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공허한 들판 위. 에스티아는 에델바이스 제 7부대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제 7부대의 일원들이 에스티아를 중앙에 두고 보호하고 있는 구도로 포지션을 짜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고 에스티아는 그 중앙에 앉아서 노트북과 다른 기타 기기를 꺼내서 조작하고 있었다. 자판을 두들기면서 이것저것 체크하는 모습이 마치 뭔가를 탐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내 에스티아는 통신기를 꺼낸 후에 로벨리아에게 통신을 보냈다.
"언니. 들려? 나야. 에스티아."
-아. 들려. 그래. 뭔가 좀 알아냈어?
"보고에 나왔던 카시노프란 자가 만들었다는 그 좀비병 같은 존재를 발견했고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위기에 몰리자 바로 펑하고 터져버렸어. 그래서 사로잡진 못했지만... '자폭'하도록 명령을 내린 전파가 어디에서 발산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렇다고 한다면 그 카시노프라는 작자가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단 말이지? 허나 만약 그 위치가 U.P.G 건물 내부라면...
"아니. 그건 아니야. 위치는 그쪽이 아니야. 좀 더 탐색을 해봐야 알겠지만 좀 더 아래쪽인 것 같아."
노트북의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좀 더 빠르게 자판을 치고 그 옆의 탐색기기를 이용해 계속 추적을 시작하던 에스티아는 U.P.G 건물 내부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아무래도 전파를 보낸 곳은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인 모양이었다. 이어 에스티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엔터 버튼을 꾹 눌렀다.
"물론 이곳에 간다고 해서 카시노프가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그 좀비나 마찬가지인, 정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갖다버린 후에 탄생시킨 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 장치는 있을거야. 그것만 파괴하면 이들에게 안식을 줄 수 있어."
-조심해. 그런 이들을 만들어내는 작자야. 아마 추적하는 것도 고려해두고 있겠지.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둘 순 없잖아?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가야만 해."
-그래. 맞아. 과연 내 동생이야. 아무튼 무리하지 말고 조사가 끝나면 바로 복귀하도록 해.
"알았어! 아마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이어 통신을 끊은 후, 에스티아는 계속해서 노트북을 조작하면서 화면을 주시했다. 이미 죽어버린 이들을 조종해서 자신의 부하로 삼아 조종하고 있는 카시노프의 만행은 에스티아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번 조사를 적극적으로 신청했고 로벨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부대원들을 빌려서 조사를 나온 것이었다.
"두고 봐. 카시노프인지 뭔지. 과학자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매개물 따위... 내가 완전히 없애버릴테니까."
/Pre-story를 올리면서 갱신이에요!! 제 몸이 갑자기 급악화되어서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되지 않는한 주말에 진행될 예정이에요!
>>424 시작하자마자.... 이선좌 당했어~!!!!!!!😭😭 나의 작고 소중하며 그뭔씹 취급받는 밴드야 너희 이러지 않았잖아 왜 그러는데~🥺 결제 취소 좌석도 반드시 나오겠지~ 싶어서 바로 15석 확인한 뒤에 잡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또 이선좌 순삭..이라고...? 지금껏 한번도 안했던 취켓팅을... 해야한다고..? 말도 안돼.... 나는.. 이길 자신이 없어~!!!!(오열)
역시나, 그녀를 잘 파악한 대답이 그에게서 나오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어라. 이미 들켰네- 작은 능청을 떨면서. 그의 말처럼 온전히 아스텔 만으로 그녀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해도 어머니나 라라의 지분은 있을 거고 에델바이스의 몇몇도 계속 마주치는 한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 그저 조금 더 신경 써주는 걸로 충분하다는 말이 새삼 다정하게 들릴 수 밖에.
"항상 노력하는 모습도 좋아하지만. 그런다고 나 소홀히 하면- 음. 어떻게 할까. 자기 눈에 안 띄게 숨어다닐까?"
멋쩍은 듯 머리칼을 만지는 그에게 장난스레 말하지만. 특유의 히죽 웃는 얼굴 때문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리송하다. 하지만 정말로 기분이 상하면 그 말대로 실천할 거란 건 기정사실이겠지.
그녀가 잔을 기울이자 그도 같이 잔을 기울여 서로 부딪힌다. 느긋히 와인을 즐기는 그와 달리 그녀는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잘라 한 조각을 내밀었다. 아스텔이 받아먹자 기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귀여워 죽겠어- 자르는 질감이 좋았으니 필시 맛도 좋았을 터. 거부감 없이 담담하게 먹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도 먹으려고 손을 움직이는데. 옆에서 달그락거리더니 똑같이 한 조각이 내밀어졌다. 핏기 없이 잘 구워진 고기를 눈 깜빡이며 보고. 그의 얼굴도 한 번 보았다.
"자기는- 보기보다 엄청 욕심쟁이야. 그렇지만 나도 마찬가지니까 좋아. 응.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 걸.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좋은 걸 누리자.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럴 자격을 위한 가치를 지녔으니까. 웃는 것처럼 길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송곳니의 끝이 반짝인다. 그대로 그가 내민 스테이크 조각을 받아먹는다. 합- 다물어진 입술이 오물거리며 고기를 씹고 맛을 음미한다. 완전히 구웠지만 질기지 않게 구워진 정도가 절묘하다. 아스텔의 입맛에도 딱이겠는 걸. 작게 목을 울리며 삼키고, 맛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좋은 고기도 자기가 주니까 훨씬 맛있네. 매일 이렇게 식사할 수 있으면 좋을까나."
그 매일이 이렇게 만나서 식사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뭐, 모르는 거 같으면 그건 그거대로 귀엽겠지만. 소리 죽여 웃은 그녀는 잔을 들어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이제는 맛있는 스테이크가 더 식기 전에 맛을 보는게 중요한 순간이었으니까.
임무도 그녀도 모두 소홀히 하지 않고 소화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겠으나 아스텔은 태연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쨌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소화를 할 자신은 있었다. 애초에 우선 순위를 따로 둘 필요는 없었다. 그냥 둘 다 다 소중하게 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정말로 삐지거나 하면 보통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기분 좋게 있길 바랬기에.
이내 들려오는 자신을 향해 욕심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아스텔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왜곡되거나 잘못된 말도 아니었으니까. 아스텔은 욕심쟁이였다. 더욱 많은 것을 원했고, 더욱 누리고 싶은 것이 많았고, 더욱 손에 쥐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이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스텔은 피식 웃으면서 레레시아에게 이야기했다.
"...욕심 좀 부려도 상관없잖아.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도 아니고 이 사회가, 이 세상이 그것을 원하니까. ...오히려 이런 것은 준법정신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동포들을 위해서? ...그런 것은 레지스탕스라고 지칭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챙기면 그만인 문제야. ...어차피 그런 이들조차도 다 지켜주지 못하니 모순적이지만 말이야."
말을 마치며 아스텔은 괜히 작게 혀를 찼다. 포크를 쥐지 않은 반대편 손에 주먹이 살짝 쥐어졌다. 이곳에 오기 전. 그리고 며칠 전에 붙잡은 레지스탕스 요원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은 세븐스를 등지고 탄압하고 비능력자들의 비위를 맞춰서 얻은 것들이 그렇게 자랑스럽냐고. 그렇게나 지금의 삶이 행복하냐고. 그렇게 걸은 핏빛 길이 기분이 좋냐고. 하나하나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들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지옥에서 구르고 있을 동안 구해주는 이는 하나도 없었는데 왜 그들은 자신에게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인지.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줬다면, 어쩌면 지금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그 레지스탕스의 멤버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그건 지금 와서는 다 IF. 즉 가정법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자유, 권리. 그리고 여자친구, 동료 등. 수많은 것을 얻은 승리자였다. 그렇기에 아스텔은 속으로 다시 한 번 되세겼다.
그녀가 고기를 먹는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던 아스텔은 이내 들려오는 레레시아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자신의 쟁반 위의 스테이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길어봐야 3년 정도일거야. ...그 시간 내에 반드시 그렇게 되게 할 거야. 네가 말하는 그 매일은 내 꺼니까."
그렇게 선언하듯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텔은 슬슬 식사에 집중했다.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으면서 육즙과 바삭함을 가볍게 즐기기도 하며, 그러다가 스스로 와인을 따라서 마시기도 하며. 일단 이 레스토랑에 온 가장 큰 목적인 식사에 집중하다가 그녀에게 고기를 썰어서 한 입 먹여주려고도 하고, 와인을 따른 잔을 기울여서 건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먹다보면 어느덧 스테이크는 꽤 줄어있었을테고, 아스텔은 그 쯤에서 냅킨으로 제 입을 살며시 닦아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면 조금 더 산책을 하다가...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자. ...집은 아니더라도 룸카페나 그런 곳 있잖아? ...뭐, 집을 원하면 집도 괜찮아. 그냥... 오늘은 특별히 돌아다니기보다는 역시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혹은... 그래. 아무도 없는 한적한 호수가라도 가볼까. 거기라면 여기와는 다르게 더 편하게 있을 수 있을테니까."
노력하는 것과 그녀를 대하는 것 모두를 열심히 하면 된다 말하는 것도 역시 욕심이라 생각한다. 차분한 얼굴 뒤에 저런 욕망이 숨겨진 걸 누군가는 알고 그것을 빈정거리지만. 그녀는 그런 뒷면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로 보았다. 그걸 솔직히 드러내는게 무슨 잘못일까! 어설프게, 구역질 나게- 아닌 척 숨기는 인간들이야말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가디언즈든 레지스탕스든.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도 그의 욕심에 무너지지 않게 잘 받쳐 줘야겠지. 그를 위해서라도.
"원래 세상은 모순투성이고. 말이야 입이 있으면 무슨 말이든 못 할까. 멋대로 떠들라고 해. 지금이 어떻든, 살아남는 쪽이 정의고 강자인 거 아니겠어."
조용히,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그녀는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시선 끝으로 그의 손을 보았다. 분명 어느 망할 레지스탕스가 혓바닥을 마음대로 놀린게 분명하다. 비번이 끝나면 찾아서 라라에게 넘겨줄까.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에 쓰이도록. 그래. 그러자.
살벌한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소리소문없이 흘리고. 그의 앞에서는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행동한다. 장난기 섞어 흘린 말에 그가 진지한 선언 같은 말을 돌려주면 꺄르륵 즐거이 웃는 소리 나온다.
"소유 선언은 가져간 다음에 해야지. 자기야.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구?"
빠를 수록 좋지만 그런다고 무리해서 탈나면 안 돼- 그녀도 그렇게만 말하고 식사에 신경을 돌렸다. 속살에 연분홍빛이 남은 스테이크는 상큼한 소스가 잘 어울렸고 와인과도 궁합이 좋았다. 한 입 한 조각 맛을 즐기다가, 옆에서 그가 먹여주려 하면 그것도 냠 하고 받아먹고 그녀도 그의 스테이크엔 없는 가니쉬와 함께 주기도 했다. 건배할 듯 잔을 들었다가 슬쩍 뒤로 무르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장난 후에는 제대로 건배를 하고 마셨다. 그렇게 먹고 마시다보니 그녀의 것도 비슷하게 줄어들었다. 나이프를 내려놓고 와인을 마시던 그녀는 그가 냅킨으로 입가를 정리하는 걸 보고 그녀도 마저 포크를 내려놓았다. 잔은 여전히 든 채 절반 남은 와인을 살랑살랑 흔들며 그럴까- 중얼거렸다.
"집은 어차피 자기 방 갈 거니까. 음. 해 지기 전에 호숫가에 갔다가, 룸카페를 갈지 자기 방으로 갈지 이따 생각하면 되겠다. 일찍 들어가기에는 모처럼의 비번이 아쉬운 걸."
돌아다니기보다 둘만 오붓이 있고 싶은 것도 같은 마음이지만. 조금은 더 바깥에 있는 것도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산책도 호숫가 근처로 가서 하면 어떨까 라며 말을 하고 조금 더 줄어든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그녀도 냅틴을 올려 입술 가장자리를 톡톡 두드리고, 몸을 기울여 그에게 살며시 기대면서 말했다.
"그러면- 춤은 이따 호숫가에 가서 출까? 여기처럼 닫힌 곳은 아니지만, 거기도 보는 눈은 없을 테니까."
어떻게 할까-? 빈 손이 그새를 못 참고 그의 팔을 잡고 관심을 보채듯 조물거린다. 돌아보면 기대느라 살짝 위를 향한 금빛 눈동자가 깜빡, 숨었다 나오고 있었겠지.
자신에게 그녀가 몸을 기대자 아스텔은 팔을 올려 그녀의 몸을 살며시 감싼 후에 의자를 움직여 거리를 조금 더 좁혔다. 의자와 의사 사이에 존재하는 손잡이로 인한 장벽이 묘하게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탓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여긴 그런 의자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의자가 이런 레스토랑에는 잘 어울리는 법이었으니까. 이렇게 나란히 옆에서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까. 그러면. ...확실히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까."
무도회장처럼 닫혀있는 공간인 이곳도 좋지만 어쩌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깥도 괜찮겠다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거리가 어떻게 되었건 자신의 세븐스를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었다. 여기서 그렇게 먼 곳도 아니었으니까. 이내 식사를 슬슬 마무리지으려는 듯, 그는 마지막 남아있는 스테이크 조각을 먹어치운 후, 아스텔은 잔에 남아있는 와인을 마지막으로 입에 머금으며 입가심을 했다. 약간의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으나 음주운전은 있어도 음주비행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취한 것도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스텔은 술이 상당히 강한 편이었으니까.
"그렇다면 호숫가에 갔다가 집으로 가자. 시아의 고양이 잠옷도 보고 싶고 말이야. ...뭐, 짐을 챙겨와야할테니까 시아의 집까지 간 후에 내 방으로 가면 되겠네."
외박한다는 것은 일단 잘 말해두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완전히 끝냈을 무렵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이대로 계산을 하고 호숫가로 이동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추고 싶은 춤 있어? 일단 이것저것 배워두긴 했는데."
춤에도 참으로 다양한 것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녀가 추는 춤은 대체로 무도회장에서 추는 춤이 대부분인 것 같았기에 일단 그 장르로 열심히 학습을 하긴 했지만 혹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원한다면 그땐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어보며 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