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20093> [1:1/다크 판타지] ℕ𝕀𝔾ℍ𝕋ℝ𝕀𝕊𝕀ℕ𝔾 - #1 :: 527

◆POCYqa2/e6

2022-09-20 01:45:16 - 2022-10-28 20:25:13

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5:16


“𝙰𝚝 𝚗𝚒𝚐𝚑𝚝 𝚠𝚎 𝚊𝚛𝚎 𝚊𝚕𝚕 𝚜𝚝𝚛𝚊𝚗𝚐𝚎𝚛𝚜, 𝚎𝚟𝚎𝚗 𝚝𝚘 𝚘𝚞𝚛𝚜𝚎𝚕𝚟𝚎𝚜.” ─ᴀʟᴇxᴀɴᴅᴇʀ ᴍᴄᴄᴀʟʟ sᴍɪᴛ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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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03:26:35

슬슬 자러 가볼게! 좋은 밤 보내!!

478 엘레나주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05:06:06

쓰면서 졸다가 깼당 ㅋㅋㅋ쿠ㅜ 내일 보자 캡틴~~~~

479 엘레나 (NZPyP.lqiU)

2022-10-15 (파란날) 13:15:17

조용히 주방을 살피고 있는 저의 귓전을 때리는 굉음. 이건 야수의 포효입니다. 이네스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오는터라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그 여자가 야수에게 쉽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이곳은 그녀의 집인걸요.
그래도 등대지기나 되는 몸에 나가보지 않을 수는 없죠. 야수에 의한 사고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불시에 일어나는 법입니다. 저는 빠르게 걸음을 움직여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이네스?!"

손에는 랜턴과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포효가 울린쪽으로 천천히 접근하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주위를 살핍니다.

480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7:26:46

엘레나가 탑 밖으로 나와 이네스를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바깥에도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성채의 외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소리가 바로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네스와 야수는 저곳에 있는 걸까요? 계단 근처에 놓인 등불이 어렴풋이 주변을 밝힙니다. 야수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집니다.

481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4:50

반응이 없습니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아니, 괜한 생각은 하지맙시다. 너무 섵부른 판단이에요. 지금도 야수의 포효는 거세지고 있는걸요. 랜턴을 돌려 조금 더 살펴보니 성채 외곽의 계단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등불이 계단의 입구를 밝히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도 저곳에서 울려오는 것 같고요. 고민따위 할 필요가 없죠. 저는 바로 움직여서 계단 아래로 내려가봅니다.

"이네스?"

지하실에 들어선 저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482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7:45:39

캡틴 안녕~~ 좋은 저녁~~!

483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00

엘레나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지하실이 무척 어둡습니다. 희미한 등불만이 이 지하실에 심연이 침범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을 뿐입니다. 지하실 내부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어떤 가구나 생필품 따위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그런 지하실 안에는, 등을 돌린 채 몸을 숙인 이네스와 온갖 도구와 장치들로 속박된 파충류 야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주둥이가 구속구에 단단히 묶여있지만,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야수 앞의 이네스는 엘레나가 제 이름을 불렀음에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헌데 어째서 야수와 함께 있는 걸까요?

"루슬란..."

곧 이네스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건 분명, 제 눈 앞의 야수에게 건네는 말이었습니다. 마치 야수가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요. 하지만 야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은 저렇게 묶여있지만, 언제 족쇄를 부수고 나와 그녀를 덮칠지 모릅니다. 지금도 이네스를 보고 울부짖으며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네스의 행동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겁니다.

"널 구하는 건 역시, 너무 헛된 소망이었을지도 몰라."

발버둥치는 야수에게 그리 말하는 이네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무뚝뚝한 태도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러 감정이 한데 섞인 그 목소리가 어쩐지 슬프게 들립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이네스는 고개를 푹 숙입니다.

484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8:15:33

엘레나주도 안녕~ 쫀저~

485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3:43

"이네스!!"

이게 무슨 광경이죠? 저는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그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뭐하는 겁니까?!"

그리고는 면전에다 대고 소리쳤어요. 이네스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나 호전적인 야수를 묶어두고 그 앞에서 무방비하게 앉아있다니요. 구속구도, 장치도 마냥 튼튼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야수를 자극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속구를 부수고 덮치겠지요.

"여기서 어서 나가도록 해요!"

등대지기로서, 그리고 하나의 사냥꾼으로서. 사람을 야수의 앞에 방치해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녀를 손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보려 했습니다.

486 엘레나주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18:47:04

야수로 변한 연인....인가!!! 어이어이 뭐냐구 이네스~~~ 대체 뭘 구하려 한거냐구~~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라구 ㅜㅜㅜㅜ (엉엉ㅇ엉

487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19:41:00

"여긴 왜 왔어."

어깨를 붙들린 이네스의 표정에 짜증이 서립니다. 퍽 감정적인 목소리입니다.

"...손 치워."

곧 이네스가 엘레나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칩니다. 그러더니 제 발로 야수에게서 물러납니다. 자신은 완벽히 제정신이란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요.

"당신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야수를 묶어놓고 대화까지 하니 말이야."

그녀가 엘레나를 등진 채로 말합니다. 자조적인 비웃음이 그 뒤를 따릅니다. 야수는 여전히 이빨을 드러낸 채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가. 말해두는데, 저 야수는 건들 생각 하지 말아."

이네스의 날선 경고입니다. 어째서 야수를 감싸는 걸까요. 한때 사람이었던 것이라 해도 저것은 이미 야수가 되어버린 존재. 살려둘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488 엘레나 (21WG1vhGOA)

2022-10-15 (파란날) 20:11:30

"...아뇨.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야수의 울음소리와 구속구의 마찰음이 신경질적으로 지하실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조용히 대꾸했어요.

"오히려 일반적인 사람이죠. 잃어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인간이요. 저도 그래요. 지금도 저희 대륙을 좀먹는 광증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일념만으로 이 로라시아에 건너왔죠. 그것이 헛된 걸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래요, 알고있어요. 그녀는 아마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겠죠. 이미 광증이 도져 변모한 이 야수가, 자신의 옛적 인연이라고 믿고있는 거예요. 저는 이런 사람을 아주 많이 봐왔습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점이라면 제게는 아주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는 거예요. 해결책 없는 광증을 찾겠다고, 그 사실을 부정하며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는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심문관이 되어 등대를 지키기로 맹세한 자로서, 사람을 위협하는 야수를 그냥 못 본 채 두고 갈 수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니 물러날 수 없어요. 이네스, 거기서 비키세요."

야수와 사람은 절대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핸드캐논을 뽑아 들고 레이피어를 쥔 팔을 펼쳤습니다. 그녀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저항한다면 힘으로라도 제압할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489 ◆POCYqa2/e6 (5i7yg8VvRg)

2022-10-15 (파란날) 22:50:46

"역시 사냥꾼이란 족속들은 다 똑같아."

이네스가 몸을 돌리며 말합니다. 드러난 눈에서 형형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퍽이나 적대적인 태도입니다.

"당신을 잠깐이나마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지."

이를 악물며 그녀가 중얼입니다. 이네스도 엘레나처럼 광증의 치료법을 찾고 있다고 했었죠. 그녀가 엘레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것도 전부 그런 동질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호의가 오히려 독이 될 줄은 몰랐겠죠.

"나도 물러설 수 없어."

이네스는 아예 엘레나와 야수 사이를 가로막기까지 합니다. 그녀의 주변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희미한 기운들은 명백히 이네스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편 엘레나가 무기를 치켜든 탓에, 야수가 더욱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합니다. 매어둔 구속구에서 날선 금속음이 울립니다. 야수의 울음도 점차 커집니다.

"당신이 루슬란을 해치게 놔두지 않아."

당장이라도 공격해올 듯 이네스가 손을 뻗습니다. 손아귀에 시커먼 어둠이 모여듭니다.

490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0:56

아무래도 그녀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이는군요. 건조했던 태도에서 분노가 저를 향하는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건 루슬란이 아닙니다...! 야수예요!"

저도 각오를 해야겠죠. 레이피어를 꺾어들고 핸드캐논을 쥔 손을 풀어 자세를 잡습니다. 제게는 퍽 익숙한 자세 중 하나였죠. 사람을 판결하는 것 또한 저희 심문관이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저라고 해도 제게 호의를 배풀어 준 사람을 판결대 위에 세우는 건 마음이 좋지 않아요.

"제발 이네스. 내가 무기를 휘두르게 하지 마세요."

저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간절하게 말해보았습니다만... 저나 그녀나 뜻을 굽힐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491 엘레나주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1:21

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나....?? (아리송

492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17:40

ㅋㅋㅋㅋ 뭔가 예상치 못한 전개긴 한데...? ㅋㅋㅋㅋㅋ

493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00:54:32

슬슬 피곤해져서 자러갈게! 좋은 밤 보내!!

494 엘레나주 (6RB7YGW1KE)

2022-10-16 (내일 월요일) 01:09:07

응~~ 낼 또 보자~~~~

496 ◆POCYqa2/e6 (spLdRSzlFs)

2022-10-16 (내일 월요일) 18:07:10

"아니야!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이네스가 악을 쓰며 외칩니다. 그 눈빛에 광기가 서려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은 너무나 쉽게 돌변합니다. 그녀도 그랬습니다. 그건 더 이상 이네스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네스의 손아귀에서 검은 화살이 여러 발 쏘아져나갑니다. 그건 명백히 엘레나를 노린 일격이었습니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어둠들이 점차 형태를 갖춰갑니다. 사방으로 뻗은 촉수의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뒤틀린 술법은 마법조차 아닌 것 같았습니다. 촉수가 금방이라도 쇄도해올 듯 꿈틀댑니다.
하지만 야수의 몸부림도 더욱 거세집니다. 곧 금속이 파열되는 소리가 하나둘 들리며... 야수가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주둥이를 묶어놓았던 쇠사슬도 야수의 이빨에 처참히 으깨져버립니다. 그리고 야수는 제 앞을 가로막은 이네스에게 맹렬히 달려듭니다. 여러 갈래의 주둥이가 펼쳐집니다.

497 엘레나 (5U20w7Nheg)

2022-10-16 (내일 월요일) 18:30:51

순간 제 눈이 커다랗게 띄여졌습니다. 괴이하고 사악한 마법 때문이 아니라, 이네스 뒤에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요.

"젠장!!"

기어이 우려했던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군요. 욕설을 내뱉으며 튀어나가 정면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녀가 날린 마법 화살들은 가능하면 전부 피하고 싶지만, 별 방법이 없다면 맞는 수 밖에요.

"나와!"

코 앞에 다다른 즉시 이네스를 힘있게 밀쳐서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려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시간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곧바로 팔을 휘둘러서 손에 들린 핸드캐논을 격발시켰습니다. 바로 '루슬란'을 향해서 말이죠. 그 흉하게 갈라진 주둥아리에 탄환을 넣어 일격사를 노리고 싶었지만 급한대로 몸뚱이에 쏴서 움직임을 저지시키려는 시도가 최선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모두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경황이 없었어요. 이네스응 어떻게 됐죠? 저는요? 루슬란은 제 탄을 맞고 뻗었을까요?

498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1:02

이네스의 화살들이 몇 개인가 엘레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쓰라린 통증이 느껴지지만, 지금 상황에서 신경쓸 만한 건 아닙니다.
엘레나의 행동에 이네스는 옆으로 나가떨어집니다. 그녀 뒤에 모여있던 어둠들도 일제히 흩어집니다. 힘없이 무너진 이네스의 몸이 파르르 떨립니다.

"루슬란..."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아직도 그 맹목적인 광기에 사로잡혀있는 걸까요. 그 목소리는 웃는 것 같기도,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한편 탄환이 야수의 몸뚱아리에 박혔지만 야수는 전혀 물러나지 않습니다. 맷집이 생각보다 단단하거나, 극도로 흥분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거나요. 탄환이 찢어발긴 살갗에서 검은 피가 콸콸 쏟아져나옵니다.
야수의 행동은 매우 재빨랐습니다. 엘레나가 핸드 캐논을 발포하는 것과 동시에 야수가 달려들었습니다. 그것의 시선은 이제 이네스가 아닌 엘레나를 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대한 몸집이 엘레나를 깔아뭉갭니다. 방심하던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엘레나를 아래에 둔 야수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흘립니다.

499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13:12:04

어제는 좀 피곤했다... ㅋㅋㅋㅋ()
약간 완결형으로 써버렸는데 별로다 싶으면 말해줘!

500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19:25

몸이 야수에게 깔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섵불리 야수에게 접근한 탓이겠죠. 하지만 이네스를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혀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이렇게 제압 된 상황에서 고작 한 명의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칼은 저지하는 힘이 좋지 않아 야수를 멈출 수 없고, 제 핸드캐논을 휘두르기에는 바닥이 벽이 되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인건, 대처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처법보다는 발악과도 같은 것이지만요.

"큭...!"

저는 레이피어를 일부러 땅에 떨어트리고 양손으로 빠르게 핸드캐논을 쥐어 꽉 붙들었습니다. 팔을 쭉 뻗고서 눈 앞의 야수에 총구를 정렬합니다. 손가락으로는 방아쇠를 지긋이 감싸 힘을 실었습니다. 모든 심문관들은 핸드캐논을 정상적으로 격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탭 정도는 휘두르지 않고 격발할 수 있도록 요령을 훈련하고 있죠. 보통의 화기들과는 정반대로 이런 상황에 취약해지니까요. 즉, 비상격발입니다.

"떨어져!!"

손가락 끝에 충분히 힘이 모였다고 생각됐을때, 저는 단번에 방아쇠를 짓눌러 제낍니다. 쇠뭉치와도 같은 핸드캐논의 격철이 탄환을 때리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손 안에서 불꽃과 커다란 소리가 일었습니다. 이번에는 저 갈라지는 아가리와 머리를 노리려 했습니다만, 비상격발은 조준선이 흔들려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니 이번 격발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저도 모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501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18:21:35

갱신~~~~
이번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라도 별로인 것 같다 싶으면 말해줄게 ㅋㅋㅋㅋ :3

502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0:37:42

야수가 엘레나의 머리를 향해 주둥이를 들이밉니다. 금방이라도 씹어 삼킬듯이요. 곧 핸드 캐논의 탄환이 야수의 목을 관통하고 그것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방으로 검은 피가 흩뿌려집니다. 고통스런 울음이 지하실을 가득 메웁니다. 하지만 야수가 뒤로 엉거주춤하게 물러서는 것도 잠시, 다시금 엘레나를 덮치려 듭니다. 뜯긴 살점에서 피가 질질 흘러나오는데도 야수는 멈추지 않습니다. 야수의 발톱이 엘레나를 향하는 그 순간.
야수의 사지가 무언가에 묶인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제 처지를 알아차린 그것이 발버둥치지만, 보이지 않는 사슬은 더욱 세게 조여올 뿐입니다. 분노 어린 포효가 귀청을 찢을 듯 시끄럽게 울립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제서야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야수에게로 한쪽 팔을 뻗은 이네스가 보일 겁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광기는 사라지고 슬픔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야수에게 술수를 부린 거겠지요. 입술을 몇 번 집씻던 이네스가 입을 엽니다.

"루슬란, 미안, 미안해..."

비통한 중얼거림입니다. 내밀었던 손을 내리며 이네스가 엘레나를 응시합니다. 그 눈가에 물기가 어른거립니다.

"당신이 끝내줘, 나는, 못 하겠어..."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옵니다.

503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6:26

"...이네스."

날아드는 발톱에 올렸던 반사적인 방어기재로 올렸던 팔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연약한 팔은 야수를 상대로 어떠한 자기보호도 할 수 없죠. 이대로라면 분명 찢겨졌던 것은 아마 저였을 겁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야수는 그 순간에 무언가에 걸린듯 전혀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야수를 끝까지 보호하려 했던 그녀 덕입니다. 다시 도로 구속 당한 탓인지, 탄환에 고통을 느끼는 탓인지 그저 분노로 가득한 이성 없는 밤야수의 포효 소리가 더욱 더 심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떨어트렸던 레이피어를 주워올렸어요.

"심문관의 이름에 따라, 그리고 그녀의 뜻을 정식으로 이어받아―"

그리고는 보다 확실히 끝을 맺기 위해 자세를 잡습니다.

"최대한 고통 없이 빠르게 심판을 진행하도록 하죠, 루슬란."

신체를 감싸듯 무기를 쥔 서로의 팔을 교차시키고서, 그 틈사이로 야수를 바라봅니다. 이 자세는 '심판의 자세'로, 강력한 수생 야수들을 단숨에 제압하기 위한 심문관들의 기본 자세 중 하나입니다. 구태여 이런 자세를 취한 것은 야수로 돌변하기 전의 루슬란에게 표하는 경의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떤 이였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는 지금의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네스에게 굉장히 소중했었다는 사람이라는 것은 압니다. 당장 저를 해하려 하면서까지 저지하려고 했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 그와 그녀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심문관으로서 예를 표하며 숨을 거두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광증에 걸려버린 이상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말이에요.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겠죠. 비통하게 흐느끼는 그녀를 옆에 두고, 과거 '루슬란'이었던 광폭한 야수를 앞에 두고, 그 둘의 사이에 있는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무기를 꽉 쥡니다.

"편히 쉬시길."

레이피어를 시작으로 몸과 팔을, 그리고 핸드캐논의 반동을 타고 차례대로 회전하며 연속해서 휘두릅니다. 먼저 총성 한 발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발의 총성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탄창에 남았을 터인 나머지 세 발의 탄환을 급소에 고스란히 꽂아넣었습니다.

504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1:28:04

아이고 이네스 ㅜㅜㅜㅜㅜㅜ 훌쩍훌쩍....

505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24

야수의 울음소리가 뚝 끊깁니다. 그것의 목숨줄이 맥없이 끊어집니다. 야수가 맨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곧 야수의 사체는 천천히 스러져갑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야수는 이렇게 최후를 맞습니다. 몸뚱이가 연기로 화하며 다시 심연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루슬란은... 내 하나뿐인 가족이었어."

주저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네스가 중얼입니다.

"부족에서 추방당한 나를 돌봐준 사람."

그녀의 표정에서, 이전의 무감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광증에 걸린 루슬란을 내가 구해주겠다고 했었는데."

사라지는 야수에게서 그녀의 초점 잃은 시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치료법 따위는 없었던 거야..."

이네스는, 방금 전까지 야수가 쓰러져 있었던 지면을 매만집니다. 필사적으로 루슬란의 온기를 찾아보지만 돌바닥은 그저 차가울 뿐입니다. 그 사실이 그토록 서러웠던 걸까요. 그녀가 소리내어 울음합니다. 흐르는 눈물방울이 점차 굵어집니다.
루슬란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지만 이네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야수로 변한 그가 아직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비극입니다.

506 ◆POCYqa2/e6 (DGnjn3cPLc)

2022-10-17 (모두 수고..) 22:04:39

울지마! 뚝!()

507 엘레나주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2:07:49

그래서 진정했읍니다 (급침착

508 엘레나 (x8v0vJyG4o)

2022-10-17 (모두 수고..) 23:57:47

야수가 캐캐묵은듯한 검고 짙은 연기가 되어 허공 중으로 흩어졌습니다. 야수가 처음에 태어났던 곳으로, 심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저는 줄곧 그것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네스..."

이네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저는 오열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앉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저는, 어떻게 보면 그들의 이야기에 비극이라는 형태로 마침표를 찍은 사람일테니까요.

"...당신과 루슬란에 대한 일은 진심으로 유감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로라시아의 사냥꾼이 아닌 저같은 이국의 사냥꾼의 손에 의해 거둬지게 된 것도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나마의 진심이 어린 말을 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속이 타는 탓에, 저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래요. 저는 저의 여명을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하여, 광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심연과 맞서고 싶다고 생각해서 심문관이 된 거예요. 아까 제 고향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었죠. 저는 그들을 광증에서 해방시키고 싶어요. 당신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설령 헛된 것이라 해도... 무를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그녀와 저는 완전히 방금 조우한 타인입니다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전혀 남일 같아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이런 일들은 제가 고향의 땅에서 수도 없이 마주했던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제 차례가 됐습니다. 그녀가 루슬란을 잃은 것처럼, 저도 고향을 잃게 되는 것은 이제 시간과 싸우는 문제가 됐어요. 제 주변과 이 세상의 일들은 전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러니 이네스, 루슬란은 비록 먼저 떠났습니다만. 당신은 유능한 마법 사용자잖아요. 진정 그가 바랬던 세상을 위해 그 힘을 써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의 이야기 중 한 장은 분명한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이대로 끝나게 두고 싶지 않았기에, 슬퍼하는 그녀가 빛을 잃지 않길 바라며 그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것이 등대지기가 할 일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509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4:56

엘레나의 말에 이네스가 울음을 멈춥니다. 훌쩍이며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이 발갛습니다. 새하얀 피부가 잔뜩 상기되어 있습니다.

"유능한 마법 사용자라고...?"

아직 가시지 않은 슬픔에 목이 잔뜩 메어있습니다. 이네스가 고개를 젓습니다.

"마녀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확실히 방금 전 이네스가 부린 술법들을 되새겨보면, 일반적인 마법이라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로라시아에서는 주술이라고 하는 것들이죠. 이네스는 이전에도 마녀라 불린 적이 있었던 걸까요?
한탄하듯 말한 이네스의 눈에는 한 줄기의 빛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실감이라는 어둠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네스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옵니다.

"루슬란... 루슬란은 유능한 사냥꾼이었어."

문득 그녀가, 지난날을 회상하듯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난 항상 그를 닮고 싶었는데."

이네스는 울음을 삼킵니다.

510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03:35:37

어느새 시간이... ㅋㅋㅋ() 자러갈게! 쫀밤!

511 엘레나 (1Qm4JiDI32)

2022-10-18 (FIRE!) 11:31:28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만.

"...그런게 무슨 상관인가요?!"

저는 버럭 소리치며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왜 그랬냐고 하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예에, 마법과 주술의 차이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이라고 보여지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저희 동쪽 대륙은 이렇게까지 마법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그들은 제 주머니에 들어있는 전송석 하나만 가져가도 대단하다며 하루 온종일 함성을 지를 사람들이라고요!

"마녀건 마법 사용자건 제 눈에는 별반 다르지 않게 보여요! 대체 그것들이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거죠? 둘 다 자연의 섭리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네! 물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 제 얼굴은 분명 빨갛게 상기되어 있겠죠! 어둠이 제 모습을 가려주길 바란적은 등대에 맹세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심문관이 이렇게나 불순한 생각을 하다니요...!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저는 그 어떤 사리분별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그 이상한 술법들을 익히고 연마해왔어요. 아닙니까? 그건 귀중한 시간들이에요. 그것들의 출처가 어떻게 되든간에 당신의 노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란 말입니다. 당신이 마녀든 뭐든, 그게 루슬란에게 당할뻔한 제 목숨을 살렸다고요. 제 말이 틀렸나요?"

말을 한 번에 너무 많이한 것 같군요. 하지만 답답했던걸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술을, 그런 식으로 썩힐 생각을 하는 건 말이에요.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그런 것을 우선 자신부터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알아준다는 말인가요?
후우. 그런 답답함을 털어내듯, 저는 잠시 크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일단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왠지 속이고 있는 기분 같아 제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요.

"...제가 아는 황실의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 광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루슬란의 이야기를 하며 울음을 삼키는 이네스를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어떤 생기도 광채도 자리잡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얘기했어요. 그녀도 귀가 있으니 제가 계속 나불거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듣겠죠.

"사실 전 지금 그와 뜻을 같이 해서 광증의 단서를 하나씩 파해치고 있는 중이였어요. 그래서 로라시아의 불모지인 례프 산맥에 오르기로 한 거예요. 이곳이라면 조금 특이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만약 이네스가 아직 광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고, 유지를 이을 의지가 있다면... 제가 기꺼이 그에게 당신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굉장히 열의가 넘치고 믿을만한 학자예요."

그래요, 저는 이네스에게 제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고 해도 되겠죠. 무엇보다 황실이니까요. 알비온의 그 커다란 인공태양도 구현해낸 황실이요. 물론 황태자의 첫인상은 조금 예외였지만, 적어도 황제와 멜리아나. 그들은 믿을만 해보였으니 말이에요. 심문관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뭐, 당장 결정하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저도 루슬란을 잃은 당신의 심정을 이해하는데다, 저는 단지 하루 잠시 머무르기로 한 식객일 뿐이니까요. 다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생각보다 인내심이 많지 않은 인간이라서요. 당신의 비극은 정말로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건에 묶여서 언제까지고 당신을 다독여줄 정도의 시간이 제게는 없습니다."

충격을 받은 사람인데, 조금 매몰찬 말이었을까요? 하지만 그게 제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말은 잘 못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어줍잖게 그들의 관계를 침범하여 아는 체 하는 것이 더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처음 마주하는게 아니니까요... 문득 과거의 그런 일들을 생각하니 열이 올라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갈게 됩니다.

"저는 하루 빨리, 저희의 땅을 좀먹고 있는 광증을 몰아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지금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떠나고나서도 이 버려진 성에서 계속 울든 죽든 그건 순전히 당신의 마음입니다만―"

이네스의 앞에 앉아있던 저의 몸을 일으키고서는 옷을 가볍게 텁니다. 야수에게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들의 흔적은 남을 수 있어도 사체는 남지 않는다는 거죠.

"우선은, 이 거지같은 곳에서 일어서시죠."

정리할 필요도 없이 깔끔히 떠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주저앉아 있는 그녀를 일으켜 줄 생각으로 손을 건네었습니다.

512 엘레나주 (1Qm4JiDI32)

2022-10-18 (FIRE!) 11:34:41

갱신~~~ 굉장히 늦은 시간에 답레를 올렸구나 ㅋㅋㅋㅋㅋ

513 ◆POCYqa2/e6 (xCJe3RGHAc)

2022-10-18 (FIRE!) 21:30:12

엘레나가 소리치고 열을 올려도 이네스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듣고 있기나 한 걸까요.
이내 내밀어진 엘레나의 손을 그녀가 가만히 바라봅니다. 초점 없는 시선이 퍽 무감정합니다. 그렇지만 이네스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마음이 꺾여버린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이네스가 마음을 다잡은 듯 주먹을 쥐어보이더니 엘레나의 손을 잡고 일어섭니다. 힘없는 몸짓입니다.
이네스는 엘레나를 등지고 먼저 비척비척 걸어갑니다. 그러다 문득,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발을 멈춥니다.

"...아까 했던 말은 생각해볼게."

이네스의 말은 그러했습니다. 황실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거겠죠. 적어도 흘려듣진 않은 모양입니다.

514 엘레나 (BMCs4s8nnI)

2022-10-19 (水) 01:34:36

"네, 얼마든지요."

힘 없는 발걸음을 멈칫거리는 그녀에게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시종일관 멍한 얼굴이었습니다만, 제대로 듣기는 한 모양이죠. 정신적 충격이 심할 겁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을 주는게 좋아보이는군요. 몰아붙이는 건 좋지 않아요. ...네? 이미 몰아붙이고 있었다고요?
저는 그녀를 따라 지하실을 벗어나 성의 내부로 돌아갑니다. 그곳에는 아직 따뜻한 공기와... 식은 수프가 있죠. 일단은 식사부터 하고 잠들어야겠네요. 이제 례프 산맥의 초입일 뿐이었지만 어쩐지 굉장히 피곤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녀가 제안을 받아주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괜한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겠죠. 소중한 사람을 광증으로 잃은 여자에게 다짜고짜 협력 제의를 하다뇨.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격한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고 있었습니다.

515 엘레나주 (BMCs4s8nnI)

2022-10-19 (水) 01:35:30

이 다음은 아마 식사하는 단계일텐데~ 굳이 필요없다 싶으면 넘겨서 진행해도 되고? ㅋㅋㅋㅋ 그냥 편한대로 바로 아침으로 바꿔도 괜찮아~~~

516 엘레나주 (xc4/qyWUJI)

2022-10-20 (거의 끝나감) 00:09:42

캡틴 혹시라도 잇기 힘들면 말해줘~~

517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16:01:31

말없이 자리 비워서 미안해!! 왠지 기력이 없고 글이 잘 안 써져서... ㅠㅠㅠ 엘레나주 답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구 내 고질적인 문제라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ㅠ 최대한 빨리 이어보도록 할게

518 엘레나주 (IXYhjiosAY)

2022-10-20 (거의 끝나감) 18:15:18

캡틴이 힘들구나... ㅜㅜ
으으음~ 글이 안 써진다면 억지로 써도 좋지 않으니까 조금 쉬었다가 하면 어때? 아니면 일정 부분까지 스킵해도 좋구~

519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21:31:10

그럼 염치불고하고 조금 쉬다 와도 될까...! 흑흑 부족한 캡틴이라 미아내...

520 엘레나주 (SHrCFA5kcw)

2022-10-20 (거의 끝나감) 21:48:11

좋아~ ㅋㅋㅋㅋ 그럼 서로 일주일동안 쉬다 오는 걸로~? 어때??

521 ◆POCYqa2/e6 (P.vxQibB96)

2022-10-20 (거의 끝나감) 22:04:14

좋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ㅠ 그동안 쉴새없이 달렸으니까 엘레나주도 푹 쉬자구!

522 엘레나주 (fSMN4BXOIg)

2022-10-21 (불탄다..!) 00:00:23

아냐~~ ㅋㅋㅋㅋ 캡틴이 힘들게 돌리면 나까지 힘들어진다구... 무엇보다 서로 재밌자고 하는거기도 하고?
그럼 일주일 뒤에 스레에서 보는 걸로~~!! 마치 도원결의 처럼 재소집이닷!!!!

523 엘레나주 (4GwSJGHPBo)

2022-10-28 (불탄다..!) 00:04:25

그날인가!!!!! :3 먼저 갱신해두겠다구~~~

524 ◆POCYqa2/e6 (fnSb20ottw)

2022-10-28 (불탄다..!) 17:30:44

엘레나주는 그동안 잘 지냈을까?
기다렸을텐데 답레 못 가져온 거는 미안해
쉬면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진행하는 거에 어느 순간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더라고
슬럼프가 온 것도 사실 그거 때문인 거 같아
아무래도 스토리 흐름이나 사건을 준비해둔 게 거의 없으니까...
게다가 세계관에 구멍이 많아서 그런지 구멍 메꾸는 것도 힘들고 흥미도 잃어가고 ㅠ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진행하자니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도 않구 엘레나주한테도 민폐일 거고...
이건 전부 내가 부족한 탓이니까 혹시라도 엘레나주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고민해봤는데, 정말 염치없는 말이지만 스레를 여기서 중단해도 괜찮을까...?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어가볼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또 같은 실수를 할까봐... 그게 걱정스러워서. 그러면 또 폐 끼치게 되는 거니까
나도 너무 아쉽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ㅠㅠㅠㅠ
오랜만에 왔는데 무거운 얘기 꺼내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

525 엘레나주 (PDknnpaDs.)

2022-10-28 (불탄다..!) 18:39:58

음~~~ 일단 전혀 무겁지 않아! 왜냐하면 사실 나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ㅋㅋ 저번에 진행하면서 캡틴 힘들어보이기도 했구...
그게 나쁜 건 전혀 아니지! 더군다나 캡틴은 진행같은건 처음이라고도 했으니까? 심적 부담도 많았을거고
그거랑은 별개로 많이 아쉽긴 하네 ㅋㅋㅋㅋ ㅜㅜㅜ 캡틴의 세계관이나 설정도 맘에들고 엘레나도 사실은 예에에엣날에부터 굴리고 싶었던 캐릭터이기도 해서.... 그리고 캡틴이나 나나 게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여차하면 역할을 바꿔서 캡틴에게 세계관 설정을 빌리고 반대로 내가 캡틴을 진행해주는.... 그런 것도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이건 캡틴한테 실례겠지 ㅋㅋㅋㅋㅋ
그래서 음~ 결론은 중단해도 괜찮아 나도 캡틴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돌리고 싶지는 않은걸

526 ◆POCYqa2/e6 (5rK.c/PWnY)

2022-10-28 (불탄다..!) 19:27:37

이해해줘서 고마워 엘레나주 ㅠㅠ 그럼 중단하는 걸루...
나도 역시 아쉽긴 해...! 엘레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행시켜보고 싶었는데 너무 무리였나봐 ㅋㅋㅋㅠ
그동안 놀아줘서 정말정말 고마웠어!! 가끔씩 조언도 해줘서 엄청 도움 됐었고
언젠가 다른 곳에서 익명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엘레나 시트는 하이드 해둘테니까 다른 곳에서라도 재활용해도 돼! 엘레나주 항상 즐상판하길 바라!!

527 엘레나주 (4A7ZJp0fGA)

2022-10-28 (불탄다..!) 20:25:13

나야말로 잠시나마 놀아줘서 고마웠다구~~~~ 즐거웠다!!! ㅋㅋㅋ 담에 또 어디선가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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