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웬은 참 자유로운 도시다. 감염자를 태산만큼 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누구라도 싫어할 법 한데 그 어떤 나라도 프리드웬을 내쫓지 않는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프리드웬과 각국 수뇌부 간에 모종의 결탁이 있기 때문이라 추측되리라.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에기르인인 그녀는 모르는 것이다. 아무튼, 에기르의 전언을 널리 전하는 사자인 그녀의 입장에서 프리드웬은 정말이지 편한 이동수단이 아닐 수 없다.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이동도시는 들어봤어도 테라 전역을 떠도는 금시초문이긴 하지만. 이 도시에 도착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이곳 시장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일단은 프리드웬도 어엿한 도시국가. '에기르와의 우호 관계'를 쌓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시장은 흔쾌히 그녀의 체류를 허락해주었다. 단 에기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겠다는 말만을 남겼다. 그래, 그 역시도 궁금한 게 많겠지. 에기르의 속내를 알아내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싶은 거다. 그런 정치적인 이야기는 제쳐두고. 그녀의 등장은 시민들 사이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도대체 누가 소문을 퍼트린 건지는 몰라도, '에기르에서 올라온 헌터가 프리드웬에 도착했다'라고. 다행이도 극성 기자와 행인들이 그녀에게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애초에 소문이 돈다는 것 자체가 성가시긴 하다.
여기는 프리드웬 시내의 어느 고급 호텔. 식당에서 투숙객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홀을 바쁘게 오간다. 던클레이는 텅 빈 테이블 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다. 피워가는 궐련을 한 개비 물고, 발코니 너머 안개 낀 아침 하늘을 바라본다. 역시 지상은 바다만큼 아름답지 않다. 하루빨리 에기르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카펠라는 자신의 거처나 다름이 없는 TERV의 내부에서 한가하게 좋아하는 음료수와 과자를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빈둥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 였다. 이곳을 비유를 하자면 그녀만의 작은 기관 사령부이자 공방 같은 곳으로도 가능하기도 해서 다양한 일을 해왔고 그것의 일환으로서 주기적으로 그녀의 자신의 피조물들 풀어놓고는 두루 살펴보며 관리하고 있었다. 그들, 그녀의 드론들은 그녀가 마음에 들어 체류하고 있는 이 도시, 프리드웬의 구석구석을 은밀하게 돌아다니며 그녀의 손과 발 그리고 눈이 되어 주어주고 있었다. 그녀가 자체적으로 주변인들과 교류하는 것들과는 별개로.
오늘 따라 드론들이 전해온 정보 중에는 그녀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있었다. 지상이 아닌 저 대양의 저편 속에서 일반적으로 지상과는 엮이지 않고 고립 주의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는 국가, 에기르. 어쩌면 신비주의도 겸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곳의 직속 헌터가 이 도시에 방문하고 있다는 것. 그 것 자체로는 별 것 아니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카펠라는 아니 였다.
카펠라는 드론들의 전달한 정보들과 기술적인 수법, 그녀가 들은 소식들을 토대로 살펴보며 나름의 추론을 하였고 이윽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목표가 되는 대상에 아주 근접할 인물 하나를 특정할 수 있었고 그 위치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 목표에 다가서는 것 뿐.
그래서 카펠라는 적당히 준비를 하고는 TERV에서 나와 나서서는 적당히 거리를 걷기로 했고 예의 그 목표가 되는 장소에 도달하기 까지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곳은 프리드웬에서도 고급스러운 호텔.
"실례하겠습니다~ 당신의 예의 소문의 에기르의 헌터 씨죠?"
그 안으로 들어가서는 카펠라는 이미 알고 있기에 주변을 굳이 살펴보지 않고는 테이블을 앞에 두고는 않아있는 그녀가 특정한 인물을, 슬그머니 다가가서는 그렇게 첫 운을 때면 말을 건 것이였다
"전혀요! 하지만 그 직함을 가진 이들처럼 성가시게 굴거나 일에 끼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요~ 바로 지금처럼!"
카펠라는 예의 그 인물의 표정이 구겨지며 물어본들 그렇게 답했다. 나름 솔직한 감상 이였고 실질적으로 해당할 상황, 그걸 그대로 말했을 뿐 이였다. 실제로도 갑작스럽게 타인의 앞에 나서서는 것을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부정은 하지 않는 다는 것만으로도 충분~! 별 건 없어요. 그냥, 제 개인적인 호기심이에요. 이것을 믿으실지는 당신의 몫이고 선택이겠지만~"
"좋은 의미로 온 것이라. 생각해주세요! 첫 인상이 별로 일 수는 있겠지만"
카펠라는 눈 앞의 '헌터'의 언행에도 불구하고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마냥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게 테이블 맞은 편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는 거기에 않아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단순히 말로 해서 쉽게 물러나 줄 인물은 아니 였다. 적어도 지금 순간에서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