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이, 선우, 엔> 세 사람의 공통적인 질문. 행동 방침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아스텔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내 그는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상황은 실제 작전지로 들어가봐야 알 수 있지만 일단 기지를 점령하려고 하지 말 것. 그리고 단독 행동으로 적에게 돌진하지 말 것.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남을 것. 그리고 필시 열차에서 아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 열차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있을 거야. 그 녀석들이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전에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조용히 제압하거나 처치해서 우선 안으로 제대로 잠입하는 것이 중요해. 아마도 끌려온 아이들이 있는 곳은 지하 시설일테니까 가급적 조용히 지하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해. 그 후 상황은 그 안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일단 구조가 그대로라고 가정한다면 지하 1층으로 내려간 후, 정면 복도의 가장 끝 방을 열면 아이들을 가둬놓는 방이 있는 공간과 아이들에게 싸우는 법과 죽이는 법을 교육시키는 교육실. 그리고 그 교육을 기반으로 실제로 서로 죽이게 하는 전투장이 있어. ...그리고 전투장 옆에는.. 죽은 시체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도 있지."
"아무튼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대한 시끄럽게 움직이지 마라는 이야기야."
최대한 조용히 지하로 잠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답을 마쳤다.
<승우> "...최대한 근접하지 마. 잘못 근접하면 오히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정말로 중요한 사항인지 아스텔은 승우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뒤이어 잠시 생각을 하다 그는 승우에게 말을 하나 더 전했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지면 최대한 후퇴하는 것을 생각하고, 하늘에 뭔가 떠오르면 절대로 그곳을 보지 마. 절대로."
<레레시아> 레레시아의 말에 아스텔은 잠시 레레시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침묵을 지켰다. 이어 그녀의 말에 조용히 대꾸하듯 입을 열었다.
"...이쪽의 이야기야. ...다른 이들도 그렇지만 너도 무리는 하지 마."
만약 후퇴해야 할 상황이면 망설이지 말고 후퇴하라고 이야기를 마치며 아스텔은 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공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열차 너머로 스크린으로 보였던 그 기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철로를 통해 질주하는 열차를 확인했는지 그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드륵 열렸고 열차가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 문이 닫혔다. 이내 열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철로를 통해 기지 안으로 들어섰다. 창가로 보면 또 다른 블러디 레드 형 열차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열차를 이용해서 아이들을 이송한 모양이었다. 자연히 누군가는 첫 임무때 구출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아무튼 1층 기지 안으로 들어서자 상당히 고요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바깥 쪽을 경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편, 아이들을 밖으로 끄집어낼 생각이었는지 가디언즈 병력 총 9명이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스텔은 쉿 소리를 냈고 이내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가장 앞으로 다가오는 이를 향해 바람을 일으켜 빠르게 돌진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무전기를 단번에 뺏은 후에 박살냈다.
즉 저들에게 있어서 당장 무전을 해서 추가 병력을 부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였다.
"뭐, 뭐냐?! 너희들은?!"
/만약 아스텔이 오지 않았으면 무전기도 고려해서 움직여야 했지만 아스텔을 골랐기에 아스텔이 무전기를 알아서 박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포트에 따라서 전개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있어요.
잠깐의 휴식 이후 스크린으로 보았던 기지의 모습이 열차의 창문 너머로 보이고 있었다. 기차를 맞이하기 위해 열리는 철문과 그 안에 보이는 또 다른 열차들의 모습. 그리고 열차 안으로 들어오려는 가디언즈의 병력들... 다음 순간 박살난 무전기와 기습에 놀란 듯한 가디얹의 모습, 너는 기차를 박차고 튀어나가 가장 먼저 마주친 가디언즈의 입에 천을 쑤셔넣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쉿."
소리 내지 마. 작게 속삭이듯 입을 움직인 너는 곧바로 몸을 틀어 발 뒤축으로 가디언즈의 턱을 노렸다. 정타라면 그대로 기절할 가능성이 높겠지. 그 뒤에는 넘어지려는 가디언즈의 몸뚱이를 붙잡아 쓰러지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으리라.
아스텔의 대꾸에 레레시아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후퇴해야 할 상황이라- 그래야 한다면 과연 제때에 물러날 수 있을까. 만약 글라키에스와 교전 중일 때 후퇴를 해야 한다면. 모르겠다. 아직 그녀는 칼을 뽑을 줄만 알고 갈무리 하는 법은 몰랐으니.
시간이 얼마인가 지나자, 열차 밖 풍경이 바뀌고 어느 시설의 내부로 들어온 듯 했다. 딱 봐도 기지인 듯한 모습이 여기인가 싶다. 앞서 들었던 주의사항을 되새기며 긴장의 끈을 살며시 당기고 있으니, 열차의 문이 열리고 가디언즈의 병력이 들어온다. 인원은 대략 9명. 아스텔의 빠른 선제공격으로 무전기가 부서지는 걸 보자마자 그녀도 앞으로 나서 길게 뽑은 독액을 휘둘렀다. 강한 수면효과와 심정지를 유발하는 성분을 섞은 독이었다.
아스텔의 충고는 잘 새겨들었다. 함부로 다가갔다간 어떻게 될지 뻔하고, 두 번째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혹여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확실히 기억해 둘 필요는 있겠다.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흘러가던 풍경이 점차 느려지고, 어느덧 차창은 일렬로 선 열차들의 종착점을 비추고 있다. 그 이후의 일은 아직까지는 설명대로다. 앞으로도 순조롭게 끝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는 적이 당황한 틈을 타 빠르게 자리를 박찼다. 앞으로 내민 손 위로 일부분의 무장이 둘러지고, 그와 동시에 손 안에 소리 없는 붉은 열기가 끓어올랐다. 달아오른 손으로 정면에 선 적의 얼굴을 붙잡아 찍어누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