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차에 들어섰지만 이 곳에는 병사를 포함한 그 누구도 없었다. 그저 맞은편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군의 모습이 보일 뿐, 헬멧을 해제해 고글만을 쓴 채 그들을 맞이한 너는 고갤 이리저리 돌리며 6호차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긴 꼭, 탈출정 같은 느낌인걸. 네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붉게 빛을 내는 버튼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비상탈출 버튼.
"이건..."
그 밑에 쓰인 문구가 신경이 쓰였다. 버튼을 누르면 비상탈출 말고도 다른 뭔가가 작동된다는 뜻인가? 다른 무언가? 일단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버튼, 정말 탈출 버튼인가? 너무 손쉽게 제압된 병사들을 떠올린다. 이렇게 허술하게 대응하는 건 무슨 이유지? 어쩔 수 없는 의심이었다. 혹시... 눌렀다간.
"설마, 터지는 건 아니겠지."
의심만 늘어서 큰일이다, 넌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내부를 더 살펴보았다. 특이사항은 더 없나?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야 하나? 그 와중에 들려온 무전, 4호차로 향한 인원들이 갇혀 독성 가스에 노출됐다, 너는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한다. 지금 돌아가서 할 수 있는 게 뭐지? 이미 4호차로 향하는 문은 잠겼다, 부술 수 있을까? 그렇게 허술할 것 같지는 않은데, 열선을 내뿜는 게 아니라면 문을 뜯어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라면 가능할지도.
"아까 무전에서 뭐라고 했었죠? 뭔가 트랩이 있었던 겁니까?"
함께 6호차에 있는 엔, 미카엘라, 니나, 그러니까 전부 7호차에서 넘어온 이들에게 묻고는 기억을 되살리려 애쓴다. 그러고 보니 버튼을 누르라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었지. 너는 엔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버튼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는 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너는 무전을 하기 위해 준비한 채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안타까운 일이다. 웃던 가디언즈 병사는 결국 죽었다. 꽤 맛있는 냄새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결국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지금, 이것이 좋은 냄새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스마엘은 사람의 지방층이 녹아내리면 어떻게 되는지 안다. 그리고 그 냄새의 말로는 역하게 변할 것임을 안다. 다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할 뿐이다.
망설이면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된다. 이제 그 뜻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이상향을 위해서라면 잔인해져야 할 수도 있다. 아니, 이건 잔인한 일이 아니다. 이건 이상향을 위한 발돋움이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어째서 숭고함을 잔인함으로 포장하는가, 기운 내자. 아직 살아있는 남은 사람을 쳐다보며 터벅터벅 걸어온 이스마엘이 잠시 무릎을 굽힌다.
"당신도 먼저 간 사람처럼 생각하십니까?"
노이즈 너머로 환한 미소가 미처 가려지지 못했다. 당신도 이 구호를 알까?
"하나. 우리는 조국을 위해 충성하는 존재다. 우리는 조국의 안전과 국민을 위협하는 존재를 배제할 사명이 있다."
이건 이상향을 위한 일이다. 이스마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잔인해져야 한다. 아니, 이건 아까도 말했듯 숭고한 일이다. 나의 이상향이 나를 기다린다. 당신은 꿈이 있는가? 나는 있다.
"뜻은 같으나 나의 조국은 이곳이 아닙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십니까? 당신들은 지금 목적지까지 이송된다며 좋나하고 있지만, 그걸 상관이 예상한 순간부터 버림패로 쓰였다는 뜻일 뿐입니다."
염력이 사람의 손발목을 뒤트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이스마엘은 한 곳으로 이동했다. 맨 앞의 기관총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여기는 1호, 기관총 해체 작업을 시작합니다."
방해가 없다면 염력을 통해 총을 뜯어내려 시도했을 것이다. 재머에 가려진 얼굴은 알기 어렵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저는 30분만 딱 시간을 주고 그 이후로는 다 타임 리밋으로 넘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내가 이걸 해도 될까? 라기보다는 그냥 하세요. 해서 손해볼 것은 없어요. 정 궁금하다 싶으면 이거 당겨도 될까? 정도의 의견은 물을 수 있겠지만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닌걸요. 이건!
위에서는 멜피가, 아래에서는 이스마엘이 작업을 한 탓일까. 기관총은 판 채로 뜯겨나가 땅에 털썩 하는 느낌으로 떨어졌다. 한편, 판이 떨어진 부분에는 여러 기계장치들이 있었다. 파직, 파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전기가 흐르는 것을 뜯어낸 모양이었다. 즉 이 기관총을 잘못 건들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2호차] 4호차와 마찬가지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스캔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문이 잠귀었고 4호차와 마찬가지로 가스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붉은색 단추가 있었고 그 아래로는 키보드와 모니터가 있었다. 아무래도 구조 자체는 4호차와 확실하게 동일한 모양이었다. 한편 그 무렵, 선우의 통신이 들어왔을 것이다.
빠르게 대처를 하지 않으면 2호차에 있는 이들은 모두 위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3턴)
[4호차] 레레시아의 세븐스 덕분에 가스의 영향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었으나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알 수 없었다. 점점 그 가스의 농도가 심해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2턴 벌기 성공) 아무튼 레레시아와 레이먼드가 열심히 구멍을 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던 것일까. 조금의 틈도 나지 않았다. 그만큼 이 4호차는 다른 칸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대로 있으면 더 위험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빠르게 대처가 필요했다.
[6호차] 이것저것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으나 특별히 더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정말로 탈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일단 미카엘라가 6호차에 있는 이들에게 단추의 정보를 알렸고 쥬데카가 통신을 하고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의 상황을 6호차 인원들은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7호차] 천장에 달라붙어있는 기관총은 유루에 의해 천장 벽 채로 아래로 떨어졌다. 한편, 판이 떨어진 부분에선 판이 떨어진 부분에는 여러 기계장치들이 있었다. 파직, 파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전기가 흐르는 것을 뜯어낸 모양이었다. 즉 이 기관총을 잘못 건들면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