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알몸의 팬티바람에 복면만 뒤집어쓴 파충류 가죽의 남성 아르고니안 캐릭터. '지갑'은 충분히 못생기긴 했다. "그래서 복면을 씌웠잖아 바보! 쇼코쨩의 배려를 못 알아먹겠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쇼코쨩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네. 하지만 이미 마법 데미지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주는 복면이라 못 벗는다구.
'지갑'은 다시 탑으로 돌아왔다. 트리거 덕분에 아직까지 맴돌고 있는 드래곤을 이제 해방시켜줄 차례다.
"쇼코쨩... 낳아주고 지금까지 길러주고 쇼코쨩의 생을 마감시켜줄 드래곤 파파인지 마마인지 모를 부모를... 화속성의 효자답게 태워죽이겠어!"
아주 기초적인 마법. 화염구. 말 그대로 화염으로 이루어진 구체를 던질 뿐일 마법. 그것을 드래곤에게 조준하고 발사했다. 슈웅... 하고 날아가던 화염구는 드래곤에게 착탄. 그 순간 드래곤의 체력바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줄어들고 빙글 빙글 날던 드래곤은 땅바닥에 쳐박히고 말았다.
"흑흑, 쇼코쨩.. '지갑'을 못생기게 만든 부모를 죽여버렸어... 너무 슬퍼... 그래서, 쇼코쨩... 부모님을 되살릴거야."
그렇게 선언하고 '지갑'은 탑의 문으로 입장한다. 그리고 트리거는 발동되어... 드래곤의 울음소리와 함께 성이 부서지는 연출이 나온다. 하지만 쇼코쨩은 그걸 무시하고 은신으로 탑을 거꾸로 올라가며.. 탑 옥상으로.. 처음 태어난 그 장소로... 올라가자 드래곤이 포효를 내지르며 다시 리스폰됐다.
"헉, 드래곤 마마랑 파파!!! 나를 버리고 이제 오다니 바보!"
이번엔 아이스로, 다시 나갔다가 들어오니 드래곤이 리스폰되어 이번엔 전기로. 다양한 마법으로 드래곤을 죽이며 경험치를 쌓아갔다.
"이것도 슬슬 질리니까 이번엔 마마랑 파파를 데리고 산책가보자."
압도적인 레벨로 체력을 겁나 찍은 '지갑'은 이미 먼치킨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버그패치를 받지 않은 게임의 위력!
"캐릭터가 못생겨도 가족끼리 훈훈하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화 풀어줘~ 알겠지?"
이미 트리거는 왕창 꼬여버려 다시 리스폰된 드래곤은 적으로써의 AI를 가진 드래곤으로 나온다. 고로 '지갑'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탑에서 빠져나가자 '지갑'을 죽이기 위해 날아오는 드래곤. 그대로 '지갑'은 인근 마을로 향해 드래곤의 브레스로 마을을 싹다 구워버린다.
마을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고 리얼한 그래픽으로 마을 주민들은 불타거나 몸뚱아리가 얼려지며 산산조각났다. 드래곤이 날갯짓을 멈추고 땅바닥에 착지하여 자신에게 덤벼드는 자들을 물어 뜯거나 손을 휘둘러 날카로운 손톱으로 뼈에서 살을 분리시켰다. 이러한 광경에서 느긋하게 죽은 NPC의 시체를 파밍하고 있는 쇼코쨩의 '지갑' 그 모습이 제법 흥미진진했는지 채팅창의 반응도 제법 좋았다. 노잼의 끝에 유잼이 왔으니까! 이대로 '지갑'은 수도까지 쳐들어갔으며, 수도의 NPC들도 드래곤에 맞서 싸워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야 튜토리얼 몬스터는 꽤 강하다!!!
"이 쇼코쨩과 '지갑' 그리고 드래곤파파마마가 불태워버리고 싶었던 건... 이 썩어빠진 세상이 아니었을까?'
감동적인 멘트를 날렸지만 이내 쇼코쨩은 웃은 얼굴로 바꾸고 말한다.
"아하하! 민나, 이거 봐! 사람들이 다 타버린 성냥마냥 톡 하고 건드니까 부서져가! 이런 거 본 적 있어? 아, 많이들 봤겠다. 요즘 세상이 각박하니까 그치? 하지만 쇼코쨩을 보고 힘내라구~ 그리고 골드 드래곤쨩 보고 있어? '지갑'은 성실한 아이가 되었어~ '지갑'은 골드 드래곤쨩에게 맡길게~ 세이브 파일은 쇼코쨩 카페를 참고해줘~"
그리고 이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기 위해 쇼코쨩은 게임을 저장한 뒤 게임을 껐다. 이제 큰 손들을 위해 쇼코쨩은 방금 라이브러리에서 메인 페이지를 화면에 비췄다.
"'지갑'은 행복하게 내버려두고 이제 우리 시청자들이 원하던 게임을 해볼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눈나 한테만 빠져있으면 쇼코쨩, 배드엔딩 루트로 돌진해버릴거니까! 하지만, 슈퍼챗으로 말하면 쇼코쨩은 특별히 못 본 척 해줄게~"
지갑쨩이 나에게 들어왔다. 돈이면 다 되는줄 아는 악질 팬들이 팬카페에서 지갑쨩을 가지고 벌일 기행들이 벌써 눈에 훤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은 재쳐두자. 나와 쇼코쨩의 유대의 결실인 지갑짱을 엔딩까지 제대로 키워서 될 수 있는 모든 업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이다. 물론 콘솔 기능은 이용하지 않은 체....
방송의 컨텐츠는 미연시로 넘어간다. 이럴수가!!! 쇼코쨩이 하루에 1시간 이상 방송을 하다니!!!!!!!!! 충격적일 정도로 긴 방송 분량에 유하는 도네이션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 쇼코쨩을 걱정해주는 거야? 음~ 원래 쇼코쨩은 본직이 있어서 길게 방송은 못하지만... 오늘의 쇼코쨩은 무테키다요! 데모데모, 쪼금은 쉬고 싶으니까... 미연시 게임은 2부로 넘길게! 2부 방송은... 내일쯤 시작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자 채팅창에선 [그게 방종이잖아!], [돈이라면 줄게, 좀 더 막말해줘!], [방금 과몰입 준비 완료했단 말이야 배드엔딩 보여주고가] 이런 반응이 올라왔으나, 쇼코쨩을 연기하는 것은 제법 지치는 일이다.
"그치만, 쇼코쨩... 오늘 노르마 달성했고... 돈도 짭짤하게 벌어서 더 방송하고 싶지 않은걸... 아차차, 이걸 말해버리면 민나, 쇼코쨩 싫어질텐데... 괜찮아. 쇼코쨩은 말이야? 지금까지 쇼코쨩의 방송을 봐준 모두를 사랑하니까! 그렇지? 민나? 슈퍼챗을 쏴주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하는 쇼코쨩이야!"
깜찍! 한 포즈를 하지만 심리적으로 지친다... 돈 벌어 먹기 힘들다.
"그럼, 내일 방송에선 쇼코쨩이 제대로 해피엔딩 보여줄게. 마음에 드는 눈나가 있으면 쇼코쨩에게 말해줘?" "그럼 모두~ 바이바이~ 쇼코쨩은 은행으로 갈게!"
걱정이 되어 한 말이 불씨가 되어서 실제로 방종을 이끌어내고 말았다. 쇼코쨩 팬카페에 달릴 무수히 많은 욕설들을 떠오르니 몸이 부르르 떨리지만... 지켜내야 해. 유하는 각오를 다졌다. 쇼코쨩을 위한 헌신만이 그녀를 혹독한 자본주의자들로부터 지켜낼 유일한 방법이야... 유하는 침대에서 뒹굴다 무심코 도네이션 현황을 확인해 버렸다. 얼마라고...?
"싫어어어어어어!!!!!!!!!!"
0를 찍어버린 잔고에, 하유하는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옆방의 누군가가 다시금 벽을 쾅쾅 두드렸지만, 골드 없는 골드드래곤은 마치 털이 빠진 고양이와 같은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