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여선은 진짜로 스테이플러로 대충 이어붙인 다음 적당히 때우거나, 그마저도 안 되어서 식용본드로 갈비뼈에 돼지목살 붙이듯 대충 처리하는 짓거리는 벌이지 않았다. 현대 의학과 의념 각성자만이 가능한 권능 수준의 처치가 병행되어, 빈센트의 왼손은 붉은 줄이 가 있을 뿐 일단 붙어있고, 신경과 근육도 일단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뢰 받아서 하는 거긴 하지만 감사인사같은 거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그런 것마저도 풀어헤치겠다 같이 글러먹은 쪽은 아니야! 물론 과거엔 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빈센트의 질문에 꺄르륵 웃네요.
"모... 국경도 넘을 수 있는데 외곽정도면 괜찮은 게 아닐까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손 쪽은 처치가 끝났고... 이제 해야 할 게 뭐가 있는지 손을 처치하면서 약간의 살펴봄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알 빼야할걸요?" "건강 강화하면 툭 튀어나오겠지만요~" 안 빼고 그냥 치료 할 수 있긴 한데 총알에 손상된 뼈가 있으면 어쩌구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한 여선주인가.
빈센트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재생능력을 얻었다고 자랑했던 빌런이 있었는데, 머리를 타격당하면 죽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막으러 갔었다. 그런데, 어디까지 회복하나 궁금해서 빈센트는 옆 공사현장에 쌓여있던 H빔과 나사, 볼트 너트를 아주 빠른 속도로 조작해서 던지기를 반복했다. 상대는 재생능력으로 상처는 금방 회복했지만, 아무리 의념각성자라도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을 긁는 금속 부품의 불협화음에 미쳐버려서 결국 제 머리를 제가 쳐서 죽었지.
"의념 각성자의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뭐 그런 느낌으로 건강 스테이터스의 일시적 강화를 통해 신체에 혼입된 이물질을 제거하는 그런 느낌이죠?" 너무 두루뭉술한데 여선주가 그렇게 이해해서 그래.. 미안하다. 빌런에 대해서는 들은게 아니니 모르는 거죠. 빈센트를 보다가 갑자기 낯부끄러워지는 찬사라니! A도 아니고 노사님도 아니구.. 하얀의사도 아닌뎅!
"글쎄요? 의료적인 면이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찬사까지는 생각해본적은 없는데요?" 그 어디더라.. 하얀의사 루카쯤 되면 모를까요? 근데 솔직히 십년쯤 지나도 하얀의사 절반쯤 따라갈 수 있으면 엄청 잘하는거 아닐까? 같은 생각을 잠깐 하고는 부럽다는 말에 전 마도가 부러운데욥.. 그러면서 입을 삐죽거립니다.
"못하는 걸 보면 부러운 게 당연하니까 삐죽거리기만 하지 치료로 갈아버리겠다고 했으면 맥잡이칼로 찌르고 치료해주고 싶었을걸요?" 농담도 살벌하긴. 아 4분의 3정도는 진담이라고? 그것과 별개로 치료과정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군요.
"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혀있는 쇳조각 그대로 재생되어버려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를 하나 알거든요... 저는 그렇게 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렉세이인지 올가인지, 아무튼 미안하게 되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선이 총알을 빼게 둔다. 마음 같아서는 몸에 자성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여선의 수술을 방해해서 오히려 몸을 더 헤집는 결과가 될까봐 그냥 내버려뒀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맥잡이칼로 찌른다는 말에 여선을 돌아본다.
"그런 이도 있었나봐요?" 그런 이가...있나? 라고 생각해봐도 여선의 평범한 지식으로는 누군지 알 리가 없다...? 빈센트가 하는 말을 듣고는 빈센트씨는 웬만해선 그렇게 되진 않겠다나 뭐라나.
그렇다 만일 수술을 방해했다면... 하하 웃으면서 아프지만 확실한 치료방법을 찾아서 헤집어주셨을 것이다. 아파도 안 뒈져요~♪ 고통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것의 증거! 같은 말은 안했겠지만.
"그럼요! 좀 익스트림해지라고 이야기하는거에요." 그래도 치료는 해드릴테니까요. 몸 안 아끼고 막들입하다가 포위당해서 어유! 지휘관님이 하지 말랬잖아요! 찰싹! 하고 등짝을 맞으며 혼나기 싫으시면 적당히 하세요? 라는 말을 가볍게 하는 여선입니다. 근데 우리 지휘관 없지 않나?
"일단 처치는 끝!" 총알 빼고 봉합이랑 자상 봉합.. 그 외 생채기나 나머지는 건강 강화로 가능한 영역이니까요? 여선은 주위에 앉을만한 데 없나 하고 둘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