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은 네가 붙잡힌 채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듯했다. 어떤 이유였든 널 감싸던 팔에 집중된 포화로 벌어진 틈을 타 너는 그 아귀에서 벗어났다. 이어진 것은 신호음의 근원을 찾아 파괴하려는 시도였다만 시간이 부족했다, 찾아냈지만, 충분한 힘도, 넉넉한 시간도 없었던 탓에 길어지는 신호음에 너는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 때 스파크가 튀는 소리와 함께, 실제로도 발생한 스파크가 헬무트의 머리를 관통하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가 싶더니 그를 격리하듯 펼쳐진 전기장이 보였다. 전기장을 뒤흔드는 폭발과 폭음 너머로 시선을 돌리니 그 곳에는 엘리나가 서 있었다. 무감정하고 기계적인 모습이 아니라 분명히 눈에 초점을 지니고, 제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확실한 그녀의 모습을 보던 너는 바로 무전을 시도했다.
"-플레나 레비우스가 여기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방금 저희를 도운... 엘리나에게서."
지금 너를 비롯한 이들 외에도 에스티아와 아스텔은 여전히 작전을 지속하고 있었고, 적어도 작전에 투입하기 전에는 알아내지 못했던 정보였기에 급히 정보를 전달한 너는 그제서야 시선을 주변으로 돌릴 수 있었다. 웃음소리. 그리고 붉은 눈물. 너는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뭘 해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얼굴을 가리는 재머와 재촉하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보여지는 뒷모습에 너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뒤따를 수밖에, 손을 뻗어 붙잡을까도 생각했지만 허공에 손가락이 살짝 까딱일 뿐, 어째서인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진심으로, 노이즈를 타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랬겠지만, 너는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덥썩 붙잡으려고 했다. 지금 붙잡지 않으면 안 될거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붙잡은 채로 계속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어 너는 여전히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당신 곁에 선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이셔."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번 불러본다. 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분명 염원을 담아 강하게 그러쥐었을 텐데, 강하게 붙잡았을 텐데, 비바람에 맞지 않도록 망토로 감쌌을 텐데, 왜 내가 들을 수 있는 건 당신의 목소리 뿐일까, 당신에게 속삭이는 그 존재의 목소리는 어째서 들을 수 없는 걸까, 왜 난 두려워하는 당신의 모습만을 볼 수 있을까,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어째서 나는 볼 수가 없을까.
"서두릅시다, 이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잖습니까."
마지막에 이르러 너는 예의 그 목소리로 돌아와 임무를 상기했다, 너 자신에게 건네는 말임에 분명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오늘부터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서.. 어제까지는 타임오버가 되어도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줄게요. 하고 기다려주고 그랬었는데.. 이게 계속 반복되고 어제만 해도 계속 시간 로스트가 생기기도 하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냥 딱 시간이 되면 거기까지만 적용을 하고 그 이후에 들어오는 것은 다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정해진 시간내에에 안 될 것 같으면 길이를 짧게 해도 되니까... 시간을 너무 오버하진 말아주세요. 8ㅁ8
본격적으로 안으로 들어섰고 이제야 건물 내부의 모습을 그들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무인으로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 부품들이 올려진채로 조립되거나 압축되는 등 공정을 거치고 있었다. 아마도 저 컨베이어 벨트들이 블랙 스케빈저를 만들고 있는 그런 벨트들인 것일까.
일단 전체적으로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이 건물에서 지낼 수 있는 개인 휴식실 등도 있었다. 근처 벽을 살펴보면 건물 내부도도 있었는데 이 건물에 있는 방은 총 120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쪽에 있는 '시스템실'인 모양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시스템실은 이 건물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가 있을테니 가장 경계가 매서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건물 벽을 가만히 바라보면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목숨을 잃은채 온 몸에 파이프가 연결된채로 축 늘어진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병원 건물 지하에서 본 적이 있는 반짝이는 결정체들이 파이프를 통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으며 근처에 있는 격납고 쪽으로 다가가면 블랙 스케빈저만이 아니라 블러디 레드도 있었으며 하늘을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트기 등도 있었다. 허나 이 모든 것을 카시노프가 만들었다고 한다면 절대로 정상적으로 움직일리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일단 격납고 쪽은 붉은 적외선 레이저가 촘촘하게 깔려있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 외에 더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력 제어실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이 건물의 모든 전력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