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수술실에서 남성을 기절시킨 츠쿠시는 그를 구석에 숨기는데 성공했다. 허나 그 숨기는 과정 속에서 근처에 컨베이어 밸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컨베이어 벨트는 망가져있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방금 레레시아의 공격으로 부식되어버렸으니까. 아무튼 위에 놓여있는 병 중 멀쩡한 것을 자세히 보면 주사기에 들어있는 그 투명한 것과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세븐스 입자'가 아니었을까. 즉 말 그대로 이곳에서 세븐스 입자를 빼내고 있던 중이었고 그 빼낸 세븐스 입자는 저렇게 컨베이어 밸트를 이용해 운송되는 모양이었다. 어디로? 그것은 알 수 없었다. 그 끝을 추적하려고 해도 이미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확실한 건 박스가 안쪽에 가득 쌓여있다는 것 뿐이었다. 상자가 가득 쌓여있는 곳 부근에는 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면 지하도로가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타이어 자국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 더 이상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원장실> 책상에는 대부분 그냥 별 내용이 없는 종이서류들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아래쪽 서랍에서 뭔가 중요한 서류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삺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세븐스 입자를 제거하는 기술을 이용해 세븐스 입자를 제거하는데는 성공했으며 그것으로 '루시아'를 작동시키는 연료로 사용. -꽤 많은 양이 저장되어있으니 '세븐스 입자'를 다른 기술에 사용하는 것을 검토 고려. -기술의 미달로 세븐스 입자가 제거된 이들은 사실상 폐인 상태가 되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 때로는 죽을 때도 있음. -머릿속에 '칩'을 삽입하여 전기신호를 발생. 이미 사용할 수 없는 뇌를 대체하여 몸에 명령을 내려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능 -모든 명령 구조는 '카시노프'가 시행한다. -현 시점 살아있는 채로 칩을 삽입해서 움직이는 이도 있으나 실패율이 너무 높음. 따라서 차후에는 폐인 상태가 되거나 시체가 된 이들을 재활용하는 쪽으로 검토. -공포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 여부에 따라 강력한 병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 -프로젝트 책임자. 카시노프.
그 이외에는 특별히 뭔가가 더 보이는 것은 없었다.
<수용소> 선우는 카시노프를 노리면서 쏘았겠지만 요상하게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억제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 때문에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고 총알도 발사되지 않았다. 이어 그것을 바라보면서 카시노프는 피식 웃어보였다.
"기왕이면 사탕이 더 좋은데 말이야. 나 같은 천재에게는 당분이 매우 중요하거든. 켈켈켈."
아주 가볍게 넘겨버리면서 이내 카시노프는 마리를 바라봤다. 이내 들려오는 그 모든 물음을 들으면서 카시노프는 가만히 팔짱을 꼈고 마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그는 숫자 3을 표시하듯이 왼쪽 손가락을 펼쳤다. 그리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면서 손가락을 접었다. 처음에는 약지, 그 다음은 중지, 그리고 그 다음은 검지였다.
"일단 첫째. 수술은 정말로 있었네. 자네들은 지금 수술을 통해서 세븐스 입자를 빼버린 이들을 보고 있지 않나. 물론 아직 수술을 받지 못한 이도 있지만 말이야. 둘째. 부작용에 대해서는 기술의 발전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입자를 다 빼버렸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폐인'이 되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분명하게 설명을 해뒀지.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받겠다고 대답한 것은 바로 저 세븐스들이야. 그렇게나 수술을 받고 싶다는데 어쩌겠나. 해줘야지. 어디까지나 이 모든 것을 선택한 것은 그 세븐스들이지. 내가 아니야. 나는 어디까지나 희망을 들어준 것 뿐인데 그렇게 적대적인 눈빛에 비쳐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못 믿겠으면 물어봐도 좋아. 그리고 마지막. 왜 그런 일을 하냐면... 나는 연구원이라서 말이야. 어디까지나 연구의 일환이지. 나는 많은 실험재료들을 얻을 수 있고, 또 저들은 결과적으로 비능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켈켈켈. 이렇게 공평하고 착한 연구원이 어디 있나. 페어하잖아. 안 그래? 다시 말하지만 모두 다 자신들이 선택한거야. 어쩌겠나. 폐인이 되거나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세븐스 입자를 빼서 비능력자가 되고 싶다는데."
"...리버."
한편 리버라는 말에 엘리나는 가만히 마리를 바라봤다. 허나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마치 못 들은 것처럼. 아니 듣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인식에도 박히지 않은 것처럼.
"혹시 의료법이나 실험 윤리, 히포크라테스 선서, 양심, 도덕... 이것들 중 하나라도 그 머리 속에 들어 있나? 내가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
그래서, 모종의 이유로 저렇게 되어버린 에일린을 우리는 구출해야 한다, 이건가... 평소엔 내키는 대로 다 부수고 난리를 냈지만, 가능한 상처 없이 생포하는건 더더욱 어렵군. 격통을 느끼면 세뇌가 풀리나? 음... 아닐 거 같다만 다른 이들이 방법을 찾을 때 까진 버텨봐야지.
보검을 던졌다 받고, 보검 무장을 장착한다. 아무래도 평소보단 좀 더... 잘 피해다녀야겠다.
들어올 때부터 보였던 병 안의 물질들은 막 남자의 몸에서 추출되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였다. 정체모를 무언가의 정체는 세븐스 입자였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눈에 잘 보이는 것이었을 줄은 몰랐는데. 확인을 마쳤으니 더 볼일은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기에도 불길한 물건이다. 이 병 하나를 채우기 위해 몇 명 분의 목숨이 희생되었을까. 그는 병이 부서지도록 내던진 후 그나마 모양새가 남은 병들도 모조리 부숴 망쳐버렸다.
상자 근처의 문은 어딘가로 통하는 도로와 이어져 있었다. 바퀴자국이 남아 있으니 추적하기에는 좋을 듯하지만, 당장 그 길을 따라가기엔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는 미지수다. 눈으로 쫓을 수 있는 부분까지만을 유심히 살펴본 후 수용소로 향했다.
추측이지만 레시가 발견한 정보로 추측컨데 엘리나가 살아있지만 칩을 통해 명령이 가능해진 존재로 볼 수 있을 것도 같고. 엘리나가 지내던 방에서 무언가 먹은 흔적이 있으니 말이지....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레이버도 다음에는 칩이 꽂힌 상태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츠쿠시가 바라보는 그 끝에는 정말로 끝없는 지하도로가 연결되어있었다. 당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차량이 움직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내 병을 다 깨부셔버리자 세븐스 입자들은 모두 사르륵 녹아 없어지면서 그 형태를 잃었다. 이어 그녀는 수용소로 향했다. 비슷하게 레레시아도 도착했고 그녀는 철창 안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모두들 눈에 하이라이트가 없었기에 생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 딱 그런 느낌에 가깝지 않았을까. 남자, 여자, 노인, 소년, 소녀. 정말로 다양한 나이별대로 다양하게 있었으나 그렇게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다 합쳐도 40명 정도가 전부 아니었을까.
한편 들려오는 말들을 들으면서 카시노프는 피식 웃었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의료법이나 실험 윤리, 히포크라테스 선서, 양심, 도덕. 전부 무의미한 것이야. 자네는 이 세상의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알릴 수 없는 어두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 얌전하게 연구를 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그런 이들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 뭔가를 남긴 이들은 하나같이 그런 선을 넘나들며 연구하는 이들이야. 그럼 왜 알려지지 않았는가. 그거야 간단해. 그만큼 업적이 대단하니까 그 외의 것들은 아무래도 좋은 거야. 사람들이 맞는 백신조차도 얼마나 많은 생명의 목숨이 희생된 뒤에 만들어지는지 알긴 아나? 자네. 그런 것들을 따지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법이야. 평범한 이들이 할법한 발상을 여기서 가지고 오지 말아주겠나. 무엇보다 자네 같은 테러리스트가 입에 담을 것은 아니지 않나. 양심도 도덕도 윤리도 말이야."
피식 웃으면서 이내 카시노프의 시선은 선우에게로 향했다. 이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듯 쥐면서 몸을 부들거렸다. 이어 아주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켈켈켈켈.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모두 동의하에 하는 거라고 말이야. ...자네의 비난이 성립하려면 내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야 성립하는 법이야. 허나 나는 모든 것을 설명했어. 그럼에도 좋다고 남은 이들이 아닌가. 그리고 중2병이라고 했나? 자네들 테러리스트들처럼 잡히지도 않을 것을 잡으려고 발버둥치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의지가 계승되니 뭐니 하는 이들이 할말은 아니지 않나. 마찬가지야. 모두. 자네도, 우리들도 말이야. 중요한 것은 거기서 얼마나 우수한 실적을 남기느냐지. 자네들이 실적을 남기면 영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여기서 죽으면 이름없는 테러리스트 나부랭이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결국 제 0 특수부대도 다를 것은 없다는 듯 비웃으면서 카시노프는 품에서 리모컨을 꺼냈다. 이어 버튼을 꾹 누른 후에 그 리모컨에 말을 했다.
"헬무트. 라이너스. 칼리온. 나와라."
이내 저편에 있는 철창의 문이 열렸다. 천천히 흐느적거리면서 나오는 이들은 모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가디언즈 병사들의 갑옷을 입고 있었고 모두들 총을 들고 있었다.
"가디언즈의 병사들이었으나 각자 다양한 이유로 죽은 이들이지. 모두 내 '수술'의 결과로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 ...자. 그러면 자네들의 실력을 좀 보여주겠나."
이내 헬무트라고 불린 이는 앞으로 돌격 소총을 들고 돌진하면서 총알을 쏘아댔고 라이너스라는 이는 등 뒤에 장착된 부스터를 이용해서 라이플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칼리온은 두 종류의 단검을 들고 돌진했다. 모두들 노리는 곳은 다름 아닌 심장이었다. 총알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칼리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질주했다. 마치 '두려움'이나 '공포'가 없는 것처럼.
"아직 내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는데.... 루시아를 작동시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는 거야?"
마리는 카시노프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당장 우리를 상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많이 얻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엘리나를 보다가.... 일단 마리는 이를 악물고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리고, 세븐스들을 억압해서 그들이 살아갈 의지를 잃게 하고, 차라리 폐인이 되거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끔 만든 것이 가디언즈가 아냐? 마치 등 뒤에 칼을 겨누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살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그리고 마리는 스스로 수술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을 보며 말했다.
"나, 당신들의 마음 이해가 가. 나도 내가 세븐스였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었으니까. 나도 당신들처럼 마음이 무너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으려고까지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당신들 죽을 각오로 이곳에 왔다면, 그래서 비세븐스가 되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온 거라면..... 그 목숨을 걸어 이 세상을 전복시키는 건 어때. 세븐스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당신들도 가디언즈와 세상에 억하심정이 많을 거 아냐! 스스로 가디언즈의 연료가 되어 다른 세븐스들을 사지로 밀어넣는 일을 하고 싶은 거야?"
마리는 말을 하다가 이내 감정이 격해졌다가 이내 가까스로 억눌렀다.
"다들 티비에서 봤을 거야. 우리 에델바이스가 가디언즈를 상대로 싸웠던 거. 함께 가자. 당신들 스스로의 의지로."
마리는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이정도로만 마쳤다. 더 설득하기에는 카시노프가 움직이는 시체를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마리는 다시금 시선을 그 시체 세 구에 맞췄다.
"다들 머리를 노려야 해. 사지를 잘라도 되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이니까 조심해야하고.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말 머리가 약점인 것 같아."
마리는 일단 무장한 곰으로 변해 이쪽으로 가까이 달려오는 칼리온의 검을 피하며 그 헬멧을 쓴 머리를 곰발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차라리 세븐스는 사람이 아니기에 문제 없다는 말이 나왔으면 했다. 다수의 빛나는 업적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발상은 세븐스뿐만 아닌 비능력자에게도, 귀천과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도 위험하다. 저런 부류의 인간들이 불러올 참사는 일반적인 사고관의 사람들과는 궤가 다르다. 양심과 도덕, 윤리 같은 가치들은 무의미하지 않다. 하지만 카시노프가 풀어놓은 장설 중 이 말만은 옳았다. 에델바이스는 그런 가치를 입에 담을 수 없다고. 정확히는, 아미키리 츠쿠시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그 말이 통렬하게만 느껴져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