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브리핑에 참여하라는 메세지를 받고 희의실로 가니 왠일로 아스텔과 에스티아도 한 자리에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이번 임무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탈주병으로부터 받았던 그 정보. 글라키에스가 주도한다는 실험. 아니나다를까 스크린에 띄워진 내용은 그 요약본이었고 에스티아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귀기울여 들을 것도 없었다.
고독 의식. 그녀는 이미 아스텔에게 들어서 알고 있기도 했다. 그 때에는 그저 알아두기만 했으나 저 정보를 전달받은 후엔 별도로 조사를 했었다. 동양의 주술 중에서도 지독한 축에 속하는 그 의식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독충들을 모아서 행하지만, 인간을 써서 행한 실례가 없지 않았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극악무도한 규모는 어떤 자료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
레레시아는 태연한 척 턱을 괴고서 아스텔을 잠시 응시했다. 실은 요전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말을 못 꺼냈다. 아무리 과거라고 해도 결코 좋지 않은 과거니까. 혀를 차는 모습에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다가, 임무로 생각을 돌린다.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해서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나올만한 건 다 나온 듯 하니 다음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어 로벨리아는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글라키에스'라는 단어를 가리켰다. 이어서 들려오는 물음에는 일단 기다리라는 듯이 그녀는 제스쳐를 취했다.
<쥬데카> "임무에 대한 것은 조금 후에 또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아무튼 반항하는 경우라. 글쎄. 적어도 내가 아는 바. 그런 이들 중 살아남은 이는 한 명도 없어. 나도 단편적으로밖에 듣지 못했으니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한 명이 남아있지 못한 경우는... 적어도 이전 사례에선 한 명이 살아남았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일단 중요한 것은 지금, 단 한 명이 살아남았다는 선례가 있다는 것이라고 로벨리아는 이야기했다.
<선우> "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가디언즈를 저렇게 뽑는다고 하지만, 저것만으로 가디언즈를 뽑을리가 없지. 저건 그냥 살아남은 이를 자신의 병력으로 쓰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해야 할 거야. 애초에 전부 저렇게 뽑는다면 가디언즈가 모를리가 없지 않겠나."
말의 모순점이 될지도 모르는 점을 콕 집어주면서 로벨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가디언즈는 저렇게 뽑히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방식이 추가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아는 바로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야."
<공통> "아무튼 에스티아는 물론이고 다른 부대의 병력을 이용해서 특정 포인트를 감시한 결과 열차를 이용해... 정확히는 너희들이 한 번 싸운 적이 있는 블러디 레드와 같은 모델의 열차를 이용해 아이들을 실어나르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어. 참고로 위치는 여기다."
이어 에스티아가 타이밍을 맞춰서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제법 큰 크기의 가디언즈 기지의 모습이었다. 철문으로 문이 막혀있고, 마치 요새처럼 쌓여있는 높은 벽 위에는 가디언즈의 병력들이 전방을 감시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침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보다시피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열차 하나를 탈취해서 그 열차에 탑승하여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저 안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미션을 진행하려고 했다만...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이어 또 다시 화면이 넘어갔고 스크린에 떠 있는 것은 푸른색 날개 모양의 엠블렘의 모습이었다. 그 아래에는 [푸른 날개]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그 앰블렘을 가리키고 로벨리아는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처럼 온건파 레지스탕스인 '푸른 날개'의 엠블렘이다. 일단 우리들과 동맹 및 협력관계에 있고, 너희들이 오기 전 몇번의 임무에서 우릴 지원한 적이 있어. 그런데 최근 이 부대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고 사상자가 꽤 나왔다는 모양이야. 그래서 어제 지원 요청이 있었어. 당연하지만 이 레지스탕스 부대가 멸하게 둘 순 없어. 협력관계를 떠나서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동지야. 즉, 어느 쪽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생각해봤다만 너희들이 행하고 싶은 미션을 골라라. 다수결로 정해서 가장 많은 쪽으로 너희를 투입하고, 아스텔과 에스티아 중 원하는 이가 있다면 데려가도 좋아. 단 한 명 만이야. 너희가 가지 않는 미션은 나와 너희와 가지 않은 이, 그리고 붉은 저항의 레지스탕스 소속의 다른 부대원가 갈 생각이다."
즉, 잘 생각해서 정하라는 이야기였다. 선택지를 그들에게 온전히 제공하면서 로벨리아는 이야기했다.
"각자 향하고 싶은 미션을 이야기하도록. 그리고 아스텔과 에스티아 중에서 필요한 이가 있으면 말하도록. 기권은 없다. 아무거나도 없다."
/분기점이에요.
1.아이들을 구출하러 기지에 잠입한다. 2.푸른 날개를 구출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덧붙여서 서포트 효과를 이야기하자면...
1.아스텔 - 미션 진행에 여러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던가 병력을 자신쪽으로 유도해서 경비병의 수를 줄여준다던가.) 2.에스티아 - 전투에서 여러 도움을 준다. (베리어를 쳐준다던가, 매턴 회복을 시켜준다던가, 전투에 끼여드는 지원병을 막아준다던가.)
다수결로 정해지는만큼 자신이 원하지 않는 미션과 서포트가 동행한다고 화내고 삐지고 그러면 안돼요. 9시까지! 어차피 어딜 가나 난이도는 비슷하니 편하게. 편하게.
무엇이든 성공한 사례가 있으면 다음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전 실험에서는 몇 인원이 빠졌어도 결국 글라키에스라는 사례가 생겨버렸다. 그런 이상 저 실험이 마냥 허황되었다고 보긴 어렵지. 그래서 결국 구출하는 쪽으로 임무가 주어지나 했으나, 다른 일이 겹쳐있었다. 동맹인 레지스탕스의 구출이라는 일이.
"흠-"
이런저런 얘기 끝에 갈 임무와 동행할 서포터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임무는 역시, 아이들의 구출 쪽일까. 동맹 쪽은 적이 누군지 모르지만 로벨리아가 간다면 전력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서포터를 누구로 하느냐인데.
"나는 아이들 구출 쪽- 서포트는- 아스텔- 일까나."
조금 그런 말이긴 하지만, 실험 대상자였으니 구출 루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투력도 그렇고, 만약의 상황을 생각하면, 음.
대략적인 개요를 전해듣고 나서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상상력이 참 더러우면서도 기발하다는 거다. 아무리 참고자료가 있다 해도 그걸 진짜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웬만하면 안 하지 않나. 이런 편견 없는 실행력만큼은 적들을 본받아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팔짱 낀 채 몇 번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설마 이번 열차도 저번처럼 존* 변신하고 그 지* 나는 거 아니겠지?"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서는 이렇게 묻는 걸 보아하니 생각은 이쪽으로 기운 모양이다. 어차피 처음 진행하려던 계획은 이쪽이라고 하니 계획대로 가는 게 나을 테다. 결과적으론 글라키에스 같은 자식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목적이라니 놔둬서 좋을 것도 없고.
로벨리아의 물음에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아스텔은 에델바이스의 절대적인 무력의 소유자이다. 기지에 투입되면 분명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녀는 브리핑을 들은 순간부터 가디언즈에 대한 호기심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독 의식이 진행되는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는 두 가지. 그러나 동시에 둘을 해낼 수는 없다...그도 그럴 것이 네 몸은 하나인걸. 그러나 포기하는 건 아니었으니, 너를 비롯한 특수부대원들 외에 로벨리아가 직접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결정을 하는 데는 심사숙고가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했다. 지금 네 상관인 로벨리아를 믿지 않으면 뭘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을 구출하러 가겠습니다."
둘 다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저지르는 일은 묵인할 수 없다. 남은 한쪽은 그 쪽으로 향하는 이들이 맡아 잘해주리라 그렇게 믿을 뿐. 그렇지만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가에 이르면 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큰 도움이 되겠지...그러나. 두 사람을 악몽 속으로 데려가는 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