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맞아요. 하려다가 잊어먹은 말이 생각났네요. 대강 이런 식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따로 쟁여놓은 캐릭터들 스탯/기술/보유템 정보 백업 데이터가 있는데요. (클라우드 서비스라서 PC에서도 접근 가능함다! 위키 터져도 정산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백업이라 가독성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그래서 이쯤에서 혹시 위키페이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분을 계시면 갱신해드릴지...를 여쭤보려고 했는데요! 그 순간 컴터 앞자리에서 밀려난 것입니다...
빈센트는 나무가 이렇게 많이 자랄 수 있다는 경이를 느끼면서 밀림 게이트 안을 거닐었다. 이 밀림 게이트는 특이하게도 너무나도 크게 자란 나무들과 덤불들이 너무도 오랫동안 이곳을 막으며 신비한 무언가를 축적한 나머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경계'가 되었다고 했다. 뭐 그건 빈센트와 같이 온 동료가 알 바는 아니고, 이계의 국소생태계에서 자라난 특이한 식물을 채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 꼭 찾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 거기에 적혀있는 것을 본다. '사마란 장대꽃', 뭐 혈액순환에 좋다니 기미잡티가 사라진다니 정력에 좋다니 별별 말은 다 있었지만, 파릇파릇한 건 풀이요 빨간 건 꽃인 이곳에서 이렇게 생긴 건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빈센트는 한숨을 쉬며, 뒤돌아서 동료에게 묻는다.
그럼 실제로 본 적은 없겠지. 실제로 자주 보고 채취해본 사람과, 그림으로만 본 사람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무리 극사실주의적으로 식물을 그려도, 아니, 극사실주의적 그림이 아니라 아예 사진을 찍어놔도, 그걸 본 사람과 실제로 본 사람은 다르고, 실제로 본 사람과 자주 실제로 본 사람은 달랐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온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면서, 일주일 내내 하나 찾았다는 말에 한숨을 쉰다.
"어쩐지, 고작 꽃 몇송이 찾는 의뢰가 보수가 왜 이리 좋나 했더니만."
어쨌든, 빈센트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빈센트는 여선에게 제안했다.
"이렇게 하시죠. 제가 마도로 땅을 싹 다 갈아엎으면, 여선 씨랑 제가 같이 찾아보는 겁니다."
"실물 사진은 없진 않은데.. 보통 찾을 때쯤이면 개지쳐서 사진 초점이 조금씩 영...이라고 하네용" 보수가 왜이리 좋냐는 말을 듣자.. 그럴 만도 하죠? 라면서 일주일 내내 한송이 찾은 게 고작이라고 하는 의뢰후기를 흘깃거립니다만..
"근데 보통그런 갈아엎는 거 하면 손상가지 않나요..?" 마도로 갈아엎다니 쏘 바이올런스!(=폭력적)인데욧?! 이라는 말을 하면서 일단 수색을 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 아니면 조금 더 찾아보고 그러면서 찾는 요령을 발견한다거나요... 라면서 말려보려 합니다. 아니 그치만 마도로 엎는다 하면 어쩐지 절망편이 머릿속에서 펼쳐질 것 같고?
"저기. 저거 닮은 거 아닐까요!" 일단 되는대로 가리켜 보는 여선입니다. 저게 사마란 장대꽃일까요?
"그럴 법도 하군요. 일주일 동안 그것만 찾느라고 이 밀림을 돌아다닌다? 각성자라도 카메라 하나 들고 있기 힘들 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게이트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연구진이 좀 제대로 찍으면 안 되는 거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고향 게이트와 상이한 지구의 대기에 접하면 쉽게 변질되거나 다른 외형으로 변한다던지) 한 빈센트는, 잠자코 여선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빈센트는 수색을 하자는 의견에, 바닥을 가리킨다. 말이 좋아 바닥이지, 그 '바닥'은 길면 둘의 가슴께, 짧아도 무릎까지 오는 풀에 잠식당해 있었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차라리 마도로 땅을 갈아엎으면서 뿌리들도 드러나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보니까 사마란 장대꽃은 뿌리가 깊어봐야 20cm라는데, 이 정도면 마도로 조심히 탈탈 털어내면 잘 뽑힐 겁니다."
...라고 말하고, 거기를 보는데... 빈센트도 확실히 비슷한 것 같아서 보니, 조금 달랐다.
"사마란 장대꽃은 잎이 마주난다고 하는데, 이건 어긋나고, 꽃봉오리도 파란색이라서 빨간 사마란 장대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그 차이만 빼면 사실상 사마란 장대꽃이나 다름없군요."
빈센트는 여선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의뢰를 본다. 의뢰에는 사마란 장대꽃을 가져오라고 되어 있었는데... 내용을 보니까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진공 포장해서 가져오라"고 되어있었다. 빈센트는 주머니에서, 의뢰 수주와 함께 받았던 진공포장 봉투를 본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여선에게 말했다.
"...아주 섬세해야죠. 제가 마도 A랭크까지는 아니더라도, B랭크 정도는 되는 게 다행이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대한 섬세하게 땅을 '갈아 엎었다.' 빈센트가 눈을 감고 힘을 주자, 빈센트와 여선 앞에 있던 땅이 천천히 하늘로 들려 올라가고, 땅에 잠들었던 뿌리들이 우직, 파직, 찌직, 같은 나름의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딸려나왔다. 그리고 빈센트가 손을 흔들자, 올라간 땅이 흔들리면서 흙먼지가 떨어지더니 뿌리들이 드러났고, 빈센트는 손을 풀어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반복노동의 시간이었다.
"이건 아니고, 이건 확실히 아니고, 이건 비슷한데 아니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에 익은 무언가를 보고는 여선에게 말한다.
"이게... 그 사하란지 사마란장대꽃인지 하는 그거 아닙니까?"
빈센트의 목소리는 무심함을 가장하려 해도, 기대를 숨길 수 없었다. //9 여선주 다이스운 실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여선이 말한 곳으로 가본다. 어차피 의뢰는 달성했지만, 더 퍼주면 보너스도 두둑이 챙겨준다고 했으니, 나와서 나쁠 것은 없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마도를 가동한다. 다행히도, 게이트가 빈센트의 출신 세계와 완전히 상이한 곳은 아니라서 그런지 마도를 운용한다고 망념이 턱턱 쌓이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진공포장진공포장~" 즐겁게 진공포장을 해서 인벤토리에 넣고는 싹 다 파버린다는 말에 미묘한 웃음을 흘립니다.
"하지만 싹 파버렸다가 뭔가 잘못 건드려서 보스전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뭔가 파는 게 실수라면 뭔가 후루룩 지나갈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여선주의 망상은 넘어가고 이번에는 성과가 없자.. 그러면 적당히 파본 다음에 나가는 걸로 할까요? 라는 말을 하는 여선입니다. 대충 찍은 몇개의 포인트에서 열심히 캐보면 한두개쯤 더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