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보고 있었어! 첫눈에 반했어! 사귀어 줄래?" 이스마엘: 아, 그게.. 저도 당신을 전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줄곧. 그렇지만.. 본다는 그 시선이 성애적인 의미가 아니며, 저는 그런 의미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스마엘: 미안합니다. 이스마엘: ..예? 이유라도 듣고 싶다뇨..? 이스마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비롯되어.. 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이 흐려지는 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안합니다.
"24시간 후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이스마엘: 글쎄요? 편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죽은 뒤 남긴 편지를 읽을 수 있겠지요.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달리 수명을 늘릴 방법을 찾기 보다는, 예. 그 이후의 세계에서 이상향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아버지도 그곳에 계시겠지요.
"어떤 부분에 성적인 감정을 느껴?" 이스마엘: 예?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이스마엘: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파렴치하군요.. (이스마엘은 노이즈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의 경악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타이밍이라. 분명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는 의미일 리가 있나. 많이 당황하고 놀라고 부끄러웠지만 준비 자체는 다 된 모습이었으니. 어찌 보면 최적인 때였다고 할 수도 있지. 그리고 원래 치장은 갓 마쳤을 때가 가장 보기 좋은 법이다. 그게 정석이긴 한데, 그래도 역시 부끄러운 건 부끄럽다.
"그건 그런데, 어, 준비는 다 한 건데..."
얼버무리는 아스텔의 말 뒤로 똑같이 어물어물하는 레레시아의 말 이어진다. 뭘까 이 둘. 누가 지나가면서 보면 물음표 서넛은 찍을 상황을 이어가다가, 예쁘다는 말에 레레시아의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너어 진짜..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아...!"
그 와중에 아스텔이 돌아보기까지 하자 귀가 위로 세워졌다가 다시 팍 쳐진다. 허리 뒤쪽으론 꼬리가 불만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허공을 팍팍 휘젓고 있고.
그가 뒤로 돌 적 손을 놓은 그녀는 그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고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한바탕 질러내곤, 손가락 사이로 눈만 빼꼼 내밀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듯 하얀 고양이 귀도 슬그머니 일어선다. 그제야 아스텔의 차림을 한 번 훑어본 그녀가 불만인지 무언지 모를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좀 부끄러웠, 던 거지.. 뭐, 어차피 나가면 다 비슷비슷할 거 아냐."
너도 그런 옷 입고 있구. 라며 아스텔의 망토를 잡아 슬쩍 당겼다가 놓는다. 그런 옷이라기엔 망토 말고 평소랑 크게 다른게 없어보이는데. 아무튼 같이 나가면 다 비슷하지 않겠냐며 종알거렸다. 마을에서도 노는 분위기인 듯 하니까. 그러고 손을 뒤로 모아 쥐고서 입술을 비죽 내밀고 우물쭈물하다가 그런 말을 톡 던져본다.
"그... 너랑 같이 있으면 부끄럽고 그런 거 다 됐고 그냥 좋다구. ...좀 전은 놀라서 그런 거였구."
그렇게 말해놓고 힐끔 눈치 한 번 본다. 그리고 옆으로 가서 머뭇머뭇 팔을 잡으며 같이 나갈거야? 하는 물음을 눈으로 보냈을 것이다.
"평소랑 달라. 평소에는 에델바이스 전용 제복을 입고 다니지. 이런 옷을 입진 않는다고. 제복차림과는 엄연히 다른거야. 이건!"
뭔가 평소에 다른 것이 없어보인다는 말에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파격적으로 확 달라진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고증을 살려서 차려입은 옷이었다. 이를테면 땅까지 흘러내리는 이 오버핏 망토라던가. 허나 역시 분위기가 덜 사는 것일까. 이빨을 지금이라도 끼워야하나.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지금 와서 준비를 새로 한다고 할 정도로 그는 무신경한 존재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녀가 말은 저렇게 해도 일단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살아온 삶이 삶이고, 당장 어떻게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산 기간이 많아서 솔직히 말해서 살고 싶다라는 것 외에는 크게 욕심을 부려본 적은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뜸을 들인 후, 아스텔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내 그는 그녀의 옷차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역시 보통 예쁜 옷이 아니었다. 아마도 이 시기가 아니면 볼 수 없을 옷. 그야말로 우아하면서도 귀엽고 예쁜 고양이 같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그는 시선을 살짝 돌린 후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옷차림. 남들에게 보여주기는 조금 싫어. ...나만 보고 싶어. ...하지만 이건 내 개인 욕심이니까..."
당연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서 뭔가를 표현하는 것은 집착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는 그런 것을 굳이 하고 싶진 않았다. 자신도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개인 인간관계가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을테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간 후에 살며시 망토를 펼친 후, 그녀의 몸을 감싸듯 그렇게 망토를 둘렀다.
"...아지트 내에서는 이렇게 뱀파이어에게 사로잡힌 이로 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 있을까? 밖에서는... 안 감쌀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욕심을 강하게 내고 싶진 않아. 너에게도 불편한 일일테고."
그러니까, 할로윈이라는 걸 정확히는 몰라도. 다들 분장을 하고 사탕을 받으러 다닌다는 간단한 개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근데 뭘로 분장을 해야 하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었으나... 다행히 코스튬들이 디자인이 괜찮았던 데다가, 상점에 가니 바로 추천해주는 게 있어서 그걸 골라왔다. 이런 건 전문가의 시선을 따르는 게 무난하겠거니 해서 그대로 옷을 빌려 왔는데.
"으음, 괜찮은가?"
네가 입은 복장은, 아마 강시라고 부르는... 일종의 좀비의 스테레오타입 같은 의상인 모양이었다. 떠올려 보면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인데 옷을 보면 그다지 무서운 것 같지는 않고, 뭣보다 소매가 좀 큰 게, 펄럭이는 게 조금 거추장스럽지는 않으려나 걱정된다. 그리고 천으로 만들어진 노란 색의 부적도 하나 있었는데, 이건 핀으로 모자에 고정하는 모양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은 부적을 손에 쥔 채, 옷을 다 입은 너는, 마지막으로 모자를 머리에 얹었다. 그럼 나가볼까!
"아차, 깜빡할 뻔 했네."
문 밖을 나서려던 너는 급하게 되돌아와 바구니를 집어들었다. 아마 사탕을 받는 것도 재미 중 하나였지. 그렇게 준비를 마친 네가 바깥으로 나서 본 모습은, 사실상 처음 맞이하는 풍경이었다. 거리에 떠오른 가로등과 등불들이 서로 이질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묘하게 조화되고 있었다. 약간의 괴기스러움과 약간의 달콤함, 이게 할로윈이라는 걸까. 거리를 걷는 색다른 분장의 사람들을 보면서 눈이 마주치면 아하하. 하고 멋쩍게 인사하던 너는 결국 한참 동안을 장난을 시험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 사탕이라면 여기... 네?"
오히려 장난의 상대가 된 게 처음이라, 준비한 사탕을 주려고 바구니 안에 담겼던 사탕을 한 움큼 쥐던 네 눈이 커진다, 그러니까... trick or treat, 아니었나? 그제야 네 앞에 선 사람의 분장을 보곤 뭔가 등이 오싹해지는 감각에 눈을 빠르게 두어 번 깜빡인 너는 잠시 생각이 멈춘 듯 입을 벌렸다.
Q.이게 무슨 컨셉인가요? A.어... 개늑대인간 저승사자 전기톱살인마입니다 픽크루에는 없지만 등 뒤에 갓도 있음()
얘도 제대로 통일된 컨셉을 잡을 애가 아니라서 괜찮아 보이는 거 섞었다는 설정이야...👍🏻 사실 처음에는 적당히 테크웨어 이누미미 정도로 타협하려했었는데?? 간지나는 검정한복을 봐버린 거임... 아 한국계의 얼이 운다 검정한복 가보자고~ 근미래 SF 세계관이니까 저승공무원도 다문화 귀신이고 전기톱도 쓰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