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가 끝났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고 구출한 세븐스 아이들이 남았다. 새로운 인물은 레지스탕스도 가디언즈도 아닌 제 3의 인물. 다른 이의 스킬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듯 했다. 다른 이의 능력을 흡수한다니 그거 반칙 아닌가?
마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이내 주변 동료들을 돌아봤다. 이내 에스티아에게 연락을 해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도 차례차례 에델바이스의 지하기지로 이동했다. 마리는 떨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자신이 가디언즈에게 부모님을 잃고 잡혀가게 될 것을 다른 레지스탕스에게 구해진 게 바로 십년 전 쯤, 저 비슷한 나이였기 때문이었다.
작전 내용을 들었을 때, 아마 마을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했던가. 그럼 이 아이들의 부모도 다 사망한 걸까? 마음이 착잡했다. 하지만 차마 어린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진 못하고 이내 그 주변을 맴돌았다.
그 중 의외인 점은 유루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면서 애들을 편하게 해주려는 건지 에델바이스 내부를 구경시켜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마리의 마음 속에 유루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애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의 시선으로 유루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었다.
이내 유루가 아이들 두세명을 데리고 기지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마리는 그 뒤를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졸졸 쫓아가고 있을 것이었고.
>>479 크윽... 너무 많아... 이건 바로 대답하긴 좀 그렇고, 정확히 누구의 인상을 듣고 싶으신지 앵커 달아주시면 열심히 답해보겠습니다...
>>480 복각이 있으니 그때를 노려보시죠!(?)
>>485 수영장에 간다면 평범하게 수영하지 않을까요? 수영 실력은 괜찮으니 상급자용 레인에서 수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안전요원에게 걸려서 코스가 강제로 바뀔 수도... 발이 안 닿으니까..(옆눈 으음 머리카락을 건드리면 조금 곤란해하긴 하겠지만 대놓고 하지 말라고는 못할 거에요, 머리카락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라서 그걸 이야기하면서 만지는 걸 자제해달라고는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만진다면 포기하겠지만...
>>489 어떻게든 엔딩은 볼 거라고 생각해요, 하다가 도중에 이걸 하는 의미가 뭘까 하고 스스로 시간과 정신의 방에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클리어는 할 겁니다! 만약 벌칙이라면 울면서 할지도...
>>493 (촉감도 별로 안 좋은 머리를 왜 자꾸 쓰다듬지?)(내가 작아서 그런건가?)(쓰다듬는 이유가 대체 뭘까?)등등 생각풍선이 퐁퐁 하고 나올거에요! 그...왜 그러시죠? 하고 물어보고 뭔가 이유가 있다면 차마 하지말라고는 못할 것 같네요.
레레시아는 경험이나 운의 차이라고 말하는 아스텔을 보며 말꼬리를 길게 늘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 대련의 결과가 무엇의 차이라고 명확히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갖은 요소들이 맞물려가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거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레레시아로선 얻은게 많았다. 무장의 혀용, 기술의 확인, 그리고...
"천만에. 의료반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빠르게 아스텔의 치료를 마친 라라시아는 고맙다는 말에 대답한 뒤 돌아서 레레시아에게로 갔다. 그 새 레레시아도 모조 보검의 무장을 해제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얼굴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벅벅 문지르고 있었다. 다쳤을 때 그러지 말라니까. 그치만- 어린애를 달래듯이 라라시아가 레레시아의 팔을 붙들고 앉아 치유를 시전한다. 서서히 상태가 나아지는 도중에 레레시아가 아스텔의 말에 대답랬다.
"에- 그러엄 나중에 음료수 사줄 때 말할게- 지금은 피곤-해-" "아 좀 가만히 있어!"
꾸물거리며 라라시아에게 앵긴 그녀가 어깨 너머로 아스텔을 보며 덜 아픈 쪽 손을 흔들었다. 나중이라 하는 말이나, 훈련장인데도 늘어진 걸 보면 음료수를 얻어마시는 건 다음이 될 것 같다.
"아스테루- 바이바이비-"
그녀의 인사를 끝으로 아마 각자의 행동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후일담.
훈련장에서 나가는 건 아스텔이 먼저였을 것이다. 가벼운 발소리 뒤로 문이 여닫히고 나면 넓은 훈련장에 쌍둥이 밖에 남지 않는다. 기묘한 정적 속에 레레시아가 작게 앓는 소리만 들린다. 그 앓음이 멎어갈 쯤. 라라시아의 나직한 목소리가 묻는다.
"레레, 너, 아까 그 모습." "으응-? 그거 왜애?" "그거... 포기 안 한 거야?" "...."
레레시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라라시아의 품에서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같지만 다른 얼굴. 같았지만 이제 다른 사람. 쌍둥이는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금빛 눈동자가 말한다.
"포기, 했을 리가 없잖아. 나한텐 이제 그거 밖에 없어." "그럴 리가 없" "아니, 그것 뿐이야. 나는."
단호함을 넘어 완전히 닫아버린 눈빛에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녀는, 그리고 그녀도.
"...올라갈까? 가서 간식이나 먹자." "에- 난 간식보다 술 마시고 싶은데에." "그래. 간만에 마시고 죽자. 너나 나나." "와-"
어장 첫 스토리를 진행하자마자 과연 이 충격과 공포의 개인주의 가디언즈는 몰살이다! 열혈 어장(농담)에서 끝까지 살려야 합니다,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됩니다를 염불 외듯 하는 태양캐로 남을 수 있을까.. 생각은 들었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노선 꺾어버리고 역시 '배트맨식 불살'을 행하는게...
임무가 끝나고, 결국 블러디 레드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잃은 사람 없이 7명의 세븐스들을 무사히 구출해서 데려왔다. 그것만으로 대성공인지도 모른다.
내용이 어떠하든, 임무가 끝난 뒤는 항상 고요함이 찾아오거나 복도가 멤버들의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그러나 엔은 그것에 상관없이, 항상 자판기에 들러 갈증과 배고픔을 채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는 당신이라면, 자판기 버튼을 연신 꾹꾹 누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당신을 본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니나. 수고했다."
그녀가 당신을 향해 아는체하며 인사한다. 그러는 한 편, 그녀의 버튼에 반응한 자판기 안쪽의 음료수가 요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덜커덩 덜커덩. 그녀가 자판기 아래에 쪼그려 앉아 음료를 꺼내는데- 당신이 오기 전부터 얼마나 눌러댔는지 계속해서 캔이 투출구에서 튀어나온다. 척보아도 다섯은 넘는 것 같다. 그것을 모두 혼자 마시려는 건지는 몰라도. 꺼낸 캔들을 품에 끌어 안은 상태로 그녀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주섬주섬 캔 하나를 집어 당신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자신의 임무는 끝났다. 다만 자신이 맡았던 일이 끝났다고 해서 사건 전체에 종결부가 찍히는건 아니다. 두려웠을 아이들도 누군가는 진정시키고 새로운 사회에 스며들게끔 해야하고, 누군가는 보고를 올려야 한다. 자신이 알기론 부상자가 없으니 일은 좀 줄었지만.
“아이스크림 사러 갈래?”
이제부터 살게 될 곳을 구경시키는 것도 좋겠지. 아이들을 좋아하는지라 일이 생겼다는 기분은 안 든다. 능력을 그닥 많이 쓴 것은 아니라 다른 대원들에 비하면 팔팔한 자신이 일을 도맡는 것이 옳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겁을 먹고 있다가도 아이스크림 소리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세 명. 나머지 네 명은 인상을 쓰고 있던 유루에게 겁을 먹었던 건지 더욱 떨며 고개를 젓는다.
“난 눈이 안 좋아서 너희들을 자세히 보려면 얼굴을 무섭게 해야해. 이해 해줘.”
자못 웃으며 긍정을 표했던 여자아이 두명과 남자아이를 데리고 기지 밖으로 향한다. 날은 선선하니 아이스크림 먹기 딱 좋은 날씨다. 윗 층의 마트로 걸음을 향하며 그저 아무런 영양가 없는 말만 부드럽게 읊조린다. 여자아이 한 명과 남자아이는 조금씩 긴장이 풀리는지 함께 조잘거린다.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여자아이는 마리가 있는 방향을 흘깃 쳐다본다. 유루는 여자아이가 걸음을 멈춘 것을 느꼈는지, 내딛던 발을 우뚝 세운다.
“저 누나도 너희랑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가 봐. 가서 같이 먹자고 물어볼래?”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여자아이는 쥔 손에 힘을 주었다가, 손을 놓고 마리 쪽으로 조심스레 걸어가본다. 사회성은 이렇게 기르는 거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 했을 이들한테는 이 정도로 시작하는게 좋다. 사실 모르겠다, 그저 그렇다고 읽었을 뿐. 여자아이는 마리에게 다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웅얼이듯 물음을 던진다.
“...저도, 언니랑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유루의 말을 확신삼아, 아이는 마리에게 겨우 말을 건다.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람 중 하나였다는걸 인지하고 있는지, 마리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아이의 두 눈엔 생기와 동경으로 가득 차 있다. 마리가 유루 쪽을 보면 그는 맑은 눈웃음을 치며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을 것이다.
아, 존* 뒤지게 힘들다. 아니, 힘들기보다는 피로감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니 미묘한 불쾌감이 되었다 함이 옳다. 탈력감이 몸 위에 내려앉아 짓누르는 듯하고, 둔해진 감각이 머리를 쿡쿡 찔러댄다. 그는 욕 나오게 힘들다고 생각을 하려다 제 평소 언어습관을 돌아보고 속으로 정정했다. 욕이야 기분 좋을 때도 하니 말이 안 된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잡념도 거기에서 끝이 난다.
일이 있었던 시간은 그다지 길지도 않았건만 격렬한 활동을 그 짧은 시간동안 몰아서 했으니 피곤을 호소한대도 무어라 할 자 없을 테다. 그러나 불쾌할 정도의 피로를 느끼면서도 그는 어디에 들어가 뻗거나 얌전히 쉬는 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별달리 큰 이유는 없지만, 그냥. 실내에 있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다. 언제부터였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에겐 떠돌길 좋아하는 몹쓸 버릇이 생겨버리고 말았더란다. 그렇게 눈은 힘 풀려서 하품을 하고, 종착지 없이 이리저리 걸음 옮기던 여승우가 멈추어선 것은 그때였다. 익숙한 인영의 바로 앞 자리였다.
"표정이 완전 개** 났는데."
그리 말하는 그도 꼴이 양호하지는 않다. 양손과 얼굴, 몸 여기저기에 그을음을 묻힌 몸에서는 미미하게 탄내가 났다. 불덩어리를 펑펑 터뜨려 대고 이리저리 굴러다녔으니 고운 몰골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가뜩이나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 앞에서 웃는 낯짝이란, 밉게 보일만치나 속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