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사람이기 때문에 빠진 거라는 당신의 말에, 너는 그런 부분이 매력요소가 될 수도 있나 잠시 생각해본다. 물론 당신이 그렇다니 그렇겠구나 했지만. 당신의 입맞춤에 보답하듯 입을 맞춘 뒤에 덧붙인 말 때문이었을까, 입가를 덮어 가리며 짓는 표정은 무언가 참고 있는 듯했다. 뭘 참고 있느냐 하면...
"글쎄요."
일부러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신이 먼저 다가온 만큼 너도 다가간다. 네가 다가간 만큼 당신이 다가올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당신이 다가온 만큼 너는 다가갈 수 있었으니까. 네가 네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너였다. 그러니까 당신이 입을 맞춘 만큼 돌려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스스로 판단하고 만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은... 당신이 원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을 너에게 권하고, 너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 너무 장난쳤을지도, 당신에게 먼저 움직이기를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좀 다르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았다. 저 표정을 보니 더욱,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확실히, 이견 따위 있을 리 없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제대로 말하고 싶지 않잖아."
시선을 내리깔며 미소짓는다. 그래, 지금은 잠시 잊는 것도 좋다. 지금 눈 앞에 놓인 너와 당신에게 집중해도 좋을 시간이다. 다시 길에 돌아가기 위해 눈을 돌릴 때 찾아올 현실이 만만찮아 지금과의 괴리로 힘들더라도. 도피할 수 없는 삶 만큼 고통스러운 삶이 어디 있을까. 도피성은 열려 있어야 한다, 결백을 증명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므로.
(옆눈) 이거는 저번 진행에서도 나왔지? 음~ 먼저 무장 완전해제하고 상대에게 다가가서 손에 무기를 쥐어주고/이미 쥐고 있으면 그 손을 감싸쥔다. 그리고 주저없이 들어올려 목에 날을 세워 댄 후에 파고들기 쉽게 겉피부만 찔끔 눌러준다.
"내 목으로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줄게." "괜찮아. 너라면 원망하지 않아. 오히려 기쁘니까. 자."
(호다닥)(도망감)
자캐가_받으면_기뻐하는_선물은
그...음... 뭐든 자기를 생각해서 고른거라고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사실 이런거 호불호가 없음.. 기껏해야 엄마 아니면 라라인데 엄마는 옷만 줬고 라라는 자기 취향에 맞춘 걸로만 줘서~ 그래도 진짜 성의 없는 건 알아본다. 뭐든이지만 사실 뭐든 된다는 건 아니라는(무슨)
자캐가_화났다는_징조는
(옆눈22) 손...올라가는 거...? 초기에 쥬랑 일상할 때 멱살잡고 달려들었던 그 상태가 화에 가깝지 않은가 싶은... 어 아니 이건 징조를 묻는 거니까, 손에 뭘 들고 있다가 하나둘 내려놓기 시작하면 슬금슬금 화가 난다는 징조일지도? 손에 든걸 내려놓으면서 말도 없어지고 표정도 굳고 이러면 빼박일지도?!
>>671 그야 아무거나 다 된다고 해도 성의가 없는 선물을 줘버리면 그건 바로 알 수밖에 없긴 하지요! 그와 동시에 마음도 팍 상해버릴테고..(흐릿) 으앙. 레레시아에게 선물 아무거나 주면 안된다!! 뭔가 화난 징조..되게 싸늘한 겨울바람이 느껴지네요. 여러 의미로 말이에요. (동공지진) 다리..ㅋㅋㅋㅋㅋ 아앗. 하기사 지금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군요! 그냥 워프게이트도 포함시키도록 하죠! 우리! 그것도 엄연히 말하면 이동수단이에요!! 어어. 레레시아 츤데레인가?! 아스텔에겐 그런 모습...초기에 조금 보이긴 했군요. (옆눈) 그 와중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ㅋㅋㅋㅋㅋ 이렇게 또 다시 떠오르는 레레시아 고양이 설.
글쎄요, 라. 이스마엘은 손등으로 입술을 꾹 짓누르며 눈을 굴렸다. 정말이지, 이보다 더 얄미운 말이 어디 있을까. 당신은 안다고 하지만, 모르는 것 같다! 당신이 상냥하고 사려 깊으며, 그 때문에 누구보다 치사하고 잔인한 사람이라는걸. 깊이를 알 수 없는 새까만 눈으로 말갛게 쳐다보면서, 나긋하게 말을 건넨다. 던져오는 단어는 매사 조심스럽고, 언제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듯 배려가 깊다. 결국 결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심하게 남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어찌나 잔인한지. 지금도 조그마한 동물처럼 순진한 듯 상냥하게 머리를 굴리며 골몰하는 모습을 뒤로, 사실은 제법 도톰하고 커다란 꼬리가 달린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정말이지……."
작게 앓는 소리를 낸다. 이스마엘은 당신의 내리깔린 눈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길게 뻗어난 속눈썹도, 미소 지을 적 올라가는 입꼬리와, 붉은 기가 어려 선홍빛 은은한 입술의 주름이 펴지는 모습도. 하나하나 눈에 담자니 욕심이 불쑥 치솟는다. 이런 당신을 어떻게 남의 손에 쥐여지게 둘까. 뺏기고 싶지 않고, 그만큼 내어주고 싶다. 적어도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응할 수 있을 만큼. 비단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니라 무모한 소원까지. 이러다간 혁명이 끝나기 전에 당신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삼킨 뒤 멀리 떠나버리거나 다 뒤집어엎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이스마엘은 자신의 범위에 들어온 모든 것에 애착이 강한 사람임을 알았지만, 이건 아니다. 좋지 못하다. 애착을 넘어서 소유욕에 가깝지 않은가! 당신은 이런 마음을 절대 모르겠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 후자라면 정말 얄미울 텐데.
"이 앙큼하고 조그마한 욕심쟁이."
그래서 좋아하지만. 어느 쪽이든, 당신의 모습이 조그마한 낙원과도 같았기에 벌어진 일이라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안식처이자 도피처였다. 사람을 도피의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고 누군가는 강경하게 말하곤 하나 이스마엘은 그만큼 굳건하고, 올곧은 사람은 아니었으니. 지금만큼은 현실을 내려두고 당신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아니, 아픈 만큼 집중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 아닌가. 당장 내일 불시의 습격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살포시 고개를 기울이자 흰 머리카락 두어 가닥이 뺨을 향해 휜다. 그대로 가볍게 당신의 입술에 기반을 쌓아가듯 조심스럽고도 가볍다.
"리오."
가볍게 내려앉은 입맞춤을 뒤로 조그맣게 속삭이더니 눈을 휘었다. "진짜 키스해도 돼?" 달싹인 뒤로 허락이 떨어진다면 그 반응에 뭔가 느낀 것이 있는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다시 한번 짧게 입을 맞춰 기반을 다지고, 그 뒤로 잠시 시선을 맞춰보다 깊게 입을 맞춰오려 하지 않았을까. 조그마한 불씨를 당기듯, 서투르지만 애정과 경외를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