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그렇게 대답한다. 그녀는 당신을 레시라고 하기로 정한 것 같다. 당신이 그게 더 좋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이유. 이유라고 말해도- 그녀는 아리송하게만 느껴지는지 고개를 살짝 들어 허공을 잠깐 응시하다가 말한다.
"이유는 엔이 레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아온 것은 전혀 대답이 되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거 말고 다른게 있겠냐는 듯이 눈을 깜빡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때에 당신이 소세지가 담긴 봉투를 흔든다. 그러자 그녀의 그 기포같은 동공이 급격히 커다래지면서, 고개가 봉투의 흔들거리는 움직임을 알기쉽게 쫓고 있었다.
"레시는 엔이 하는 말을 잘 들어준다."
그러자 그녀도 조금은 더 이유 같은 이유를 내놓는 건가.
"엔이 혼자서 회식 자리를 정리 하는 걸 도와준다. 저번에는 엔과 대련을 해줬다. 덕분에 엔은 보검에 대해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엔에게 소세지를 주려고 한다."
말하는 사이, 어느새인가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 가슴 중간 쯔음 허공에 뜬 손이 봉투를 따라 안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아랑곳않고 그녀는 한 걸음 더 파고든다. 따로 제지라도 않는다면 그대로 봉투 채로 낚아 챌 기세다.
제목은 프랑스어인데 가사는 영어라서 반전미가 있네요!! 고양이랑 토끼...동거하는줄 알았는데 ㅌ토끼 잡아먹힌 걸까요..? :0 변덕스러움이 느껴져서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노래 전체를 봐도 일관성 있는게 멜로디 빼곤 그닥 없는 부분이 매력적이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지만..ㅋㅋ
무거운 비트랑 실로폰 소리가 잘 어울려서 좋아요.. 이상한 감정선이 연상되어서 유루랑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스읍..엔주가 나보다 유루 캐해를 잘 하는것 같아요..()
왜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유를 묻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가 엔이기도 하고. 보통 저런 말은 그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유 같은 걸 묻는 건 의미가 없다. 설령 어떠한 대답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고.
지금처럼.
"그렇구나아."
시선은 소세지에 고정한 채 대답을 하는 엔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게 간식에 이끌리는 작은 동물 같다. 비주얼적으로는 강아지려나. 아니면 토끼? 어느 쪽이든 귀엽네- 잠깐의 딴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일단은 소세지부터 주기로 한다. 레레시아는 봉투의 윗부분을 잡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봉투째로 엔에게 넘겨준다.
"자- 대답 잘 해줬으니까아 엔 다 먹어-"
봉투를 준 후엔 다시 돌아서서 테이블 위를 정리한다. 물티슈 같은 걸 찾아와 다 치워진 곳을 닦으면서 말한다.
"내가아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지이. 혹시나 내가- 내 개인적인 이유로-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위선이니까아."
휙휙. 다 쓴 티슈도 쓰레기 봉투에 던져넣고 자리를 쭉 돌아본다. 이제 봉투와 박스만 내놓으면 되려나. 돌아보는 김에 엔도 한 번 보았다.
"엔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해줬어도오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했을 까나아?"
>>304 아니에요! 엔주도 조금 이런거 생각해보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 가사가 있는 곡이였군요...! 엔주는 지금까지 샘플링같은 건 줄 알고 있었어요 유루주가 말씀 안 해주셨다면 평생 몰랐을지도요... (ㅋㅋ) 캐해...인걸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참고로 엔주는 곡에서 변덕스러우면서도 푸른 물감이 흐르는 이미지가 연상 되어서 들려드렸어요~!
그러고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신이 열어준 것이 무색하게 봉투 째로 입에 넣어 덥썩 무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소세지 봉투는 무슨 토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입에 물린 자국을 경계로 일부가 사라진 채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우물우물. 폴리에틸렌마저 육류로 만드는 그녀의 입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녀는 씹던 것을 목으로 꿀꺽 삼키고는 당신이 해주는 말과 물음에 잠시 먹던 걸 멈추고 생각해본다. '위선이 뭐지?' '레시가 자신을 위하면 안 되나?' '엔도 좋고 레시도 좋으면 좋은 게 아니게 되는 건가?' 따위의 조금 길고 덧없는 생각이었다.
"옛날에 엔을 레시처럼 해줬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랬던 그녀는, 조금의 시간 뒤에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엔에게 먹을 것을 주고 엔이 잘 수 있게 했다. 또 엔이 흘린 걸 치워줬다. 하지만 엔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엔의 몸을 살피고 엔에게 계속 어려운 말을 걸었다. 자리를 벗어나면 엔을 쐈다. 아팠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엔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과거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듯 허공으로 시선이 떠올랐다. 여전히 단조롭고 감정 없는 말투, 표정 없는 얼굴이다.
"그렇지만 에델바이스는 엔을 믿고있다. 엔도 에델바이스를 믿는다. 그래서 엔은 레시가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레시가 아닌 다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입을 크게 벌려 소세지 봉투 조각을 마저 삼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때, 움직임이 멈칫하고는 검붉은 눈을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레시도 먹고싶나?"
당신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는 듯 조각이 된 소세지 봉투를 건네보였다.
미리 열어서 주면 봉투는 거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예상이 무색하게 봉투 그대로 입에 무는 걸 보고 흐. 웃는건가 싶은 소리를 흘렸다. 저번에 검을 삼키고도 멀쩡했으니 비닐 좀 먹었다고 탈은 안 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영 그렇다. 간접적으로나마 저 씹는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레레시아가 위선에 대한 말을 해주자 엔에게서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우물대던 걸 멈춘 걸 보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재촉할 이유는 없으니 그대로 지켜본다. 테이블에 기대서 엔의 하얀 머리카락을 응시하고 있으니 조금 후에 엔의 대답이- 짤막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엔의 과거로 보이는 내용이었다.
"흐음."
담담히 얘기를 들은 만큼 그녀의 표정도 별 변화가 없다. 굳이 표현으로 하자면 아 그렇구나- 정도. 잠깐 변화가 생긴 건 엔이 남은 소세지 봉투를 내밀었을 때다. 이걸 왜, 라는 표정이 되었다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엔 다 먹으라고 줬잖아-"
줬다 뺏는 짓은 안- 해- 그러니 남은 것도 엔이 다 먹으라며 손짓하고 앞선 얘기를 이어 말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엔이 말한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단지 나는 일부러 엔을 아프게 하지 않고 이렇게 같이 있을 때만 뭔가를 해줄 뿐이지. 결은 다르지만 같은 부류인거야. 게다가 난 에델바이스도 믿지 않거든. 엔도, 팀원도, 모두."
모든 것을 그저 목표를 위한 수단과 도구라고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니까.
"나는 이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엔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일 거야- 아니면 이제부터어 알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나아."
그녀는 얼버무리듯 말하고 테이블에서 떨어져 움직였다. 빈 병이 가지런히 담긴 박스를 잘 챙겨 들고서 문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엔을 보았다.
"이제 쓰레기만 버리면- 정리 끝나니까아 엔도 들어가서 쉬어-"
아직 뒤에 남은 봉투라던가 있지만 그뇨 혼자 다 할 생각인가보다. 엔에게 먼저 들어가라 하곤 박스를 내놓기 위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