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친구가 정확히 뭔지부터 정의해야 한다면 그렇게 성가신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확실해서 나쁠 것 없다지만 가끔은 애매한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음료를 또 한 모금 마신다. 슬슬 식어가며 미지근해지는 핫초코를 보다가 레레시아의 말에는 그런 의미는 아니라는 듯 웃었다.
"억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주고받을 만한 것도 아니고요. 발판은 글쎄요, 필요하다면 그땐 부탁드리겠습니다."
너 혼자서는 닿지 못하는 곳이 있으니까. 발판이라고 하니 좀 뭣하지만... 어쨌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겠다고 덧붙인 뒤에 그녀의 말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고갤 천천히 끄덕인다. 처음부터 둘이었기 때문이라. 그러던 와중에 울리는 그녀의 단말기와, 단말기를 확인한 그녀의 한숨에 너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거의 다 마셨습니다."
대충 두어 모금 정도 되는 양을 한번에 들이킨 너는 컵을 내려놓고 레레시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널 보며 지은 표정은... 뭐 어쩌겠는가. 네가 여기서 혼자 있겠다거나 하면 아마 라라시아에게 한 소리 듣겠지, 의외로 마음을 쓰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너는 어깨에 걸친 외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꽉 붙잡았다. 이것조차도 굳이 마음쓰지 않을 일에 쓰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녀가 물리력을 행사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버려두는 것도 좀 그렇고.
>>491 ??? 무슨 소리지...? 적어도 나는 아니야. 진행 중에 메인이 되는 건 플레이어 캐릭터라고 항상 느끼고 있는 걸. 최근의 레이버 전만 해도 중심지에 MPC는 제외하고 플레이어만 있었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쩌리로 보였을까? 열심히 참여한 내가 쩌리 취급 당해서 오히려 불쾌한데? 나는 그동안의 진행에 일절 불만 없고 다음 진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참여자야. 잘 모르면서 아무말 하지말고 불만 있으면 직접 말하자 좀.
>>491 온 김에 의견을 드리자면! 일단 관전자라고 한 분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있었는지 말씀을 해주셨나요? 예를 들어서 NMPC의 활약으로 절대 승리할 수 없는 걸 이겼다든가, 다른 캐릭터들이 뭘 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NMPC가 뭔갈 하니까 바로 효과가 있었다! 라든가 말이죠... NMPC가 주인공처럼 되고, 나머지가 엑스트라화되려면 말 그대로 포커스든 뭐든 전부 NMPC에게 맞춰져 있다는 건데, 이런 근거가 없다면 전 동의하기가 좀 어렵네요.
물론, 에델바이스를 창단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건 NPC인 로벨리아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벨리아가 주인공 같은 거 아니냐 하면, 글쎄요... 이건 군상극에 가깝지 주연과 조연이 딱 나뉘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우선 웹박수의 내용에 따르면 'MPC의 비설이나 그런 것이 스토리에 녹아있기도 하고'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건 그 전에 글라키에스와 싸운 적이 있었던 바로 그 고독의식이 있었던 거기 같은데.. 음. 일단 캡틴으로서는 그냥 원래 있던 배경이고 거기 출신이었던 애들을 MPC 2명으로 넣어서 일단 에델바이스에 있다는 설정으로 넣은 거지만...음. 저도 조금 어? 스러운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일단 여러분들의 의견을 물어본거랍니다.
혹여나 이 관련으로 조금 문제가 있다라고 느낀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얘기를 해주세요. 딱히 뭐라고 화를 내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이런 부분은 직접 참여하는 이들의 의견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해야하니까. 소중한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우면서도 싸워야하니까. 너도 알고 있잖아? 왜 우리가 싸워야하는 지."
보급도 물론 꼭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쓰는 모든 물자, 무기, 탄약, 모두 보급에서 나오니까. 사실 보급이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레지스탕스 활동의 가장 큰 활약을 하는 이들 중 하나가 그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싸움을 선택했다. 죽는 것이 두렵다. 그녀말대로 차라리 보급쪽으로 이동한다면 엄청난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진짜 보급쪽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몇만 t이 되는 무거운 물건도 거대한 빌딩 한두채도 일단 아공간 속에 넣을 수만 있다면 쉽게 운반할 수 있으니까...음...진지하게 대장한테 투잡 뛰게 해달라고 한번 건의해봐야겠어. 개인 여가시간 쪼개서 무료 봉사하겠다는 데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물론 대장이 허락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건의라도 해볼까 한다.
"알고 있어. 내가 아는 녀석들은 내가 당장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비난할 놈들이 아니야. 그저 날 걱정해주겠지. 그런데도 난 여기 있을꺼야. 만약 내가 싸우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죽게 되잖아. 그건 죽는 것보다 더 싫거든?"
물론 알고 있다. 선우의 의지와 각오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나약하다. 바람불면 꺼질 촛불과도 같다. 지금 그가 한 일은 촛불이 꺼지지 않게 기름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것일 뿐이다.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니까. 그러나 그런 목숨이 사라지는 것이 싸움이고 투쟁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각오 속에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전장에 나섰다.
"당연하지. 하찮은 벌레 놈들이 자신들의 동료를 쓰러뜨렸는 데 발광하지 않고 배기겠어?"
아마 생전의 루시아는 매우 사려깊고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소질이 있는 친구인 것 같았다. 겨우 그녀의 파편인 존재가 이렇게까지 그를 당황하게 하고 말문을 막히게 하니까.
"..."
"복수"
그에게서 옅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몇밤을 자도 잊지 못한다. 아직도 그 때의 악몽이 자꾸 떠오른다. 그는 루시아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내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살해하고 억압했던 가디언즈와 망할 정부를 무너뜨리는 거야. 그게 내가 싸우는 이유야."
그렇기에 레이버가 아이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 그가 그토록 분노했을 지도 모른다.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이려한 그녀에게서 자신의 마을을 습격한 놈들이 보였을 테니까.
나는.... 음... 진행하면서 그.. 막말이긴 한데 캡틴이 되레 쩌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잘 모르겠어..;
왜냐면 캡틴은 우리의 밑도 끝도 없는 노빠꾸 쟤 일단 조져보자 진행에 엄청 시달리잖아..???
내가 너무 극단적인 사람이라 그런가, 쩌리의 기준이 그..
mpc가 갑자기 진행 도중에 나타나서 내가 너희를 지킬게 개쩌는 사기빔! 사기능력! 언!령!빔! 크아악 npc는 손도 못쓰고 제압당했으며 mpc가 멋진 대사를 치고 돌아가자 외친다. 같은 전개가 지금껏 있지도 않았잖아..?
아무튼간에, 스토리 면에서 캡틴이 진행하고 때문에 어느 정도의 캐릭터 연관 떡밥이 있을 수 있지. 그렇지만 그게 없으면 캡틴의 역할이 뭔지부터 고민을 해야한다고 봐, 나는. 스토리에 대한 복선이나 캐릭터로 비롯되는 떡밥 같은 것조차 없다면 캡틴은 그냥 시트 받고, 자르고, 진행하는 기계잖아.
살벌해진 분위기를 느끼며 루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날개짓을 해서 뒤로 살며시 물러섰다. 방금 전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만큼 그 마음가짐에 그것이 상당히 많은 것이겠지. 이어 루시아는 잠시 침묵을 지키면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이어 그녀는 팔짱을 낀 후에 다시 날아올라 선우의 눈가 바로 근처까지 날아갔다. 물론 어느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긴 했지만.
-'루시아'는 말이야. 이런 말을 했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도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을 파괴하고 망칠 정도로, 그리고 자신이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건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품게 된 이전의 자기 자신에게 복수하는 거니까 절대로 자신을 잃지 말라고 말이야.
생전에 한 말이었을지도 모를 그런 것을 이야기하면서 루시아는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가디언즈와 망할 정부를 무너뜨리겠다. 명분으로서는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크게 엇나갈 수도 있었다. 가디언즈와 정부. 그렇다면 거기에 동조하고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은 복수의 대상일까? 혹여나 살아있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그들은 복수의 대상일까?
-지금의 당신은 복수를 하려다가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복수하는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복수를 부정하진 않아. 에스티아도 아스텔도 복수를 하고자 하니까. 각자 자신이 복수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그리고 로벨리아도.
-그리고 다른 멤버들 중에서도 무언가에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이는 있을거야. 그것도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을 잠시 끊었던 루시아는 날개짓을 찰랑찰랑하면서 다시 선우의 눈동자와 일직선으로 자신의 위치를 맞췄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 복수를 해도 좋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신에겐 정당한 거잖아? 하지만 복수라는 단계를 넘어서 자기 자신에게 복수하진 말아줘. '이전의 자신'을 떠올리면서 먹히지 말아줘. 이전의 당신도 당신이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도 당신이야. 어느 쪽도 부정하면 안되고, 어느쪽도 미워하면 안돼.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던 루시아는 이내 살풋 웃으면서 뒷짐을 지면서 살며시 뒤로 밀려났다.
다만... 이건 저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암울한 과거'도 '독백'도 주인공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건 이제 각각의 오너들이 좀 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푸는 것인걸요. 그리고 가디언즈와 연관이 많다고 해도.. 이 부분은 그냥 설정 중에 엮이게 되면 제가 그냥 보검 세븐스와 어느 정도 엮어주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딱히 이런 것이 없다고 나는 주인공이 아닌거야? 쟤들이 더 주인공 같네..라는 생각은 너무 슬퍼요. 8ㅁ8
>>499 MPC가 스토리와 아예 상관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이 부분은 그렇게 문제삼을 만한 건 아닌 것 같네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 아니 도당체 그 정도로 다른 캐릭터들 쩌리 된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정말 다른 부분은 없었나요? 저게 전부? 캡틴이 어장의 내용 자체를 구성하고 이끄는 이상, 내용을 전개할 때 스포트라이트가 NMPC, 적대자의 묘사를 향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죠, 그게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 문제인 건데... 적어도 지금까진 그런 정도로 과하게 조명된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장 고독 관련해서도 NMPC에게 간 조명이라고 해 봤자, 고독 의식이 뭔지 경험자 입장에서 설명해 준 것 정도였죠. 아니면 다른 부분? 로벨리아가 가디언즈 수뇌부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는 거? 글쎄요... 이 부분도 마찬가지인게, 그 자체로 뭔가 있나요? 또 말씀드리고 있지만, 근거가 너무 빈약해요. 그냥 바람 넣고, 불쏘시개로 쑤시듯이 이렇게 툭툭 던지지 마시고... 좀 확실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왜 증명을 저희 쪽에서 해야 합니까, 문제제기 한 쪽에서 증거를 가져오셔야죠.
mpc의 행동으로 플레이어가 쩌리가 된다... 글쎄요. '진짜' 그런 부류를 본 바로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라도 설정집에서 배경 스토리 정도는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막 좌지우지 되는것도 아니고, 그저 상대한 캐릭터에 대해 좀더 이해만 하고 넘어가는 선으로 느껴집니다. 그냥 이 보스 설정에 그런게 있다. 왜 이런 행동을 해서 우리 적이 되었는가, 정도요.
진짜로 우리를 쩌리로 만들고 싶었으면 플레이어들의 활약도 결국 마무리는 mpc가 막타가 뺐는 허망한 마무리가 많았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않고...
아직까진 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주인공들보다 강한 캐릭터가 설정상 있을 수도 있는 법이예요. 강하면서 비중까지 가져가면 그건 진짜 우려하던 상황이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부모로 잃어 트라우마로 기억의 문을 닫아 버린 세븐스 일수도 있고, 정부쪽에서 일하다 기억을 잃어버린 요원 일수도 있고, 진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일수도 있고, 다른 차원에서 떨어진 차원 이동자일수도 있고, 심지어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뿅! 하고 나타난 이계의 존재 일수도 있습니다!
우울한 과거든, 독백이든... 과시할 목적으로 내세우는 게 아니라면야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평화롭게 살아가기 힘든 세계관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아무 일 없이 행복하게 살아오다가 에델바이스에 입단하는 게 좀 더 특별해 보인다고 생각해요. 이건 세계관에서 오는 특수성이니까... 오히려 독백으로 풀어주거나 하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돼서 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상 상황은 두 사람이 마주하는 거니까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풀기가 어렵거든요. 운이 따른다는 말이죠. 반면 독백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너로서 캐릭터 이해할 때 아주 요긴하게 보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독백 많이 써주세요(?)
관전자가 정말로 우려스럽게 말하는건데 MPC의 비설이나 그런 것이 스토리에 녹아있기도 하고 그래서인가 다른 캐릭터들이 막말로 쩌리가 될 우려가 있을 것 같아 다른 캐릭터들이 엑스트라도 아니잖아 조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네
이게 제가 받은 원문이에요. MPC의 비설이라고 하면 아마 '고독 의식' 그것일테고 더 나아가면 글라키에스가 아스텔과 에스티아, 그리고 로벨리아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있다..라는 설정은 제가 꺼낸 적이 있긴 한데.. 아무튼 정말로 그것뿐이냐는 물음에 답을 해야하니 일단 원문을 가지고 왔어요!
"상관없어. 애초에 복수라는 건 그런거야. 상대를 파괴하고 자신을 상처입히는 게 복수야."
복수를 하려거든 무덤을 두개 파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하나는 적을 위해, 하나는 자신을 위해. 증오를 사랑을 몰아낸다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증오는 강한 힘과 폭력으로 끊어내는 수 밖에 없다. 잘사는 것만이 최고의 복수라는 것은 상대가 자신보다 못살때만 성립할 뿐, 상대가 나보다 더 잘산다면 그저 패배자의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복수하지 않는다면 적의 시체는 절대 강에 떠내려오지 않는다. 떠내려 오는 것은 내 시체일 뿐 피는 피로만 씻을 수 있다.
가디언즈와 정부는 적극적으로 세븐스를 탄압한다. 그러니 최우선적으로 무너뜨린다. 일반인들이 정부에게 동조하고 가디언즈들을 응원한다면 가디언즈와 정부를 처절하게 무너뜨려 시민들에게 공포를 보여줄 것이다. 혹여나 살아있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그들이 죽어갈 때 똑같이 외면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하여 모두가 장님이 되는 한이 있어도 그 이후에는 아무도 남의 눈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똑같은 나야. 난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지지도 않을 거야. 지금의 너도 이전의 너도 똑같은 루시아인 것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의 선우는 자신의 복수심이 점차 무뎌지는 것에 스스로를 경멸하며 분노하고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약했던 과거 시절, 그는 동료와 함께 자신의 마을 습격했던 이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었다. 그때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선우는 죽는 것이 두려워 쓸모 없는 도발을 일삼으며 싸우고 있었다.
선우는 루시아가 말하는 자기 자신에게 복수하고 있는 이였다. 그가 진정으로 복수심을 잊게 된다면 자기 자신또한 죽일 것은 자명했다.
"넌 루시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잖아. 그럼 너도 루시아가 아닐까?"
육체만 없다 뿐이지 결국 원본과 동일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원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 된 몸을 가져와 그곳에 루시아를 이식한다면 루시아는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자유지만, 만약 그 길을 계속 고수한다면 언젠간 에델바이스와 충동할수밖에 없을 거야. 물론 선택은 당신의 자유야.
상대를 파괴하고 자신도 상처입힌다. 그렇다면 자신도 상처입힌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적어도 말끔한 결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루시아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의 결과는 경우에 따라선 돌이킬 수 없는... 에델바이스와의 완벽한 결별로 마무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경우에 따라서는. 에델바이스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규칙이 하나 있었기에 더더욱.
-...나는 루시아지만 루시아가 아니야.
들려오는 말에 루시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루시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루시아? 아니라는 듯, 루시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의 기억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루시아의 세븐스의 파편. 그 일부일 뿐이었다. 자신이 루시아가 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확고한 마음을 루시아는 목소리에 담았다.
-내가 루시아가 되면 안돼. 루시아는 이미 죽었어. ...누구도 대체할 수 없어. 그 루시아의 세븐스인 나조차도 말이야.
방금 전의 밝은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낮아지고 무거워졌다. 그것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이내 목소리를 풀어버리며 루시아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방금 들은 것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을게. 나는 세븐스. 세븐스가 살아있는 존재에게 너무 간섭할 순 없어. 그러니까 후회하는 길만 걷지 마. 이건 동료로서 하는 말이지만, 동료이기에 온전히 막을 순 없어. 그 모든 책임을 전부 자신이 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괜찮을거야.
어찌되었건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결말이라면 그 끝이 비극이라도 그 주인공에겐 나쁘지 않으리라. 가장 심각한 것은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렇게 되어버린 것에 원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내 루시아는 밝게 웃으면서 두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인간은 바뀌게 되어있어. 그건 지금의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증명해줄 수 있어. 물론 그 관련은 프라이버시지만. ...그리고 글라키에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