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검이 부숴지긴 하는거였구나.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코피를 닦아냈습니다. 지나치게 뇌를 혹사한 대가라기엔 가벼운 수준이죠. 그리고 곧, 쥬데카가 잡은 무언가를 보고있던 그녀였지만..
"이건 뭐야.."
진짜 가지가지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솔직히 말해 더 싸울 여력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적의 신변따위 그녀에게 중요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죽이지 못한건 아쉽지만, 됐다 됐어. 맘에도 안 드는 녀석."
후-하고 숨을 뱉은 그녀는 손사레를 치며 물러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걸 믿었냐는듯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새로 나타난 죽은눈을 한 여자를 향해 낫을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것은 지나치게 큰 동작. 여자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 레이버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트리려는 위협성 동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끼를 틈타 그녀의 배후로부터 그림자가 솟아올라 레이버를 고치마냥 감싸서 회수하려 시도했죠. '전기망'같은것의 대비책으로 보이나 솔직히. 그녀라고 해서 일이 잘 될거라 생각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기엔..
당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물러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순순히 물러나기에는 꺼림칙한 일들이 벌어진 참이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레이버가 필요할 테고, 이익을 따져 보더라도 레이버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겠지만……. 그는 실전에서 위험부담을 쉽게 떠안을 만큼 대담한 인간은 아니라.
"아직? 그럼 씨* 언제 보게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칼에 사람이라도 갈아넣었냐? 뭔 *같은 소리가 나."
상대방을 경계하며 우선은 물러나기를 택하…려고 했었다. 멜피가 상대에게 뛰어들기 전까지는. 레이버와 글라키에스를 동시에 상대했던 그날의 상황이 떠오른다. 그때는 글라키에스가 부러 힘쓰지 않았기에 그만한 부상으로 그쳤을 뿐이니, 이번에도 좋게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그는 황급히 정체 모를 적의 눈앞에 폭발을 일으켜 시야를 막으려 한 후, 저 스스로도 기동하여 적의 앞으로 뛰어들어 적을 붙잡고 터지려 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센 기술은 좀 아껴놓을 걸 그랬다.
다행스럽게도...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소용돌이가 잦아들어 너는 그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말, 정말로 안타깝게도 그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오직 네 이름만을 들을 수 있었을 뿐. 산산조각나며 빛을 흩뿌린 보검은 더 이상 보검이 아니었다, 제 구실을 할 수가 없었다. 네 앞에 쓰러진 레이버는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보검이 제때 파괴된 덕분이었을까, 네가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내는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며 너는 네 손에 쥐어진 에너지의 덩어리를 내려다보다가 품 속에 넣어두고자 했다. 여긴 적진이다, 누구도 이걸 보지 못했으면 했다. 이걸 빼앗기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감각이 널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는 제 0 특수부대, 보검을 파괴, 레이버를...무력화했습니다."
네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차근차근 보고한 너는 쓰러진 레이버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몸을 숙였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했으니, 갑작스레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과 함께 튀어오르는 스파크, 새로이 등장한 두 인물을 보면서도 레이버에게 손을 뻗던 너는 레이버 주변에서 튀는 스파크에 손을 움찔하며 뺄 수밖에 없었다. 무력하게 떠오르는 레이버의 모습을 쫓던 네 시선이 옮겨진다.
"멈춰, 지금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없어."
누가 봐도 쉬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너는 레이버를 붙잡고자 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떨리는 시선을 바로잡는다. 여기서 부딪혀야 하나? 그녀가 돌아가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알 수가 없었기에 너는 불안했다. 그러나 지금 부상을 입은 동료가 있었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기에 너는...
적한테 달려드는 동료들을 보면 그저 눈을 감아버린다. 저러다 아군 공격 받아서 부상자나 사상자 나오면 가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누가 치료해 주랴? 더 생각하자니 이유도, 밑전도 없는 짜증만 날것 같아 그는 애써 회로를 잠근다. 그래, 휘말리지 않으면 된 거다.
그녀의 보검이 부서지고 무언가가 해방되어 공중으로 치솟더니, 껍데기만 남은듯한 보검이 중력에 힘 없이 바닥을 내리찍는것을 보며 남들이 로벨리아에게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것을 가만 듣는다. 사람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두개의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한 쪽에 치우친다. 틀린 말은 아니였구나.
레이버가 쥬데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저항군의 정보가 샜다면 지금보다야 더 난장판일 테니, 그는 쥬데카가 가디언즈 소속이였을 것이라고 속으로 결론 지은 것에 확신이 들었다. 전에는 심증만 있고 확실하다 할 무언가가 없었다면, 지금은 결론이 깔끔하게 나 있다. 어차피 배신자면 딱히 돌아갈 곳도 없을 테니, 그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아도 될 테다. 의외로 수수하다 생각될 만큼 재미없는 의심의 피날레였다. 그보다 그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스스로 앞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할 무언가의 확인사살.
곧이어 다른 세븐스가 나타나 레이버를 회수했노라 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가디언즈의 손에 들린 것일까. 그러면 그는 이제 그녀의 죽음에 마땅히 관여할 이유가 없다. 실패하고 보검까지 저 꼴 났으니, 아마 살해당하지 않을까. 본성과 가치관이 맞물려 있다가, 조곤한 심박수가 그를 일깨운다.
갑작스러운 의문의 존재. 그녀의 등장에 선우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산탄총을 쏘긴 했지만 총알 사이사이에서 스파크가 일어났고 이내 총알들은 찰싹 달라붙은 채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팽. 하는 느낌으로 날아갔다. 한편 멜피의 공격이 바로 앞에서 휘둘러졌지만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은 놀라서 움찔하거나 하는 모습도 보이겠건만, 그녀는 조금의 움찔거림도 없었다. 마치 '두려움'이나 '공포'라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이내 고치로 감싸려고 하는 것을 덤덤하게 확인하면서 그녀는 품에서 노란색 보검을 꺼내면서 낫을 받아쳤고, 그림자 주변에 전자망을 쳤다. 그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마비되듯 멈춰섰다. 이어 승우가 적을 붙잡으려고 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그 여성과 전자망 속의 레이버는 훨씬 오른쪽에 서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눈으로 쫓기 힘든 스피드였다. 어쩌면 버스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녀는 쥬데카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소개를 해야 할 이유도 레이버를 요구하는 말도 거절합니다." "당신들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레이버의 처후를 물으셨습니까? 죽이지는 않습니다. 레이버의 힘과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휴식을 취하게 할 생각입니디." "그리고 다시 한 번 교육을 통해 가디언즈의 충실한 병력이 될 예정입니다. 이전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잡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직 당신들을 죽이는 것은 저의 임무가 아닙니다."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기계음이 아니라 분명히 사람이 말하는 그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은 제 0 특수 멤버를 바라봤다. 한편 그 순간이었다. 로벨리아에게서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목적도 달성했고 노리진 않았겠지만 간부 클래스 중 하나를 쓰러뜨렸다고 하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었던 것이었다.
만약 거기서 조금 더 버티겠다고 있었으면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나타나서 어떻게든 이끌고 후퇴를 했을 것이다. 그만큼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고 위험부담 또한 컸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레이버를 물리친 것은 아주 커다란 성과였다. 그 모든 것을 중계하고 있던 카메라 드론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이 다 중계가 되었고, 그 모든 광경을 전 세계에서 봤을테니 더더욱.
이제 하나. 겨우 한 걸음을 나아갔을 뿐이었으나 그 한 걸음은 매우 거대했다.
/레이버 회수 루트는..조건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중간 달성이라는 느낌으로 '레이버의 힘이 깃든 에너지체'를 얻게 되었습니다. 에스티아에게 보여주면 브로치 형태로 만들어주고 그것을 장착하는 이는 레이버의 세븐스를 전투에서 딱 두 번 사용할 수 있어요. 보조 무기 같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단 한 사람만 장착할 수 있으니.. 누가 가질지는 이제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협의 및 합의를 보는 것으로.
협동 스페셜 스킬은 사용할 수 없고 그냥 말 그대로 레이버의 세븐스를 사용할 수 있는 보상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사실 연플이나 우플을 했을 때의 그 협동 스페셜 스킬은 사용할 수 없고 그냥 전투 중에 레이버의 세븐스 기술도 딱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말 그대로 정말 보조무기라는 느낌 그 자체에요. 아무래도 메인 무기가 아닌만큼 공격력 판정도 조금 낮게 될 예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