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그렇다는 거죠. 대놓고 우리는 아직 놈들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 인정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어요?"
알고 있다. 레이버는 천운이 따랐으며 카시노프 부터는 아스텔이나 에스티아나 나서도 이길 수 없었고 당장 레이버의 다음 단계인 엘리나조차 우리에겐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그러니 말만이라도 할 수 있다며 이젠 가능성이 보인다고 스스로를 응원한다. 현실이 가혹하니 웃음과 유머로 잠시나마 잊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다른 전우들과는 달리 그는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핫..앞으론 안 그럴게요.."
들켰다. 그러니 인정해야겠지. 뒷처리도 깔끔했는 데 대체 어떻게 안걸까? 역시 대장은 대장인 것 같다. 그러니 이제는 그냥 정말로 아공간 속에서 요리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괜스레 입김을 한번 불어본다.
아공간에서 핫팩 두어개를 꺼내 건네준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주로 무슨 임무를 맡나요?"
레이버와 싸울 때부터 아스텔과 에스티아, 두사람이 함께 0특수부대와 움직이는 일은 드물었다. 많아야 한명이었고 대게는 그들은 따로 움직였다.
"당연히 참가해야죠! 혹시 가능하다면 이브때 잠시 도시로 내려가도 될까요? 세븐스 아이들은 이곳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요.."
핫팩 두어개를 받으면서 로벨리아는 그의 물음에 귀를 기울였다. 아스텔과 에스티아는 뭘 하느냐라는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은 임무를 공유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가끔은 정말로 말하기 힘든 기밀 임무 같은 것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자세하게 말하진 않고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를테면 가디언즈 본거지에 침투해서 정보를 캐온다거나 가디언즈의 움직임을 막는다거나 혹은 따로 움직여야 할 별동임무라던가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야. 물론 그것만은 아니지만. 자세한 것은 기밀류도 있으니 말을 아끼도록 하지."
일단은 같은 부대 소속이라고 해도 둘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명시하며 로벨리아는 말을 마쳤다. 허나 잠시 도시로 내려가도 되냐는 그 물음에 로벨리아의 눈썹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이어 로벨리아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길게는 안돼. 무슨 목적으로 가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넌 도시를 마음대로 다니기는 힘든 상태라는 것을 명심해.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에델바이스는 가디언즈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을테니까. 테러리스트로서 수배가 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
가디언즈의 간부들과 그렇게 충돌을 하고 몇 번이나 살아남은 것이 바로 에델바이스였다. 가디언즈 측에서 그냥 있을리가 없었고 필시 수배 정도는 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다시 시선을 치우면서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래도 걸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겠지. 그 날 보고하고 갔다와. 잡히지 않게 조심하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또 조심하고. 가더라도 다시 한 번 주의하고."
아무리 그의 능력이라고 하더라도 정말로 강한 간부진들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면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때 그 임무를 수행한 팀이 했겠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로벨리아는 대답을 마쳤다. 애초에 제 0 특수부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부대도 있고 자신 말고 다른 대장도 있는만큼 그 모든 것을 다 대답할 순 없었다. 누가 그를 구했는가? 그건 로벨리아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에델바이스 내에 누군가였겠지. 적어도 로벨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작정하고 도망치면 아무도 못 잡는다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상당한 오만이었다. 아무도 못 잡을거라니.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지만 오만한 자세는 어느 순간 자신의 목숨을 끊는 법이었다. 허나 자신이 그걸 말한다고 해서 선우가 들을 지의 여부는 로벨리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나 그는 자신이 확실하게 옳다고 믿으면 근처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 크게 바라보는 이 같았기에 더더욱.
그래도 말은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자만하지 마라. 작정하고 도망쳐도 잡을 이는 잡을테니까. 공간을 여는 이가 있다면 공간을 찢어서 뜯어버리는 이도 있을테고, 추적에 특화된 세븐스도 있는 법이니까."
세상은 넓고 세븐스는 많았으며 가디언즈는 절대로 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 점을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며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뱉은 후 선우에게 다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