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다 가디언 협력아이겠나? 여서 실패하거나.. 변수가 생겨 특별반이랑 연관되어 봐라. "나머지는 알제? 단체로 모가지 혹은 UGN도 특별반 너거 뭐하는 놈들이길래 이따군데? 라며 눈칫밥 실컷 얻어먹고 육개장까지 묵을지도 모른다."
쯧... 진짜 토고는 이런 곳에 왜 왔는지 과거의 자신을 반성한다. 대충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칼날이 가득하고 이익을 위해 미친듯이 달려들되 그걸 들키면 안된다. 말 그대로 야생.. 토고는 이런 생각을 하니 기운이 빠져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목을 뒤로 젖힌다. 하늘을 바라보고 싶지만 인테리어가 좋은 가게 천장만 보인다.
"200백만GP. 아이다.. 300만인가? 고정도 되는 금액이 움직였다카믄 믿겨지겠나? 크크..."
이 말을 끝으로 토고는 다시 고기를 먹는데 집중한다.
"헬멧캐는 헬멧을 벗음 안된다. 모르나?"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설정.
"그럴수밖에. 가족이랑 만난다는 건 그런 거 아이겠나? 맨날 만나믄 짜증만 나것지만 가끔 만나면 조금은 기쁘지 않겠나." "오히려 한창 바쁘고 위험할때 만나야 하는 거 아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마는 니가 알아서 하긋제..."
"이상한가요?" 여선이가 이상한가요? 의 물음이었으나. 주어를 생략한 덕분에 뭐라 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닭날개를 제공하기 위해 닥들이 희생했는데 좀 썼다고 바로 버리기엔 아깝잖아요?!" "공룡의 직계후손이자 살아있는 공룡인 닭들의 원혼이 유하씨를 바라보며 꿈에 나와서 쪼아버릴거에요!" 천운의 오늘 밤 유하의 꿈은 쪼임당하는 거라 생각했으니까 진짜 그런 꿈을 꿀 가능성이 생긴 걸지도?
"의념 잘 뺄 거고요! 굽거나 튀기면 세균같은 것도 없어요!" "좀 뼛조각이 생길 확률은 있지만 건강강화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는 말을 하며 여선은 닭날개의 혈관 하나를 연결하고는 조심스럽게 의념을 흘려넣어봅니다.
토고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다는 말에 그대로 머리를 식탁에 쳐박고 싶었다. 골치가 아픈 상황이 일어날거라는 그런 말을 들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거기다 토고가 생각하기에 요놈아는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지금 명백하게 뭔가를 알고 있지만 숨기고 있다. 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쯧... 이 나이에 식단 조절까지 하고 싶진 않으니께 더 안 묻겠지만 대충 보니... 몇몇 의심가는 아가 있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 내는 모르쇠 일갈 하련다." "지 똥 지가 치워야지 남이 치워주길 바라믄 그게 사람이가? 내는 내 일만 해서 실적 채우고 길드화나 노릴련다."
토고는 스트레스가 조금 올라오자 홧김에 화로에 고기를 마구 올리고 사이드로 미트파이를 주문한다. 고깃집에서 왠 미트파이?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게 또 이 가게의 별미란다.
"니도 요거 노나먹고 기분이나 풀자."
토고는 이윽고 자신이 꺼냈지만 화제를 바꾸고 싶은 가족이란 화제에 잠깐 고민하더니
"됐다 마. 가족 이야기는 여까지 하자. 피차 생각해봐야 답 안 나오는 거면 생각 아예 안 하는게 낫제. 안 글나?"
빈센트는 내복을 챙겨입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흰 눈에 덮여서 완전히 희게 변해버린 숲을 본다. 일단 이 나무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보다도 더 끔찍한 봄날의 혹한을 맞이해서 얼어죽겠지만, 빈센트는 이 나무들과 운명을 함께할 생각이 없었기에 옷을 잔뜩 입고, 거기에 더해 전열기도 챙겨왔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여선의 운은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비정상적으로 불운한 사람들은 봤지만 여선처럼 비정상적으로 행운아인 이들은 몇번 보질 못했다. 일주일 넘게 캐서 겨우 하나 캐는 것 하나를 금방 여러개 찾아내고, 두 개를 주문했더니 세개가 그냥 나오고. 빈센트는 여선이라면 돈이 없어서 그냥 복권을 사서 1등 당첨되어서 그날그날 사 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 마라. 휘말리면 휘말린대로 갈! 하믄 된다.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꼬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말하믄 정신 단디 차리것제."
누가 어떤 일에 휘말렸는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의 상황만이라도 이해하도록 토고는 꾸짖을 생각이다. 자신만의 이상과 망상, 몽상에 빠져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적어도 자신을 똑바로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고 토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내 점원이 가져온 미트파이. 제법 커다란 사이즈에 남은 건 포장해서 들고 가야 할 정도다. 먹기 좋게 미리 잘려진 파이 한 조각을 그릇에 덜어 그의 앞에 내려놓는다. 미트 파이이는 맛있는 향을 뿜으며 꽉 채운 속과 조금씩 흘러나오는 고기의 육즙을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만 하고 좋은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러다가 우리 가족도 아이고 직장 동료라는거 들키것다. 내 잔고엔 내꺼 낼 돈 밖에 읎다."
토고는 크크 웃으며 마지막으로 무거운 말 한마디를 꺼냈다.
"괴롭제. 괴로운게 당연하제. 현실은 괴로움 투성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겄나? 가장 바꾸기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총알 쏘는 기랑 비슷하다. 하나하나 쏴재끼다보믄 어느새 다 맞춰져있겄제."
빈센트는 강산을 본다. 빈센트는 딱 현대인들이 추위를 견딜 대 입을 법한 것들(패딩, 내복, 두꺼운 기모바지, 그 외 기타등등)을 입었다면, 강산은 흡사 의념시대 전을 넘어 전근대 시대의 동양에서 입었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다. 빈센트는 그것을 인상깊게 바라보다가, 게이트의 침식 현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저온 현상이 있긴 하다지만...
"의념의 신비가 개입하지 않은 이상저온이라면 심해봤자 영하 1도 정도입니다. 눈까지 올 정도의 기상이변은 분명 침식이겠죠."
빈센트는 강산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상부에 연락한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극한의 저온입니다. 일단 저와 강산 씨는 각성자라서 추운 정도로 끝나지만, 다른 비각성자들은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단 꼬리 잘린 걸 가져와서 붙여달라고 하는거면 몰라두요.." 말을 하면서도 수술 수련을 하는 중이군요.
"아까까지 나온 말 흐름이 먹는건데 꼬리 잘라가서 스테이크라는 말로 연결 가능해진다구요?" "전 사람은 먹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같은 반 학생에게 상해를 입히면 의사로써의 그.. 제네바였나 히포크라테스였나 선언이나 선서를어기는기분이라구요?" 사람 살리려고 온 건데 상해를 입히다니! 같은 생각을 하며 여선은 마지막 닭날개는 깔끔하게 발골해냅니다.
"그렇다고요?!" "자르는 건... 좀 그렇다고요.." 중얼거리면서 해나간 것들... 언제 끝나냐고 하면. 방금 막 발골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지금 막 끝났으니까오..." "근데 유하씨는 여기에 마도 수련하러 오신거에요?" 그런 줄 알았으면 전기를 살짝 흘려보내서 경련하는거 보는 그런 거 도움받을걸.. 이라고 생각하다가 전 이제 올라갈 건데요. 라면서 닭날개의 잔해를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모읍니다. 발골된 뼈는 버릴 곳에 버리는군요.
토고는 뭔가.. 뭔가... 뭔가... 그렇다. 토고는 아직 젊다. 좋게 생각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토고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됐다. 신경쓰지 마라." 한마디를 하곤 파이를 먹는다. 고기 다음 고기라니 제법 묵직한 조합이지만 미트파이에 들어있는 토마토소스의 산미가 적절하게 묵직함을 덜어주고 있다. 그리고... 맛을 잘 느껴보면... 샤워크림?! 그렇다. 토마토소스와 샤워크림의 신맛으로 헤비한 미트파이의 맛을 적절히 잡아주며 고기의 육즙을 최대한 살리고 씹는 맛도 남아있는 이 미트파이는 꽤 맛있다! 아주 맛있다!
"안되겠다. 요거 포장해가꼬 눈에 띄는 아 있음 좀 줄려고 했는데 둘이서 다 묵는게 낫겠다 요놈 아주 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