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지막히 그런 혼잣말을 내뱉고서, 지하 2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특수부대가 결성된 날 이후로 그리 먼 곳에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에-이유는 아마 소집 명령이 내려오고서 바로 회의실로 향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단말기에 전송된 메세지를 확인하고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내로 회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로벨리아 대장님. 오늘도 좋은 날이에요."
언제나, 또 누구에게나 그랬듯 간단한 인사와 함께 생긋 미소를 지어보이고서, 적당히 사람이 없는 자리를 찾아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설렁한 발걸음을 하곤 5시 5분 정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성. 평소에도 좀 퀭해 보이지만, 지금은 자다 깼는지 눈도 게슴츠레 떠서 더 졸려 보인다. 로벨리아에게 목례를 가벼이 하고선 회의실을 한번 둘러본다. 보이는 것에 별다른 감상 없이 자리를 찾아 앉는다. 잠은 조금 깼는지 아까보다야 말똥해 보인다만, 입에서 느껴지는 단내가 여간 불편한 듯. 과묵히 자리에 앉아 버티고 있다.
메세지가 단말기에 들어왔을 때. 레레시아는 멀리 있지 않았다. 개인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홀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 레레시아가 명상이라니 전혀 상상도 안 될 것 같지만, 의외로 자주 하곤 했다. 특히나 임무가 있기 전에는 꼭.
"...드디어인가."
집합, 그것도 제 0 특수부대의 요하는 메세지의 내용을 보고 작게 중얼거린다. 아스텔이 말했던 조만간이 드디어 온 것인가.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클로젯에 항상 말끔히 준비해놓는 옷을 입고 새 장갑을 꺼내 손에 끼우고 마지막으로 모조 보검인 허리장식을 착용한다. 검게 반짝이는 허리장식을 두른 모습이 거울에 비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방금 전까지 무표정하던 얼굴을 느슨하게- 특히 입가의 힘을 풀어 희미한 곡선을 만들어 평소의 표정을 만든다. 손을 내려 얼굴을 확인하고나면, 특유의 느긋한 걸음으로 개인실을 나선다.
"와- 오늘은 꼴찌 아니네에."
여유롭게 도착한 회의실 안은 아직 다 모이지 않아보인다. 오늘은 마지막이 아니라며 종종걸음으로 들어가 빈자리 아무곳이나 앉았다. 앉자마자 테이블에 늘어지며 긴장감이라곤 1도 없는 모습을 보인다.
몸을 일으킨 이스마엘은 무언가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쇠끼리 부딪쳐 찰랑거리는 하네스를 착용하곤, 옷걸이에 걸린 점퍼를 걸쳤다. "페이스 재밍 모드 켜줘." 문을 열기 전 현관의 거울에 비친 얼굴이 사라진다. 이스마엘은 만족스럽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쿠당탕 소리가 또 들린다. 이스마엘의 것이 분명하다. 넘어졌는지 무릎에 먼지가 묻어있지만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다.
"출석합니다!"
자리에 앉은 이스마엘의 재머가 싱글벙글 웃는 상으로 바뀐다. 임무인가? 아무래도 임무인 것 같다! 이상향으로 갈 수 있는 첫걸음!
대장으로부터 호출, 위치와 시간은 있지만 목적은 없다. 훈련? 간단한 훈련 정도였다면 이렇게 그저 호출만을 했을 가능성이 좀 낮지 않을까. 그럼 뭘까. 호출을 확인한 동시에 발걸음을 옮기며 너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실전에 준하는 훈련, 그리고 대기, 오늘에야 온 두 번째 호출.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 대장님."
회의실에 들어서 로벨리아에게 목례한 뒤, 화면을 조작하고 있는 에스티아에게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 전부 온 건 아닌가, 그는 빠르게 주변을 훑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담배? 안되지. 당연히. 그리고 좋은 날이야. 임무 맞고. 아무튼 다들 어서 오고 자리에 앉도록."
들려오는 말에 짧게 대답하며 로벨리아는 모두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로벨리아는 레이저포인트를 손에 잡은 후에 지도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은 가디언즈가 사용하는 전선 기지 중 하나였다. 그 전선 기지 부분에 포인트로 원을 그리면서 로벨리아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여기는 가디언즈의 제 16전선기지야. 여기서는 약 120km 정도 떨어진 곳이긴 한데 그런 거리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하 2층의 워프 장치를 쓰면 기지 안은 아니더라도 근처에는 포탈을 열 수 있으니까. 아무튼 아스텔이 가지고 온 정보에 따르면 약 1주일 전, 이 전선기지에서 근처에 있는 세븐스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을 기습해서 다수의 세븐스를 죽이고 일부 세븐스를 수용했다는 정보가 들려왔다. 참고로 이 만행은 도시에선 이전에 멸했다고 이야기했던 와일드 팽의 생존자들이 분풀이로 했다고 소개가 되었다고 하더군.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아무튼 여기 이 기찻길 보이나?"
이어 레이저 포인트는 기지까지 연결되어있는 철로를 가리켰다. 그야말로 쭈욱 위로 솟아오르듯이 그려져있는 그 철로 표시를 포인트로 가리키며 로벨리아는 이야기를 이었다.
"이 철로를 달리는 열차를 이용해서 오늘 그 수용한 세븐스를 이송하다고 하더군. 이송 위치까진 알 수 없었지만 U.P.G이건 다른 전선기지이건, 혹은 다른 숨겨진 곳이건 이송이 되어버리면 이 세븐스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봐도 되겠지. 허나 여기서 이상한 점은 두 가지. 1번째는 1주일 전에 수용했으면서 어째서 굳이 오늘 열차로 이송하느냐. 그리고 2번째는 이 사실은 아스텔이 기밀리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그냥 주변에는 소문이 다 퍼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상태라고 보고했어. 그래. 마치 오늘 이송하다는 사실이 주변에 아주 잘 알려지다 못해 소문이 날 정도로 말이야."
별 거 아닌 의미일지도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인만큼 로벨리아는 일단 그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이어 에스티아를 바라보자 에스티아는 마우스를 클릭했고 스크린의 화면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총 7개의 차량이 달려있는 정말로 새빨간 열차의 모습이 화면에 담겨있었고 그녀는 다시 설명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이건 밖에서 활동중인 정보원이 가지고 온 정보이나... 아무래도 이 열차가 사용된다는 것 같더군. 이름은 '블러디 레드'. 무슨 열차인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의 정보는 알 수 없었어. 너희들의 임무는 하나야. 전선기지에서 출발하게 될 이 열차를 기습해서 수용된 세븐스를 구출하는거다. 덧붙여서 열차 기습은 전선 기지로 처들어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철로 중간 부분에서 아스텔이 세븐스를 이용해서 도와줄거다. 물론 열차 안까지 같이 가진 못하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이 블러디 레드라는 것도 확보하고,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폭발시켜도 좋아. 질문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