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81076> [현대판타지/육성] 영웅서가 2 - 162 :: 1001

◆c9lNRrMzaQ

2022-11-24 20:26:13 - 2022-11-27 18:34:47

0 ◆c9lNRrMzaQ (3FYosIqwcc)

2022-11-24 (거의 끝나감) 20:26:13

시트어장 : situplay>1596301070>
사이트 : https://lwha1213.wixsite.com/hunte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98%81%EC%9B%85%EC%84%9C%EA%B0%80%202
정산어장 : situplay>1596571072>
망념/도기코인 보유 현황 : https://www.evernote.com/shard/s551/sh/296a35c6-6b3f-4d19-826a-25be809b23c5/89d02d53c67326790779457f9fa987a8
웹박수 - https://docs.google.com/forms/d/1YcpoUKuCT2ROUzgVYHjNe_U3Usv73OGT-kvJmfolBxI/edit
토의장 - situplay>1596307070>

시련 속에서 담금되어 태어나던지.
아니라면 위기 속에서 일어나던지.

영웅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900 ◆c9lNRrMzaQ (vyTQ7V0tlk)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6:56

>>896
카티야 지마
- 체질적으로 몸이 차갑기 때문인지 각성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절에 상관 없이 꽤 많이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따뜻한 음료를 선호한다.

901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7:16

>>899
네...

902 태식주 (wsujjOs3L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8:05

대구의 영웅이라는 화염의 창, 이지혜와의 만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지혜씨 만나기는 해야하는데!!! 만날 기회가 없어!!!!!!

그리고 헨리 파웰씨의 오랜 친구 중 하나는 누구려나
꽤 유약하지만, 강단 있는 인물로 꼽힌 바 있다.
흠....

903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8:13

혹시 추가로
1. 로뮤나
2. 빈센트한테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훌륭은 했어야지!"라고 꼽줬던 대머리아저씨
가능할까요

904 알렌주 (0Npze2t772)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8:30

>>900 몸이 약했었구나...

905 시윤주 (/nsWUaWfa6)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9:19

엘터 선생님 궁금하다

906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19:27

>>900
각성자도 고생시키는 감기라니...
그거 무시무시하네요

907 태식주 (wsujjOs3L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1:22

"만해, 회신멸지"

>>814의 시윤주의 의견대로 만해 느낌으로 만들어 왔다.

908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1:55

🤔
알렌주 혹시 그 사이에 마음 바뀌셨나요?

909 태식주 (wsujjOs3L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2:01

엘터 선생님 한탕때는 특별반 폭탄 3인방은 비교도 안될 성격이었다는데

910 알렌주 (0Npze2t772)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2:50

>>908 아 죄송합니다. 못보고있었네요...

가능하다면 거래접수 부탁드리겠습니다!

911 ◆c9lNRrMzaQ (vyTQ7V0tlk)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3:15

>>903
아시마일로스 로뮤나
- 대체 아시마일로스가 뭐냐.. 고 할 수 있지만. 2세대 당시 멸문한 아시마일로스 문파의 후계자. 그녀가 극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아시마일로스의 특수한 의념 활용법이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은 적다.

미씨온 카드번
- UHN의 중직에 발을 담고 있는, (구)일성 길드의 이사. 그러나 권력 싸움의 과정 중 실각하여 현재는 UHN의 전략기획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의념 각성자로 포지션은 서포터. 선동과 언변이라는 두 기술을 B랭크로 보유하고 있어 이 캐릭터와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쩐지 자신의 실수나 문제를 파헤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즉, 가스라이팅과 선동에 있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

912 ◆c9lNRrMzaQ (vyTQ7V0tlk)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3:56

>>905

각성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절에 상관 없이 꽤 많이 감기에 걸렸다.

913 토고주 (8Sh62idslc)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4:07

꺠시라이터

914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4:22

마음 바뀌셨으면 두 분이서 다시 상의해보시고 결정되면 다시 불러주세요.

>>891 붉은 과일....왜 싫어하는지 알 거 같네요...😭

화이트 엔젤은 처음 들어보는 포지션명이네요...! :0

915 태식주 (wsujjOs3L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4:35

일성 관련 인물 한번 나오지 않았었나

916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6:17

>>910 네넹!

>>898 이지혜씨가 태식이리 커플이랑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917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26:22

>>912

난독 ㅈㅅ

918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30:16

>>909 앗 그런 언급 예전에 본 거 같기도요...
저 그러고보니 엘터쌤 tmi도 궁금함다!!

>>911
아시마일로스는 문파의...(아마도 스승의?) 이름에서 온 것이었군요...

않이 그리고 저 아저씨 생각보다 무서운 아저씨였던 것ㄷㄷ...
이런 쪽으로 특화된 각성자도 있균요...

919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31:21

>>915 (태식아재 봄)

920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37:01

태식아재가 과거에 일성 길드 소속 아니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미씨온과는 악연이 될 수도...

921 태식주 (wsujjOs3L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46:05

아니 채식이는 청양길드라고 지금은 사라진 중소길드야....

일성 길드는 신한국 3대 길드 아닌가?

922 앨랠래 - 빈센트 연성 1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49:04

빈센트와 베로니카, 두 광인을 제외한 모든 것이 평범한 도시의 시간마저 평범한 대낮이었다. 하늘에 흰 몸을 뉘여 둥둥 떠다니는 구름도, 침묵한 채 달리는 자동차도. 모든 것이 평범했다.

자동차가 온다. 약속이라도 한듯, 두 발짝 뒤로. 어디선가 시비가 붙었다. 자연스럽게, 바윗돌을 만난 계곡물처럼 돌아간다. 당연했다.

둘은 말려드는 모든 것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더럽고 끔찍한 파멸을 안겼으니까. 호기심에 지시했던 살인 명령이 대학살극으로 번지는 것을 보았던 빈센트는, 특히 더 주의했다.

관심을 가지지 말 것. 우범 지역을 피할 것.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다니는 곳을 피할 것. 그리고 다시, 제일 중요한 것. 관심을 가지지 말 것.

빈센트는 그것을 되뇌이며 걸어가다가, 베로니카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하며 철렁한 가슴은, 평범하게 진열코너를 바라보는 베로니카를 마주하자 다시 돌아왔다.

휴우! 안도한 빈센트는 베로니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에 꽂혔는지는 몰라도, 이런 곳에 오래 있어봤자 좋을 일은 없으니. 다가가서, 베로니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빈센트?"

아기자기한 동물 그림 여러개가 모여 있었다. 몸을 왼쪽으로 기울인 채 입을 크게 벌리고 "푸하하" 웃는 다람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웃으며 "정말고마워요"라고 인사하는 햄스터, 익막을 활짝 펼쳐서 널찍해진 채 날아오며 "안아줘요"라고 부탁하는 날다람쥐, 온갖 동물들이 포근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뒤돌아보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바로 했다. 그녀의 시선은, 이 포근한 세상에서 조금 엉뚱한 노란 도마뱀을 향했다.

앨랠래.

등이 노랗고, 배 부분이 하얀 도마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앨랠래"라고 말하는 그림이었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고,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 좀 뚱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베로니카가 그 도마뱀에 왜 저렇게 꽂혔는지 알 수 없었다. 베로니카가 유년기에 이것저것 박탈당한 상태라도, 저런 것에 붙잡혀서 계속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다.

"베로니카. 그만 가자."

"...이 앨랠래. 빈센트를 정말 닮았어요."

참 갑작스럽다. 이런 거에 눈이 끌리는 것도 그렇고, 저걸 보고 빈센트를 떠올리는 것도 그렇고. 빈센트는 다시 한번, 그 앨랠래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저게 빈센트와 닮은 구석이 있나? 대체 어디가 말인가? 빈센트는 피부가 노랗지도 않았고, 혓바닥이 저렇게 길지도 않았고, 네 발로 기어다니지도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난 앨랠래 같은 말은 하지 않는데. 저런 말을 할 상황이면 그냥 입을 다물 거야."

"아뇨. 그냥... 표정이 닮았어요. 그리고... 하는 행동도."

진열대를 가로막은 유리 벽에, 베로니카의 흰 손바닥이 닿았다. 베로니카의 사선은, 한 앨랠래도마뱀이 그려진 그림으로 향했다. 앨랠래 도마뱀이 (우파루파라고도 불리는) 분홍색 아흘로틀과 함께 있었다. 그 그림을 자세히 보니 일종의 이야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저녁의 등대에서, 아흘로틀이 용기를 내어 "좋아해요."라고 말하고, 앨랠래 도마뱀이 "...앨랠래."라고 고백을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 좋아해요와 앨랠래가 벚꽃놀이를 가서, 좋아하는 솜사탕을 든 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밤늦게 감동적인 로맨스 영화를 같이 보면서, 좋아해요 아흘로틀이 감동을 받아서 울고, 앨랠래는 뚱한 표정으로 함께 본다.

"..."

그런 이야기가 왠지 알 것 같았다. 베로니카는, 자신을 저 아흘로틀에, 빈센트를 도마뱀에 투영했다. 물론 저 '좋아해요'는 베로니카처럼 수백명의 사람을 순식간에 학살할 능력도, 의지도 없겠지만... 좋아한다고 말하고, 감성이 풍부한 면이 있는 게 그랬다. 그리고 저 앨랠래 도마뱀은,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뚝뚝했고, 언제나, 무서울 정도로, 그리고 화날 정도로, 무표정을 유지했다.

"왜 저걸 보고 날 떠올렸는지 알겠네."

"...네."

앨랠래. 앨랠래. 빈센트는 그것을 보다 보니, 퍽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베로니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불안한 이에게, 정서적 위안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빈센트는 이 진열대를 놔둔 가게의 간판을 확인했다. 아마 인형가게일 것이라 생각했다. 괜찮은 인형 몇 개에, 귀여운 그림 하나만 사 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굉장한 이름이 붙어있었다.

대한민국 미확인동물학 연구소
-미확인동물 관련 작품도 취급

"어..."

미확인동물. 빈센트는 미국에서 그것을 너무나도 많이 봤다. '크립티드'라고도 하고, 미지생물이라고도 하고, 신비생물이라고도 하고. 하지만 빈센트처럼 (윤리는 몰라도) 이성은 똑바로 장착한 이들은, 그것을 '허구의 동물'이라고 제대로 불렀다. 빈센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그 앨랠래와 좋아해요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그 옆에는... 온갖 이상한 이름이 붙어있었다.

'좋아해요아흘로틀'

'앨랠래왕도마뱀'

"베로니카. 가자."

빈센트는 베로니카의 팔목을 잡았다. 어디가 됐던 여기는 일단 벗어나고 싶었다.

"빈센트?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조금 있다가 설명할게. 일단 가자."

개인적으로, 이런 이상한 것에 푹 빠진 미친놈들은 범죄자보다도 더 무서웠다. 최소한 범죄자는 빈센트를 죽이려고 하거나, 빈센트에게 위해를 입혀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재산, 상해 청부, 뒷조사 등)을 이루려는 불법적인 목적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그들에게 쉽게 무력을 쓸 수 있었고, 만약 아동 성범죄자나 스너프 제조범 같은 두발로 걷는 짐승이었다면 산 채로 태워죽여도 경찰이 고맙다고 박수를 치고 유족들이 사례금까지 챙겼다.

하지만 이 사이비들은 아니었다. 새시대 교회, 미확인동물학자, 일루미나티 사냥꾼들은 이상한 인간들, 아무리 나쁘게 불러도 "미친놈"이라는 말이 한계인 치들이었다. 빈센트는 이들을 불로 태우고 싶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저는..."

"아! 미확인동물 보러 오셨나?!"

기쁨과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옆을 바라보면 쓸데없이 쾌활해보이는 아줌마가,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쓴 채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빈센트가 망했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 동안, 베로니카는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을 보고 기뻐서 미소를 지었다.

"네. 여기 동물들이 귀여워서..."

"안에 더 있어요! 두 분만큼 예쁜 거 많아!"

대체 무슨 힘인지, 빈센트와 베로니카는 아줌마에게 붙들려 미확인동물 연구소로 끌려 들어갔다. 안에는... 가게 이름이 그렇지만 않았다면 참 좋았을 것들이 많았다. 한 쪽에는 인형, 반대편 쪽에는 먹이용으로 쓸만한 밀웜 등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가게 이름이 그렇기에 거기서 모든 비극이 시작되었다.

"어머, 이건 뭔가요?"

"아, 그건..."

아줌마는 자신의 역작(이자 빈센트를 위한 지적 고문)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베로니카는 그 선혈처럼 붉은 눈에, 초롱초롱한 빛을 띄우고 경청했다. 빈센트는 남의 말을 잘 듣는 방법이 아니라, 남의 말을 안 듣는 법을 못 배운 걸 후회했다.

"이건 안아줘 쥐에요. 안아주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사람을 보면 안아달라고 날아들지. 하지만 다들 안아줘요날다람쥐랑 포옹한 걸 잊으려고 한다우."

"정말요? 저도 이런 날다람쥐는 꼭 안아보고 싶어요!"

"아, 이 친구는 잘했어요달팽이인데..."

빈센트는 이걸 진지하게 믿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 인간들 중 하나에 베로니카가 들어간다는 데 이르면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이 앨랠래랑 좋아해요는 특히 귀여워요."

"아! 이건 나도 직접 봤지! 앨랠래왕도마뱀, 좋아해요아흘로틀. 둘 다 귀엽지만 나름의 생태가 있답니다. 앨랠래왕도마뱀은 뱀목 앨랠래도마뱀붙이과에 속하는 몸길이 50cm의 미확인동물인데, 저 얄밉게 내민 혀로 내는 소리가 앨랠래라고 들려서 앨랠래왕도마뱀이라 한답니다."

"와아..."

"좋아해요아흘로틀은 도룡뇽목 점박이도룡뇽과의 동물인데, 이 동물은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동물을 만나도 전부 진정시키고 친구가 되는 신기한 친교호르몬을 발산한답니다."

빈센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부던히도 노력했지만, 아줌마와 베로니카는 질문과 답변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좋아해요아흘로틀은 부러워요."

"어떤 게 말인가요?"

베로니카는 손가락을 맞대고 비비다, 빈센트 쪽을 바라보았다. 신나게 미확인동물학 강의를 듣던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곁눈질하며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날 싫어하는 사람이랑, 친구도 될 텐데요."

베로니카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손을 잡고 걸어보고, 배도 같이 타고, 바다도 같이 가보고 싶다고. 아줌마는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었지만, 빈센트는 이제 청각으로 고통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그이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은 어떨까요.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했던 손은 거칠까요, 아니면 부드러울까요..."

빈센트는 힐끔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유난히 슬퍼보였고,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 있었다. 뭐, 이러면 오히려 좋다. 축제 분위기에 입 닫고 우거지상으로 앉아있는 것보다, 초상집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훨씬 쉽고 알맞으니 말이다.

"..."

아줌마가 빈센트를 쳐다보며, 턱짓으로 눈치를 주었다. 찡그린 눈썹은 대체 이 여인에게 뭔 짓을 했냐고 물었고, 치뜬 눈은 빈센트의 의도적인 무관심을 질책했고, 달싹대는 입은 뭐라도 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

하지만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는 동작도 안 했다.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책임질 의무는 부여받았지만, 베로니카를 좋아할 의무 따위는 받은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믿을 것 참 많은 시대에 크립티드 같은 이상한 것이나 주워섬기는 미친 인간에게 빈센트의 행동을 강제할 권리도 없었다.

923 앨랠래 - 빈센트 연성 2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49:27

"...아가씨. 그럼 내가 좋아해요 페로몬 좀 줄까?"

"네? 그게... 뭔가요."

아줌마는 이상한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냄새가 너무 강해서, 옆에 멀찍이 앉은 빈센트도 그 복숭아향을 느낄 수 있었다. 빈센트가 너무 강한 향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는 동안, 아줌마는 그 페로몬에 엮인 내력을 말해주었다.

"이 페로몬 덕분에 좋아해요가 다른 사람이랑 친해질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아줌마는 빈센트의 몸에도 스프레이를 뿌렸다. 기분이 나쁠 정도의 과한 냄새가 뇌를 찌르는 느낌이었다.

"이게 우리 연구소 최고 효자상품이랍니다. 좋아해요를 다들 좋아하더란 말이지..."

빈센트는 눈을 감고, 그 미확인동물학자 아줌마가 떠들게 두었다. 베로니카도 떠들건 말건, 어쨌든 저런 허무맹랑한 것을 주워섬기는 베로니카가, 피를 보고 미쳐서 다 죽여버리겠다고 날뛰는 베로니카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 끝에, 빈센트를 돌아보면서, 빈센트까지 죽여서 이 참극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겠다고 다가오는 베로니카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

어느새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났다. 이야기는 끊길 듯 말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졌지만, 점점 끝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센트는 기지개를 켜서 찌뿌둥한 느낌을 쫓아내고, 베로니카는 온갖 선물을 다 받았다. 좋아해요 인형, 앨랠래 인형, 좋아해요의 페로몬 스프레이. 그 외 기타등등. 베로니카는 이 많은 것들을 그냥 받아도 되는지 물었고, 아줌마는 사람 좋게 웃었다.

"이걸 제가 다 받아도 될지..."

"하하. 물론이죠. 아가씨. 요즘 내 이야기 들어주는 젊은이가 참 오랜만이야."

"...후우..."

빈센트는 입을 꽉 다문 채로 악문 이를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은 숨길 수 없었고, 그 한숨은 분위기를 차갑게 얼렸다.

"..."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요. 가 봐요. 다음번에도 꼭 오고."

그 말이 나오자, 빈센트는 속으로 안도하며 먼저 일어났다. 빈센트는 먼저 바깥으로 나가고, 베로니카가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 딱히 관심도 없었는데 베로니카 때문에 또 엮인 귀찮은 일이 끝났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따라온 베로니카가 빈센트의 생각을 방해했다.

"저기, 빈센트..."

"...왜."
베로니카는 빠른 걸음으로 빈센트 앞을 막아섰다. 또 시작이다. 빈센트는 베로니카보다 훨씬 낮은 자신의 레벨과, 훨씬 약한 신속을 원망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 손에 좋아해요, 한 손에 앨랠래를 든 그녀는 수줍게 빈센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걸을까요?"

"아까 전부터 계속 걷고 있었잖아."

"아, 하하..."

베로니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빈센트의 옆에 따라붙었다. 그리고, 남들은 전혀 관심없는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줄줄 읊어대는 버릇이 옮았는지, 빈센트를 또다시 고통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 앨랠래왕도마뱀, 언제 봐도 귀여워요. 어떤 상황에도 앨랠래라고 말한다는게... 정말로 엉뚱하잖아요."

"...그래. 그렇네."

"그리고 좋아해요는... 정말로 모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죠. 그리고 더 재밌는 건, 무뚝뚝한 앨랠래도 좋아해요는 좋아하는 거에요."

"...그래."

길고 쓸데없는 설명. "그렇구나"라는 짧은 대답, 그것이 계속 반복되었다. 분명히 길게 말하는 게 힘들고, 짧게 일축하는 게 쉬워야 했건만, 빈센트는 점점 지쳐갔고, 베로니카는 전혀 지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빈센트는 베로니카가 좋아해요와 앨랠래의 관계를 현실에 투영하려고 하자...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누군가의 좋아해요가 될 수 있을까, 제 좋아해요는, 제 옆에 있을 앨랠래의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저기, 베로니카. 그동안 많이 떠들었으니까 내가 좀 말해도 될까?"

"아, 네."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멋쩍은 웃음은 얼굴에서 가시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 빈센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빈센트는 웃는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좋지 않았지만, 상대는 무려 가디언 아카데미 졸업 예정자를 두 명이나 살해한 미친 범죄자임을 상기하며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할게, 너가 널 좋아해요라 생각하건, 싫어해요라 생각하건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그거 알아? 난 앨랠래가 아니고, 저 멍청하게 생긴 노란 등짝 왕도마뱀도 아냐."

"...네?"

"아니라고. 이걸 굳이 다시 설명하고 싶진 않은데."

짜증 섞인 목소리에, 베로니카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베로니카는 좋아해요 인형과 앨랠래 인형을 꼭 껴안고, 마치 혼나는 소녀처럼 오그라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구멍 찾은 쥐마냥 먼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게 있으면... 귀엽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그래서 있어? 분홍색 좋아해요아흘로틀이랑 앨랠래왕도마뱀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거야?"

"자, 잘 모르겠지만...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있으면 좋지 않겠냐. 빈센트는 저 말을 싫어했다. 어떤 진술의 사실과 거짓 여부를, 사실일 때를 가정한 '감정'에 호소해서 어떻게든 증거의 부존재를 덮어버리려는 한심한 시도니까. 그리고 그 한심한 시도가 한심한 인간들에게 너무도 잘 먹혔으니까. 빈센트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래. 있으면 넌 좋겠지. 그런데, 있으면 좋겠다는 건 증거가 아냐."

빈센트의 무심하던 눈에, 분명한 감정이 담겼다. 베로니카는 붉은 눈에 보이는 감정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두려워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총칼은 몰라도 말은 뒤로 물러난다고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빈센트는, 베로니카의 가슴에 세 치 혀로 대못을 박았다.

"난 항상 그렇게 생각해. 내 앞에 서 있는 게 가디언 아카데미 학생 2명을 살해하기는커녕 무단횡단 한번 해 본 적조차 없는 준법시민이고, 피를 봐도 미쳐서 날뛰지 않고 그냥 피가 흥건하다고 생각하고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네... 네?"

"매일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부정할 필요 없어. 그거랑 완전히 똑같으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나는... 나는..."

베로니카가 훌쩍이는 동안, 빈센트는 UHN 담당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했다.

'잘 지내 봐. 한 쪽은 법의 ㅂ자도 모르는 사적제재 살인마, 나머지 한 쪽은 다른 것도 아니고 가디언 아카데미 졸업예정자 두 명을 죽인 미친년, 끼리끼리 잘 어울리는구만.'

"퍽이나 어울리는군."

빈센트는 혀를 차며 표정을 구겼다. 생각해보면 공통점은 있었다. 빈센트는 범죄자를 태워 죽이는 예비 범죄자고, 베로니카는 가디언 생도를 둘이나 죽인 미친 범죄자였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공통점이 빈센트가 베로니카를 좋아해야 할 이유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빈센트고, 베로니카는 베로니카였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빈센트! 하지만 저는...!"

그리고 가려는데, 베로니카가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빈센트를 붙잡았다.

"당신을 좋아해요. 다른 모든 이들에게 원망받고, 증오를 받더라도, 당신한테는... 관심을 받고 싶어요."

"..."

"옆에 같이 있고 싶어요. 빈센트한테 칭찬도 받아보고 싶고, 같이 손도 잡아보고 싶고...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인형들도 당장 버릴게요. 그러니까..."

또 사랑 이야기다. 빈센트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일방적인 고백은 폭력에 불과하다'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다잡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베로니카가 울먹이고 있었지만, 빈센트가 알 바는 아니었다.

"옆에 있잖아. 그것만으로 난 충분히 힘드니까 그 이상은 요구하지 마. 넌 너고, 난 나야. 간단하잖아. 난 널 구원하러 온 천사도 아니고, 이 세상이 너한테 내려준 선물도 아냐. 그냥 나는..."

헉, 베로니카는 그 말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섰다. 그리고 빈센트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야."

"..."

그렇게 끝났다. 훌쩍이던 베로니카는 울기 시작했다. UHN에게 애 달래주는 짓거리까지 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기에, 빈센트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에게, 빈센트를 따라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 테니까.

"...그래요. 그래도...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빈센트."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924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49:49

>>921 앗.. 그렇군요...

925 앨랠래 - 빈센트 연성 3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49:53


...그리고, 빈센트와 베로니카는 여느 때처럼 인적이 드문 곳을 따라 걸어갔다. 시비가 걸린 곳을 피해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서.

"..."

"..."

아까 전보다 더 조용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만큼 사람도 없고, 만약 일이 났을 때, 죽을 사람도 없으니까.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면, 좀 험한 길로 가는 건 언제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아까 전에 짜증나게 굴던 베로니카도 이제는 조용하니, 빈센트는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집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들어가면 오늘 있었던 찝찝한 일들을 다 씻어내리라 생각하며.

하지만 그 순간, 빈센트는 허벅지를 파고드는 고통에 눈을 떴다.

"이런 씨ㅂ..."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빈센트는 인적이 드문 곳의 문제를 새삼스레 기억해냈다.

인적이 드문 곳은 관심을 잘 받지 못한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곳은, 고장난 그 상태 그대로 버려진다. 망가지고 고장난 것들은,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슬픔과 고독을 날카롭게 갈고 닦고, 거기에 파상풍균이나 게이트 너머에서 흘러 들어온 기괴한 병원성 미생물들을 장식처럼 흩뿌리곤 한다. 오히려 너무 많은 나머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천 조각으로 흩어진 유리창, 인간의 발길이 자신을 박살내주기를 바라는 낡은 널빤지, 부적절하게 폐기된 주사바늘, 그리고 이번에 빈센트의 허벅지를 물어버린 것은 녹슨 못이었다. 빈센트가 반사적으로 뒷걸음치자, 빠져나온 못이 빈센트의 붉은 피를 머금고 붉게 웃었다. 베로니카와의 안 좋은 감정과는 별개로, 베로니카와 붉은 피의 관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이 현장을 보고 저지를 짓을 생각하니, 온 몸의 피가 허벅지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베로니카, 절대 여기로 오지..."

"걱정 마요. 빈센트. 다 봤어요."

이런 썅.

빈센트는 눈을 감았다.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바로 뒷편에서 들려왔다. 베로니카의 숨결이, 분명 따뜻한 입 안에서 나왔을 숨결이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이렇게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진다면,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이렇게 쾌활하다면, 빈센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빈센트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을 토대로 예상한 그녀의 첫 번째 행동은...


"윽!"


...그리고 실제로 일어난 행동은, 가만히 굳어있는 빈센트의 등에 칼을 꽂아넣는 것이었다.


빈센트는 주저앉았다가, 겨우 몸을 돌려서 벽에 기댔다. 등을 기대고 올려다본 베로니카는, 정말로 무서웠다. 이 상황에서도 그녀가 아름답게 보였지만, 그 아름다움은 이 상황에서 그저 공포에 또다른 색채를 입힐 뿐, 빈센트를 돕지 않았다. 한 술 더 떠서,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목젖에 칼을 겨눴다. 그리고 그 칼은, 점점 빈센트와 가까워졌다.

"...빈센트.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순 없었던 건가요?"

베로니카가 물었다. 빈센트는 죽는 입장, 베로니카는 죽이는 입장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절박함이, 슬픔이 느껴졌다. 빈센트는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자신이 뭐라고 대답하건 '베로니카가 빈센트를 살해했다'는 사실 관계는 절대 뒤바뀌지 않을 것임을 금방 깨달았다.(그도 그럴 것이, 빈센트가 말 좀 한다고 진정할 광증이었다면 애초에 빈센트와 베로니카가 만날 일이 있었으랴.) 그렇기에 빈센트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개를 소라고 말할 순 없고... 다 타서 숯덩이가 된 소고기를 ...레어 스테이크라고 말할 순 없어.... 미안해.... 나도 널 사랑한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그렇군요."

쾌활하던 베로니카의 표정에 슬픔이 찾아왔다.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보더니 한숨을 쉬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슬픔을 꺼냈다.

"당신을 처음 본 날부터, 당신을 미워했던 적은 없어요. 그저 걱정했을 뿐이에요. 당신이 날 영원히 미워하게 되면 어떻게 할까, 당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동시에 꿈꿨어요. 빈센트, 당신이랑 함께하고, 내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칭찬이 돌아오고, 가끔씩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당신을요."

"...그것 참... 쿨럭... 헛된 꿈이네..."

"맞아요. 헛된 꿈이죠. 제가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게 슬퍼요. 이렇게..."

베로니카는 양 손을 빈센트의 머리로 가져갔다. 빈센트는 이 다음에 베로니카가 할 짓을 떠올리고 이를 악물었다. 어쩌면 베로니카가 빈센트의 두 눈을 뽑아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끔찍한 고문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으극."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시력 대신 숨을 거둬갈 생각이었다. 빈센트의 목이, 자기보다 훨씬 강한 자의 양 손에 졸렸다. 숨이 막히니, 눈을 안 뽑힌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이대로 죽게 생겼다는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각성자의 높은 영성도, 훨씬 강한 자가 목을 조르는 이 상황 앞에서는 무력했다. 빈센트의 두 눈이 베로니카를 노려보고, 베로니카는 그 증오스러운 시선을 만끽하며 황홀하게 웃었다.

"아아... 좋아요. 당신은 한번도 제 마음대로 움직여준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 손으로, 내 두 손으로... 당신에게..."

빈센트의 삶의 불꽃이, 그동안 중요성을 잊고 있었던 공기를 생각하면서 빠르게 꺼져갔다.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면서 황홀감을 느끼는, 변태 살인범 베로니카의 손이 그 범인이 될 차례였다. 빈센트는 자신의 그 어떤 행동도 무의미함을 인정했다. 빈센트의 마도는 베로니카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고, 마도도 안 통할 판에 빈센트의 빈약한 손으로 베로니카를 쳐내는 건 백일몽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한 짓이었다.

그저, 숨 쉴 권리조차 박탈당한 이후의 세상은, 정말로 조용할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을 뿐이었다...



"좋아해요."


그런데 그 순간, 웬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빈센트의 목을 조르던 끔찍한 압력이 사라졌다.

"커헉! 쿨럭! 쿨럭!"

빈센트는 기대는 것조차 힘들어 그대로 쓰러지고, 밀린 숨을 몰아서 쉬었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관자놀이를 바닥에 기댄 채로 눈동자만 움직였다. 어떻게든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했다.

"좋아해요."

가까이에 베로니카의 검은 치맛자락이 보인다. 시선을 좀 더 멀리에 두면, 빈센트의 허벅지를 찌른 대못이 보인다. 그리고 좀 더 멀리, 좀 더 멀리를 보면...

"이게 무슨...?"

"좋아해요."

좋아해요, 미확인동물 연구소에서 봤던, 좋아해요아흘로틀이 그 자리에 서서 베로니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로니카도 그것을 실제로 볼 생각은 못 했기에,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좋아해요를 바라보았다.

좋아해요는 목 양쪽에 막대처럼 길쭉하게 돋아난 아가미를 펼친 채, 입을 벌려 행복하게 웃으며, 눈 앞에 있는 모두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좋아해요."

"..."

베로니카는 그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빈센트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호흡을 회복한 빈센트는,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저... '좋아해요'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분명히 미확인동물 연구소에서 본 그 모양이었다. 타원형의 머리에 달린 6개의 아가미를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흔들며, 짤막한 두 다리와 두꺼운 꼬리로 선 채, 입을 벌리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 동물이었다.

"...난 이렇게 슬픈데, 넌..."

"좋아해요."

베로니카는 웃고 있는 좋아해요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베로니카는 제 손으로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한다는 슬픔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저 동물은 베로니카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연덕스럽게 좋다고 웃고 있었다. 남이 슬픈데 혼자 웃는 이는 쉽게 미움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베로니카는, 빈센트를 죽이기 전에 저 좋아해요를 먼저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빈센트는 충격에 빠져서, 자신의 인지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지각은 생각보다 속이기 쉽다고, 있는 것도 없다고 착각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착각한다고. 저건 분명, 죽기 직전까지 몰려서, 현실과 상상을 구분해서 처리하는 법을 잠깐 까먹은 뇌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좋아해요는 없어. 좋아해요는 없어..."

빈센트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문 채 되뇌었다. 그리고, 분명 눈을 뜨면 저것이 없을 것이라 상상하면서 눈을 떴다.

"좋아해요는... 이런 젠장."


그리고 빈센트의 '착각한 시야'에, 이제는 앨랠래왕도마뱀까지 나타났다. 앨랠래는 네 개의 짤막한 다리를 움직여서 좋아해요 옆에 서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빈센트와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혀를 쭉 내밀고, 숨소리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앨랠래."


"...앨랠래?"


베로니카는 땅에 떨어뜨린 칼을 주웠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하나는 베로니카의 비극 앞에서 웃고, 또 다른 하나는 무뚝뚝하게 비웃는다. 죽여야 할 대상이 두 개나 늘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저런 작은 동물쯤이야 베로니카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베로니카는 험악한 표정으로, 두 미확인동물에게 다가갔다.

"젠장..."

비록 인간은 아니었지만, 이 일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생명이 죽게 됐다. 두 동물에게서 눈을 떼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어 힘겹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게 빈센트가 그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였다.


그리고, 두 동물은 빈센트의 호의에 보답이라도 하는지... 이변을 일으켰다.

"좋아해요."

"...어?"

좋아해요아흘로틀이 두 다리로 폴짝 뛰어오르자, 베로니카의 움직임이 멈췄다. 베로니카는 양 손으로 얼굴을 싸맨 채, 자신의 머리를 덮친 혼란과 싸우려고 애썼다. 하지만 좋아해요의 옆에 서 있던 앨랠래가, 베로니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앨랠래."

"으큭?!"

앨랠래, 짧은 말소리와 함께 앨랠래의 혀가 길쭉하게 늘어났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까지 늘어난 혀가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저항할 새도 없이, 일반인이었다면 목이 잘릴 수준의 압력이 베로니카의 경동맥을 막아버렸다.

"...앨랠래."

그리고 앨랠래가 자신의 혀를 풀면, 베로니카는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베로니카?!"

926 앨랠래 - 빈센트 연성 4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0:07

베로니카가 땅바닥에 쓰러지고, 베로니카 너머에 있던 앨랠래가 시야에 확실하게 들어왔다. 빈센트는 두 눈으로 그 '앨랠래'를 바라보았다. 앨랠래왕도마뱀의 등 부분은 진한 노란색의 비늘이 윤기를 자랑하며 빛났고, 부드러운 아랫배는 연한 노란색으로 수줍게 숨겨졌다. 그 몸통을 짤막한 다리 네 개와 몸통만한 꼬리로 지탱했고, 얼굴 표정은 정말로 무뚝뚝했다.

"...앨랠래...왕도마뱀..."

빈센트는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하기 위해 한참을 소모해야 했다. 베로니카가 자신을 죽이기 직전, 실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좋아해요아흘로틀과 앨랠래왕도마뱀이 나타났다. 그리고 좋아해요아흘로틀이 베로니카를 혼란 상태에 빠트리고, 앨랠래왕도마뱀이 베로니카의 목을 휘감아서 기절시켰다. 두 미확인동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저 두 동물이 베로니카를 이렇게도 쉽게 제압했다는 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쿨럭... 쿨럭... 제기랄..."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빈센트의 그 어떤 정교한 상상도, 베로니카를 막지 못했다. 베로니카를 혼란에 빠트리지도 않았고, 베로니카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지도 않았다. 베로니카가 앨랠래에게 목이 졸려 쓰러졌다는 건, 눈 앞에 진짜로 쓰러져있는 베로니카가 제 존재를 담보 삼아 증언하고 있었다. 어쨌든, 빈센트가 베로니카를 싫어하건 말건, 미확인동물이 없다고 생각했건 말건,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이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상체를 일으켜, 힘겹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으... 안 좋은데..."

좋아해요와 앨랠래가 빈센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베로니카를 일격에 제압하는 생명체라면, 빈센트를 사냥하기 위해 5초의 시간도 아까울 것 같았다. 인간이 총을 개발한 이래 한동안 잊고 있었던 피식자의 공포가 빈센트를 엄습했다. 언젠가 죽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

바람 앞의 촛불처럼, 점점 흐릿하게 꺼져가는 눈동자가 두 포식자를 눈에 담았다. 멋지게 죽는 것은 실패했으니, 최소한 웃기게 죽는 것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빈센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저 동물의 울음소리를 따라해보기로 했다.

"...후우...윽."

구멍 난 허벅지에서, 칼에 찔린 등에서, 빈센트가 말할 힘과, 말할 단어가 모두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어떻게든 입술을 달싹일 힘을 그러모아, 빈센트가 말했다.

"...앨랠래."

그리고 그와 함께, 앨랠래와 좋아해요가 나타난 것만큼이나 기괴한 이변이 나타났다.



"...나는 존재해."

앨랠래가 말했다.

꺼져가던 빈센트의 인식이, 갑작스런 말소리에 다시 힘을 얻었다. 빈센트는 눈을 뜨고 앨랠래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앨랠래'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로, '나는 존재해'라고 선언했다. 빈센트 같은 인간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동안 존재를 의심받아온 미확인동물의 입에서 나온다 생각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존재한다고, 나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존재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의 절규를, 저 짧은 한 마디로 함축한 것 같았다.

빈센트는 후견인들이 자신을 숨기려 들고, UHN이 자신을 그간의 범죄와 함께 묻어버리려 했던 것을 생각하며,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며 말했다.

"...나도 존재해."

그리고, 앨랠래는 빈센트를 보고 물었다.

"존재. 너에게 존재한다는 건 뭐야?"

죽기 직전의 철학 시간이라, 빈센트는 피식 웃으며, 피가 줄줄 새는 허벅지를 옷가지로 틀어막았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번 시간으로 대답했다.

"그건... 힘들어."

"...나도 그래. 너희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상에 내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거든. 그렇기에, 나는 너희처럼 오래 생각하고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그래?"

솔직히 말해서, 빈센트는 앨랠래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대화가 어딘지 재밌게 느껴져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풀소리, 새가 우는 소리, 벌레가 자그락대는 소리, 이 모든 자극들이 내 신경을 잡아 끌지만 거기에 생각을 뺏겨서는 안 돼. 그러면 내 존재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거든."

"네 존재가... 사라진다고?"

빈센트가 묻자, 앨랠래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실체'라는 축복을 받은 너희는, 이 세상의 모두가, 심지어는 스스로가 자기가 누군지를 잊더라도 육신에서, 전두엽 한 구석의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는 뉴런으로 존재해. 하지만 나는 아냐. 내 존재는 항상 망각에게 쫓기고 있어. 만약 나조차 나를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면, 나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겠지."

자기 자신이라도 기억해야 하는 존재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두뇌 회전에 도움을 줄 당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의념으로 뇌를 강화한 상태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인데, 질질 흐르는 피를 막기도 힘든 빈센트가 어찌 이해하리오. 하지만 앨랠래는 그런 빈센트의 상태로 이해하고는, 자신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나는 앨랠래왕도마뱀. 뱀목 앨랠래도마뱀붙이과에 속하는 몸길이 50cm의 동물이야. 수명은 이론상 무한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6개월이나 심하면 1개월에서 끝나지. 하지만 너가 진실로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정보는 이게 아닐거야."

"..."

"나는 '사고호흡형 생명체'에 속해. 사고호흡형 생명체는 신경망을 가진 수많은 개체들의 분명한 상상과 믿음을 바탕으로 살아가지. 하지만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그렇게 묻혀서 망각으로 사라지게 생긴 참이었어. 그래도 인간이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뇌를 가진 시점부터 생존해 있었는데... 하지만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준 한 여자와, 내 존재를 고찰해준 한 남자가 있었기에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일지도. 그러니까 말할게..."

앨랠래는 혀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검은 눈동자에 밝은 눈빛이 생겨났다.

"...고마워. 이 세상에 내가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은커녕, 상상으로라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

"...그렇구나."

그래. 존재했구나.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좋아해요를 바라보았다. 좋아해요도 빈센트를 바라보면서, "좋아해요!"라고 크게 외쳤다. 하지만 좋아해요에게 할 말은 생각나지 않아서 말을 고를 때, 앨랠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너 정말 많이 다쳤구나. 내가 치료해줄게."

그 말과 함께, 앨랠래와 좋아해요가 빈센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작은 다리로 베로니카를 타고 넘어와서, 빈센트의 몸 위로 올라타는 게 여간 힘들어보였다. 빈센트는 그들이 귀여우면서도 영 못미더워서 물어보았다.

"고마운데... 너희가 날?"

"그래. 생각만으로 존재를 유지해야 하다 보면, 생각만으로 내 행동을 정의할 수도 있거든."

"...좋아해요."

좋아해요, 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빈센트의 몸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구멍이 났던 등의 뒷편은 빠르게 메워졌고, 허벅지를 통해 줄줄 흐르던 피도 사라졌다. 이상하게도, 빈센트의 피로 물든 옷까지 전부 말끔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서서,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가 묻어있던 베로니카의 몸도 깨끗해졌다. 원래 이런 이변은 빈센트가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앨랠래와 좋아해요의 존재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고마워.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지?"

빈센트는 두 동물에게 감사를 표했다. 앨랠래와 좋아해요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빈센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우리는 떠날 거야. 우리의 존재를 생각하고, 서로를 생각해주면서, 언젠가 사진에도 잡히지 않는 우리들을 모두가 기억해주기를 꿈꾸면서."

"...그렇구나. 그러면... 이렇게 떠나는 건가?"

"그래.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할 게 있어."

"그래. 뭔데?"

빈센트는 가볍게 물었다. 그 뒤에 찾아올, 그의 인생을 바꿀 충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이 여자... 베로니카 말이지. 지금보단 더 잘 대해줬으면 해."

"...뭐?"

빈센트가 눈을 크게 뜨면, 앨랠래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너도 알잖아. 이 세상에서 널 유일하게 좋아해주는 사람. 널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바로 네 앞에 있잖아. 이 여자가 너한테 계속 말했잖아."

"좋아해요."

"...라고."

앨랠래가 말하고, 좋아해요가 거들었다. 빈센트는 베로니카를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말이야 많이 했다. 항상 빈센트를 사랑한다, 빈센트 없으면 죽는다, 온갖 주접은 다 떨었으니까. 하지만, 생명을 구해준 은인의 충고라도 솔직히 영 떨떠름했다.

"하지만, 알잖아. 나는... 범죄자를 싫어해. 그리고 얘는..."

"...알아. 네가 베로니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베로니카 같은 부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 너는 실체가 있으니까,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너를 모른다고 해도 존재하겠지.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홀로 존재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네 삶을 돌이켜보면 그랬잖아."

"...그랬지."

그렇긴 그랬다. 빈센트는 항상 부외자였고, 자기 일 잘 하는 동료였고, 어딘가 마음이 아파 보이지만 큰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딱 거기까지였으니까. 모두에게 언제라도 잊혀질 직장 동료, 딱 그런 존재였다. 그렇기에, 생각해보면... 베로니카는 그런 세상에서, 빈센트를 생각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빈센트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입꼬리를 잠깐 올렸다가... 다시 그녀를 미워할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은..."

"...이 사람에게 기회를 줘. 베로니카를 위해서 그럴 수 없다면, 너를 위해서 그래 봐. 너가 말했듯이, 너는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는 없어. 하지만, 너는 베로니카에게 기댈 구석이 될 수 있고, 베로니카 역시 너한테 그럴 수 있으니까."

앨랠래가 말을 끊었다. 하지만,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라서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지난 날을 돌이켜보았다. 베로니카를 죽이려고 애썼던 시절, 포기하고 나서 도구로 생각했던 시절, 괴물로 취급했던 시절... 그 많은 시절들이 생각났다. 베로니카는 빈센트 때문에 온갖 험한 꼴을 보면서도, 빈센트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세상을 살면서 친구도 몇 없던 빈센트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가끔씩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살 사람을 한 명 정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한 명이, 베로니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려는데, 빈센트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빈센트의 마음 속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은 누군가를 품어줄 수 없었으니까. 가까이 다가가면 전부 불탔으니까.

"...정말 좋은 말이야. 정말 좋은 충고야. 하지만... 내 과거를 아니까, 내 의념도 잘 알겠지. 나는 불이야. 모든 것을 태우는 불. 나랑 가까이 있는 것들은 전부... 불타버릴 걸. 저 여자도 똑같이."

그렇게 말하자, 앨랠래는 잠시간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빈센트에게 잘 모르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래."

앨랠래는 좋아해요를 바라보았다. 좋아해요는 잠시간 아기 같은 팔을 꼬물거리더니, 품에서 막대기형 폭죽을 꺼내 불을 붙였다. 폭죽은 하얗게 빛나면서, 앨랠래의 노란 피부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혔다. 앨랠래는 그 불꽃을 흡족하게 바라보다가, 빈센트에게 설명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법도 해. 이해해. 그동안 네 불은 적을 태우고, 모든 것을 잡아먹는 불꽃이었으니까.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어. 네 불꽃은 단 한 번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구원했잖아. 울고 있던 한 소녀에게, 네 불꽃은 난파선을 위한 등대였고, 무거운 혹한을 녹여주는 따뜻한 난로였고, 영혼을 가둔 문을 열어줄 열쇠였어. 한 마디로... 너는 베로니카에게 구원이었던 거야. 네 불꽃이 사람을 구한 거야."

"..."

빈센트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앨랠래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나는 존재한다. 내 마음 속에는 불꽃이 있다. 그 불꽃은 사람을 죽이기만 하는 불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그 사례가 아주 가까이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에 누워있지 않은가.

어쩌면 빈센트는 부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정말로 다양하다는 것을. 빈센트는 미친놈이지만, 단 한순간, 단 한 면모가, 단 한 사람에게는 구원일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관계라는 것을. 그리고 사람이 그러하듯, 빈센트가 마음에 품은 불 역시 다양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그걸 부정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계속 무표정을 유지하던 빈센트는, 빙긋 웃으며 두 동물을 바라보았다.

"...이제 좀 생각을 정리한 것 같아. 네가 말한대로 노력해볼게. 정말 고마워."

앨랠래와 좋아해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해 줘. 그리고 베로니카를 꼭 껴안아주고, 네 나름의 방식으로라도 좋아한다고 표현해 줘. 어렵지 않아."

"좋아해요."

"그리고, 가끔씩, 우리들도 생각해주고. 잠깐이라도 생각해준다면, 우리 존재를 유지하는데 정말로 도움이 될 거야."

"꼭 생각할게."

그렇게, 두 동물은 몸을 돌려,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건, 빈센트와 베로니카, 그리고 바닥을 구르는 앨랠래와 좋아해요 인형이었다.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제는 약속을 실천할 시간.


빈센트는 두 인형을 주머니에 매단 채, 등에 베로니카를 업었다.



"히익?!"

등에 업힌 베로니카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죽이려고 했던 빈센트가, 이제는 자신을 등에 업은 채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빈센트는 앨랠래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무슨 말을 할까 했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일단 꿋꿋이 걸어갔다. 그러기를 몇 분, 베로니카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까 전에... 피를 봤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잘 해결했어. 걱정 마."

여느 때처럼 짧은 대답이었지만, 확연한 차이를 감지한 베로니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전의 단답이 차갑고 날카로웠다면, 이제는 부드러웠다. 베로니카를 쳐내려고 일부러 짧게 대답하는 게 아니라, 할 말이 그것뿐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베로니카는 얼굴을 붉힌 채, 조심스레 빈센트의 어깨를 꼭 잡았다. 빈센트는 처음 베로니카를 만났을 때, 그녀의 옷을 태웠던 일이 생각났다. 이제 와서 보면 좀 미안하기도 했다. 갑자기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면 새삼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걸어갈 뿐.

"...저기, 빈센트. 제가 피를 봤는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베로니카는 공포에 떨면서 물었다. 베로니카가 미치면 사람 한 둘 죽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자신이 수십명을 죽였을까 너무나도 무서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갑자기 앨랠래랑 좋아해요가 나타나서 널 제압했고, 그리고 내 상처를 치료해줬어."라는 말을 이해시킬 자신이 전혀 없어서, 그냥 적당히 답하기로 했다.

"앨랠래랑 좋아해요를 봤어."

"...네?"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입에서 천연덕스럽게 나오는 동문서답에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가디언이 나타났다, 베로니카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던 가디언 저격수가 마취총을 쏴서 베로니카를 기절시켰다, 그런 것도 아니고, 앨랠래랑 좋아해요라니. 베로니카는 빈센트가 말한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혹시 그게... 앨랠래왕도마뱀이랑..."

"좋아해요아흘로틀이야."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네가 말했잖아.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정말로 있으니까 좋더라. 그 둘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살아서 여기를 걷고 있지도 못했을 거야."

"...빈센트?"

베로니카는 빈센트의 이야기를, 좀 많이 복잡하고 배배 꼬인 철학 이야기로 알아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빈센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알아준다면 감사할 지경이니. 빈센트는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베로니카는 머뭇거리며, 빈센트에게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게 있으면 좋은 거랑, 그게 실제로 있는 건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지.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세상이 있으리라는 희망 정도는 품을 수 있잖아. 그리고, 앨랠래랑 좋아해요는 진짜 있었어."

"..."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베로니카는 말없이 빈센트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비록 베로니카한테 죽을 뻔한 날이지만, 마음은 다른 날보다도 편했다.


...그날, 앨랠래와 좋아해요가 이 세상에서 실체를 얻었다.

927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1:54

큰거왔네

928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3:28

않이
이거 웃어야해 울어야해....

아않이....😭

929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4:11

날림이지만, 계속 만지고 있으면 밑도끝도 없을거 같아 일단 완성했습니다!!!!
1. 혹시모를 표절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여기서 나오는 앨랠래와 좋아해요가 등장해서 빈센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2. 그리고 앨랠래와 좋아해요가 "나는 실존하지만,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상상이라도 해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고호흡생명체"라고 소개하는 건 그냥 있어보이게 적은 겁니다. 실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앨랠래와 좋아해요는 실존하지만, 그렇게 말한 건 빈센트가 죽다 살아나서 꼬인 영성으로 자기 자신과의 심도깊은 대화를 하느라 그렇게 된 걸수도 있어요.
3. 빈센트와 베로니카의 관계에서 앨랠래와 좋아해요를 엮은 건, 링크한 영상이나 첨부한 영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앨랠래는 무뚝뚝하지만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4. 앨랠래

930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5:23

사실 진짜 이름은 다른건데 빈센트가 이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

931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6:24

영상이 씹혔네요...

>>930


932 시윤주 (/nsWUaWfa6)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6:35

캡틴 곤혹스럽겠다 앨랠래에 이 만큼이나 진심이라니

933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8:23

아않이...............
😭😭😭😭😭😭

934 ◆c9lNRrMzaQ (vyTQ7V0tlk)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9:16

그래봐야 결국 빈센트의 망상과 집착, 미련 등의 실체란 얘기니까

935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1:59:20

저걸 보니 뜬금없이 생각난거

우리 어장엔 정령 관련 특성이 있다.

936 시윤주 (/nsWUaWfa6)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1:15

정령은 망상이 아니라 실제하는 애들이잖아

937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2:09

...확실히 정령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저 연구소 소장도? 불완전한 정령안이? 있는 것일지도?

아무튼 그와중에 베로니카랑 빈센트 관계변화가 눈물나는 것입니다...

938 태식주 (htld5jCvdI)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2:22

실제하는 애들인데 100어장 가까이 안보인다면 망상과 차이가 뭔데!!

939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2:26

>>934
빈센트(죽어가며): 아ㅋㅋ 방금 나 앨랠래가 베로니카 제압하는 상상함
베로니카: ????

940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2:53

아 정령 메인특 신입 들어오라고!!!!

941 빈센트주 (iBQX6XRLtw)

2022-11-27 (내일 월요일) 02:04:10

아무튼 늙ㅇ고병든 빈센트는 자러갑니다
앨랠래...

942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2:10:06

빈센트주 안녕히 주무세요!

943 토고주 (8Sh62idslc)

2022-11-27 (내일 월요일) 02:10:28

앨랠래에 너무 심취하지 말게나

944 오토나시주 (omVZ94JKFI)

2022-11-27 (내일 월요일) 02:10:43

ㅇㄹㄹ

945 시윤주 (/nsWUaWfa6)

2022-11-27 (내일 월요일) 02:35:46

>>938 타시기는 참 곤란하구나....자 여기 상자를 그려줄게. 네가 원하는 정령은 이 안에 있어.

946 강산주 (q/vkn1by4s)

2022-11-27 (내일 월요일) 02:49:12

저도 슬슬 자러 갑니당...
모두 굳밤 되세요.

947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3:27:46

>>945
없잖아
>>946
잘자

948 유하유하주 (umUmJ2dyag)

2022-11-27 (내일 월요일) 03:41:34

>>865 아서 도브만!

949 태식주 (O8kfHdXods)

2022-11-27 (내일 월요일) 03:45:20

도서 아브만

950 유하유하주 (umUmJ2dyag)

2022-11-27 (내일 월요일) 05:31:07

와 완전 앨랠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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