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친절한 말을 내뱉듯 알렌에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 말이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듯, 미련이 남지 않은 것만 같아서 알렌이 이상함을 느끼려 하지만 카티야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알렌. 알렌은... 가장 불가능하다 생각하는 게 어떤 거라 생각해? "
당장 떠오르는 것은 있었습니다. 바로 눈 앞에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말을 하면 마치 인정할 것만 같아서, 지금의 평화를 깰 것만 같아서요. 그러나 그런 알렌의 생각을 아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카티야는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 나는 그 날. 그 곳에서 죽었어. "
가장 순진한 미소로, 무구하지 못한 말을 내뱉습니다.
" 너를 내보내고 나서 게이트의 몬스터를 상대하다가 느꼈어. 오래 버틸 수는 없겠구나. 그래도 게이트에 작은 균열이 있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너는 안전하게 내보낼 수 있을테니까 싶어서. "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 적의 손톱이 내 내장을 휘젓고 지나가고, 입으로 피가 토해지다 못해 모든 것을 게워내듯 뱉어내고, 천천히 심장이 멈추어갔어. 그래도 있지. 후회는 없었어. 너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
그녀는 나직히, 알렌 하는 이름을 부릅니다. 알렌은 답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 부르는 이름은 아무리 알렌이 타고난 정신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죽은 사람이 어떻게 지금,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 추억을 되새기며 기억을 회상하겠습니까.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 눈이 감기고, 미련과 고통과 같은 것들도 0으로 수렴하기 시작하던 때. 마침내 눈을 감았을 때. "
카티야는 살짝 몸을 떨며 이야기합니다.
" 그것을 보았어. " 비대하다. 또한,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적어도 카티야의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그랬다. 분명 죽음을 맞이했고, 죽음을 인정했을 터인 그녀에게 있어 지금의 풍경은 보여선 안 되는 존재였다. 단지 죽어서가 아니라, 자신은 지금 살아있음으로써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숨을 쉬었다. 파, 하고 내뱉어진 숨을 크게 마신다. 그에 따라 폐부에 숨이 깊게 밀려들었다. 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신선하고 맑은 공기였다. 그 다음으로는 심장 위로 손을 올렸다. 지금의 상황에 흥분한 듯 가파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이 상황에서 진정할 수 있을까. 천천히. 그래, 아주 느리게 카티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짙은 어둠으로 가득한 풍경이었지만 미미하게, 아주 미미하게 빛이 존재하기에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붉었다.
말하자면 인간의 살을 헤쳐놓은 것 같은 풍경이었다. 어릴 적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 과학실에 있을 것만 같은 인체해부도의 근육 표현과 비슷한 풍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풍경 속에는 아주 옅은 선을 타고 미미한 열기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치 피가 흐르는 것처럼.
- 괜찮아.
그런 풍경에 카티야가 경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듯,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려왔다.
-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춥지 않지? 네 마지막은 정말 추워보였거든.
그 목소리는 얼핏 어린아이의 그것같이 들렸다. 카티야 본인에게 '그건 어땠어?'라고 물으며 이야기를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처럼.
- 있지. 춥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살을 막막 베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니면, 근육을 억세게 묶어두는 듯한 느낌이야? " 너는 누구야? "
그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에 카티야는 질문을 꺼냈다. 익숙한 무기라도 있었더라면 경계라도 했을텐데. 아니, 적어도 의념을 쓸 수 있더라면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아니면 억지로 무시하는지. 목소리는 장난스럽게 다시 말을 뱉었다.
- 이상하네.
목소리는 의아하다는 듯 물어왔다.
- 기쁘지 않아? 살아있다는 거? " 나는 죽었어. " -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잖아?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죽었다. 그것은 분명한 결말이었다. 숨을 잃고, 심장이 멈추고, 생각이 멎으며, 그로써 잊혀지는. 그런데 그것을 부정하듯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 나는 분명 죽었어야 했어! "
지금 그녀의 정신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 절망에 찬 소리가 잠시 울리고 사라졌다. 들려오던 목소리도, 그에 따라 잠시 멎었다.
- 그래서. 싫어? " ..... " - 살아있잖아? 남들은 죽는 거 엄청 싫어하던데? 막막. 영원한 삶과 불로의 시간만 있었더라면!! 하며 후회하기도 하던데? " 그건...!!! " - 신기해.
그 목소리는 웃고 있었다.
- 소원이 없어? 단지 다시 죽고만 싶은 거야?
카티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부정하고 죽고싶지도,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때에 카티야의 생각 어귀에서부터, 그 얼굴. 그 목소리가 지나갔다.
" ...싶어. "
알렌. 그 얼굴과 기억이 스쳐갔다.
" 보고싶어. "
때론 툴툴거리며, 때론 화를 내기도 하며, 때론 잠결에 몸을 뒤척이고, 그렇게 품에 파고들어 잠에 들었던. 그 기억이 카티야를 괴롭게 했다. 그런 카티야의 말을 들은 것처럼.
쿡.
카티야의 심장이 세게 어려오기 시작했다.
- 기회를 줄게. 네 소원을 이룰 기회를 말야.
그 목소리는 해맑게 말했다. 천천히 붉은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빛이 밀려들었고, 눈이 흐릿해지려는 때에도 카티야는 뚜렷히 볼 수 있었다. 근육 위로 살이 부글거리며 만들어지다, 그것은 거짓이라는 듯 녹아 사라지는 모습. 마치 태아와 같은 외견을 하고도, 살아있는 무언가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존재의 모습을.
- 네 심장에 내 흔적을 심었어. 이 세상에 내 흔적들을 흩어두었으니까. 그 흔적들을 따라 나를 다시 찾아와.
그 모습이 말도 안 되듯 미소를 띄었다.
- 네 흔적이, 내 흔적을 지닌 이들과 만나면 알 수 있을 거야. 너 이외에도 넷. 네 세상에 흔적을 흩뿌려둘게. 그걸 모두 찾아오면.
네 소원을 들어줄게. 하고, 죽은 심장의 태아가 말했다. " 그 뒤로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신 한국에 있었어. 병원에서 고통에 호소하며 눈을 떴고, 그간의 기억을 부정하려 봉사를 하러 갔는데.. 너를 만났지. "
카티야는 여전히 미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에 저항할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요.
" 그때는 죽고 싶다. 살아도 의미가 없을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정작, 너를 만났을 때. "
살고 싶었다. 그 말을 뱉지 못하듯, 카티야는 고개를 숙입니다. 긴 시간. 작은 떨림과,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들. 그리고 그녀는, 알렌의 손을 쥡니다.
양손에 하나씩. 쥐여잡은 두 손으로, 천천히 끌어올려져 알렌은 카티야는 스스로 그 손들을 목으로 가져갑니다. 눈물이 흐르고 있음에도, 마치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카티야는.
>>220 아이고... ㅠㅠㅠㅠㅠ 그 마음 알 것 같아... 이건 삽질을 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질 못하는 거니까 급하게 생각 될 수 밖에 없지... 시험이 끝날 때까지 동결 한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는 거야? 내 생각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UGN의뢰 함부러 받으면 괜히 큰일나고 할까봐 걱정되는데... 이건 중요한 문제니까 나중에 시간 되면 캡틴이랑 이야기 해봐. 그리고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말구 린주가 하고 싶은 걸 우선으로 하자. 다 같이 즐겁자고 하는 거니까!
이제 막 세상을 본 이에겐 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입체적이기에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뿐.
죽은 심장의 태아에게 해당되는 말 같아요. 이번 카티야 회상에서 카티야에게 다시 살아나는(진정으로 완전히 부활한건진 알 수 없지만) 선택지를 준 누군가를 죽은 심장의 태아라고 가정했을때 그 대사에서 정말 카티야를 불쌍히 여겨서 온전하지 못하더라도 잠시라도 소중한 이와 함께할 시간을 준것이 아닌 그저 호기심에 혹은 본인의 재미를 위해 준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린아이처럼 천진해서 더 악랄할수도 있겠다 싶어요. 지금 팀플과 시험과 어쩌구를 동시에 하고 막 와서 뇌피셜로 휘갈긴거라 말도 안될수도 잇음
음 혹시 그럴지도? 인 건 어렴풋하게 있었는데 진짜로 받아야 들을 수 있었다니.. 이건 예상성공인가 실패인가..! 같이 받아주세요! 라고 할 분들이 많군요(?) 카티야와 알렌의 뒷이야기가 이번 시나리오와 정말 어울리는데 그게 어떤 방면으로 가던간에 비극적인 게 있을 것 같아서 알렌이 어떻게 선택하고 나아갈지 궁금하게 너무 잘 쓰신 것 같아요.. 대장간 파티가 들어가서 변장 벗겨낼 거 궁금해지네요! 빈센트와 유하 힘내길! 아인샤드의 혼란스런 세계 네이밍이 그래서 그런지 어떤 효과인지 궁금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