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의 장난 같은, 이 우연한 재회의 순간으로부터 너와 보냈던 시간이 하나하나 되살아나 떠오른다. 풍요롭지는 못했으나 너와 있어 안전하다고 느꼈던 그 시절들. 헤어지고 나서부터는 매 순간이 위태롭고 추운 길을 홀로 걸어야 했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너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어디선가 울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어쩌면 웃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리워 할수록 다시 돌아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고,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잊어야 함을, 혼자임에 익숙해져야 함을 알게 되며 너와의 재회는 운명이나 우연에 맡겨야 할 것을 인정해야 했었다.
"나한테 도넛을 빼면 뭐가 남겠어?"
그렇기에 이 재회가 너무나도 행복한 것일까. 웃으며 답하는 신디의 모습은 슬럼가에서 너를 보며 웃어 보이던 그때와 겹쳐진다. 달라진 것은 있는 장소, 상황뿐이다. 신디는 눈을 감았다 떠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너를 본다. 버려진 쥐새끼들의 삶이 그렇지. 응. 다행이구나. 조금은 변한 부분이 있지만, 너 역시 무사하며 그 농담 섞인 답도 여전히 너다운 것이니. 정말 삶이 어쩌면 이리 아이러니하고 얕궂은지. 다가와 팔을 벌리는 너를 보고서 신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너를 안으며 몸을 맞댄다. 소망하고 있던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이스마엘은 일반인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왜 나를 구했냐며, 당신의 선택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면서 고통을 느끼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들의 몫까지 살아가겠다는 결론까진 가지 않아.. 그 사람들의 몫까지 살아가려 한다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향성을 잡을 수는 있어도 갈 수는 없을 테니까. 이상향은 이상향일 뿐이야. 그만큼 곧은 사람으로 자란다 한들, 세상이 절대 원하는 대로 밀어주지 않는다는 걸 이젠 아니까.
대신 더 절박하게 살아가겠지.. 이번엔 100명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면서 예민해지고 강박적으로 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더 많은 목숨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히키코모리처럼 틀어박혀서 숨어버릴지도.
의미가_모호하게_느껴졌던_자캐_대사_멘션_주시면_해석해드립니다 : 뭐든 줘봐 진짜 해석해드림........ 아니면 뭐 이셔 왜이랬어 하고 질문해도 돼 죽창 들어도 되고
자캐의_믿으면_안_되는_말은 : 이건 직접 말하면 남은 내 설정마저 다 털리는데요 진단님 왜 패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랑 "싫어하지 않습니다." 등등등. 2번 진단이랑 같이 엮어봐도 되고 뭐 근데 매운맛은 본인책임
좀 가볍게 가볼까..? 역시 "손만 잡고 자겠습니다." 인가....(아님) 근데 찐으로 새끼 손가락만 소중하게 걸고 잠들 것 같기도 해서 믿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참🤔
이셔.. 이번 진행 이전에 혹은 초기에 1번이 나왔다면 그 100명분만큼 살겠다고 했을까? 이제는 세상이 어떤지 아니까 그러지 않겠다고 하는게 씁쓸하면서 대견하기도 하구. 그치만 틀어박히는건 안된다아아악 온니랑 놀아조오오(?) 믿으면 안되는 말에 손만 잡고 자겟습니다? 이거이거 (음흉한 오딱쿠 표정)
잠깐 목이 메는 것 같아 입을 다문다. 시체. 습격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낳았다. 서로 갈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 이곳에 오게 되었어도 이따금, 아니, 제법 자주 네 생각을 했다. 잘 도망쳤을까, 혹여 잡혀버린 건 아닐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추위에 떨고 있을까, 더위에 지친 건 아닐까, 혹시라도 기적이 일어나진 않을까……. 네가 죽었을 리가 없노라며 아예 그 상황을 배제했다. 결국 이 삶을 받아들여야 함을, 서로 헤어짐을 염두에 뒀던 사이였던 만큼 잊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홀로 이런 곳에 와버렸다는 죄책감에 차마 온전히 추억만으로 널 남겨둘 수 없었다.
아버지를 마주해 불안정한 마음을 품고 슬럼에 가게 된 날, 유달리 주변을 살폈던 이유는 혹시라도 네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단 희망 또한 속에 품었던 탓이다.
"아, 세상에.. 도너티."
너 또한 여기에 온 것은 꿈에도 모르고. 너는 여기에 있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여기에 있다. 몸을 맞댔을 때 익숙하고 그리웠던 온기와 체구가 느껴진다. 서로 새벽 공기가 차가울 때면 의존했던 그 익숙함이 느껴지고 비로소 현실이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나도..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네가 어떻게 돼버린 줄 알고.."
힘껏 안는 팔에 마주 안듯이 힘을 줘본다.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감정에 북받쳐 울어버릴까 싶어 잠깐 입술을 꾹 다물며 이마 맞대보려다, 결국 소리 내어 작게 웃어버렸다. 그간의 걱정 담은 서글프고도 말간 웃음이다.
만약 이게 환상이고 꿈이라면, 너를 한 번만 안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좋다고. 그렇지만 너를 안고 나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따뜻한 체온으로 너는 나를 힘주어 안았을까. 낯설지 않은 그 느낌에 신디는 자신을 안는 것보다 더욱더 세게 너를 안는다. 그러며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이 얼마나 그리웠던 순간인지. 신디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텅 빈듯한 부재감을 채워주는 목소리로 다시 네가 나를 부르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위안을 받는다. 너 역시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걸까. 너도 나처럼 오랫동안 그 문장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겠지. 과잉되어가는 감정에 그만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신디는 네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내려 하지만, 그만 네 어깨로 눈물이 엷게 배어 들어왔을까. 네 웃음소리가 귀에 스미자, 신디는 고개를 들고서 온 힘을 다해 널 따라 웃는다.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고 느낀다.
"너는 조금 변했네."
하고서 신디는 네 목 부근에서 끊긴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만진다. 땋는 즐거움이 있던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