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 하지만 수제 초콜릿을 또 만들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스마엘은! 아무튼 쫄았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그리고 진겜과 왕겜밖에 즐거운 기억이 없어요..? (흐릿) 또 열어야하는가! 슬슬! 그리고 욕한 것을 알게 되면 역ㅇ로 뒷담을 까버리는군요. (동공지진) 무시무시해. 빵순이..귀여워! ㅋㅋㅋㅋㅋ
(속보) 발렌타인데이 시즌, 에델바이스 기지 내부 취사장 인근 쓰레기장에서 대원 레이먼드 나이벨(28)이 빈사상태로 발견되어... 피해자의 근처와 소화기관 내부에는 카카오 성분이 들어간 모종의 독극물이 발견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고...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피해자는 '실패작, 실패작...' 하는 말만 되뇌었다고
멱살을 놓고 손잡이를 쥔 손의 떨림은 여전히 멎지 않았다. "그건 뒤져보면 알겠지." 경박하되 증오심 어린 단어를 뱉어냈으나 여전히. 서로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평소 같으면 무겁게 와닿았을 것이고, 같은 동료에게 어찌 그럴 수 있겠냐는 듯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도. 이스마엘은 그 단어가 귀에 제대로 꽂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미 죽일 각오를 한 사람처럼 당신을 홉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눈동자가 일순 떨렸다. 아버지를 끝낼 수도 있었던 총이라는 언급 때문이었다. 시선이 내려가더니 다시금 당신을 향한다. 천천히 움직이던 눈동자가 손처럼 후들거렸다.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겹다. 속이 뒤집힐 것만 같다. 그걸 지금 내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한번 불이 붙어버린 이유 없는 증오가 속절없이 들끓는다. 당신이 몰아세울 적, 이스마엘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끔찍한 혐오감을 다시금 느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이 총으로 못 쏴서 아쉽나? 아버지의 죽음에 당신의 책임이 없다 얘기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나? 아니면 내가 가디언즈 자식이니 이곳에 있는 게 기만이니 분란이나 일으켜서 꺼지라는 건가?"
이전에도 이런 감각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멀쩡하고 선명한 정신으로 겪는 이 상황은 몇 배로 끔찍하게 이스마엘을 옥죈다. 피부로 와닿는 자신의 증오가, 더듬대며 뱉어낼 때마다 폐부를 찔러대는 단어의 첨예한 감각이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이스마엘은 멈출 수 없었다.
"어리석은 발버둥이나 치는 주제에, 닿지 않을 꿈이나 꾸는 주제에…… 주어진 대로 살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이스마엘의 노이즈가 완전히 거둬지더니 목을 긁듯 외치는 소리가 쨍했다. 마침내 총을 격발했으나 총구는 당신을 향하지 않았다. 당신의 옆, 나무로 된 자재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이스마엘은 헛웃음을 흘리듯 하며 총을 쥔 손을 힘없이 떨궜다.
이스마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뱉어내는 말 하나하나가 절대 당신만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를 찌르고 있음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 앞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증오스럽고 고통스럽다. 극과 극은 닮았다는 말이 이래서 싫다. 가디언즈의 딸이던, 그 사상을 가지고 있던 이스마엘은 총을 격발했을 적, 결국 자신이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노라 스스로를 비관하고 낙담하기로 했다. 총을 쥔 손을 떨구며 헛웃음 흘린 뒤 고개를 숙였다. 길지 않은 머리카락이지만 얼굴을 어느 정도 가릴 정도는 됐다.
"나는- 당신이, 나아가서 여기 사람들이.. 죽지 않았으면 해."
이스마엘은 후들거리며 감정을 억눌렀다. 애석하게도 이제 눈물은 나지 않는구나. 우습게도. 잠깐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금 당신의 옆을 조준했다. 격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목재를 향해 갑작스럽게 남은 탄창을 비워버리고, 방아쇠를 당길 적 아무런 반응이 없을 적에야 이스마엘은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는지 숨을 크게 골랐다.
"그렇지만- 똑똑히 기억해. 아무리 여기에 속한다 해도, 당신이란 존재가 증오스러운 건 변하지 않아……."
알았어? 채근하듯 헬무트를 닮은 녹색 계열의 눈이 앙칼지게 번들거렸다. 마지막으로 보인 객기다.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는 그 말을 고개를 떨군 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의 기시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부질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젓고서 자신도 잠깐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분노를 담아 쏘아내기라도 하듯 권총의 탄창을 완전히 비워버린 그 모습은 역시나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누구였을까. 예전에 함께했던 동료인가. 생사를 걸었던 적수인가. 어쩌면 나 자신인가... 모르겠다. 모호하다.
"...그럴거라 생각했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밤하늘을 한번 더 바라보았다. 쓸데없이 별은 밝다. 이런 광경을 비춰봤자 뭐 좋을 게 있다고.
"그를 많이 닮았군."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스마엘의 얼굴은 처음 보았지만, 나는 이 눈을 본 적이 있다. 그 눈도, 나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지. 그 자는 내 눈을 보지 못했겠지만.
탄창을 전부 비운다고 해묵은 증오가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분노를 어느 정도 떨쳐낼 수는 있었던 것 같다. 기분 나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는지, 이스마엘은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그러니까 당신도 좋을 대로 생각해. 나는 절대 바뀔 생각 없어."
혁명이 끝나는 날이 다가온다 한들 당신을 향한 증오가 사라질 일은 없다. 하물며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만류한다고 해도. 눈을 들여다볼 적, 이스마엘의 시선이 한결 더 앙칼져진다. 입술을 꾹 다물기까지 하니 당신을 모나게 쳐다보는 시선에 경계심까지 어린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선글라스 너머를 쳐다보려는 것일지도 모르고.
"……당신에게 듣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니 이런 거라도 닮아야지."
자조적인 말을 뱉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비웃는듯한 미소와 달리 헛웃음도 아까운 건지 이젠 나오지 않는다. 짜증 나는 사람이야. 갈무리된 감정 속에서 퉁명스럽게 생각하곤 혀를 찼다. 이내 꽉 쥐던 총을 온전히 손에서 놓았다. 중력에 이끌려 땅에 떨어져야 할 것이 물리법칙을 거스르고 이스마엘의 가슴팍 근처까지 떠오르더니 당신을 향했다.
두고 보라지, 나중에 마음 변해서 뭐라고 하기만 해봐라. 이스마엘의 눈이 당신을 쏘아보다 기가 차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붉은 눈동자를 쳐다보는 녹색 시선이 이내 별이 뜬 하늘을 향한다. 생각할 것이 있었던 건지 하늘을 향한 고개가 제법 느리게 떨어졌다. 아버지는 확실히 떳떳한 사람이 아니지만, 자신에겐 둘도 없는 존재였기에.
"내가 뭐?"
느리게 떨어지던 고개와 달리 팔짱을 끼며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시선은 빨랐다. 한쪽 눈썹을 까딱이는 모습을 비롯한 불량한 태도에, 은은하게 주변을 맴도는 연초 냄새도 그렇고. 과연 누가 이 모습을 평상시의 이스마엘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여기서 곱게 봐주는 사람은 많지. 당신도 어쩔 수 없을 걸?"
이스마엘은 팔짱을 끼던 손 하나를 들어올리더니 주먹을 쥐었다. "내가 워낙 착하게 살아서 말이야." 덧붙이는 언사가 짐짓 얄미운 걸 보니 다른 방법으로 당신의 속을 긁어대려 하고 있었다. 이게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태도인 건지.
"잘 아네? 그럼 이제 내가 때릴 것도 알겠고."
이윽고 망설임 없이, 쥐었던 주먹을 당신의 팔에 내지르려 하지 않았을까. 막거나 피하지 않는다면 제법 매콤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