇담 이토록 손과 발이 후들거리고 심장이 콩닥거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무엇이 내도록 자신을 떨리게 하는가-.
본능. 아,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자신이 계획하고 통제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은 본능. 한평생 억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내일도, 모레에도 애쓰는 것.
경찰은 죽음과 가까운 직업이다. 다름 아닌 자신이 계획하여 쟁취해낸 직업이다. 의지도, 정의도, 긍지도, 신념도 없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뒷걸음질을 해봤자 낭떠러지일 뿐이다. 갈림길 없이 직선만으로 펼쳐진 거리에서 자신이 나아가길 선택한 길이었으니, 늘 죽음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멈췄던 걸음을 다시금 움직인다. 주홍으로 물들었던 눈동자가 다시 까맣게 그을려 반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