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우리는 영웅의 존재를 믿는다. 위대한 영웅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들의 곁에 있는 영웅들 역시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영웅이니까 말이다. 불타는 집에서 아이를 구해온 사람이나 스스로의 몸이 타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문을 두드린 이들. 단지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어 영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이런 소소한 구원자들이 우리의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 옥소경, 사회의 미니 히어로 발췌
영웅서가는 저에게 가장 어려우면서,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그 원인 중에는 제가 자초한 것(외압을 유도하는 캐릭터성, 방향성 부재, 진행중 결석)도 있었지만, 가끔씩은 그래도 이건 이길 수 있긴 한가? 해결할 수 있긴 한가? 싶은 게 많았습니다. 가끔씩은 현실의 과업이, 영웅서가에서 빈센트가 겪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요. 정보는 한정적이고 시간은 모래시계의 좁은 목을 건너는 미사처럼 흐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영웅서가가 저에게 경험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으면 이미 겪어본 사람,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들은 금방 해결책을 찾거나, 거기에 대단한 해결책씩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못 받아들일 정도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이 어장을 통해 발전하는 느낌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반드시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읽는다고 반드시 도움이 되고 인생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요. 하지만 영웅서가 덕분에 많은 교훈을 얻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건 그냥 듣고 잊던지 하셈. 나도 원래 이런 거 자주 얘기 안 해주는 거는 유하주도 알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이번 전투를 통해서 유하가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게 하려고 했음. 그래서 기술의 연계(번개 마법에는 그런 수단들이 어울리니까)라는 정보를 예전에 줬으니까. 이번 금강산의 마도사는 이런 연계 마법에서 경지를 넘었으니만큼 유하가 경험의 부족이나, 판단의 부족을 채울 수 있도록 금강산 마도사를 연결해주려고 한 거야. 왜냐면 금강산 마도사의 경우는 자기가 잘났다고 설치는 놈들은 그래? 난 너보다 잘났는데? 라고 하면서 찍어누르길 좋아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부족하다고 하면 '그래? 그런데 부족한 놈이 나한테 왜 배우려 하냐?' 식의 얘기를 하는 괴짜이니만큼 유하가 어느정도 자기 자존심을 죽이면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려 했고.. 그게 유하와 시윤 페어로 전투하는 거라고 생각했음. 아마 어느정도 대화를 유도했으면 유하가 이런 얘기를 했을 수도 있겠지.
"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어요. 항상 같이 있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애가 있는데 이번에 이 애와 함께 싸울 때.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 " 그것때문에 얘가 다쳤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지가 않았어요. 나름 뛰어나다고 자신했는데 무슨 우물 안 개구리 같아서. 그래서 다시 떠올린 게 당신이었던 거에요. " " 당신이 그렇게 뛰어나다면서요. 대단하다며요.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나를 가르치면 나는 얼마나 더 뛰어나겠어요? " " 나는 골드 드래곤의 정당한 자식인, 하유하라고. "
식으로. 유하의 어느정도 캐릭터성을 언급해주면서 상대인 금강산 마도사가 유하를 인정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제자가 되도록 만드는 게. 여기까지가 캡틴이 준비했던 스토리임.
근데 이게 어그러진 상황에서 당장 유하주가 뭘 해야할지 모르고, 침울해하는 상황이니만큼 캡틴은 빈센트의 안경이라는 주제를 유도한 거임. 그를 통해서 어느정도의 성공을 겪으면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고 새로운 떡밥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