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나?」 「아마 이쪽인 것 같습니다, 저 건물에서 목격되었다는 첩보입니다. 행색도 말이 아니고, 정신 나간 듯한 언행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쫓아보냈다고 합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
「빠져나갔다는 정보는 없나?」 「예, 놈이 들어간 직후부터 줄곧 확인했지만 전달받은 바 없습니다. 애초에 얼마 전에 폐쇄된 건물이라 출입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렇게 도망다니던 녀석이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라... 무슨 심경의 변화지? 자포자기한 건가?
「바로 움직이지, 시간을 줄 필요는 없다.」
명령이 떨어지고 그 건물을 포위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망갈 틈은 없다. 이제 어떡할까. 놈이 나오기를 기다려? 그럴 리가. 바로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이젠 더 이상 놓치지 않겠다.
「6층 상점가에 머무르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진입할까요?」 「좋아, 쥐새끼를 잡을 시간이다. 봐줄 필요 없어. 어차피 배신자는 즉결처분이야.」
확실하게 사살하기 위해서라면 건물을 날려버려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라는 말을 들었으니 조금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이번 일만 잘 해내면 좀 더 위로 갈 수 있어. 어차피 도망자 한 명, 목만이라도 가져가면 충분하니 어려운 일은 아니지. 찾아낼 때까지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슬슬 도착할 때가 됐나? 저항이 없지는 않을테니 조금 소란스러울지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놈을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제압하겠습-」
건물 내부에서 총성과 함께 짙은 어둠이 깔린 창문 너머로 빛이 번쩍였다. 교전에 돌입했나? 총성이 조금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쾅- 하고 폭발음과 함께 깨진 창문으로 흙먼지가 터져나온다. 젠장, 되도록이면 조용히 처리하라니까!
「어떻게 됐나, 놈은, 제압했나?」 「......」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초조해질 무렵,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전이 되돌아왔다.
「...까- 들리십니까, 제압 완료했-니다. 하지만 저를 제-하고는 전부 부상당한 상태-니 지원을-.」
아무래도 폭발에 휘말렸나보군, 아직도 합이 잘 안 맍는다니까. 나 참. 지원이라, 아무래도 부상자도 옮겨야 하니 필요하겠지. 그럼 어디... 놈의 얼굴이라도 볼 겸 올라가 볼까. 드디어 나도 이제 당당하게 살 수 있어. 놈이 무슨 사연을 가졌든 상관없다. 살아남으려면 뭔들 못하겠어. 제 앞에 놓인 복을 걷어찬 놈이다. 이해할 필요 없어. 기대에 찬 발걸음이 가볍다.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놈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조금 들뜨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미래를 위한 선물이 그곳에 있다. 이렇게 쫓던 놈의 얼굴이 반갑게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라니!
-그런 생각은 접어뒀어야 했건만.
"왔구나. 늦었네." "......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폐건물, 어두운 건물 안으로 깨진 창문을 통해 햇빛이 좁게나마 비친다. 아직 아직 깨지지 않았거나, 단단한 벽에 가로막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 너머,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낮게 신음하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나를 맞이하는 목소리는 꽤나 선명했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뿐, 별다른 능력이라곤 없는 놈이라고 들었는데. 간신히 들어오는 햇빛으로 그나마 놈의 윤곽은 확인할 수 있었고, 상황이 심상찮다고 생각하자마자, 손을 들어 소리친다.
"뭐 해, 당장 잡아!"
다음 순간 타닥, 하고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천이 펼쳐지는 소리가 퍼졌다. 순식간에 깨진 창문이 가려지고. 남은 건 어두컴컴한 어둠 뿐. 직후 뭔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가 늘어났다. 동시에 울리는 총성, 뒷걸음질쳐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데려온 녀석들의 총구가 내뿜는 불길에 계속해서 주변의 모습이 점멸되고. 그 사이로 보이는...
"...도끼?"
또 다시 콰직, 하는 소리. 비명소리와 총성. 발 디디는 소리와 서로 부딪히며 내는 목소리까지. 분명 시야는 온통 어두웠으나 그 안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문이 닫혀서 천지가 분간되지 않는 그때, 눈에 희미한 초록 불빛이 닿았다. 전기가 끊긴 게 아니었나? 아니면 아직 야광유가 남아있었나?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은 없었다. 도망치자. 달리다가 발에 무언가 채여 넘어진다. 끄응, 하는 신음과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겹친다. 땅을 기다가 일어서니 그제야 불빛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래. 비상구였어. 나가자.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
그렇게 문고리에 손을 얹었을 때, 총성이 끊겼다. 설마, 끝났나? 어떡하지? 돌아볼까? 놈이 맞아서 쓰러졌을지도 모르잖아. 머릿수는 우리가 훨씬 많으니 부상을 입어서 멈췄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죽었거나. 그 찰나의 망설임의 끝은 복부에 느껴지는 강한 충격이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지듯 나뒹군다. 안 그래도 어두운데 흐릿해지는 시야가 회복될 무렵, 끼이이익. 하고 바닥에 끌리는 금속성이 들린다.
"크윽, 켁..."
올려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진 어둠과, 그 어둠을 희미하게 찢는 초록색 빛. 마찬가지로 희미하게 보이는 놈의 얼굴은... 왜- 웃고 있는 거냐?
"얼굴, 한번 보고 싶었어. 너도 그렇지 않아? 대체 내가 누굴 쫓고 있는지, 놈은 왜 쫓기는 건지... 생각해 봤어?" "너... 이 미친 새끼... 일부러...!"
"내가 듣고 싶은 답은 그게 아닌데, 유감이야." "자, 잠깐-"
건물 바깥으로 나온 네 모습은 퍽이나 엉망이었더랬다. 잔뜩 길어버린 머리카락은 정리되지 못해 뻗친 산발, 앞머리는 눈 하나를 아예 가렸다. 푸석푸석한 머리칼이 피부를 간지럽혔지만 정리할 기력은 없었다. 흐릿한 초점과 흙먼지로 지저분해진 옷가지, 벌써 신발은 찢어져 버렸는지 제대로 된 구두 대신 슬리퍼, 벌써 너덜너덜해졌으니 또 갈아신어야 했다. 너는 네가 빠져나온 건물을 돌아보았다. 손에 쥔 도끼의 자루가 스르륵, 흘러내리자 땡그렁, 하고 땅과 부딪혀 파열음을 낸다. 가자. 어디론가 가자, 이제 한동안은 잠잠하겠지. 또 다시 가자. 어디든 좋으니까 걷자. 지쳐 쓰러지면 잠들면 그만이고, 배가 고프면 뭐든 먹을 수 있겠지. 햇빛에 눈을 찡그리던 너는 눈을 지그시 감고 네 목에 짤랑이는 금속을 손에 쥐었다.
몇 번이고 속삭인다.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았던 그에게도 속삭였던 말을, 잊지 마라. 널 쫓는 이들에게 전해지도록.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