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올려뒀던 손을 탁탁 털고, 제이슨은 팔짱을 떡하니 낀다. "가디언즈가 아니었다면"이라는 말에 대해, 그는 딱히 별다른 의견을 표하진 않았다. 확실히, 평범한 것은 아니겠지. 보통 여기 사람들은 가디언즈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제이슨도 그건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는 "TV속 멋진 매체"랑 "현실의 이런저런 일"을 확실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왜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냐니. 보라고 부대장. 멋있는 로봇이 나오잖아. 이걸 어떻게 참아.]
[...그리고 말이야. 싫거나 밉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걸 전부 미워하고 싫어해야 하는건 아니라고.]
제이슨이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말했다. 확실히 비디오의 표지에 그려진 로봇은 멋있었고, 그 내용은 보통으로 "평화를 지키는 영웅들"의 내용이었다. 세간에서는 애니메이션계의 희망이라고도 하고, 평가도 괜찮았다. 순전히 그런 이유였다. 제이슨은 "재미있는 것"이 좋았다. 멋진 로봇도 좋아했고, 영웅들의 이야기도 좋아했다. 그런 것이었다.
그게 아스텔이 제이슨에게 품은 감정이었다. 만약 반대로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자신은 절대로 저 작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파괴하러 다니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도 딱히 가디언즈와 관련된 무언가를 자신의 근처에 둘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방금 전도 대체 이게 무슨 비디오인가 싶어서 봤었던 것 뿐. 아무튼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을 하며 아스텔은 제이슨을 바라보며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딱히 그의 사상. 모든 것을 미워하고 싫어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크게 보자면 오히려 그의 말이 맞았으니까. 단지 자신은 그러지 못할 뿐이었다.
"...정말로 나온다면 모든 작품을 다 볼 자신이 있어. 그건."
로봇을 싫어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제이슨처럼 막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만약 나온다면 자신같은 이도 나올까. 낚시 하는 장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절로 아스텔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작게 지었다. 이내 빠르게 표정을 관리하며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긴 했지만.
"...아무튼 미안. 그 작품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을 할 수 없어. ...난 U.P.G도, 가디언즈도 좋아할 수 없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듯, 아스텔은 무덤덤한 어조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이어 고개를 살며시 올린 아스텔은 제이슨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비디오를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에스티아라면, 좋아할지도. 로봇이라는 점에서. 에스티아는 그런 쪽을 좋아하니까."
제이슨은 과장되게 이두근을 자랑하는 자세를 취하며, 반쯤 농담조로 그의 말에 반응했다. 확실히, 그의 생각대로 제이슨은 어딘가 조금 이상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저런 매채를 보고, 좋아하고 하는 것이 적어도 이 에델바이스 내에서 정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제이슨은 개조인간. 그 개조를 행한 것은 가디언즈와 U.P.G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제이슨은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그런 몸으로 만든게 그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일지도 모른다. 아는게 하나도 없다면, 적어도 좋아하는 걸 보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게 그의 생각이었다.
[오, 좋지... 부대장도 낚시가 취미인 은둔 고수같은걸로 나올지도 모르고.]
문득 하얀 수염을 기른 아스텔을 생각하고, 제이슨은 웃음을 참았다. 크흠, 헛기침을 한 제이슨은 에스티아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 그래? 언제 한번 보여줘볼까... 싶긴 한데. 그 꼬맹이는 내가 잘때 손목을 떼고 커피 포트를 달아버리는게 아닐까 싶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제이슨이 말했다. 물론 반은 농담이지만,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살짝 있었다. 몸의 수리 등은 그녀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그였지만 말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햇빛이 예뻤다. 길거리에 반짝이를 뿌린 것처럼 희게 반사되는 햇빛과 어우러지는 풍경에 흠뻑 취해 콧노래를 부르면서 미카엘라는 영화관에 홀로 걸터앉아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고 한 손으로는 팝콘을 집어 입으로 넣었다. 얼마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는 문화생활인지 스크린에 비치는 평화로운 엔딩장면에 파묻혀 기억을 되뇌어보지만 까마득했다.
"너희들도 살아서 이 자리에 있다면 좋을텐데.."
화면 속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 방실방실 웃던 얼굴이 금세 쳐져 시무룩한 울상을 만들어내고 감상에 빠진 여인은 행복하게 화사한 거리를 바라보는 주인공을 뒤로하고 터덜터덜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들어갈 때 적색과 노란색으로 붉게 저녁놀이 졌던 하늘이 어두운 푸른색으로 물들어져 깜깜했고 그녀는 멍한 얼굴로 하늘을 한 번 쳐다보다 거리를 바라보다 드디어 앞을 바라보았다.
"어어? 안녕하세요! 영화 보시러 온거에요?"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동료니까, 반가운 마음에 팝콘 통을 잡고 있지 않은 쪽 팔을 들어 좌우로 흔든다.
허나 자신은 낚시를 좋아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낚시로 나와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사실 딱히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별 감정은 없었다. 어차피 거기에 있는 것이 진짜 자신도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별 임무가 없을 것 같으니 밤낚시나 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살며시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역시 오늘은 나가자. 재밌을 것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작은 미소를 슬며시 보였다.
"...아무리 에스티아라도 그런 짓은 안 해. 그보다 왜 커피 포트?"
갑자기 커피 포트를 단다는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아스텔은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에스티아가 그에게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로벨리아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에스티아에게 가서 주의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로벨리아에게 말해봐야 애가 물건 좀 만들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밖에 나올 것 같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사적이기에 가능한 소리지만. 아무튼 나중에 에스티아에게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무튼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둬. ...비디오도 보고... 로봇도 보고. ...아마 조만간에 출격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세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아스텔은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괜히 자신의 허리춤에 찬 검을 좀 더 허리춤에 끼운 후, 그는 다시 말을 한마디 더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