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이면 오히려 더 좋지 않나? 올때 감자나 좀 많이 가져온나. 거거 뭐냐, 해시브라운도 내는 좋아하니께 본가 갔다가 선물 사온나."
토고는 가족 이야기가 계속 나오자 약간 떨떠름 하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기 위해 북쪽, 강원도 부근을 떠올리며 말했다. 강원도와 관련 없더라도 말이다. 적당히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싶지만, 계속해서 가족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토고는 잠시 고민했다. 흠, 습관적으로 헬멧을 매만지며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일반반은 쉬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입을 열었다.
"일반반은 조오옿겠다. 에휴, 내도 푹 쉬고 싶은디 요놈의 특별반이 뭐라꼬..."
토고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한다. 일반반은 당연히 엄청 큰 고생을 했으니 쉴 자격이 있다고 토고는 생각한다. 단순히 이건 부럽다~ 나도 쉬고 싶다~ 같은 반응이다.
토고는 순순히 인정하는 그의 반응에 기분이 묘해졌다. 방금까지 법학을, 그것도 범죄자와 관련해서 공부하던 인물이 그리고 자신이 무력화, 제압 이라고 했던 말에 범죄자의 살해에 대해 집중했던 그가 그러니 말이다. 거기다 뒤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하지 못한 그 말이 거슬렸다.
"... 니 무슨 일 있나? 말하고 싶음 말하고, 아님 말고."
토고는 슬쩍 한 번 떠보기로 했다.
"누군가를 죽여서 문제가 다 해결되믄 차암 좋겠지마는 죽여서 해결될 문제면 이미 세상에 살아 있을 사람 아무도 없겠제?"
토고는 컵에 남은 액체를 다 마셨다. 이미 식어버려 조금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자차도 다 마셨겠다 이제 볼일이 없겠다 싶은 토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스로 말해봐야 미친 인간 취급이니 말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뭐, 억지로 끄집어 낼 순 없지 않은가? 이미 평판이 안 좋지만 말이다. 토고에게는.
"그래라. 우짜피 니랑 내랑은 특별반 소속이라는 거 외엔 별다른 관계 없지 않나? 크크. 니 혼자 다 떠안고 가겠다믄 내는 안 말린다~"
이것은 명백하게 너랑 나는 같은 소속일 뿐, 완벽한 타인이다. 라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살짝 3도 정도. 토고는 이것으로 빈센트에게 관심을 끊기로 한다. 원래부터 불안 불안 했던 아가 더 불안해진 상태라 관심을 가졌다간 자신도 위험해질 것 같아서. 혹은 자신도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아서.
능청스레 받아넘기면서도 강산은 슬슬 본가 얘기는 그만 해야겠다는 직감이 들어 이야기를 슬슬 돌릴까 생각한다. 토고가 다른 화제를 찾기 위해 잠시 이야기를 멈추는 동안 강산도 말을 멈추며 생각해보니, 토고 정도라면 강산의 출신을 이미 충분히 알 법 하기도 했고. 허허, 정신 안 차리고 있다가 뇌절할 뻔했네. 강산은 떠난 듯 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졸음을 마저 깨기 위해 머리를 휘휘 젓는다.
"아~ 저도요. 저도 일단 학교 나오긴 하는데 어제랑 오늘은 솔직히 영 집중이 안 되네요. 게다가 우리만 학교 나오니까 학교가 아주 조용해서 분위기 어색하지 말입니다."
일반반 애들이 부럽다는 토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인벤토리에서 사탕 한 주먹을 꺼내 책상에 올린다. 잠을 깨울 달다구리가 좀 있어야겠다 싶었다. 뒤이어 캔커피 두어 캔도 꺼낸다. 캔은 갓 냉장고에서 꺼내온 것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냉기가 남아 서늘했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한 개를 토고에게 권하려는 듯 그쪽으로 민다.
익숙한 느낌이다. 불안한 느낌에 빈센트를 '쎄'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심증을 통해 불안한 느낌이 점점 고착하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 빈센트는 그런 인간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해서 빈센트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최후에는, 타자화, 즉 나도 아니고 우리도 아닌 무언가로 바꾼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확실하겠지.
"우리가 특별반 소속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그 특별반 소속이라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건 아시리라 믿습니다."
토고 씨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으로 시작한 사족은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끝맺는다.
주강산 ▶ 오뫼르의 대장화로 ◀ 무언가 기술을 상징하는 그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법한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 선명하게 새겨진 발판. 사람 하나가 겨우 올라갈 수 있을 법한 크기의 발판 위에는 마치 발을 맞닿으라는 듯 친절하게 새겨진 발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영원히 끓어오르는 쇠뇌산에 추방한다는 것은 죽음을 선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절름발' 오뫼르는 화산의 영혼과 소통하여 불타오르는 화산에서도 자유롭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기술을 탄생시켰다. 그로 하여금 영원히 숨쉬는 활화산을 화로삼아 대장일에 업을 둔 이들을 통해 전수된 것이 바로 오뫼르의 대장화로라 불리는 보법으로 사용자의 다리에 불꽃의 힘을 부여하여 쉽게 타오르지 않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두 다리에 불꽃이 일어나며 신속을 크게 증가시킨다. 기술의 경지에 다다르면 내걷는 걸음마다 불꽃이 일어나 마치 살아있는 화석처럼 움직일 수 있다 전해질 만큼, 상등급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 화로, 단련 - 화속성 피해를 일부 경감하며 화속성 대미지로 인한 고통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 고통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 화로, 첫 걸음 - 매 턴, 신속이 6씩 증가하며 5턴간 최대 30까지 증가한다. 신속이 최대치에 도달했을 경우 움직임에 화속성의 보조가 들어가며 신체를 통해 적을 공격할 시 화속성의 추가 대미지를 입힌다. ◆ 제한 : 레벨 30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