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눈앞에서 공격을 당할 위기인 쥬데카였었지만 슬래스트를 회피한 레레시아가 물 속으로 들어가 쥬데카를 꺼내줬다. 허나 그 때문에 블래스트를 피할 순 없었고 그녀의 몸에 명중했다. 아마 꽤 아픈 느낌이지 않았을까? 마치 주먹이 그대로 몸을 관통하는 듯 한 느낌이 전신에 들었을 것이다. 한편 다른 자유로운 이들은 일제히 레이버를 공격했다. 멜피의 철구는 레이버의 상반신 장갑에 제대로 명중했다. 이어 잭의 주먹 공격이 레이버의 턱을 노렸고 레이버는 그대로 비틀거렸다. 이내 선우의 사격이 시작되었으나 역시 머리에 맞아도 무장이 보호를 해주고 있었기에 피가 흐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상반신 무장에는 확실히 계속해서 데미지가 들어갔다. 뒤이어 유류의 단검 공격과 레이버의 얼굴을 노렸고 킥으로 또 레이버의 머리를 가격했다. 이내 머리의 무장 역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이의 검이 사선으로 레이버의 등을 노렸고 결국 상반신 무장은 산산조각 났다.
"꺄아악!!"
이내 튕겨나가듯 레이버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허나 레이버는 기합을 넣었고 박살났던 장갑은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손상된 것이 복구되는 것이었기에 그녀의 데미지가 회복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러게." "하지만 이쪽도 질 수는 없어." "...나는 정의. 정의를 수호하는 가디언즈." "...너희들에게 정의를 거론할 자격 따윈 없어. 이 세상의 다수는 너희들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너희는 그저 테러리스트일 뿐이야."
이내 레이버는 삼지창을 땅에 찍었고 다시 한 번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올랐고 그녀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그녀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안에서 베리어를 치고 물줄기를 앞에 한겹 더 쌓아서 누가 봐도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물줄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딱히 공격해 들어오는 것은 없었으니 어쩌면 무시해도 좋을지도 모를 새로운 물줄기는 레이버가 들어간 물줄기를 감싼 또 한겹의 물줄기를 제외하고 총 다섯 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었고 물줄기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면서 하늘로 솟구칠 뿐이었다. 마치 분수처럼.
뒤이어 레이버의 등 쪽의 무장이 살며시 열렸고 남색의 진한 빛이 강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쥬데카는 또 다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저건...
일단 당장 물줄기는 크게 공격해오는 일이 없었다. 다만 레이버가 들어간 물줄기를 주변으로 한겹의 물줄기가 더 펼쳐졌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방어를 확실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단검에 맞았을때 순간 그 끄트머리를 고체에서 액체 상태로 바꿨었다. 덕분에 물감이 여전히 피격했었던 부위에 묻어 있는게 느껴진다. 확실히 공명하듯 느껴진다.
"루시아, 힘 좀 써줄수 있을까."
...그런데 버스트는 의식하고 쓰는 것일까, 아니면 물어보고 써야 하는 것이였던가..? 저번 전투 후 경황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는 행여나 남이 들을까 작게 속삭이더니, 이내 묻어있는 물감에 버스트를 개시한다. 물질의 상태가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큼 에너지를 행사했었으니, 물감은 변화에 순응하고 서서히 떠오른다. 물질 변화가 일으면 물감의 베이스였던 물은 소량 증발해, 시작보다 덜해진 양이다. 그는 기체에 물리력을 실어 레이버의 코에 흘려들어가게끔 하려 한다. 기관지를 막으려는 의도였으나 통할지는 미지수.
널 공격하는 데 집중하느라 나머지 에델바이스 동료들의 집중포화를 그대로 받아낸 레이버가 밀려난다. 완전히 산산조각 난 상반신 무장, 금방 복구되기는 했지만 파괴되기까지 입었던 피해까지는 복구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무장이 되돌아올 뿐이었으니. 너는 밀려난 그녀가 하는 말을 듣다가 그녀가 공격 대신 물줄기 속에 숨어버리자 시선을 바로 돌렸다. 지금 너를 노리는 톱니바퀴 형태의 결정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뿐만 아니라 선우까지 노리는 그 결정을 너는, 레레시아에게 향했던 공격을 막아냈던 것처럼, 네게 향한 공격을 다시 한 번 막아 빗겨내고, 바로 선우 쪽으로 내달렸다.
"선우 씨! 뒤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발을 내딛은 순간 네 무장과 부딪혀 파열음을 내는 물의 결정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더니 궤도를 바꿔 다시 날아간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팔을 털어내며, 너는 다시금 레이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준비하고 있다... 아까 전과 비슷한 느낌, 이건...
"또 버스트인가?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을 무전을 통해 네가 보고 느낀 걸 전달하며 너는 시선을 고정한다.
"하! 말했지 않나? 우리는 정의를 내세우는게 아냐! 나를 지키고 너를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다!"
나를 지키고 너를 지키기 위해. 그 말을 하며 중계 중일 카메라로 깃발을 펄럭인다. 붉은 에델바이스 선명히 보이게.
"지금은 테러리스트라고 불려도 좋다! 지금은 악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그 끝에 우리가 소망하는 세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비난받아도 포기할 이유 따윈 없어!"
깃대를 높게 들고 빙그르르 돌린다. 깃발의 붉은 에델바이스에서 흩어지듯 붉은 독액이 쏟아져 바닥에 흐른다. 그 위로 깃대를 내리찍자 다시 한 번 그녀의 분신체들이 일어선다. 키득키득 웃는 얼굴을 한 분신체들은 멜피의 스페셜 스킬과 다른 이들의 공격 사이를 틈타 레이버에게 접근한다. 가녀려 보이는 팔로 레이버를 감싸고 그렇게 열의 분신체가 감싸면 이윽고 분해와 부식의 독이 되어 터지고 녹아내릴 것이다.
정의의 자격이나 타인의 시선 같은 이야기는 처음부터 관심 없는 이야기다. 언제는 면식 없는 다른 사람이 제게 중한 적이 있었나. 시큰둥하게 중얼거리고는 공세를 유지한다.
다시금 거대하게 불어난 물줄기는 이전보다도 더욱 견고해 보인다. 척 보아도 쉽게 깨뜨리기는 힘들 듯한 모양인데, 뚫을 수 있나? 태세를 보아하니 단순한 방어만으로 그치지 않을 듯하다는 직감이 든다. 물기둥의 내부까지 깊이 공격을 밀어넣기엔 어렵겠지만 기회를 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는 공격이 느려진 틈을 노려 물기둥 속의 레이버를 겨누어 총탄을 쏘아낸다. 별다를 것 없는 공격이었으나, 버스트를 사용했으니 터져나가는 낌새가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빛을 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