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은 물론이요. 선우와 쥬데카. 그리고 레레시아까지 엘리나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이내 엘리나는 보라색 궤적만 남기고 단번에 버스트를 발동해서 가볍게 회피했다. 그와 동시에 공격을 시도한 이 전원 몸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빠른 속도로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카운터로 대처한 모양이었다. (공격을 시도한 이 전원 확정 300 데미지) 한편 에스티아는 그런 엘리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모르겠어. ...기계 장치 해킹이라고 해도 닿아야만 가능한데... 일단 내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그 기계장치. 즉 칩이라는 것은 머리 속에 있는 거잖아. 그것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내 세븐스로도 무리야."
적어도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에스티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이스마엘은 카시노프의 촉수를 염력으로 묶어서 벽으로 집어던졌고 그 과정 속에서 촉수 하나가 또 뽑혀나갔다. 남은 촉수는 4개. 이어 카시노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켈켈켈켈. 언제나 천재가 아닌 이들은 그렇게 천재를 무시하지.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말이야. 그래. 그래. 이해는 해주도록 하지. 그렇게라도 말을 해야 적성이 풀린다면 말이야. 하지만 내가 노망이 났다고 친다면 자네는 뭐지? 켈켈켈. 내 눈에는 그냥 피가 좋고 전장이 좋아서 어떻게든 피가 튀게 하려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는데. 아. 그걸 탓하진 않겠어. 자네들 같은 테러리스트에겐 딱 적합한 행동이 아닌가. 켈켈켈켈. 자네들은 정말로 어떻게 한 팀이 된건가? 동료가 죽던지 말던지 그런 것은 알바도 아니고 하물며 기본적인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도 없으며 그냥 자기들 원하는대로 날뛸 뿐이지. 로벨리아 아가씨가 정말로 불쌍하구만. 이거."
"그런 자네들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비능력자 보호법령이라는 것이 생겨난거라네. 켈켈켈켈. 대체 누가 누굴 비난하는건지."
뒤이어 카시노프는 가만히 바라보다 선우를 향해서 촉수를 내뻗었다. 단번에 선우를 붙잡으려는 모양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엘리나는 힘을 모았고 다시 한 번 몸에 전자결계를 펼쳤다.
"...볼틱 체인."
뒤이어 그녀의 주변에서 전기 에너지가 모였고 그것은 체인 형태가 되어 뭉쳐졌다. 그리고 이어 그 체인은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묶기 위해서 빠르게 날아왔다. 아무래도 묶이게 되면 상당히 위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몸을 관통하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자그마한 폭발. 너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꽉 쥐어 떨림을 멈추고는 체인을 회수했다. 이미 늦었나...! 에스티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칩에 직접 닿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다. 머릿속에 있는 칩에 어떻게 닿는단 말인가, 머리를 쪼개고 꺼내는 건 외과적 수술이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줄까? 적어도 제압은 해야 했지만 알다시피 제압은 사살보다 어려우니 너는 고갤 저었다. 지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돌아가는 것,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승리라고 볼 수 있을 상황이었기에 너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대꾸할 필요도 없지만,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담은 걸 쏟아내도 좋지만 휩쓸리지만 마십시오. 여러분, 중심을 잃지만 않으면 됩니다."
거슬리는 말과 목소리였지만 너는 이를 악물었다. 적에게 지속적으로 교란과 모욕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동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분하고 기분이 나쁘고, 속에 뭔가 걸린 것 같을 테니 꾹 참는 것만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쏟아내도 좋아. 그렇지만 그 스스로까지 쏟아내서는 안 된다. 다들 그럴 수 있으리라 믿으며 너는 동료들에게 나지막히 목소리를 전했다. 그런 와중 선우에게 향하는 촉수를 보며 체인을 휘둘러 잡아 뜯으려던 너는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 전기로 이루어진 체인이 속박시키기 위해 날아들자 바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미처 방어태세를 갖추지 못하거나,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 이들이 보였기에 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레레시아에게 몸을 돌려 날아드는 체인을 휘감아 쳐내니 또 저릿, 하고 불쾌한 감각에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을 듯 무릎이 떨리자 있는 힘껏 다리를 쥐어짜듯 눌러 풀었다.
"저는 이셔 쪽에 합세하겠습니다. 뒤는 부탁합니다. 레시."
통증에서 끌어낸 낮은 목소리로 레레시아에게 말을 전한 너는 이셔 쪽으로 몸을 돌려 움직이고는 카시노프의 촉수를 향해 체인을 쏘아 날렸다. 그 끝의 뾰족한 말뚝이 촉수를 꿰뚫려는 듯 날아든다. 힘이 떨어져 끊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엘리나를 붙잡아 무력화시키려던 시도는 오히려 그녀와 동료들이 무력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파지직 튀는 스파크에 몸이 떨리며 바닥에 자빠진다. 절로 다물어진 턱에 의도치 않게 혀가 씹히고, 가중된 고통이 심장을 푹 찌른다. 이번엔 비명도 못 내고 전격을 받아낸 그녀는 재차 비틀비틀 일어나며 말했다.
"이렇게, 말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라고? X친 늙은이야. 노망난 과학자여! 내 뒤집어지는 속도! 에델바이스가 가진 분노도! 전부 너희가 초래하지 않았더냐! 너희가! 쌓은 업보 아니냔 말이다!!!"
아아아악!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악에 받친 고성이 그녀의 목에서 터져나왔다. 그 직후 훅 숨을 들이킨 그녀는 여즉 고여있던 독액을 끌어모으며 소리쳤다.
"주둥이가 뚫렸으면 말은 똑바로 해야지! 범인들이 천재를 왜 무시하는지 알아?! 그들이 내게 티끌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무시하는 거다! 그래! 너 같은 뇌 뒤틀린 X끼들이 자칭 천재라며 그 옘병을 떠니까! 같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자기 목표를,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삼으니까! 그런 놈들이 스스로를 천재라 일컬으니까! 난!!! 그런 천재라는 X끼들이 미치도록 싫어!!!"
해묵은 분노가 담긴 듯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를 치느라 경계가 잠시 풀렸는지. 엘리나로부터 쏘아지는 체인을 보고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래. 차라리 맞고 반격을 하자. 그리 다짐하며 독액으로 거대한 검을 들어올리는데 쥬데카가 그녀에게 향하던 체인을 막아섰다. 그 모습에 그녀는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혀를 차며 말했다.
"어딜 끼어드는 거야. 멍청아! 도와줄 필요 없으니까 네 몸이나 챙겨!"
또 끼어들기만 해 봐! 이스마엘 쪽으로 향하는 쥬데카의 등에 쏘아붙인 그녀는 검을 들고 엘리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스텔! 엘리나의 무장을 뚫어버려!"
그리고 그녀도 검을 휘둘렀으나- 검은 전자 결계에 닿자마자 액체형태로 풀어지며 결계 전체를 감싸고 파괴하려든다.
너무 빠르고 위험해. 그러니 빈틈을 노리기 힘들고. 엘리나를 보며 신디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포탈로 접근하면 금방 피해버릴 것이요, 잘못했다가는 그렇게 회피한 상대의 역공에 그대로 튀겨져 버릴 것이다. 저 스피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시끄러운 카시 노프의 말을 무시한 채 생각하다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전기 체인을 엘리나의 뒤쪽으로 포탈을 만들어 피한다. 그리고서 공격 한 틈을 노려 엘리나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려 한다.
침묵. 벽에 집어던졌을 적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꺾었다. 다른 건 전부 넘길 수 있었으나, 넘긴다는 범위는 오롯이 본인을 향한 질타에 해당되는 일이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거슬렸고, 짜증이 났던 것이 감정 때문이노라 생각했으나 지금은 철회하고자 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대단한 법, 다만 본인이 천재임을 과시하는 것은 교배 잘 되었노라 방만히 구는 것이니. 때를 가리는 정도가 있어야지요. 어차피 낳았을 적 세븐스였으니 실패작 소리는 들은 건 같았겠.. 아, 미안합니다. 그 시절에 갇힌 나이 많은 '웃어른'과는 대화해본 적이 손에 꼽습니다."
날아온 체인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묶이진 않았다. 저릿한 감각에도 이스마엘은 염력으로 몸을 보조하고 카시노프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비능력자 눈엔 그쪽도 결국 가디언즈의 이름을 썼을 뿐이지 내심 꺼림칙한 사람이며 내키지 않는 존재 중 하나인데. 죽고 싶지 않으니 입 벌리지 아니하는 것임에도 그게 진심이라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촉수를 손으로 직접 쥐어 잡아 뜯을 듯하더니, 이내 고개 불쑥 내민다. 염력으로 다리 관절을 역으로 꺾기 위함이다. 어디 표정이라도 봐야지.
"적어도 우리는 원하는 대로 날뛰기라도 하지, 당신은 뭡니까? 미꾸라지에게 아무리 윗물에서 노는 법을 가르쳐도 물 흐리는 것 천성이라 용 될 수 없는 법이라고들 하는데.. 대장께서 포기한 이유를 스스로 시인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