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프실을 넘어가 보인 풍경은 잡란하고 분주했다. 곧이어 닥칠 참사에 불안해하는 사람들부터 공포에 질릴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달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제각각의 불안에 쫓겨 달아나고 있었다.
츠쿠시는 시선을 돌려 다른 방향을 살펴보았다. 정돈되어 정연한 발걸음들이 마을을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 철저하게 짓밟고 빼앗는 전투만이 있었을 뿐, 그에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익숙지 않다. 그러나 도구에는 죄가 없듯 칼은 언제나 쓰기 나름이다. 서투른 일에 수월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분명 있었다. 바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자신 있는 행동을 택해 행하는 것이다. 거리가 머니 공격보다는 보조를 하는 게 낫겠다 판단한 그는 총이 발사되더라도 큰 부상을 입히지 못하게 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여 적들의 총기로부터 관통력을 제거하려 했다.
시간이 없다. 이 정도면 최선이라던가, 어쩔 수 없었다던가 하는 그런 자책과 후회의 말을 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선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출동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워프실로 향한다. 도착하면 바로 언덕 아래의 마을을 본다.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는 쥐새끼들은 다른 이들에게 맡긴 채 마을에 가깝게 혹은 마을 안으로 포탈을 설치할 수 있을지 살피고, 가능하다면 포탈을 열어보려 시도한다.
"만일 제 3자의 경우, 그리고 그게 사고가 아니라 철저한 악의 하에서 행해진 일이라면 현장에서 직접 사살해도 좋아. 절대로 좋은 뜻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가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일테니까."
이스마엘의 물음에 로벨리아는 단호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재밍 장치가 박살이 나서 마을이 발각되었고 그 마을을 향해서 가디언즈가 진격하고 있었다. 그것도 핵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병기를 3대나 동원해서. 즉 그 제 3자가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로벨리아는 단호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사살해도 좋다고 지시했다. 어디까지나 그게 예기치 못한 사고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악의에는 악의로 받아치라고 분명하게 그녀는 이야기했다.
"뭐야?!" "네놈들은?! 여기에도 있었나!!" "본대의 녀석들은 뭘 한거야!"
한편 제각각의 방법으로 에델바이스의 멤버들은 가디언즈를 공격했다. 선우의 스코프가 한 명의 다리를 저격했고 뒤이어 레이먼드의 소총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내 가디언즈 쪽에서도 총을 들고 교전을 시작했으나 이스마엘의 막이 총알을 막아냈고 총알은 에델바이스 멤버들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내 가디언즈 병사 중 하나가 슈루탄을 꺼냈으나 쥬데카의 체인이 먼저 그 병사를 노리는데 성공했고 결국 슈루탄은 까지도 못한채 그 대원은 쓰러졌다. 뒤이어 레레시아의 독액이 병사들을 노렸고 일부 병사들은 고통스러워하며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 독액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었을까? 한편 그나마 공격을 가하려는 이들 역시 츠쿠시의 절삭력이 총을 절단했다. 그렇게 하나둘 가디언즈 병사들은 제압되었고 마지막으로 신디가 포탈을 열려고 시도했다. 허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왔나.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대원들의 뒤쪽. 정확히는 대피로로 향하는 바로 뒤쪽 길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초기에 있었던 대원이라면 어렴풋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본 이가 있었다면 허공에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노이즈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노이즈가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며 붉은색 긴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매우 차가운 눈빛과 분위기는 그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그때는 무덤덤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피식 웃고 있는 미소가 어쩌면 되게 재수없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역시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만 예상대로군."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는 그녀. '레인'은 조금 더 높은 고지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갈 생각인가? 마을로 가도 좋아. 과연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야." "다른 길로 가도 좋아. ...가디언즈의 신병기를 뚫고 갈 수 있다면 말이야."
명백한 도발. 그리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만'이라는 그녀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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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맨 첫번째 미션때 잠깐 나왔던 존재랍니다!! 신입분도 계시니 다시 설명을! 일단은 제 3세력이에요!
한차례의 짧은 교전이 끝났을 때, 이스마엘은 대단히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노라 생각했다. 처음 레지스탕스의 이름을 가지고 사람을 해쳤던 날 봤던 여성이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꺾었다. 이미 언급된 말로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당신이 벌인 일이구나. 이스마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왜? 마을 사람을 데리고 오면 죽일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가디언즈의 신병기를 뚫고 지나갈 수 있겠느냐 도발하는 것도 그렇고.
아니면 순수한 악의인가?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저 선과 악을 재단하는 모습이 아니꼬와 활동하는 사람. 이스마엘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안타까운 사람. 상관이 직접 전달한 말이, 악의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현장에서 직접 사살해도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악의에는 악의로, 상관은 그리 말했지만 이스마엘은 그것이 과연 악의일까 생각했다. 살려두어야 한다. 진정한 악의는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죽이면 가치 있지만 죽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치없는 것임을 스스로 깨닫게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가디언즈는 처리했으니 임무는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스마엘은 아예 레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얘기하고 있었다. 아예 무시라니. 슬럼 출신 치고는 제법 고상한 돌려까기다. 아니면 1호선 광인만 수두룩하게 존재하는 슬럼 출신이기에 무시에 도가 텄을지도 모른다... 혹시 몰라 염력으로 된 장을 다시금 펼쳐두긴 했지만.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사항은 마을 사람들의 대피와 그들의 안전이다. 악의를 가진 제삼자의 존재가 밝혀진 지금에 와서도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상대의 행동에 따라 변할 확률이 높겠지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저 자에게서 신경을 돌리고 할 일이나 마저 하면 되겠지만, 분위기를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고.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시간은 최소화해야 했다.
어느새 꺼내어 손에 쥔 단검의 서슬이 기이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쓸데없이 시간을 끌거나 공격해 온다면 곧바로 수를 쓸 작정이다.
병사들은 손쉽게 제압했다. 이대로 마을로 가서 퇴로를 확보하면 끝일 텐데, 대피로 쪽의 길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너는 고갤 돌렸다. 낯익은 목소리, 그리고 노이즈. 노이즈가 사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여성의 모습에 너는 잠시 멈춰섰다. 이렇게 하면 나타나지 않을까, 라고?
"대피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말하고 있군요. 맞습니까?"
처음 마주쳤을 때 모습을 보자마자 공격을 가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당장 공격을 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막아설 생각은 없다는 것 정도. 어쨌든 지금은 사람들을 구해오는 게 먼저다. 악의에는 악의로. 반드시 악의가 아니더라도 임무를 방해한다면 배제해야만 했다. 인간의 목숨을 저울질할 생각은 없었지만. 동조하지 않는 이의 목숨까지 고려할 정도로 너는 여유롭지 않았다. 이미 몇몇 동료들은 레인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수상하다 싶으면 바로 공격을 시작하겠지. 너는 몸을 돌려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이스마엘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고.
쥐새끼들을 잡는 건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니 자신은 마을로 진입할 포탈을 준비하려 했을까. 포탈을 이으려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춰 서며 뒤로 돌아선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는 걸 방해라도 하려는 건지. 그녀의 말에 눈가를 찡그리며 바라보다 보다가는, 혀를 쯧 차고서는 시선을 거둔다. 지금 이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가고 있으니. 말대로 계속 임무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금 마을 내부로 포탈을 열려 시도한다.
레이먼드의 말에 레인은 피식 웃을 뿐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다. 대체적으로 자신을 무시하자는 말이 있었음에도 레인은 눈 하나 깜빡하고 그러시던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레시아의 말에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자신이 재밍장치를 파괴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츠쿠시의 말이 들려오자 레인의 눈동자는 잠시 츠쿠시를 향했다. 뒤이어 쥬데카 쪽에도 잠시 눈길을 돌렸다.
"너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야. 붉은 저항의 레지스탕스. 그리고 피차 좋다? 그럴 순 없지. 그렇게 둘 수는 없어. 너희들이 바라는 이상.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조화가 이뤄지게 할 순 없으니 말이야. 이 마을은 희생양이야. 앞으로도 능력자와 비능력자가 계속 싸우고 다투고 서로 죽이게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갈 이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다시 레인의 시선은 츠쿠시 쪽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그녀만이 묻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태연하게 레인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조화를 꿈꾸고 목표하는 이들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세븐스와 비능력자가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다투게 해서 절대로 화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누구 마음대로 화해를 해? 누구 마음대로 조화를 이뤄? 애초에 세븐스와 비능력자들은 조화롭게 살 수 없어. 둘 중 하나가 완전히 멸할 때까지 이 분위기는 계속되어야만 해. 그렇게 해서 온전히 한 쪽이 멸해야만 진정한 평화가 오는 법이야. 꽤 재밌어 이런 것도. '세븐스를 몰래 감싸주는 비능력자의 존재가 드러나게 하는 점'이라던가, '가디언즈의 배신자의 존재를 밝히고 그 존재를 밀고'한다던가. '이런 마을을 알려서 가디언즈의 손으로 멸하게 한다'던가, 그렇게 해서 '과격파 레지스탕스의 수를 더 늘리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디언즈가 더욱 강력하게 나오게 한다'던가 말이야."
"...그래. ...이제와서 화합이나 화해나 인정할 순 없어."
매우 차가운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츠쿠시를 바라보면서 좀 더 말을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그 와중에 가디언즈 중 간부 하나를 무찌른 너희들의 존재는 정말로 거슬려. ...그러니까 이렇게 재밍장치를 파괴하고 마을을 알린 거야. 그러면 너희가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니까 말이야. 안 나타난다면... 글쎄. 나타날때까지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간 나타나지 않겠어? ...어차피 화합을 이룬 이상, 저들을 살려줄 순 없으니 말이야."
차가운 광기어린 목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제 품에서 검은색 보검을 꺼냈다. 이어 그녀는 그 보검을 손에 쥐면서 이야기했다.
"아주 고마웠어. 이전에 너희들의 대장과 그 동생이라는 작자와 교전했을 때 그 데이터를 카피해서 이런 것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말이야." "...화합을 이루려는 이들에게 너희들의 존재는 생각보다 너무 커졌어. 그러니까 슬슬 살려둘 순 없어. ...세븐스와 비능력자. 어느 한 쪽이 멸할 때까지 싸우는 파멸 속에서 피어나는 평화에 방해가 되는 너희들은 특히 더 말이야."
한편 마을로 향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마을 안에서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폭격이 이미 조금은 시작이 되었는지 마을 여기저기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더더욱 혼란을 느끼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광장을 향해서 미사일 한 발이 날아오고 있었다. 막지 않으면 그대로 광장에 떨어지지 않을까?
/10시 30분까지! 일단 물었으니 답을 해주지만 만약 아무도 안 물었으면 저런 답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러니까 뭔가를 캐내고 싶은 이는 적극적으로 얍얍하는 것이에요! 참고로 마을로 향한 이들의 경우는 마을로 그래도 가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쓴거고..만약 마을에 안 간다고 한다면, 레인의 저 말을 듣고 멈췄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말을 더 들을 여유 같은 건 없다. 애초에 좁혀지지 않는다. 좁힐 생각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설전을 벌이는 건 정신적으로 소모가 너무 심했다. 안 그래도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깎아먹는 게 정신력인데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집중력은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분명히 없애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었기에.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네 행동을 보고했다. 적어도 너는 마을로 향하겠다고.
대답을 들을 겨를도 없이 뛰쳐나간 네가 마을에 도착했을 땐 벌써 폭격이 시작된 듯, 폭음과 함께 사람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너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폭발로부터 사람들이 멀어질 수 있도록 소리쳤다. 그 와중 날아드는 미사일이 눈에 들어와, 너는 근처에 있는 건물의 외벽을 강하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네 손의 움직임을 따라 날아간 체인과 그 끝의 말뚝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면 그 다음 미사일에 부딪히는 건 너 자신이었을 터다. 언제든 방패는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총을 다시 등에 메고, 보검을 허리춤에서 뽑아들자마자 보검 무장이 장비된다. 그대로 세븐스를 끌어올리자, 눈동자의 붉은 빛과 함께 코와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스페셜 스킬 정도까진 아니지만... 무리를 좀 할 필요가 있다.
재빨리 앞으로 달려 마을쪽으로 가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앉았다가 일어서며 솟아올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듯 점프한다. 그리고선 그대로 보검을 앞으로 내밀어... 미사일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상공에서 폭발한다면, 그래도 지상에 착탄하는 것 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이다.
무시하고자 했고 훌륭히 무시했다. 단 한마디를 듣기 이전까지는. 이스마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상향에 대해 정 반대의 의견을 내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견해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가디언즈의 배신자의 존재를 밝히고 밀고한다라. 이스마엘의 아버지는 꼬리를 잡히지 않고 살았으나 결국 꼬리가 잡혔기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 아량 깊게 넘어가고자 했다.
"가엾은 사람."
당신이 '이제와서' 라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 '이제'라는 뜻은 과거를 한번 부정한 경험이 있다는 뜻과도 직결되기에. 당신도 결국 피해자였기에 이리 과격히 나오는 것임을.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러겠지. 이스마엘은 천천히 손을 뒤로 모았다.
"더 동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무장을 전개한다. 보검 샤덴프로이데에 의해 가볍게 다리 파츠와 꼬리 파츠가 생겨난다. 여전히 배트의 형태였으면 좋았을 것은 다른 것으로 변해있었다. 여덟 자루의 나이프가 이스마엘의 뒤로 둥실 떠오른다.
레인을 직시하며 그렇게 뱉었다. 끔찍하게도, 상대를 나무라기엔 자신 역시 깨끗한 사람은 되지 못하겠지만.
어느 한쪽을 완전히 멸해 한쪽만이 남은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틀린 소리가 아니다. 현재의 인류는 원시 시절 다른 종의 선행인류들과의 경쟁해서 승리해 그들을 멸종시켰고, 끝내는 이 세상의 유일한 인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현생 인간들이 평화는 영원할 듯하다 세븐스라는 또다른 인간의 종이 나타난 것이다. 역사는 아마 반복되리라. 그러니 레인의 주장은 이론으로서는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 파멸의 끝에 평화가 찾아올까? 세븐스가 나타나기 이전, 비능력자들의 시대를 돌이켜 본다. 그들은 언젠가의 평화가 도래하더라도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를 테다. 저들끼리 집단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 불화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인 법이니.
"그런 세상을 만들어서 당신이 얻을 것은? 단순한 '평화'만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만."
결국 멀리서부터 폭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 방향을 흘끗 쳐다본 그는 떠나지 않고 자리에 남았다. 레레시아는 다른 동료들에게 그리 말했지만 역시나 그는 듣지 않았다. 그가 잘하는 일은 구조보다는 이런 방면이니 어쩔 수 없다. 자세를 낮추고 긴장을 끌어올린다. 보검을 해방하자 번거로운 발도를 거치지 않고서도 검날이 드러나 번뜩인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섬광이 일렁이고 땅이 뒤흔들린다. 유리 조각이며 폭발의 잔해가 거리로 쏟아지고, 폭격에 맞은 건물들은 지붕까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채 검은 연기를 내뿜는다. 그런 연기와 폭음을 뚫고 귀에 박히는 것은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울음소리다. 뜨거운 공기에 등에서 땀이 흐른다. 전쟁터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 고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보고서 광장으로 달려가, 광장 바닥에 포탈을 열어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곳으로 포탈을 이어 사람들을 대피 시키려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