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20093> [1:1/다크 판타지] ℕ𝕀𝔾ℍ𝕋ℝ𝕀𝕊𝕀ℕ𝔾 - #1 :: 527

◆POCYqa2/e6

2022-09-20 01:45:16 - 2022-10-28 20:25:13

0 ◆POCYqa2/e6 (f//PpKMsfU)

2022-09-20 (FIRE!) 01:45:16


“𝙰𝚝 𝚗𝚒𝚐𝚑𝚝 𝚠𝚎 𝚊𝚛𝚎 𝚊𝚕𝚕 𝚜𝚝𝚛𝚊𝚗𝚐𝚎𝚛𝚜, 𝚎𝚟𝚎𝚗 𝚝𝚘 𝚘𝚞𝚛𝚜𝚎𝚕𝚟𝚎𝚜.” ─ᴀʟᴇxᴀɴᴅᴇʀ ᴍᴄᴄᴀʟʟ sᴍɪᴛʜ


Notion 링크 → https://sphenoid-jumper-db7.notion.site/00fd4aa29a6b4273a104da7558c16a8f

273 엘레나주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1:48:06

ㅋㅋㅋㅋㅋㅋ 마음에 들어? :3

274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3:30:50

"허, 그랬었군."

기사는 짧게 대답합니다. "키옌엔 워낙 다양한 인간들이 많아서 말이지." 뒤이은 엘레나의 의문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합니다.
그러다 엘레나가 자기 신분을 밝히자, 그도 적잖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립니다. 교류가 단절된 동대륙에서 온 사람을 본다면 누구라도 놀랄 겁니다.

"동쪽 대륙? 이거 참 귀한 손님이 오셨구만."

그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집니다.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요? 그러다가도 금세 손을 내립니다.

"반갑네, 엘레나 경. 제국 기사단의 제1기사단장 레너드 드윈이라고 한다."

곧 기사도 제 소개를 합니다. 기사단이라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기사들이 모인 단체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중년 남자는 자신을 그 기사단 중 하나의 수장이라 소개했고요.

"심문관이라면 뭘 하는 사람인가?"

275 ◆POCYqa2/e6 (lcE9SEQFBM)

2022-09-30 (불탄다..!) 23:31:43

마음에 들지 당연히~ 야수랑 싸우는 엘레나도 보고 싶고 ㅋㅋㅋㅋㅋ()

276 엘레나 (NR1pPdgIHA)

2022-09-30 (불탄다..!) 23:56:14

네, 맞아요. 저는 귀한 손님입니다. 하지만 어떨 때는 단지 아무 것도 모르는 이방인일 뿐이죠. 그래도 이쪽의 기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하물며 이 분은 한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기사단장님이셨던 모양입니다. 좋아요. 이제야 조금 어깨를 펴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언제는 주눅이 들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뭐, 여태까지 너무 다사다난 했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저희 심문관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수생 야수를 상대하고, 광증을 앓는 이단을 사전에 파악하고 처단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냥꾼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더 위험하고 본격적인 위협과 맞서며 주민들의 안전에 힘쓰고 있죠. 무엇보다도 가장 음울한 바다 속에서도 빛을 비출 수 있는 꺾이지 않는 영혼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등대지기라고도 불리죠."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하지만 심문관의 고결하고 숭고한 목적을 전달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사냥꾼들보다 조금 더 상위에 있는 자경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경단이라는 말로는 전부 설명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럼 바로 실례하겠습니다만 레너드 단장님, 혹시 밤사냥단에 대해서 알고계신 것이 있습니까? 저는 그들과 접촉해보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여기서 기사단장님을 만난 건 행운이네요. 어쩌면 방금 일어났던 소동도 아예 쓸모가 없던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을테니까요.

27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01:21

이대로 진행하다보면 빠른 시일 내에 싸우게 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그런데 알비온이 제국이면 공주같은 사람들도 있으려나?? 있으면 개인적으로 한 번 보게하고 싶은데~~~

278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08:41

>>276 "그럼 바로 실례하겠습니다만 레너드 단장님, 혹시 밤사냥단에 대해서 알고계신 것이 있습니까? 그들이 이 도시의 가장 큰 사냥 활동 단체라고 들어서 한 번 접촉해보고 싶은데요."

글구 대사가 조금 어색한 것 같아서 이걸로 수정함 :3

27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0:20:47

황녀라던가는 당연히 있지~~ 보고 싶다니 한 번 반영해보는 걸로 ㅋㅋㅋㅋ

280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0:23:53

앗 그럼 황녀랑 친구해도 돼?? ㅋㅋㅋㅋㅋ 심문관들의 사냥 무술같은거 살짝 알려주거나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막연

281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0:40:47

ㅋㅋㅋㅋ 친구 먹는 것도 가능! 생각보다 금방 만날 수 있을지도~

282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13:12

"흐음, 그런가. 그야말로 빛을 비추는 등대지기인 거로군."

레너드가 짧은 감상을 읊습니다. 그도 알고는 있겠지요, 밤의 지배에 맞서는 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요.

"밤사냥단... 이라."

엘레나의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뒷말을 잇습니다.

"이곳 광장 지구에 밤사냥단의 거점이 있지. 저기 은행 건물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네."

그러면서 그는 손을 치켜들어 은행 쪽을 가리킵니다. 은화 모양의 간판을 내건 3층 건물이 보입니다. 저곳이 은행인 모양입니다. 밤사냥단의 거점은 저 뒤쪽에 있는 건가요? 오랫동안 걸어 광장 지구에 도착한 보람이 있었네요.

"헌데 엘레나 경은 무슨 일로 그들을 보려는 건가?"

레너드는 그리 묻습니다. 추궁하는 것 같지만 실은 단순한 궁금증 때문입니다.

283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27:05

단장님의 손을 따라 시선을 향해봅니다. 저 은행의 뒷편인가요. 아무래도 주점의 주인이 괜한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군요. 흥, 아주 심술궂은 사람은 아닌 모양이죠?
단장님께 감사를 표하고는 걸음을 마저 움직이려 했습니다만, 역시 물어오는군요. 떳떳하지 못한 이유는 아니라 밝히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제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만나보려고 합니다. 사냥을 하는 이들이라면 마음 통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 광증에 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는 그대로 말하기는 조금 꺼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아무것도 모르고 로라시아 대륙에 왔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을테니까요.

"...주민들의 고통을 제가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동대륙에서부터 배를 타고 온 이유를 되새기며 꾸욱 쥐어보인 주먹을 가슴에 가져갔습니다. 그래요, 하지 않으면 안 되는겁니다. 이 앞길이 허무로 가득하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만둘 수 없어요. 그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것이겠죠.

284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28:02

금방 만날 수 있다니 이거 기대해도 되는 건가?! ㅋㅋㅋㅋㅋ 어쩐지 사심만 가득해진 기분이 드는 나참치.... (꿀밤

285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44:32

엘레나의 말이 끝난 뒤에도 레너드는 침묵을 유지합니다. 그가 건넨 말은 짧았습니다. "경건한 마음가짐이군. 꼭 일이 좋게 해결되길 바라지." 그리고선 고개를 끄덕여보입니다.

"그럼, 잘 가시게. 행운을 빌겠네."

레너드는 그렇게 인사하곤 걸음을 옮겨 멀어집니다.
그의 안내를 되새기며 은행 옆 골목으로 향하면, 2층짜리 건물들이 수없이 늘어진 풍경이 보입니다. 또 골목이라곤 해도 길이 넓고 밝아 음침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건물들 사이에는 유난히 수수한 양식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 1.5배 정도는 더 커보이기도 합니다. 건물 앞의 작은 표지판에는 달과 밤을 형상화한 심볼과 함께 '밤사냥단'이라는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 것 같습니다.

286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01:46:03

ㅋㅋㅋㅋㅋㅋ 사심이라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구
나는 슬슬 자러 가볼게! 좋은밤 되길 바라!!

28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01:46:41

응응~~~ 낼 보자 캡틴!!

288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4:36:32

이곳이 밤사냥단의 건물인가요. 단체의 이름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수수하고 비교적 커서 눈에 띄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냥 밀고 들어가도 되겠지만... 여기서는 노크를 먼저 해볼까요.

"저기-"

주먹으로 세 번정도 문을 가볍게 두드려봅니다.

"계십니까?"

28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5:40:32

엘레나가 문을 두드리자 약간의 정적 이후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헌데 문을 열어준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문이 열린 것처럼요. 이 또한 마법일까요?
건물 내부는 무척 넓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우아하고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홀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양쪽 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난간 너머로 2층 복도가 보입니다. 홀 중앙에 긴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파에는, 긴 금발 남성이 앉아있었습니다. 테이블에 작은 찻잔을 올려놓은 걸 보면 티타임을 즐기던 중이었나요. 그가 엘레나를 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녀를 맞이하듯 기품있는 인사를 해보입니다.

"사냥꾼이시로군요,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남성이 웃음지으며 말합니다.

290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6:30:05

문을 노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처음 생각했던대로 밀고 들어가려 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문이 열리는군요. 혼자서 스스로 말이에요. 흐음, 제국의 기술인걸까요? 마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저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니 사냥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저희 고향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거점을 꾸미거나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인테리어와... 금발의 남성인가요.

"그냥 사냥꾼이 아닙니다. 심문관이에요."

버릇처럼 남자의 말을 수정했습니다. 이 남자도 심문관에 대해 알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제게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곳이 밤사냥단의 거점입니까? 단장을 보고싶군요. 긴히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게 눈길을 주어 내부를 둘러보면서도 성급하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291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8:25:04

"심문관이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남성의 두 눈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부러 캐묻지 않고 엘레나의 다음 말에 대답합니다.

"예, 이곳이 밤사냥단입니다. 헌데 긴히 할 이야기라?"

남성이 문득 시선을 옮겨 엘레나를 꼼꼼히 뜯어봅니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약간의 경계심이 서려있습니다. 마치 취조당하는 기분입니다.
잠깐의 짧은 시간 이후, 남성은 엘레나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그제서야 다시 미소를 머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남성은 엘레나를 이끌고 홀의 뒷문으로 걸어갑니다. 방금 엘레나가 들어왔던 정문과 비슷하게 생긴 문입니다. 그가 조심스레 문을 열어젖힙니다.
그 너머로, 막다른 골목에 마련된 넓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여러 개의 짚단 인형들이 세워져 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벤치들이 몇 개 놓여있습니다. 보아하니 훈련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날이 뭉툭한 소드스피어로 짚단 인형을 열심히 두들겨패는 중이었고요.
남성은 엘레나를 멈춰세우곤 먼저 여성에게 가 말을 전했습니다.

"누님, 누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는 손님이 오셨습니다."
"흠, 그래? 저 여자인가?" 여성이 엘레나를 흘깃 쳐다봅니다.
"예. 사냥꾼처럼 보이는데, 스스로는 심문관이라 소개하셨습니다."
"알았다. 멜리아나, 훈련은 잠시 멈추도록." 그 말에 소녀가 힘찬 대답을 하며 행동을 멈춥니다.

짧은 대화를 끝낸 이후, 여성은 엘레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누님이라는 호칭이 괜한 말은 아닌지 저 금발 남성과 꽤 닮은 외모입니다. 반면 곱상한 외모의 동생과 달리 상당히 호쾌해보이네요.

"반갑다. 밤사냥단의 단장 카산드라 크롬웰이라고 한다. 용건이 뭐지?"

여성은 간단한 소개 이후 바로 본론을 물어봅니다.

292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18:49:37

저를 살피는 눈빛에 경계심이 어려있군요. 의외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다소 생뚱맞은 방문이었으니까요. 생전 처음 보는 무기를 찬 여자가 들이닥쳐서는 심문관이라 소개하며 단장을 찾는 모습이란. 하지만 지금의 제 상황은 그정도로 급한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남자가 막으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는 수 밖에요.
그러나 그가 저를 막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소로 안내해주네요. 저는 분명 쫓겨날 각오까지도 하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흠, 이게 대도시의 여유라는 걸까요. 아니면 밤사냥단이라는 이 모임은 제 생각보다 더 규모가 큰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겠죠.
조금 더 금발 남성을 따라가니 뒷편의 넓은 공터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 특유의 풋풋하고 치열한 풍경. 저는 이곳이 사냥단의 훈련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미 훈련이 진행중인 모양이었지만요. 저는 바로 그곳에서 이곳의 단장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밤사냥단의 단장은- 의외로 여성분이시군요. 조금은 의외였어요. 그녀는 크롬웰이라는 이름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억센 기개가 느껴지는 분이셨습니다. 이제는 제 소개를 해야겠죠. 저도 지지않도록 몸가짐을 다시 잡고는 단장의 눈을 마주쳤습니다. 지금의 저는 어떻게보면 저희 등대지기들의 대표, 또는 외교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어제 막 바다를 건너 온 동쪽 대륙의 심문관, 아지무 엘레나라고 합니다. 편하게 엘레나라고 불러주시길."

어떤가요. 이정도면 꽤 간결하고 단호한 자기소개였겠죠? 심문관의 고결한 영혼이 잘 전달 되었을까요?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슬슬 말해야 할 차례입니다.

"제가 이렇게 찾아 온 용건은―"

저는 잠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뜸을 들였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어차피 이곳말고는 달리 갈 곳도 없잖아요. 스스로 찾고있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든 간에요. 안 그런가요? 그러니, 여기서는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도록 합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고개를 추켜 올려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대륙을 좀먹고 있는 광증의 해결책에 대해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입니다."

293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19:50:28

"동쪽 대륙, 이라. 놀랍군. 그곳과의 교류는 먼 옛날에 끊어진 줄 알았는데."

카산드라가 가볍게 웃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어진 엘레나의 말엔 웃음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증의... 해결책?"

그 말에 카산드라는 적잖이 놀란 눈치입니다. 저 뒤에서 카산드라를 지켜보던 남성도, 소녀도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곳은 일찍이 광증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젠 학자들마저도 광증 연구에서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한 로라시아 대륙입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엘레나의 말이 얼마나 생뚱맞게 다가오는진 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명백했습니다.

"광증에 치료법 따위가 없다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카산드라가 재차 확인하듯 묻습니다. 물론 엘레나는 진작에 들어 알고 있지만 카산드라는 그걸 알 턱이 없습니다. 그저 타지의 이방인이 뭣도 모르고 나불대는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요.

294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0:17:37

역시 이런 반응인가요. 하긴,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광증을 일찍이 포기한 도시 사람이라는, 반대 입장이었다면 말이에요. 그만큼 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겠죠.

"네,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꽤 최근 일이죠. 제가 항구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듣게 된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당시의 충격을 생각하니 무력감이 다시금 덮쳐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저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마음을 먹은 일이니까요. 저는 다시 이곳의 단장님께 말씀을 올렸습니다. 이번엔 꽤 강하게요.

"그래서 일부러 수도까지 찾아와 도움을 요청드리는 겁니다. 사냥꾼이라면 광증과 심연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법이니까요. 광증에 대해 알고계신 단서를 제게 알려주세요. 뭐라도 좋습니다. 완벽한 치료가 아니더라도 좋아요. 아주 실낱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의지를 가다듬은 눈으로 단장을 바라봤습니다. 이들이 보기에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보였을까요.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제가 가려는 곳은 한 없이 어둠이었을 뿐이죠.

295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1:16:56

"...그랬군."

카산드라가 팔짱을 끼며 한탄하듯 내뱉습니다.

"단서, 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우리는 광증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지 못했어."

그렇습니다. 학자들이 백날 천날 방법을 알아내고자 연구해도, 심연은 인류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땅한 해결책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

"광증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라곤 심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는 것 뿐이야."

하지만 이 사실은 누구나 아는 내용일 겁니다. 말을 마친 카산드라는 잠시 고민하는 듯 시선을 내리깝니다.

296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1:39:05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뻔한 이야기를 듣자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에요!"

저도 모르게 이를 갈면서 큰 목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래서는 방금 그 몰상식한 깡패들이랑 다를게 없을텐데 말이에요. 그만큼 제가 절박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불안했습니다. 이곳마저 아는 게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불안이, 현실이 되어 보여지고 있었으니까요.

"...언성을 높혀서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찾아야만 해요."

그래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이사람들을 다그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에요. 저는 빠르게 방금 폐를 끼쳤던 사실을 사과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의 큰 사냥단이라고 심연에 대한 대책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죠.

"좋습니다. 그렇다면 광증에 관련하여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 단체나 사람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세요. 소란 피우는 건 그곳에 가서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벌써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얼마나 벌어져도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제가 배를 탄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입니다. 지금의 제 눈은 조금 날카로운 모양새가 되었을까요. 그런 눈으로 왜인지 고민하고 있는듯한 단장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297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1:39:59

ㅋㅋㅋㅋㅋ 엘레나 이녀석.... 민폐인데? (?

298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2:57:54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카산드라가 눈을 슬며시 감으며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그녀에게도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하는 것이 꽤 달갑지 않겠지요.

"황실 소속의 의사가 광증을 연구하고 있긴 하지만, 황궁이라는 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말이야."

곧 엘레나의 질문에도 답을 내놓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대답입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라니요. "나조차도 초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곳이 황궁이다." 그녀가 몇 마디를 덧붙입니다. 제국의 황궁이란 곳은, 이름을 날리는 사냥단의 단장이라고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모양입니다.

"다른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런 답변만 주게 되어 유감이군."

299 ◆POCYqa2/e6 (ZtlFbZuqRQ)

2022-10-01 (파란날) 22:58: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폐라니()
살짝 스포하자면 다음 턴에 황녀가 난입한다!

300 엘레나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3:18:48

"―그렇습니까."

황궁이라. 이 제국을 통치하고 다스리고 있는 기관이겠죠. 답을 얻은 제가 이제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니 '치익-'하고 끄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럼 가봐야겠네요."

그런데, 어디로 가냐고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직접 황궁의 문을 두드리러."

이곳에서 볼일은 다 본 것 같습니다. 정보가 없으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요. 계속 움직여야죠.

301 엘레나주 (1fFg1LoYVA)

2022-10-01 (파란날) 23:18:56

헉...! 황녀~~!! 너무 기대 되는데? ㅋㅋㅋㅋㅋ

302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0:13:10

"...행운을 빌지."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납니다. 그녀도 더 이상 도와줄 순 없는 걸까요. 엘레나는 그대로 훈련장을 벗어나기 위해 발을 옮깁니다. 하지만...

"잠깐만요,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돌연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소녀가, 앞으로 나서서 엘레나를 막아섭니다. 뒤의 남성도 카산드라도 놀란 듯 소녀를 바라봅니다. "황녀님?" 남성이 소녀를 부르는 호칭은, 분명 그러했습니다.

"...그래요. 제가 어떻게 잘 말하면 엘레나 씨를 황궁에 들여보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에요."

소녀는 자신이 황녀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합니다. 헌데 한 나라의 황녀 되는 사람이 왜 이곳에서 무기를 다루고 있던 걸까요?

"게다가 엘레나 씨는 동쪽 대륙에서 오셨잖아요. 그런 귀한 손님이라면, 분명 저희 아버지도 엘레나 씨를 보고싶어하실 거에요."

황녀가 그리 단언합니다.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결연하기까지 했습니다.

303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0:13:40

별 건 없었지만 ㅋㅋㅋㅋㅋ

304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1:32:37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칫 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가려고 하는 곳은 이 제국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황궁. 분명 쉽게 들여 보내주지는 않겠죠. 그런데...

'황녀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요.'

몸을 도로 돌리고는 훈련장의 그들을 바라봅니다. 무기를 휘두르던 소녀. 어째서 황녀가 이런 곳에서 무기를 연습하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멜리아나. 아니, 황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찬 물 더운 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죠. 오히려 지금 상황은 말하자면 찬 물에 얼음을 띄운 것과 같아요! 그 정도로 운이 좋은 상황입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저는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서 자신을 황녀라고 소개한 소녀 앞으로 냉큼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왜 그랬을까요.

"이 저를, 아지무 엘레나를 반드시 황궁 안으로 들여 보내주세요!"

무릎을 굽혀 앉아 손을 맞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녀라는 사람과 눈까지 마주치려고 하면서 말이에요.

305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1:33:18

오오~~! 훈련하고 있던게 황녀님이었구나! ㅋㅋㅋㅋㅋ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에....?

306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01:59:22

ㅋㅋㅋㅋㅋㅋㅋ 답레 잇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졸리다...! 내일 보자! 좋은 밤 보내~

307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02:03:13

그랭~~~~ 내일 보자구 캡틴~~

308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5:50:32

황녀라지만 그녀는 멋 부린 드레스도, 화려한 복식도 차려입지 않은 모습입니다. 여느 시민처럼 평범한 옷을 걸친 채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을 뿐이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엘레나가 그리 간청하자 황녀는 쩔쩔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제게 격식 차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입니다. 방금 전, 단장이 그녀를 부를 때도 어떠한 존칭을 붙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엘레나 씨를 돕고 싶으니까요. 아니, 꼭 도와드릴 거에요."

곧 그녀는 엘레나에게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렇게 선뜻 나서주는 이유는 그녀 역시 광증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아왔기 때문이겠죠.

"그럼 정식으로 인사해야겠죠? 저는 멜리아나 레인 로에그리아, 황가의 둘째이자 장녀에요. 부디 잘 부탁드려요."

황녀, 멜리아나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합니다. 그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산드라도 한 마디 거듭니다. "잘 됐군. 황궁에 가서는 부디 자네가 원하는 걸 알아내길 바라지."

"아무튼, 바로 출발하시겠어요?"

309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0:24

막상 이렇게 얘기하니 황녀는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의 저는 외지인인 입장이고 부탁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물며 한 제국의 황녀라는 사람이니까요. 사실은, 저희 대륙엔 통치나 외교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지도 스스로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소녀는 틀림없는 황녀였어요. 제 소개를 굳이 다시 할 필요는 없겠죠.

"네, 따라가도록 하죠."

황실...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광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요. 제국의 황녀를 따라나서는 순간에도 저는 조금 궁금해지고 있었습니다.

310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6:41:52

약간 서민 스타일을 좋아하는 황녀님이신건가~~~ 후후후후

311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29:47

멜리아나는 남매에게 인사하고는, 엘레나를 이끌고 사냥단 거점 밖으로 나섭니다.

"황궁은 이 광장 지구의 북쪽, 사유 지구에 있어요."

둘은 골목을 나와 중앙의 대로변으로 나옵니다. "조금 머니까 열차를 타야 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합니다. 열차라면 아까 엘레나가 보았던 큰 쇳덩이를 말하는 거겠죠.

"동쪽 대륙은 어떤 곳인가요? 궁금해요."

멜리아나가 앞서서 길을 안내해주는 도중, 그렇게 물어봅니다. 그녀 역시도 궁금한 게 많겠죠.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가면, 곧 넓은 길가에 깔린 철로와 기차역이 나타납니다. 철로 위에는 아직 열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312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17:30:38

이래뵈도 황녀님은 사냥꾼 지망생이지 ㅋㅋㅋㅋ

313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0:43

"동쪽 대륙 말입니까."

궁금하겠죠. 오랫동안 교류라고는 없던 땅에서 온 사람입니다. 작은 여관을 운영하는 주인도 제게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한 제국의 황녀라면 오죽할까요.
어쩌면 여기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제 고향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따로 지침을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요. 흐음, 아예 돈까지 받아버리면 어떨까요? 장사치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제 사정은 완전히 궁핍 그 자체입니다. 수입원을 만들어두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죠.
뭐, 물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냥 훈련에 열심히 힘쓰고 있던 황녀님께는 무료로 해드리겠지만 말이에요. 문득 훈련장에서 짚단 인형을 두들기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웃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곳, 로라시아와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좁은 곳이에요. 그리고 알비온보다는 낙후됐지만 제가 지나온 다른 지역보다는 사정이 낫죠. 땅의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잠잠할 때는 하늘을 담은 수면이 넘실거리고 달에 비춰서 은빛으로 빛나죠. 시간에 지나 파도가 격해지고 물이 차오르면 이제 거기서는 심연에서 사는 야수들이 하나 둘 씩 기어나와요. 그것들이 둥지를 튼 수면 아래 뿐 아니라, 우리의 땅도 모조리 차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동대륙인을 구원할 것은 바다 안개마저도 꿰뚫고 나가는 빛과... 놈들을 부수는 무거운 대포들 밖에는 없죠."

어느덧 저는 무심코 벨트에 매달린 홀스터에 손을 가져가 핸드캐논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저희 땅의 정수가 담긴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말 그대로 대포를 소형화 시킨 야수 사냥의 무기입니다. 손이 닿기만 해도 만에서 쾅쾅거리며 우레같은 굉음을 토하는 화포들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희 등대지기와 사냥꾼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고향의 땅을 지키기 위하여 영혼을 갈고 닦으며 힘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움직인다 한들, 광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바람에..."

뒤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대로라면 기다리고 있는 건 제 고향의 전멸이라는 결말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현재진행중이기도 했습니다.

314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18:21:31

엩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 재밌는 설정이잔아!

315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7:43

"동대륙에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엘레나의 말에 멜리아나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이 넓은 로라시아에서도 백성들이 광증으로 고통받는데, 하물며 땅이 더 좁은 동대륙은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엘레나 씨는 꼭 해내실 수 있을 거에요.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도 오셨잖아요."

멜리아나가 단언하듯 엘레나에게 말합니다. 물론 상황이 마냥 희망적인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희도 광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요."

그러더니 그녀는 머쓱하게 웃어보입니다.
둘은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잠깐을 기다리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차가 정차합니다. 열차의 문이 열리자 인파가 우르르 빠져나옵니다.

"열차, 도착했네요. 어서 타요."

멜리아나가 앞장서서 열차에 오릅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은화 몇 푼을 꺼내 승무원에게 건네고 빈 좌석에 앉습니다. 엘레나더러 앉으라는 듯 옆자리를 통통 치네요.
열차 내부는 깔끔했습니다. 넓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훤히 보입니다. 차려진 좌석들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도 있고,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인도, 허름한 옷을 대충 걸친 일꾼도 보였습니다.

316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0:58:56

재밌는 설정인가 ㅋㅋㅋㅋㅋ 자세한 건 직접 알아가보구~

317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10

로라시아도 광증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터예요. 저희 나라가 앞서서 몰락의 위기에 처한 만큼, 어쩌면 이 아이에게 황녀로서 나라의 걱정을 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저에게 먼저 용기를 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나름 뚝심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되니 최근 내내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멀었군요. 살풋이 웃어보입니다.

"그렇겠죠. 말씀 감사합니다. 으음, 그러니까..."

그녀를 무심코 '황녀님'이라고 부르려다가 발언을 물렀습니다. 이곳의 황녀는 너무 격식을 차리는 건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요. 그런 그녀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는 사이에 그녀를 따라 열차 안으로 올랐습니다. 그 거대한 철덩어리 안에 이런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만 몰랐던 거라고요? 먼저 자리를 잡고 가볍게 두드리는 옆자리로 몸을 이끌고 가서 앉힙니다. 이곳은 완전히 별세계군요. 덕분에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낯설어 보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사와 사냥꾼, 여행객이나 노동자까지. 그러다 문득 저 자신은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우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굉장하네..."

저는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황녀가 듣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그야, 이런 것들은 제가 온 땅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새삼 제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느꼈습니다.

318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1:38:58

사냥은 아무래도 궂은 일이니까 말이지 :3 ㅋㅋㅋㅋ 의외로 황녀는 터프한 성격일지도....?

319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5:16

"그냥 멜리아나라고 부르셔도 돼요."

엘레나가 호칭을 고민하자, 멜리아나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굉장하죠? 아직은 키옌에만 있지만 훗날엔 로라시아 전역에도 열차가 보급될 거에요! 이래뵈도 열차는 제국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니까요. 다른 건 도시를 밝게 비추는 인공 태양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대의 발전된 문명을 있게 해준 마공학 기술 그 자체에요."

멜리아나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신나서 떠들고 있습니다. 엘레나의 또래 소녀지만, 지금 보면 어린아이 같기도 합니다.
"출발합니다!" 승무원이 크게 소리치고 곧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속도입니다. 무척 큰 쇳덩이인데도 희한하게 잘 움직이네요. 창 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느리게 지나갑니다. 마차와는 또 다른 생경한 느낌이 들겠지요.
열차가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바깥의 거리 모습도 점점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고딕 양식의 높은 건축물들이 웅장하게 솟아있는 광경입니다. 광장에서부터 보았던 하늘의 빛이 점점 밝아지기도 하네요.

320 ◆POCYqa2/e6 (AOU5zmEQ3o)

2022-10-02 (내일 월요일) 22:36:31

ㅋㅋㅋㅋㅋ 터프하기보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거에 가깝겠지만~

321 엘레나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1:24

"―그럼 멜리아나로."

승무원이 출발한다며 소리치자 객실 -이렇게 부른다는 건 꽤나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덜컹거리며 흔들렸습니다. 저는 문득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며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고 말았습니다. 열차가 움직이는 것 뿐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 것도 모르는 거였죠. 멜리아나의 설명에 의하면 이 열차가 바로 제국의 굉장한 삼대 발명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창 밖으로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눈에 흘러옵니다. 제가 아는 모든 마차보다 엄청난 차이가 나는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모든 인원을 수용하는 거대한 철 덩어리가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놀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건 왠지, 두근두근 하네요. 제 고향 사람들에게 이런 물건을 알려준다면 엄청나게 흥분하겠죠. 그들은 굉음이 나는 철붙이랑 불꽃과 연기를 좋아하니까요. 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럼 멜리아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겠습니다만."

이번엔 제 차롄가요? 저 또한 그녀에게 아직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주 많았지만 우선은 이거겠죠.

"왜 황녀가 밤사냥단 같은 곳에서 야수를 사냥하는 연습을?"

멜리아나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습니다. 질문이 이렇게 되었지만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이건 단지 순수한 궁금증이었기 때문입니다. 알비온 제국의 황녀나 밤사냥단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단지 황녀가 제국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완전한 이국에서 온 저도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322 엘레나주 (V2ll4ao6XY)

2022-10-02 (내일 월요일) 23:33:38

아아~ ㅋㅋㅋㅋ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네... 귀족이구먼~ (댕청
그리고 멜리아나 엘레나랑 또래였구나!!! :3 몰랏서...! 훨씬 어린애인줄 알고있었는데 ㅋㅋㅋㅋ

323 ◆POCYqa2/e6 (iwpoP22qY6)

2022-10-03 (모두 수고..) 00:19:09

"헤헤."

멜리아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웃어보입니다. 제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엘레나가 질문해옵니다. 멜리아나는 잠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미소짓습니다.

"그건 당연히, 사냥꾼이 되고 싶어서죠."

그녀는 그리 대답합니다. 사냥꾼은 대륙 어디에서든 존경받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귀족, 그것도 황제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편안한 삶을 버려가면서까지 위험한 사냥에 뛰어들 이유는 없습니다. 하더라도 알량한 명예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겠죠.

"제국을 돌보는 건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일이니, 저는 사냥꾼이 되어 제국의 백성들을 지키려고요."

그렇지만 멜리아나의 목적은 그런 시시한 것 따위에 비견될 게 아닙니다. 그녀는 뭇 백성들의 위에 군림하는 황족으로써 그들 모두를 수호하고 싶어합니다. 고귀한 혈통을 타고났음에도 그녀는 그 책무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황궁에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게 질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멜리아나가 실없이 웃습니다.
쉴새없이 달려가던 열차는 어느새 멈춥니다. 열차가 정차한 곳은 또 다른 역이었습니다. 승객들이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다시 탑승합니다. "이제 다음 역에서 내리면 돼요." 멜리아나가 그리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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