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스텔에게 그 어떤 지령도, 임무도 없는 날이었다. 요 근래 여러 임무를 수행해서 그런 것일까. 오늘은 쉬라는 명령에 아스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딱히 무리해서 이것저것을 수행할 생각은 없었다. 무리한 임무수행은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고, 컨디션 저하는 미션 실패로 이어지기 딱 좋았으니까.
호수로 가서 낚시를 할까. 아니면 들판에 가서 누워서 낮잠을 잘까. 그것도 아니면 가볍게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쉴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 오늘은 몸을 좀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아스텔은 지하 3층에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아무도 쓰지 앖는 것이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이 정도면 조용히 훈련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았다.
검의 기본은 휘두르기였다. 자신이 차고 있는 진검을 뽑아들고 그는 자세를 잡은 후, 양손으로 잡고 가장 기본자세, 아래로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했다. 대충 200번 정도 한 후에,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혹은 에스티아에게 연락해서 움직이는 표적을 세워놓고 실전처럼 움직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나 지금은 우선 휘두르기를 끝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숨을 규칙적으로 내쉬면서 그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그 모습은 정말로 능숙하고 유연했다. 적어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아마추어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후."
아주 살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으나 굳이 아스텔은 시선을 두진 않았다. 누군가가 훈련을 하고 온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나, 일단 자신의 트레이닝이 먼저였기에.
혼자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던 레레시아의 방을 누군가 두드렸다. 누가 온 줄 모르니 늘어지는 말투로 대답을 하자 라라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늘어지는 대답을 하니, 문을 열고 들어온 라라시아가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체 언제까지 저럴 건지." "에- 아마 죽을 때 까지-?" "됐고. 나와. 훈련장 가게." "지그음?" "그래. 지금. 자 일어나. 걸어." "으에엑."
라라시아는 침대에 늘어진 레레시아의 뒷목을 잡아 끌어내렸다. 잠시 목 졸리는 소리를 내던 레레시아는 냉큼 일어나 걷기 시작했고, 쌍둥이는 나란히 지하 3층의 훈련실로 향했다.
"근데 라라- 갑자기 훈련장은 왜에?" "너 최근에 뭐 하고 있었잖아. 그거 보여줘." "아 그-거- 그런데 그냥 보여주면 재미 없는데에." "무기 보여주는데 무슨 재미를 찾아."
말투는 다르지만 톤은 똑같은 쌍둥이의 목소리는 훈련장의 문을 열고도 잠시 더 울렸다. 먼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 라라시아가 어라, 하는 표정을 짓고 뒤따라 얼굴을 내민 레레시아가 앗,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쪼르르 들어와 휘두르기 중인 아스텔을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뒤에 들어온 라라시아도 같이 서서 바라본다. 방해가 되지 않게 서로 소곤소곤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겠지. 아스텔의 휘두르기 한세트 끝날 무렵 레레시아가 말을 걸었을 것이다.
"아스텔- 지금 훈련 중-?"
돌아보면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의 쌍둥이가 (ㅇㅅㅇ) 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친다. 똑같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 모습으로.
들려오는 발소리는 두 개였다. 당연하지만 그쪽을 보고 있지 않은 아스텔은 두 사람이 서로 단련하려고 왔나보다 정도로 생각을 하며 계속 휘두르기에 집중했다. 중간에 끊어지면 안한 것만큼 못하기 때문에. 이내 그는 마음 속으로 수를 세면서 눈을 감고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 후에 휘두르기를 끝냈다. 아직 이마에서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었으나 몸에 열이 조금 오르는 것 같다고 느끼며 다음 세트로 옮기려고 하던 와중,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백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그에 따라 아스텔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두 사람. 일단 한는 제 0 특수부대원 중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의료진 쪽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고개를 기울이면서 빤히 바라보는 그 모습을 눈에 담다 그는 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끄덕였다.
"응. 훈련 중이지. 오늘은 딱히 임무가 없어서."
그렇기에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 후, 아스텔은 살며시 옆으로 거리를 띄웠다. 아무래도 그 둘도 훈련을 하던지, 아니면 뭘 할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며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 어차피 훈련장은 말 그대로 지하 3층을 통째로 쓰고 있는 공간이기에 상당히 넓었다. 자신이 이동을 한다고 해도 공간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는 너희들도 여기에 왔다는 것은 그런 목적이겠지? ...의료진 쪽에 있던 이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다만. 구급법 훈련이야?"
심폐소생술, 이송, 붕대감기 그외 기타 등등. 의료 쪽에서도 다양한 훈련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딱히 여기에 오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무튼 그 정도로 추측을 하며 아스텔은 다시 뒤돌아선 후에 쭈욱 기지개를 켰다.
"...조만간에 대장이 임무 관련으로 소집할지도 몰라. 훈련도 좋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 해둬. ...뭐, 무리는 하지 않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