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에 그렇게 답한다. '그날 있었던 일'에 특별히 흥미가 있어보인다기 보다는, 동료의 세부사항을 전달받겠다는 느낌에 더 가까워 보이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어떤 것이 더 흥미있는 이야기인지, 어떤 것이 더 무서운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는 듯 하니까. 그리고는 이어지는 당신의 물음에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두어번 정도를 느릿하게. 깜빡깜빡.
"엔은 에델바이스가 먹지 못하는 것을 먹을 수 있다."
그러더니 그녀가 손을 넌지시 들어올린다. 그러자 그 손바닥 위의 살점은, 물이 부글부글 끓듯이 부풀어올라 다른 형태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먹은 것을 움직일 수 있다. 소화할 수 있다. 흉내 낼 수 있다."
손을 입가에 가져간다. 그러자 입이 된다. 손을 눈가에 가져간다. 그러자 눈이 된다.
"그것이 엔에게 있는 유일한 재주다."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가볍게 보여준 그녀는 원래대로 돌아온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녀는 당신이 상상보다 많은 것을 먹었고, 당신의 상상보다 많은 것을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고기는 어디까지나 뻗어나간다. 스스로 고기임을 부정해도 어쩔 수 없다. 그녀가 말하는 '삼킨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엔은 배가 고프면 움직일 수 없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배는 천 한 장 없이 맨살이다.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최대한 복장을 경량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나 자주 배가 고픈 건진 몰라도. 어쨌든, 고기는 고기를 원하는 법이다. 그녀는 손을 그런 배 한 가운데로 가져다 대었다.
마리가 이곳에 온지는 거의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거의 한 십년 가까이는 다른 레지스탕스에서 지냈었다. 그리고 독립을 위해 다른 레지스탕스로 가려고 했었고, 그러던 와중에 에델바이스로 오게 된 것이었다.
마리는 승우의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뜸이 길어지고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나갈 동안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기다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는 기다림이 늘 필요했다. 정적 속에서 서로 눈만 깜빡거리다가 승우가 나 진짜 한다? 하고 말을 하자 그제야 마리는 뭔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던가? 하고 생각하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온 말은 꽤 짧았다. 마리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이야기했다.
“세븐스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가둬진 거야? 보통 그런 경우도 많지. 나도 임무 중에….”
말을 하려다 말았다. 임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리가 있었던 레지스탕스에서는 처음 결성될 당시에는 가디언즈와 반하는 세력으로서의 저항 활동을 많이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배신 및 피해가 커지고 결국에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저항 행위로 많이 바뀌었었고.
그 과도기 쯔음에 마리가 구출되었었고, 마리가 정신을 차리고 난 이후에 레지스탕스의 저항 행위는 일반 가정에서 가둬져 키워지는 세븐스 구출, 요인 암살(그 요인의 적대 세력에게 돈을 받기도 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세븐스의 복수 의뢰 같은 행위들로 변질되었다.
그 활동 중에서 마리는 일반 가정에 잠입해 가둬져 있는 세븐스에게 나가고 싶은지 의사를 묻는 일도 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세븐스를 몰래 빼돌리거나 그 집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684 별 건 아니고 마리가 있던 레지스탕스에서 승우가 가둬져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리가 승우에게 접촉해서 이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고 거절당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그만....() 승우 비설하고 맞닿아있어서 조심스럽네 ㅋㅋ큐ㅠㅠ 선관 제안 거절해도 오케이라구 ><
그에게 소속 경험이 있는 저항 세력은 에델바이스 뿐이고, 제대로 속해보았다 할 만한 사회도 이곳밖에 없어 다른 레지스탕스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풍문으로 들리는 소식을 접하거나 간접적으로 마주친 적이야 있지만 내부의 정확한 사정까지는 그로서는 알 방법이 없으니. ……사실 그동안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다는 이유가 제일 크지만.
"인간들 생각하는 게 존* 거기서 거기라니까."
마리의 대답에 그가 입꼬리를 비죽이며 웃었다. 어쩌면 세상은 이미 세븐스들을 통해, 계급과 문화의 격차를 뛰어넘은 정신적 화합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게 아닐까?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기껏 머리 굴려서 내놓는 해결책이라는 것들이 죄다 엇비슷하니 말이다. 어떻게든 애물단지 처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이란. 딴에는 그것이 다른 학대 행위보다야 자비로운 처사라 말하지만 궤변이다. 그들은 단지 두려웠거나, 그저 꺼려왔을 뿐이다. 제 손으로 매질해 길들일 용기가 없으니 현상만 유지하려 했을 따름인 것을.
잠자코 마리의 말을 듣던 도중 이야기가 끊어지자 그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제 쪽에서 먼저 뜸들여댔으니 마리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 다만 기다리는 동안 마리가 경청할 준비를 했던 것과는 딴판으로, 그는 여전하게 쿠키나 오독거리며 별달리 고민하는 것 없는 채다.
일상 첨 돌릴때부터 생각났던 건데 유루 과거사에 얽힌 모브친구 (ft. 옛날에 그렸던 유루 어린시절 짤, 저번에 올렸던 독백) 모티브랑 이름을 상록식물에서 따와서 좀 뇌절하면 그린우드랑 비슷한 그런 늬낌이 아닐까 그런 생각 하다가(ㅋㅋㅋㅋㅋ).. 이름은 새파란데 비해 마리나 유루 친구나 둘다 뜨끈한 이미지 컬러인것도 보고 유루 친구랑 마리랑 친척관계?였어도 이상하지 않을것도 같고~ 그런 망상을 좀 해봤습니다
선관...이라기엔 쫌 애매한 그런 망상이였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성은이 망극하네여
>>694 킹치만 유루 비설 지금 완전 허술한걸ㅋㅋ? (텅 빈 공백을 보여주는 중)
>>695 누가 막나요(??????)전여친 맛있는데
캡 안녕! 선우주 안녕! 선우랑 선관 짜고 싶은데 흠믐므...얘네 만날 일은 있었을까,,? 선우는 20살 때까지 뭘 하고 있었나!
ㅋㅋㅋㄲ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문당하는 수준이냐고 유루 아싸력 넘치는 거 볼 때마다 웃기고 슬픔 네 그러니까 국정원 소속 어쌔신이 미대 다니는 스트리머로 위장하는 중인데 사실 진짜 정체는 다른 세계에서 온 메카로봇에 타서 우주전쟁 한가운데서 노래하는 전쟁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열심히 스트리밍 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