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지 못하게 독으로 벽을 만든 것을 파악하며 아스텔은 공격을 중단하고 뒤로 빠졌다. 이내 허리장식을 풀어내린 그녀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호흡을 조절했다. 아까부터 보였던 저것. 저것은 틀림없이. 그리고 저것을 꺼냈다는 것은 슬슬 그녀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내 아스텔은 검을 왼손으로 바꿔쥐고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녹색 빛이 이전처럼 그의 손에 모여들었고 길다란 검의 형태가 되어 거의 손에 쥐어졌다. 이내 그가 기합을 주자 그 검에서 녹색빛이 솟구쳤고 그 빛은 아스텔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 녹색 빛이 사라지자 보이는 것은 이전 훈련때도 보여준 적이 있는 아스텔의 보검 해방 후에 장착되는 무장의 모습이었다. 이전에 부스터가 부서지긴 했지만 보검의 힘을 해방하면서 다시 복구가 되었는지 부스터도 확실하게 달려있었다.
"소원권과 명령권? ...너는 나에게 소원을 빌거나 명령을 하고 싶은 게 있는거야?"
이 대련 자체가 그런 것을 원해서 시작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고, 자신은 소원을 빌고 싶은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스텔은 잠시 생각했다. 허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라는 결론에 도다르며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있어선 제 0 특수부대원 중 하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소원이야 적당히 음료수 하나 사달라고 말해도 될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녀가 자신과 거리를 좁히면서 찌르기를 시도하자 아스텔은 날개 무장을 펼쳤고 빠르게 부스트를 가동시켜 그녀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아무 것도 쥐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그녀의 위치에선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의 손에는 녹색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있었다.
"네 보검은 진짜 보검의 약 30% 정도의 힘을 낼 수 있고 나는 딱 15% 정도. 출력이나 세기는 네가 더 강해."
즉, 그렇게까지 아프진 않을 거야. 그렇게 말을 남기면서 그는 그 에너지 덩어리를 폭발시키려고 했다. 회피할 수 없었다면 아마 등 뒤에서 강한 풍압과 함께 돌풍이 몰아치며 단번에 벽으로 날려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딱히 칼바람의 형태는 아니었으나 풍압이 터지면서 생기는 바람인만큼 어느 정도는 아프지 않았을까.
임시 스레에서도 설명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이 스레의 엔딩은 총 4개에요. 중간중간에 알게 모르게 분기점이 들어가고 그 분기점에 따라서 이후 전개나 최종보스도 달라질 예정이에요. 물론 일단은 정사인 진엔딩 루트도 있긴 한데 이쪽으로 가면 확실히 진엔딩이긴 하지만 그만큼 루트에 들어가게 되면 난이도가 높고..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는 루트도 있지만 이 루트로 가면 난이도 자체는 상당히 쉬울 것 같네요.
가벼이 맞받아치는 그의 어조는 참 평안하게도 들린다. 조금 심심한 대답일지도 몰라도, 지금 그의 머릿속에 돌아가는 회로는 별로 없었다. 그저 옳은 말을 들었기에 긍정할 뿐. 웃고 있는 당신을 보곤 조금 의아해진듯, 눈을 몇번 깜박인다. 아무리 그래도 아까 대놓고 불신한다는 티를 냈었는데 웃음이 나올까. 그는 말을 잇는다.
“당연한 소릴 하고있어.”
아까까진 조금 느슨하게 말을 풀던가 싶더니, 냉랭히 짜인 한 마디를 뱉는다. 아까와 같은 평안한 어투라 딱히 화난듯 들리지는 않겠다만 그건 듣는 사람 나름이지. 자신이 한 짓에 책임을 진다.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 그러기에 이런 대답을 한 것 뿐.
“전우의 의심을 사야하는게 대가라니, 비밀 한번 크네. 비밀 한번 더 생겼다간 내 목을 따겠어.”
비꼬는 듯한 말마디. 옅게 웃는 당신을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굳이 더 털 이유는 없다. 당신이 스파이라면 싸우고, 아님 함께하면 그만이다. 어찌되어도 좋다는 마인드가 아닌, 그보다 더 형이상적인 감정과 이성의 중간체이다. 아마도.
“편해지는것도 빠르네. 적응력도 오감의 영향을 받는거야?”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위한 질문이다. 말에 의미는 별로 두지 않은듯, 그저 캐묻기만 한다. 당신의 말에 답을 듣게 되면 짧은 의성어를 뱉곤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숨이 멎는 건 이쪽이겠지, 너는 그의 말에 조금 곤란한 듯 말하면서도 미소를 유지했다. 이미 의심을 사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라는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변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확언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면... 상대의 확신이 현실이 될리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기보다는... 언제까지고 계속 불편해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가디언즈에서도, 도망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건 에델바이스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불편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저 조금, 스스로를 무뎌지게 할 뿐이지. 그가 짧게 의성어를 내뱉고 돌아서는 것을 보며, 대화는 끝이구나. 하고 잠시 시선을 네 발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