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95074> [ALL/이능물/건볼트 기반]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 32 :: 1001

차가운 겨울 바람 ◆afuLSXkau2

2022-12-09 21:20:19 - 2022-12-18 01:03:40

0 차가운 겨울 바람 ◆afuLSXkau2 (LNE1h3Kh6I)

2022-12-09 (불탄다..!) 21:20:19

#이 스레는 푸른 뇌정 건볼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본작을 몰라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시트 스레 혹은 위키에 올라온 설정만 잘 확인해주세요.

#배경이 배경인만큼 어느 정도 시리어스한 분위기는 흐르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AT필드나 편파가 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본 스레는 15세 이용가입니다.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본 스레는 개인 이벤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요건은 이쪽을 확인해주세요.
situplay>1596591068>106

#진행은 주말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시작됩니다. 진행이 없는 날은 없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기본적으로 스토리 진행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판정+다이스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예절을 지키도록 합시다.

#그 외의 요소들은 모두 상황극판의 기본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나 부제는 제목이 긴 관계로 저기에 쓸 수 없어서 0레스 나메에 쓰고 있어요.


위키 주소 - https://bit.ly/3piLMMY

웹박수 주소 - https://bit.ly/3C2PX6S

임시 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591068/recent

시트 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602090/recent

알아두면 좋은 전투 룰 - situplay>1596603100>330

버스트 - situplay>1596637073>908

390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0:35:06

높은 건물 위라. 그렇다고 한다면 거점 건물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대충 제가 선레를 가지고 올게요!

391 선우주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0:36:57

넵! 부탁드려요!!

392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0:37:17

(기어서 들어오다 쓰러짐) 나..여기..영면... O(:3)~

393 선우주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0:37:56

>>392 어서와요! 레시주!! 영웅은 죽지 않아요!!

394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0:38:23

차가운 겨울이 계속되는 어느 날이었다. 오늘은 그나마 조금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기지개를 쭈욱 켰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와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던 그녀는 높은 곳에서 바람을 쐬고 싶다고 느끼면서 거점의 옥상으로 향했다.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서 지상으로 나온 후, 거기서 또 따로 올라가는 비상계단을 이용하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물론 건물 옥상이라고 해서 특별히 뭔가가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물탱크 정도일까.

높은 경치이긴 하나 그렇다고 야경이 아름다운 편은 아니었다. 그래봐야 숨겨져있는 작은 마을. 그나마도 불빛이 그렇게 화려하게 빛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조절을 해두고 있었다. 숨겨진 마을인만큼 대놓고 불을 번쩍번쩍하게 만들어서 외부인들에게 들킬 순 없지 않겠는가. 일단 세븐스 기술을 이용해서 마을 전체가 보이지 않도록 결계로 숨기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만능은 아니었다. 번쩍번쩍하는 빛이 포착이라도 되면 누군가가 의문을 가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그건 그렇다고 쳐도 벌써 겨울인가. 시간이 빠르군."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로벨리아는 앞을 바라보면서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눈을 감아 그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맞이하며.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어도 그녀는 아마 크게 신경을 쓰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살기가 느껴졌다면 바로 반응이야 했겠지만.

395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0:38:44

아이고. 어서 오세요! 레레시아주. 괜찮으세요?! 어서 푹 쉬세요! 8ㅁ8

396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0:52:36

우우 시럿 이대로 쓰러지게 해줘어억 크아악

397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1:00:22

"춥다.."

건물 옥상에 누워 겨울철 밤하늘을 바라본다. 바닥의 찬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싫어 발전기와 함께 작은 간이 텐트와 전열기구들을 깔아 놓아 제법 따뜻하기까지하다. 처음에는 모닥불이라도 피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 이상의 전열도구는 덥기만 할 뿐이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뜨끈한 핫바 하나를 입에 물고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별자리를 그렸다.
겨울 밤하늘은 다른 계절보다도 유난히 별이 많다. 매우 춥다는 커다란 단점만 해결한다면 나름 볼거리도 충만하다. 밤하늘도 맑고 은신하고 있는 마을 특성상 별빛이 너무나 잘 보인다.

"예쁘네.."

인간이 만든 도시의 인공적인 야경보다 신이 만든 하늘의 자연적인 야경이 수백배는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어릴적 살았던 마을에서도 미처 볼 수 없었던 은하수와 유성들을 이곳에선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그때, 맞은 편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멋대로 옥상에 간이 캠핑장을 만들어 놓은 것을 들키면 혼이 날 것 같아 서둘러 바닥에 아공간을 펼쳐 순식간에 텐트와 전열 도구들을 집어 넣고는 핫바를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만약 목소리의 주인이 아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인사라도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안녕하세요 대장?"

398 선우주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1:04:47

>>396

399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1:08:33

"응? 아. 있었나?"

방금 전엔 못 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선우의 존재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어느 순간 그도 올라왔겠지. 딱 그 정도로 생각을 하며. 만약 전열도구나 텐트가 그녀의 눈앞에 보였다면 여기서 뭘 하고 있냐는 말이 분명히 나왔겠지만 다 숨겨버린 지금 딱히 그녀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아무튼 인사를 하는 것에 맞춰 로벨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사를 받아줬다. 뒤이어 그는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너도 바람을 쐬러 여기로 올라왔나? 의외로 분위기를 아는 남자인 모양이지? 확실히 여기서 마을을 바라보면 경치가 좋은 편이지. 아경이 가득한 그런 곳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난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이어 작은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로벨리아는 다시 시선을 그에게서 치우며 마을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도 한적한 것이 너무나 평화로운 나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세븐스에게는 절대로 허락되지 않을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로벨리아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네 능력인 아공간으로 이상한 것을 여기로 가지고 오진 말고. 어찌되었건 아지트 옥상이야.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지."

400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1:09:13


>>398 히도이요.... (훌쩍) 저어기 구석에서 팝콘이나 뜯어야지...

401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1:25:32

"대장도 막 올라오셨어요? 저도 올라온지 얼마 안되었어요"

선우는 목소리의 주인이 대장인 것을 보고 빨리 텐트를 치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캠핑을 하는 모습을 그녀에게 들켰다면 그냥 넘어가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로벨리아 이곳에 올라 온 이유는 선우와 비슷한 것 같았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그녀는 마을을 바라보기 위해서 올라왔고 그는 하늘을 보기 위해서 올라왔다.

바람을 쐬러 올라왔냐는 그녀의 물음에 순간 이런 저런 말장난을 고민하다가 너무 추워서인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금방까지 따뜻한 텐트와 장판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갑자기 찬바람을 직접적으로 쐬니 더 추운 것 같았다. 또한 로벨리아가 말장난이나 농담을 좋아하는 지도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냥 담백하게 대답하기로 한다.

"대장도 의외로 분위기를 아시는 군요. 여기 야경도 좋죠. 하지만 전 하늘을 보기 위해 왔어요. 밤 하늘에 수 놓인 별이야말로 이곳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장관이거든요"

이어 선우도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시선을 하늘로 옮겼다. 분명 하얀 입김이 나올만큼 춥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이런 날씨에는 괜히 입김을 불어보고 싶어진다. 밤하늘은 평등하다. 화려함을 뽐내는 부유한 자들에게는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고 소박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아름다운 별빛 하늘을 보여준다.

불빛 하나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에델바이스에게 하늘은 수놓은 별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선우는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아까까지 따뜻한 곳에 있느라 옷을 너무 얇게 입어서 그럴 것이다.
선우는 아공간에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는 따뜻한 커피 두 캔을 꺼내서 한 캔을 로벨리아에게 건넸다.

"참 신기해요. 아무리 오래 넣어놔도 처음 넣었을 때 그대로에요"

뒤이어 로벨리아의 경고에 동공이 흔들렸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럴 때에는 뭐라고 답해야할까 이미 알고 있는 걸까 설마 핫바 냄새 때문에 들킨걸까 난로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던 것일까? 온갖 추측과 예상,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에 대한 그의 선택은 부분적인 인정이었다.

"여기와서 주전부리 들고와서 먹으면 좋아요"

텐트나 난로까진 아니어도 간식거리 들고 오는 건 그녀도 인정하지 않을까?

402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1:32:28

"의외로라.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밤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꽤 어릴 적부터 즐겼는데 말이지."

의외라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피식 웃었다. 허나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굳이 이러쿵저러쿵 더 말을 하진 않았다. 자신의 어릴 적 일이나 과거의 일을 여기서 굳이 더 말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탓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관련으로 이런저런 이야기. 정확히는 '플래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올라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로벨리아는 그에 대해 굳이 뭔가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스텔은 물론이요. 에스티아에게도. 그리고 아직 그 누구에게도.

아무튼 하늘을 보러 왔다는 그 말에 로벨리아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확실히 별이 보기 좋았고 그 풍경은 꽤나 절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의 분위기를 좀 더 보고 싶었기에 그녀의 시선은 자연히 앞으로 향했다. 그러던 도중, 자신에게 캔커피 하나를 그가 내밀자 로벨리아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캔커피를 잡았고 두 손으로 살며시 쥐었다.

"세븐스 능력이라는 것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그렇기에 이 힘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고, 세븐스를 억압해야만 한다는 여론이 생긴 것이니까. 잘 이용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만 없는 이에게는 그만큼 무시무시한 것이 없지. 아무튼 주전부리? 먹을 거 말하는건가? 먹을거 먹는 것은 좋은데 청소는 잘하도록."

먹는 사람이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를 하면서 로벨리아는 작게 숨을 내뱉었다. 이어 잠시 말을 고민하던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계속 여기에 있고 싶나? 보고서를 이리저리 읽어보면서 느낀 거지만 꽤나 여러 사투가 있었던 것 같은데."

403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1:33:00

저도 레레시아주를 죽일 순 없다구요! 그러니까 푹 쉬기에요! 푹 쉬기!

404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1:55:29

"저도요. 옛날 마을 사람들이랑 없는 살림에 한푼두푼 모아서 함께 고기도 구워먹고 놀았었죠."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이다.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추억을 떠올리다보면 싫어도 나쁜 기억이 계속 생각나 추억을 더럽히게 된다. 그래서 어느샌가 그는 의도적으로 과거를 회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더이상 과거의 기억들을 억지로 묻어두고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기억을 피하지만 계속해서 떠오르게 된다.

선우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다가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는 지 혀를 찼다. 이래서는 하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을 비비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까와 동일한 하늘인데 아까처럼 아름답게 보이진 않았다. 아니, 그저 하얀 점과 같이 보였다. 아름다움이 아닌 무미건조한 느낌만 들었다. 그저 과거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로벨리아의 얼굴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플래나가 말했던 모든 일의 시작이 떠올랐다.
목 끝까지 그가 말했던 것에 대해 묻고 싶었으나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로벨리아의 말에 답했다.

"세븐스가 말이 세븐스지, 넓게 보면 그냥 평범한 힘, 개성과 다를 바 없어요. 세븐스가 강하고 비세븐스를 다치게 하기 때문에 억압해야한다면, 힘센 사람은 약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게 그들을 모두 억압해야할까요?"

칼이나 도끼 같은 날붙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락스나 제초제 같은 독극물도 마찮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규제 받지 않는다. 실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삶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삶 그 자체인 세븐스들은 학대 받고 억압받고 있다.

"걱정 마세요. 대장, 공간 무한대의 거대한 쓰레기통이 있는 데 청소는 누워서 떡먹기에요"

그녀의 걱정에 답하고는 커피를 원샷하고 구겨버린 후 바닥을 향해 떨어뜨렸다. 찌그러진 캔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다가 선우가 소환한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짜잔!"

그리고 로벨리아의 마지막 말에 그는 웃음기를 거두었다. 왜 그는 여기 있는 것일까? 그가 내린 답은 단 한가지다.

"할 일이 남았어요. 대장의 목적을 우선시하여 따를게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게요. 왜냐하면 제 복수를 이루기 위해 아직 전 여기 있어야만하니까요."

프리덤과의 전투 이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조금씩 부당함에 저항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그 만큼 가디언즈에게 대항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와 동시에 탄압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제 형은 자신의 복수심에 미쳐 타인의 것까지 끌어안다가 자신이 처음 가고자 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자신의 복수심을 원래 주인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는 진정한 자신의 복수를 찾아 제게 봉인되었죠."

"전 모두의 복수심을 품에 안을 생각 따윈 없어요. 각자의 복수심과 분노는 알아서 풀도록 하고, 전 제 분노를 터뜨릴 것입니다."

로벨리아가 만들고자하는 세상에는 협조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적을 저버릴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반응에 따라 거짓말을 하며 로벨리아의 비위를 맞춰줄 순 있으나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405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2:07:40

"평범한 힘이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이건 굳이 따지자면 위험한 힘이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여버릴 수 있는 힘. 그렇기에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 억압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지금 이런 방향은 아니지만 말이야."

선우의 말을 들으면서 로벨리아는 자신의 생각은 이렇다는 듯 이어서 대답했다. 허나 그것은 적어도 지금처럼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라기보다는 조화와 존중을 위해서 어느 정도 힘에 제약은 필요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물론 그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다른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로벨리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한편 그의 입에서 복수라는 말이 나오자 로벨리아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아니. 두 번 불자 로벨리아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의 방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뭐라고 말을 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이것만은 확실히 말하겠다는 듯이 그는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너를 포함해서 다른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있는진 알 수 없지만, 여긴 너희들의 사적인 복수심이나 분노를 풀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 아니야. 우리들이 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야. 그저 원래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되찾는 것 뿐이야. 그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에델바이스를 자신의 사적인 감정풀이에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명백하게 선을 긋는 목소리가 꽤 차가웠다. 적어도 그의 말이 로벨리아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썩 유쾌한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어디 그 뿐이랴. 보고서를 읽으면서 최근 많이 느끼는 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허나 그 생각까지 완전히 뜯어고칠 순 없었다. 그렇기에 로벨리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조직을 개인의 복수 등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한참 뒤가 될지도 모르겠군. 가디언즈를 무너뜨리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난 뒤야말로 정말로 바쁘고 힘든 나날의 시작일지도 모르니까. 각오는 되어있긴 하지만."

어쩌면 가디언즈와 싸우는 지금 이 나날보다 더 피곤하고 고되지 않을까. 그것이 로벨리아의 생각이었다. 이내 하얀 입김을 약하게 내뱉으며 로벨리아는 그에게서 시선을 치운 후, 경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네 개인 감정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맨트로 하도록 하지."

406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2:15:29

(팝콘 냠냠)

407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2:26:41

목 막혀요!! 콜라를 드세요! 8ㅁ8

408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2:34:36

"그런 어느정도의 억압을 우리는 규제라고 부르죠. 선을 지킨다면 뭔들 못하겠어요? 당장 공공장소에서의 능력 사용 제한 수준이라면 아마 여기서 없어질 사람 많을 거에요"

선우는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동의했다. 확실히 세븐스는 이질적이다. 그러니 규제 없이 놔둔다는 것은 비세븐스들에 대한 차별이나 마찮가지다.
그러니 선을 지킨 규제는 필요했다.

"원래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되찾는 것.."

죽은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고 고통 받은 시간과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흉터가 남는다.
선우는 뭐가 그리 웃긴지 키득거렸다. 딱히 로벨리아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븐스가 차별받았으니 동일한 시간만큼 비 세븐스를 차별해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궤변이다. 하지만 세븐스를 다치게 한 이를 소급하여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븐스를 죽여 가벼운 처벌을 받은 이를 동일한 일로 다시 심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악인은 처벌받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피해자는 더이상의 고통에서 해방될 뿐이었다.

"걱정마세요."

로벨리아의 말이 맞다. 복수심을 위해 에델바이스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에델바이스의 목적이 이룩되기 위해선 자신의 복수가 꼭 성공해야한다 믿었다.

"그땐, 0특수부대가 아니라 공병이나 보급쪽으로 옮겨주세요, 더이상 싸울 일도 없을 테니까요."

선우는 웃으며 반 농담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지난번 루시아가 말한 것도 그렇고 지금도 가끔씩 일 없을 때, 보급쪽에 놀러 가서 일을 도와주기도 하니까

"대장.."

그는 대장을 부르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음 할 말을 고민했다. 말이 계속해서 입 안에만 돌았다.

"동생을 매우 아꼈나보네요."

난간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조금씩 떨렸다. 말을 하면 돌이키기 힘들 것 같았다.

"이해해요. 저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쳤으면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말했을 거에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말이 빌어먹을 나비효과가 되어 일을 이렇게 만들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모든 일의 원인이 바로 눈 앞에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 모든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며 그녀가 한 말은 누가 생각해도 할 수 있는 단순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꾸 그녀가 미워진다. 그러니 스스로를 세뇌하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네가 그녀였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되뇌인다.

그는 애써 웃으며 물었다.

"그렇죠?"

409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2:35:46

(볼 빵빵) 음믐므?

잠깐 자고 인나니까 역으로 너무 나른해진다아아...

410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2:48:27

"미안하지만 가디언즈를 물리치고 모든 것을 되찾은 후에는 에델바이스는 해산이야. 보급 일을 하고 싶다면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어떨까?"

보급쪽으로 옮겨달라는 그의 말에 로벨리아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허나 그 말은 마냥 장난스럽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디언즈를 물리치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세븐스에게 모든 권리가 되돌아온다면 더 이상 에델바이스가 존재할 이유는 없었다. 만약 존재하게 된다면 제 2의 가디언즈로 변질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적어도 로벨리아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방금 이야기한대로 로벨리아는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 에델바이스를 해산할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동생이라는 말이 나오자 로벨리아의 몸이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아무리 들어도 에스티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용히 그 말을 곱씹으며 로벨리아는 선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그 모든 것이 변명으로 들리겠지. 그렇기에 변명 따윈 하진 않을거고 그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어. 단지, 그 모든 것이 나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그 결말을 내야 하는 것 또한 나여야겠지. 그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책임'이라는 거야. 설사 그 일로 인해서 누군가가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죽이려고 해도 나는 그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말을 돌리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물론 그렇다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죽어줄 생각도 없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다음에 소집하는 일이 있으면 그때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로벨리아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뒤이어 로벨리아는 다시 시선을 홱 돌린 후에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해하지 않으려고 해도 돼. 굳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아도 돼. 이해를 받고자 이 길에 뛰어든 것이 아니니까. 세븐스도 인간인만큼, 나 역시도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여기에 서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해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라는 식의 말을 들어도 로벨리아는 그것을 순전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회피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그 말의 마음은 받으나 수긍은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변명거리와 회피거리를 찾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의 마음에 채찍질했다.

411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2:48:42

드디어 레레시아주가 밤에 잠을 자게 되는군요! 그렇군요!

412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2:55:35

(하도 나른해서 세수했음)
(잠 다 깸)

누가...밤에 잔다구? 히히히히

413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2:57:32

으앗! 왜 밤에 잠을 안 자는 거예요!!

414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3:01:14

그치만 새벽의 조용함이 좋은걸~~ 조용하니 이런저런 생각하기도 좋구~ 그러다보면 시간도 잘 가구~

415 이스마엘 - 신디 (JBdnpMT2Z2)

2022-12-12 (모두 수고..) 23:01:53

신을 믿지 않는 편이지만, 너를 만나게 된 것이 운명이라면 오늘만큼은 신앙이 소금 한 꼬집 정도는 있노라 생각하게 된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 묻어있는 말간 감정이, 그리움에서 비롯되었음을 이스마엘은 잘 알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시선도 참 그리웠다. 품에서 빠져나온다 한들 여전히 같이 있다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손을 잡아 쥘 적 달리 거부하지 않는다. 깍지 낄 때도 아프지 않게 힘주어 잡은 것은 이스마엘이었다.

"응, 설탕은 빼고."

자리에 앉았을 적, 테이블 위에 올라온 도넛은 절대 사 온 것이 아닐 테다. 슈가파우더를 듬뿍 썼는지 반투명하게 글레이징 된 겉면은 반질반질하고, 빵은 판매를 위해 급하게, 그리고 많이 만들지 않았다는 듯 어딘가 탄 부분도 없다. 테이블에 한 팔을 올리고 턱을 괴며 네가 마시려던 커피도 한번, 네 뒷모습도 한번 쳐다본다. 예전부터 도넛을 만들어 보고 싶노라 노래를 부르더니만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이스마엘은 나지막이 네 별명을 불렀다.

"도너티."

테이블에 늘어지듯 팔을 올려두고, 고개를 가눈다. 꺾인 시야에서도 네 올리브색 머리카락이 눈에 유달리 밟힌다. 처음 만났던 그때도 이랬는데.

"네가 여기 있어서 기뻐."

낯간지러운 소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는지 배시시 웃어버린다. 화제 돌리듯 입 벙긋거렸다.

"도넛, 잘 만들었네. 나는 여기 와서도 요리는 영 젬병인데."

416 이스마엘주 (JBdnpMT2Z2)

2022-12-12 (모두 수고..) 23:02:16

어어억 이제야 답레 쓸 시간 났다.. 어어억...(쓰러짐)

417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3:03:24

이셔주 어서오라구~ (이셔주 위에서 식빵굽기)

418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3:06:02

어서 오세요! 이스마엘주!

419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3:09:40

"군대요? 어우 차라리 죽여주시죠."

선우 역시 그녀의 말에 반쯤 진담으로 답했다. 진심에 가까운 반쯤 농담, 퍼센트로 따지자면 51% 정도는 진심이었다.
로벨리아의 말대로 영웅은 살아남아 독재자가 되는 게 세상이치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영웅은 사라지는 게 옳은 일일테지.

"아쉽네요.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한번 모이기 어렵다는 게. 그러니 지금 이렇게 실컷 봐둬야겠어요"

너스레를 떨며 로벨리아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그녀가 시작한 말을 곱씹으며 믿기 싫었던 진실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말짓 몸짓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플래나라는 그 빌어먹을 자식이 한 말이 옳았다.

"..."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그저 또 다른 커피 한캔을 꺼내 홀짝일 뿐이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커피의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그녀 자신을 증오하고 복수하고 싶어하는 사람 중의 한명이 어쩌면 자신이 될 수 있으니까. 머리로는 그녀에게 죄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로벨리아에 대한 원망이 피어오른다.

그러나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게 죄가 없음을, 충분히 변명을 하며 외면할 수 있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그녀의 용감함을,
그러니 그는 말할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거 아니에요?"

"대장의 말 한마디는 그저 계기에 불과했어요. 그것을 가지고 이 사단을 일으킨건 권력자들이죠. 진정한 원흉은 그들이에요. 대장이 없었어도 다른 누군가의 말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제 2, 3의 계기가 되었을 거에요."

선우는 아공간에서 맥주 두캔을 꺼내 한캔을 그녀에게 건네고 아까 캠핑하면서 구웠던 약간의 고기 안주를 꺼냈다.

같은 식칼, 같은 도끼라고 할지라도 잡는 이에 따라서 사람을 찌르는 흉기가 되기도 하고 나무를 베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식칼과 도끼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을 뿐.

"차라리 다행이죠. 다른 누군가가 계기가 되어서 이 사단이 일어났다면 에델바이스는 없었을 것이고 세븐스는 영원히 고통 속에 있었을 테니까요. 고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차라리 대장이어서 그나마 나아요."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것도 좋지만 채찍만 쓰다간 금세 고장나고 만다. 가끔은 당근도 먹어줘야한다.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가끔씩은 적당히 한량 같은 대원에게 떠넘기기도 해봐요."

420 선우주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3:12:40

어서와요 이셔주!!

421 이스마엘주 (JBdnpMT2Z2)

2022-12-12 (모두 수고..) 23:15:06

다들 안녕~~

아이구 우리 레샤주 또 식빵 구워 이셔주 위가 아주 자기 침대야 응 (뽀담뽀담)

422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3:19:49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세븐스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몇 배는 더 엄격해질 수 있어. 일단 그 말은 마음만 받도록 하지."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은 캔맥주와 고기 안주로 향했다. 평소에 맥주와 고기 안주를 아공간에 넣고 다니는 것일까? 아니면... 문뜩 한가지 가능성에 도달하자 로벨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라는 그 말에는 결국 약하게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에게 꽤 이것저것 맡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만.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매번 특별 임무를 나갈 때마다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 그것보다 더 떠남기라니. 생각보다 여유가 꽤 있는 모양이지?"

딱히 질책하거나 화를 내는 목소리른 아니었다. 그야말로 못 말린다는 느낌의 말이었다. 이내 로벨리아는 캔맥주에 대해서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받지 않겠다는 나름의 메시지였다.

"미안하지만 술은 잘 못해서 말이야. 정 마시고 싶다면 아스텔에게 가서 먹자고 해. 아마 그 애도 내키면 같이 먹겠지. 어쨌건 나는 안 마셔. 그리고 그 고기. 여기서 구운 것이 아니길 빌도록 하마."

말을 마치면서 로벨리아는 자신의 오른발로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옥상 바닥을 콕콕 땅으로 찍었다. 일단은 넘겨주겠다는 표시였을지도 모르고 그냥 작은 경고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하마. 허나 딱히 난 나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진 않아. 제 0 특수부대가 그것을 제일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가디언즈와 많이 싸우는 이들인만큼 말이야."

423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3:24:17



>>421 (골골꾹꾹 공격)(?)

선우랑 로벨리아 일상 되게 흥미롭다...

424 선우-로벨리아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3:29:56

"뭐,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세븐스들은 이미 되찾을 수 없는 것까지 잃어버렸다 생각하는 선우는 그녀의 말에 짧은 응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이미 이것저것 맡기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그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여유는 차고 넘칩니다. 저희도 이제 어느정도 강하니까요"

로벨리아가 고개를 젓자 선우는 맥주를 아공간 속으로 넣어버렸다. 굳이 못 마시는 사람에게 건네고 싶진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까지 쥐어줄 정도로 술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었고.

뒤이어 로벨리아가 고기 안주의 출처를 묻자 선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안주는 왜 꺼내선, 이래서 술이 문제라고 하나보다. 마시지도 않았는 데 벌써 사고를 치게 되었다.

"아, 아공간 속에 들어가서 만든거에요. 이 안에는 발전기도 있으니까요."

이것도 나름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만약 아공간 속에서 요리를 하고 완제품을 밖에서 먹는다면 나름 이곳에서 요리한 것은 아니긴 하니까. 로벨리아는 자신의 오른발로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옥상 바닥을 콕콕 땅으로 찍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넘어간 모양이었다.

자신은 혼자서 다 짊어지지 않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425 로벨리아 - 선우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3:36:17

"여유가 차고 넘친다라. 글쎄. 내 생각엔 전혀 아닐 것 같은데."

이것만큼은 너무나 그가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로벨리아의 눈에는 전혀 차지 않았다. 플래나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수준이며 지금껏 단 한 번도 만족스럽게 상대를 제압하거나 물리친 적은 없지 않던가. 그런만큼 여유가 차고 넘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 현장에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보고를 듣는 것이 있었기에 더더욱.

"아공간 안이라. 그래. 뭐, 일단은 그렇다고 쳐주도록 하지."

적어도 이것만큼은 너무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것도 있었고 당황한 기색도 보였고. 정말로 순진한 이가 아닌한 그 말을 믿을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정도로 이야기를 했으니 아마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지. 그렇게 판단하며 로벨리아는 자신의 손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래? 그렇다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도록 하지. 나도."

그 정도로 이야기를 끊어내며 로벨리아는 다시 차가운 바람을 쐬며 마을을 바라봤다. 적어도 아직은 평화로운 분위기이긴 했으나 과연 이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진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조만간에 좀 더 상황을 깊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과 에스티아에게 따로 맡겨놓은 임무에 대한 보고도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로벨리아는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머지 않아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군. 그때는 가볍게 파티라도 할 생각이니 참가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참가해. 자유로 둘 생각이니까."

426 이스마엘주 (JBdnpMT2Z2)

2022-12-12 (모두 수고..) 23:38:58

끄으으.. 슬슬 시작해야지..

.dice 1 2. = 1
1. 龍
2. 亂

427 선우주 (5vHLbfLJqs)

2022-12-12 (모두 수고..) 23:39:04

캡틴 미안해요. 내일 다시 이어도 될까요?

428 이스마엘주 (JBdnpMT2Z2)

2022-12-12 (모두 수고..) 23:42:14

선우주 미리 굿밤이라구~~

흐음, 용이라.. 딱 정석대로 가네... 좋아 30분 이내로 힘내본닷

429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3:42:20

오오오... 몬가 온다 몬가... (팝콘 리필해옴)

430 ◆afuLSXkau2 (NACrm8Bgbo)

2022-12-12 (모두 수고..) 23:52:40

네네! 물론이에요! 내일 이어주세요! 킵하도록 해요!!

431 뮬주 (cQyfF7X8Pk)

2022-12-12 (모두 수고..) 23:59:12

뮬하~🍓
크리스마스에 특수부대끼리 선물교환하는 걸 보고 싶네요옹...

432 레레시아주 (jiB391fTyo)

2022-12-12 (모두 수고..) 23:59:52

뮬주 어서오구~ 할 수 있지 않을까? 선물 교환?

433 ◆afuLSXkau2 (5reQLs30TQ)

2022-12-13 (FIRE!) 00:02:55

어서 오세요! 뮬주!! 일단은 선물 교환식은 예정이 되어있어요!

434 레레시아주 (gKQJESQU2o)

2022-12-13 (FIRE!) 00:04:09

역시 캡틴이야 계획이 다 있다니깐~

435 신디주 (XwrJexTfpk)

2022-12-13 (FIRE!) 00:20:07

어떻게 살아는 있네요.
갱신해요. 모두 안녕....

436 레레시아주 (gKQJESQU2o)

2022-12-13 (FIRE!) 00:20:58

신디주 어서와~! 험난한 월요일 보냈구나 ㅠㅠ 고생했어~~

437 ◆afuLSXkau2 (5reQLs30TQ)

2022-12-13 (FIRE!) 00:28:36

신디주도 어서 오세요!!

438 레레시아주 (gKQJESQU2o)

2022-12-13 (FIRE!) 00:49:03

(데굴데굴)(굴러다님)

439 Snowed under (6B.J0.KTp.)

2022-12-13 (FIRE!) 00:53:34

12월도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얼어붙을 것처럼 추웠는데, 올해는 그렇지만도 않다. 그렇다고 따뜻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작년처럼 모닥불에서 10분만 떨어져도 객사할 것처럼 춥지는 않다는 뜻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작년처럼 추위가 올 것은 알고 있지만, 이젠 객사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에델바이스는 모닥불이 없어도 평화롭고 따스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따뜻한 것을 포함해서, 정신적으로도. 이곳은 평화로웠고, 인심이 좋았다. 개인실을 나섰을 때만 해도 겨울의 추위,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은 각각 비능력자와 세븐스였고,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도 비능력자 바리스타가 세븐스를 위해줘서 고맙다며 공짜로 준 것이다. 마음은 풍족했고, 더는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아마 혁명이 끝나면 이 따스함이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 다가오는 쌀쌀한 바람을 참을 정도로 인내심이 깊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스마엘은 어깨 밑으로 흘러내린 점퍼를 다시 걸쳤다.

"네 입는 모습을 보아 추위에 내성이 깊은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이스마엘은 눈을 굴렸다. 누군가 옆에서 덜덜 떨다가 똑같이 흘러내린 옷깃을 잡아 올려 끌었다. 같은 세븐스이자, 제0특수 부대 소속이었던 제다.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전투에서 물러났지만 세븐스 사형을 전담으로 맡았던 과거가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이스마엘에게 여러 가지 전투적 조언을 주는 좋은 멘토이기도 하며, 인정하기 싫지만 제법 괜찮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여는 늘 따뜻하게 살아서 말이다. 이곳에 오기 이전까지는 감기란 것도 걸려본 적이 없단 뜻이지."
"그런 녀석이 뭐가 좋다고 밖으로 나왔담."

이스마엘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후, 하고 입김을 뱉었다.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이라 그런지 유달리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데도, 둘은 온기가 조금이나마 가까운 공터나 술을 마시기 위한 펍이 아닌 인근 숲의 호수를 전경으로 두고 앉아있었다. 제는 호수를 유달리 좋아했고, 둘만 나오는 일이 생긴다면 늘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제는 따뜻한 녹차가 담긴 종이컵의 홀더를 빼더니 아예 양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었다.

"생각할 것이 좀 있어서."
"그래서 날 끌고 오셨겠다?"
"너도 나가자니까 좋다고 따라 나왔잖느냐."
"그렇긴 하지. 그래서, 무슨 생각을 했는데?"
"……여가 이곳에 오는 것이 옳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네."
"네가 그런 진지한 말을 다 하네."
"시끄러워."

제가 비죽이는 모습에 더 건드렸다간 말도 하지 않겠거니 싶어 이스마엘은 더 건드리지 않고 입을 얌전히 다물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그 생각을 한 이유가 뭔데?"
"평화로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툭 뱉은 말에 이스마엘이 픽 웃었다. "그거 대장에게 걸리면 불경죄로 처벌받을지도 모르는데?"

"로벨리아 그 여자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네. 여의 생각엔 어차피 동의할 테니."

제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엔 새까맣고 단단한, 매의 발톱을 닮은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꼬리로 신발을 신을 수 없는 발을 감싸는 모습에 이스마엘은 잠시 말을 정리하도록 기다려주기로 했다.

"기실 자네가 근신했을 적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줄곧 고민했네. 이 평화가 옳은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여가 이곳에 있어도 되는지까지."
"그것만?"
"아니. 그러니까.. 왜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곳은 여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네."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
"……이곳은 이상해."

툭 내뱉는 말이 투정 같았다.

"왜.. 살리려 드는 겐가? 자네가 말했던 에일린이라는 여자도, 레이버란 여자도.. 어떻게 보면 죄인이지 않은가. 아무리 레지스탕스였어도, 가족이 있어도, 앞장서서 누군가를 학살하는 죄를 지었다면 죽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곳의 사람들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살리려 드는 겐가? 어째서 희망이 있다 하냔 말이야."
"글쎄. 그건 나도 납득할 수 없는데."

이스마엘은 에일린을 떠올렸다. 죽여달라 빌었어도 어떻게든 구해보고자 했던 그 순간을.

"말도 안 되네. 지금까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인 자는 죄 죽였으면서, 그 죽인 주체가 막상 불쌍하단 이유로 구원하겠다니. 말이 안 된단 말일세."
"그거……."

네가 세븐스 사형 집행인이라 그래? 이스마엘의 목소리에 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금껏 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를 손에 묻혔는지 아는가? 7년입세. 여가 지학도 채 안 되었을 때부터 지금 약관이 된 나이까지, 사형이라는 명목으로 세븐스를 죽여왔네. 아니, 그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피를 묻혔지. 교육과 수습이라는 기간이 있었으니 말이야."
"많이도 죽였겠네."
"그런데 이곳은 그런 여를 받아주었네. 단순히 여가 자유를 갈망했기에, 새장을 부수고자 했기에, 의지대로 살고, 주어진 대로 살지 않고자 다짐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게 납득이 안 되는 것이야.

"여는 죄인일세. 휘둘렸다 한들 죄인이란 말이네. 아무리 깨달았다 한들, 이 몸뚱이가 진통제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병약하고 부서지고 있다 한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한들, 세븐스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로 시술을 받았다 한들…….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네."
"그 사람들에게 널 투영하지 마."
"투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헌트리스. 그대도 잘 알잖아.."

제는 컵을 내려놓고 몸을 웅크렸다. "여가.. 깨닫기 전까지는 그곳을 나오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 말입세."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걸." 이스마엘은 괜찮다는 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물러 터졌어. 무릇 뜻을 가졌다면 앞을 보아야 하는 법일세. 군주의 덕목은 온화함이 아니야. 잔인해져야 하고, 냉정해야 하네. 결집을 위해서라면 피를 보아야 할 때가 있는데, 왜 그 사람들을 살리려 드는지 모르겠네. 필히 후환이 될 텐데……. 하여 자네가 이상향을 언급할 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했던 것이네. 모두 받아버리면 죄인은 뉘우칠 기회가 없이 갱생되는데, 그게 옳은 걸까?"

제는 한숨을 푹 쉬며 호수를 바라봤다. 지나치게 깨끗한 물. 지나치게 깨끗한 사상. 어째서 이리도 무르게 구는 것일까. 마음에 들지 않고, 혼란스러움은 가득했다. 악인을 왜 비호하는가? 비호할수록 제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짓눌려야만 했다. 그것이 자신이 걸어온 길에 쌓인 업보와 죄책감임을 깨달았을 때, 자신은 이곳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차라리 자신이 이곳에 오지 않고 계속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을 때 이기적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여는, 체제가 전복되면.. 아니, 그 이전에도.. 심판할 자는 죄다 심판하길 바라고 있네."

제는 이스마엘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입에 그려냈다.

"그 순서에 필히 여가 있을 테니."

이스마엘은 그런 제를 보더니 빈 컵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무어라 속삭였다. 제의 눈이 점차 커지더니, 이내 환희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에 퍼졌다.
같은 시각, 따뜻한 카페 안은 두 명의 손님만 존재했다. 누군가는 차갑게 얼음이 든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나긋하게 입을 벌렸다.

"자유와 방종은 한 끗 차이라고들 하지.. 하여 네 알량한 동정심이 무슨 결과를 가져왔을지 스스로 깨닫도록 하려무나."
"……."
"만일 네 깨달았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겠지. 후회할 선택은 하지 말도록 하렴."

겨울은 아직 오지도 않았으니.

440 ◆afuLSXkau2 (5reQLs30TQ)

2022-12-13 (FIRE!) 00:53:38

(잡아주기)(눕히기)(이불 씌워주기)
끝.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