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은 지금 유입되는 인원이 전혀 없이 점점 떠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유입의 양만 보장된다면 질을 따질 계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나저러나 트위터는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큰 곳이고, 상황극과 비슷한 커뮤가 활성화된 곳 중 하나니까요. 100%로 망하는 선택지와 비교한다면, 1%의 성공 가능성이라도 있는 선택지가 나을 거라 봅니다.
홍보건에 관련해서는 찬성입니다! 다만 홍보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상세하게 적거나 어떤 느낌이 있고 어떤 규칙이 있고 등등을 써놓는 것이 아니라 간략하게 스레 정보만 한두줄 적어놓고, 정말 참여해보고 싶은 사람들만 스스로 분위기를 읽거나 물어보고, 방법을 찾아서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소한의 거름막이라고 생각합니다!
펠론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괜찮은 것인지, 몇 번이고 반문했다. 숲 속의 낡은 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만큼, 식생활에는 무리가 없다. 신체 단련을 하고, 식사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사냥을 하고, 다시 잠에 든다. 그런 일상의 반복. 없는 것은 오직 여동생 뿐이었다. 시간 개념은 점점 희박해져가지만 그것이 산소처럼 반드시 필요하진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게 될 무렵,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두운 밤 숲 속 한 가운데였다. 무작정 가만히 있을 수도 없기에, 허기도 잊은 자신의 육체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가며 불을 떼우고 간소한 캠프 자리를 만들었다. 가까이 있는 기척을 눈치채지도 못한 채.
오늘도 숲에 들어가 수련을 반복한다. 휘두르고. 찍고. 때로는 들이박는다. 어쩐지 오늘따라 몸이 고되어 잠깐 나무 밑동에 몸을 기대고 휴식을 취한다..그랬는데 어느새 잠들었던 것일까? 주변의 숲은 어둠에 잠겨있다.
위험할 뻔했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불빛? 작은 불빛이 보이기에 그곳으로 향한다. 누군가 분주하게 캠프 자리를 만들고 있다. 꽤나 익숙한 솜씨로 보인다. 꽤나 길게 잠든 것치곤 아직도 몸의 피로가 상당한데, 신세 좀 져도 좋겠지. 여차하면 다른 쪽으로 신세를 질지도 모르겠다만.
"흐흐..이거 실례지만, 신세 좀 져도 되겠는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럽네만. 어쩐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해가 떨어지고 말아서 말이지. 좀만 휴식을 취하다 가도 되겠나?" 천천히 불가로 다가가며 양해를 먼저 구한다. 흔쾌히 자리를 권한다면 편히 쉴 수 있겠지. 반대로 자신을 쫓아내려고 든다면..글쎄 좀 더 간을 볼 필요는 있을거 같다.
근처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펠론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허리 뒷춤에 있는 단검으로 손을 뻗었다. 경계심이 깃든 시선, 아니, 그것보다 과거의 기억에서 겹쳐본 것인가? 처음 보는 이를 향한 두려움과 분노가 반반 섞인 시선은 아주 잠깐. 이윽고 당신이 혼자이며, 자신이 모르는 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서서히 뒷편에서 걷어냈다.
“쉬다 가셔도 괜찮습니다. 우연하게도, 저도 마찬가지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요. 숲은 시간 감각을 잃게 만드니까요.”
초면인 이를 캠프에 들이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지만, 당신이 정말 그럴 목적이었다면 자신은 벌써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게다가 순간 당신을 적대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섞여있는 지, 펠론은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근처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해보였다. 그리고 간단한 캠핑 자리를 마무리하고, 간이 모닥불의 검게 탄 나뭇가지를 밟아 만든 잿가루를 주변에 뿌린다.
캠프 작업 마무리를 마치고 나서야 자신 역시 모닥불 주변에 앉아 당신을 살펴보았다. 자신보다 작은 신장에, 두툼한 체격. 아마 인간종이 아닌 드워프일까. 마을에서 항상 만나는 인간 외의 종족을 본 적도 드물거니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알기로는 수염이 많은 종족으로 알고 있었는데, 모든 드워프가 그런 것은 아니었나. 너무 상대의 얼굴만을 빤히 바라보는 것은 종족을 불문하고 실례인 걸 알기에,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낮의 숲은 인적이 크게 드물지도 않고, 넓으니 홀로 수련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거, 향신료를 많이 치진 않아서 맛은 좀 약하겠지만, 드시겠습니까?”
자신 역시 그래왔으니. 그리고 허리춤의 작은 가죽 배낭에서 말린 토끼고기 육포를 꺼내 반으로 갈라 당신에게 권한다.
“약초를 캐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선 조금 멀지만, 근처의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당신은……모험가십니까?”
시선이 머무는 것이 느껴지나 딱 거기까지일뿐 굳이 묻지는 않으니 자신도 굳이 입을 열지는 않는다.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주신다니 어찌 사양할 수 있겠나"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여 건네준 육포를 질겅 질겅 씹어본다.
"으음 맞다네. 이제 막 등록하긴 했네만. 나름 일다운 일도 했으니 모험가는 모험가이지." 슬며시 자신의 망치를 들어 보여준다. 물론 위협의 의도는 아니다. 공격할 의도라면 굳이 방심한 상대를 위협할 이유는 없지.
"이곳이 물론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네만, 그래도 외딴곳에서 홀로 지내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겠구먼. 스스로 지킬 힘은 있는가? 음 곁을 지켜줄 누군가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대수롷지 않게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대를 떠보는 말이었지만 글쎄 상대한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자신이 짐작하긴 어려운 일이다.
육포를 받아먹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자신 역시 같은 육포를 씹으며 모닥불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자신이 이렇게 권하지 않았더라면, 곁에 같이 앉아있을 여동생이 직접 건네줬겠지. 한 때 어두워졌던 안색은 공기를 태워가며 한순간 높게 치솟아오르는 모닥불의 불꽃 덕분에 가려지고 말았다. 이내 당신이 망치를 들어올려보이자, 위협을 받았다는 느낌보다는 순수한 감탄의 얼굴로 그것을 바라본다.
“현역이신 분 앞에서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 역시 모험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아직 수속 절차 조차 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모험가 조합에 들르려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여태껏 해오신 일들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제안은 당신의 거절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건넨다.
“곁을 지켜줄 누군가……말인가요.”
아무 감정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슬픔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던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도 당신의 말이 떠보는 것이라고는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호의로만 받아들여 이름을 밝힌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대답해야겠네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펠론이라고 합니다.”
모험가 꿈나무. 최근 들어 모험가를 꿈꾸는 이도 막 모험가가 된 이도 많이 보았다. 다들 자신의 이유도 있었다. 그 이유가 자신에게 얼마나 납득이 가는 이유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으음..무용담인가. 사실 나 역시 고작 하나의 일만 했다네. 고작이라 말할 스케일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냥 고약한 드워프 늙은이의 허풍이라 여길지 모르네만, 용을 잡았다네. 뭐..아마 용 맞을 걸세 나도 용은 처음이라 확신은 없네만..녀석도 두들겨주니 아파하긴 하더군."
믿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를 이어가다가, "사실 말일세. 그 용. 혼자 잡은 것은 아니야. 여러 모험가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잡은 것이고. 난 그냥 그 일원일 뿐이지. 나라고 뭐 잘난 면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한 것이 아니라네. 그냥 일이니깐. 일에 있어서는 협력도 필요하고 그런 것이지 않은가?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가 소중해서 곁을 지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일을 해야 하니깐 하는 자들도 있거든. 그런 수준에서 시작하면야..곁을 지킬 자도 어렵지 않게 구하겠지. 누굴 지키는 것은 내 취향은 아니네만 말일세."
걱정 아닌 걱정에 대한 답으로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라. "그래그래. 잘 생각했네. 그 이유가 뭐든 강해지게. 일단 강해져서 행할 수 있는 힘을 얻게나. 결국은 힘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법이니 말이야. 펠론..좋네. 나는 타모르. 내 이름도 알았겠다. 내가 용을 잡은 이야기의 진위는 자네가 모험가가 되고 힘을 기르면 결국 알 수 있겠지. 부디 힘을 얻게나 젊은이."
늙은이의 오지랖인지 펠론에게 건넨 말이나 실상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자신 역시 그러할 것이다. 힘을 얻으라 말했듯 자신 역시 힘을 얻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묻는 펠론은 당신을 허풍쟁이로 보는 시선도, 감탄만 하며 띄워주려는 기색도 아니었다. 단지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그 거대하고 날개 달린 생명체와 싸워 생존하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하는 지, 머리가 굴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생각을 오래 이어나가는 것은 실례이기에, 곧 새싹이나 다름없는 모험가 지망생은 작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틀림없이 타모르 씨는 용을 잡으셨겠죠. 혹은 그와 비슷한 위험한 생명체였다던지요. 만약 허풍을 치실 생각이셨다면, 무조건 용이었다고 확신하셨을 겁니다. …그러한 강함 역시 그렇지만, 용기도 부럽습니다. 거창한 시작보다도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해내가라는 뜻이겠지요. 감사합니다. 생각이 조금 정리된 것 같습니다.”
당신이 해준 조언은 모험가로서의 길보다, 자신이 나아가려는 길에 조금 더 닮아보였다. 그렇기에 이 감사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일단 강해져야만 한다. 목적은 단순하지만, 내재된 감정만큼은 짧은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강함을 추구하는 이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만 할까.
“타모르 씨의 이야기로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이미 타모르 씨의 이야기를 믿고 있지만, 그럴만한 자격을 제가 얻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제 안목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럼, 타모르 씨가 원하는 강함은, 무엇을 이루기 위함인가요.”
문득 그때 일을 회상하니 당시 용 그 녀석이 좀 이상한 부분이 많긴 했다만..아니 용은 원래 이상한 존재일지 모르지. 자신은 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깐.
자신의 말이 그다지 영양가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음에도 뭔가 스스로 납득하는 모양새다. 과연 지망생이라 그런가. 문득 이 막 자라나려는 새싹을 짓밟으면 나름 악행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관두자. 다른 이유는 없다. 녀석이 충분히 성장한 후를 노리면 그 배신감이 더 클 테니 그때를 노릴 뿐이다.
무엇을 위한 강함인가.
"되찾기 위한 강함이지. 나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힘이 없으면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꽤나 있지." 대답은 망설임 없이 바로 튀어나온다.
"힘을 원한다네. 나에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 말이지.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는 아직은 모르겠네. 그러니 그 힘에 다가서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쓸 뿐이지."
스스로의 꼴이 우스워 쓴웃음이 나온다. "나도 얼마 전에야 깨달은 바긴 하네만. 힘을 원하지만 힘을 얻는 것 자체를 내가 즐기지는 못 하더군. 힘을 기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목표를 위한 일인 게야. 즐거움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지. 자네 역시 강함을 추구한다면, 별개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길 바라네. 꽤나 고생이거든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