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피의 스페셜 스킬을 필두로 다수의 공격이 겹치며 레이버의 무장 일부가 부서졌다. 게다가 추가적인 폭발로 물줄기에서 떨어지기까지 하며 제법 큰 데미지를 입은 듯 보였다. 그렇게 피를 머금은 레이버는 부상과 다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 이런?!"
그저 솟구치기만 한 물줄기를 이렇게 쓸 줄이야! 본격적으로 발동한 레이버의 버스트는 주변의 물줄기들을 레이저처럼 쏘아내렸다.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나, 직선적인 레이저는 지점만 예측하면 피할 수 있었다. 솔직히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레이저는 다 피했지만 톱니는 피하지 못 했다. 날카로운 타격에 통증이 번지고 피가 튀었지만 버티고 앞으로 박차 나갈 수 있었다.
"네 정의는 아직도 건재할까. 레이버!"
카가가강! 그녀의 깃대가 바닥을 긁으며 독액을 흩뿌렸다. 새빨간 독액이 다시 한번 바닥을 적시고 똑같이 붉은 사슬들이 솟구쳤다. 사슬들은 하나로 뭉쳐 레이버를 중심으로 똬리를 틀듯 조여들었다. 끝에 달린 칼날들이 마치 뱀의 주둥이를 연상케 했다.
너는 네 눈을 의심했다. 분명 물줄기 하나를 완전히 없애고 공격을 가하는 건 성공,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지만.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다섯 줄기의 물이 버스트라는 레이버의 속삭임과 함께 솟구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상에 구멍을 뚫고 말겠다는 듯, 광선의 형태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너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피하지 못하면 그대로 리타이어할지도 모를 위력이라는 걸 직감한다. 너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다. 다행스럽게도 몇몇은 빠른 움직임으로, 지난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움직여 물의 레이저를 피해내고 있었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던지라, 너는 선택해야만 했다.
"...버스트!"
너는 분명히 너를 노리는 물줄기를 향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 끝에서부터 검은 막대가 뻗어나오는가 싶더니, 활짝- 하고, 정확히는 금속성의 마찰음을 내면서였지만 분명히 그건 우산의 형태였다. 너 말고도 충분히 다른 사람을 그 안에 숨길 만한 철선을 손에 쥔 채, 너는 발을 내딛는다. 유루의 앞에 선 너는 방향을 돌릴 타이밍까지는 잡지 못했는지 유루를 올려다보며 철선을 뒤로 젖혔다. 아하하... 하고 조금 머쓱한 듯 웃는 건 덤이다.
그래도 그녀 역시 부상을 꽤나 입었다. 이 한 발로 전세가 역전 될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커버가 생각나지 않는다. 애초에 전투의 가장 기본은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그들의 피해를 최대한 이끄는 것. 같이 나부되면 손해는 에델바이스만 보게 될 것이다. 부대가 손해를 보면 거기엔 그도 소속되어 있으니, 얼굴에 보기 드문 당황함이 역력했다.
'조금 더 침착했으면-' 집어치우자,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짧은 생각이 내던져지며 그는 발포된 레이저를 피하려 몸을 던졌다가,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인영에 움직임을 멈춘다. 진회색 포니테일, 푸석한 것인지 반 곱슬인지 애매하게 일그려진 (그의 시야에서는) 결, 아담함... 분명 저번에 자신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라 틱틱거렸었는데. 그런데도 보호해주려 온다고? 단언컨데 당신의 버스트가 방어형이 아니고, 당신이 이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더라면 그는 진심으로 열불 올랐을 것이다.
당신이 막이를 해 주면 붙어 서선 철선을 쥔 손목을 양 손으로 잡아 준다. 수압에 (자신도)휩쓸릴까봐 그런 것이다. 당신이 멀쩡한지 아닌지? 지금 상황에서는 모른다. 머쓱한 웃음소리 들려오는걸 듣자하면 멀쩡 하겠지. 그야 당신을 안 보고 능력에 온 사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고기 방패가 걸어들어와 줬는데, 더 움직였다가 시체 두 구 만드는 꼴 되면 손해다. 그는 레이버의 기관지에 남아있을 물감 파편, 그 기체의 응어리를 매개체로 스페셜 스킬을 가동한다.
레이저를 맞은 이들도 있었으나 절대방어로 방어를 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어지는 공세는 기어이 레이버의 무장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면서 그녀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지금 이 상태만 보자면 제 0 특수부대의 승리였다. 하지만 레이버는 이를 꽉 악물고 보검의 힘을 마지막으로 끌어내서 자신의 무장을 회복시켰다. 비틀거리는 몸 상태는 누가 봐도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고 한계에 가까웠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쓰러질 수 없어." "...절대로 쓰러질 수 없어." "...나는...나는... 내가 쓰러지면... 정의가 무너져버려..." "...위협받는 비능력자를...위해서.."
"...엄마..아빠..미안해."
이내 마지막으로 힘을 끌어모으는 듯 했으나 그녀의 무장은 금이 가고 있었다. 한계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마지막 투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나는 인정할 수 없어." "...가디언즈는 잘못되지 않았어. ...내 엄마와 아빠는... 너희같은 테러리스트. 세계의 질서와 규율을 없애려는 이들에 의해서 죽었어." "...똑같은 말이었어. ...가디언즈는 악이라고.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야한다고. 뭐가 자유야. 뭐가 정의야." "...통제받지 못하는 힘은 결국 많은 사상을 내. 그러니까 통제받아야만 하는 거야. 그렇기에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있고, 규율과 질서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무사할 수 있는거야. ...통제받지 못한 세븐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어." "...너희들의 존재는 비능력자에게 있어서 위험한 존재. ...그리고 나는 그런 너희들을 처단하는 존재. ...세상의 규율과 질서는 지켜져야만 해. 그래야만 해!!!!!" "...나는, 나는...잘못되지 않았어!!"
이어 그녀는 삼지창을 있는 힘껏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이어 제 0 특수부대의 주변을 감싸듯 물이 빗방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도망칠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기술. 그것은 일부 제 0 특수부대원들은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내 레이버의 몸을 소용돌이가 감싸기 시작했다. 두 개의 소용돌이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제 0 특수멤버를 압박하듯, 감싸듯.
-세븐스의 반응이 상당히 약해졌어. -지금은 마지막 힘을 악물고 버티는 거야. -...이대로 가면 저 세븐스는 버틸 수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버티는 거야. -너희들의 손으로 처리해줘. 모두들. -힘을 빌려줄게.
이어 들려오는 것은 루시아의 목소리. 그리고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기력을 솟구치게 하는 노랫소리였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하려 하고 있었다.
-돌아라. 돌아라. -이 땅의 모든 것을 침수시킬 소용돌이. -수룡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타이달 웨이브!!!!"
점점 커져가는 소용돌이에 따라 제 0 특수멤버에게 허용되는 공간은 적어졌다. 허나 루시아의 말에 따르면 만약 이 기술을 상쇄시키기만 해도 이 싸움은 끝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다른 방법이 또 있을까?
/다음턴 스페셜 스킬 발동. <타이달 웨이브> 데미지 1000. 방어 불가. 베리어 관통. 회피 불가. 스페셜 스킬이기에 버스트로 인한 대처 불가. 특수 조건을 만족하게 될 시에는 상쇄 가능. 혹은....(노이즈)
12시 20분까지!
어차피 이 상황은 이벤트적인 거니까 설사 흽쓸린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그래도 마지막은 멋지게 마무리짓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