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투를 보아하니 긴장은 풀린걸까, 이젠 신경 쓰지 않아도 될까싶어 그도 내심 편한 기분이다. 근처에 있는 테이블중 제일 가까운 데로 가 앉는다. 더 깨끗한 테이블들도 근처에 널려있는데, 정말 대충 산다… 테이블에 널린 과자 부스러기 등을 털지도 않고, 의자에 널부러져있다.
“그래, 리오. 능력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
음료수를 입에 댄 채로 질문을 던지고, 곧이어 든 손의 각도를 기울여 음료의 반 정도를 입에 털어넣는다. 언제 임무가 떨어질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일찍히 동료를 파악해서 나쁠거야 없지.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샛노란 눈은 당신의 검은 눈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 그나저나 당신의 눈은 검은색인걸까, 아니면 다른 짙은 색인걸까.
“내 능력은 뭐라고 생각해?”
이건 또 뭔 질문이지, 그저 남이 보는 자신은 어떤 능력을 갖게 생겼나 궁금한 것이다. 아까부터 변화가 없는 무표정은 언뜻 서늘해 보이기까지 한다. 별 의미는 없고 그냥 아싸 체질이라 사회생활 좀 하려니 기가 딸리나 보다. 당신이 답을 할때까지 가만히 주시할 기세다. 남은 음료를 입에 머금고, 혀로 잠시 굴리더니, 삼킨다.
패드에 문장이 쓰일 때마다 레레시아는 틈틈히 보고 대답을 했다. 은근슬쩍 줄인 이름에 애칭인가 하는 문장이 뜨자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 그녀가 한 말에 상대가 뭐라고 생각하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말이 거짓으로 들리든 아니든- 레레시아에겐 아무래도 좋은 부분들이다. 그저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흐응."
지나가는 길에 적당히 꺼낸 질문에 아리아가 패드에 문장을 쓰자 힐끔 그것을 본다. 가볍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목 울리는 소리가 작게 나고, 레레시아의 손이 매대에서 물건을 꺼내 장바구니로 휙 던져넣는다. 바늘이 종류별, 사이즈별로 들어있는 반짇고리 세트가 달그락대며 물건들 사이에 섞여든다. 제대로 들어간 걸 시선 끝으로 확인하곤 레레시아가 아리아를 보았다.
"그으럼 영영 알 일 없겠네에. 뭐 그냥 해본 말이니까아."
빈 말이든, 진심이든, 친해지면 알려준다는 건 레레시아로서는 안 알려주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 정도로 가까워질 생각도 친해질 의향도 없으니까. 니히. 다시금 레레시아의 눈이 가늘게 휘어지고, 장바구니를 한 번 덜걱대곤 계산대가 있을 방향으로 휙 돌아섰다.
"다 찾았으니까 계산하러 갈까나- 가자 가자아."
말은 가자고 하지만 아리아와 걸음을 맞추거나 팔이나 어깨를 잡아 이끄는 행동 따위는 없다. 큰 키만큼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서 계산대로 향했다. 한 번 돌아봄도 없이.
별 것 아니라는 태도, 뭐 누구든 사정이 있는 법이지. 그리 생각하며 그녀를 따라간다. 영영 알 일이 없다라. 뭐, 상관없으려나. 굳이 모든 이와 친해진가더나 할 생각은 없다. 삶은 고독, 외로움, 정체니까.
'가볼까요-'(필담)
그리 말하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밝은 척 연기하는 어린 아이라는 느낌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배우에도 어울렸을까. 그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며 그녀를 따라 걷는다. 나는 상담사가 아니니. 한참 계산이 끝나고 패드를 레레시아에게 보여주고는 느긋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괜찮다는 말은 아마도 정답이었던 것 같다. 상대가 그대로 가장 가까운 테이블,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의자에 가서 앉자 그 역시 그를 따라서 의자를 잡아당긴 뒤 그 위에 앉았다. 테이블이 조금 지저분하긴 한데, 아마 별 생각 없이 여기에 앉은 거겠지. 이런 부분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아, 능력이라면... 감각의 활성화라고... 해야 할까요, 네. 이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오감은 물론이고, 불가사의한 감각, 즉 육감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지닌다. 그런 것까지는 입 바깥으로 내지 않으면서 그는 당신의 얼굴로부터 자신의 손에 들린 캔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그마한 캔의 입구 안으로 보이는 음료가 찰랑인다.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전혀 의도하지 않은 눈맞춤에 두어 번 눈을 깜빡인다. 왜 저렇게 바라보는 걸까.
"유루 씨의... 능력...말씀이시죠?"
뭔가 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방금 막 만나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사람의 능력을 추측하라니, 정보가 아예 없는 걸 추측하는 건 추측이 아니라 그저 찍어맞추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든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 전혀 상황이 나아지는 않았지만. 감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안 그래도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신중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는 음료를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글쎼요, 염력...이라거나? 제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재능이라거나 없는지라."
그는 조금 딱딱한 것 같은 상황을 풀어보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금새 다시 천천히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양 손을 공손히 무릎에 뒀지만.
>>193 이 스레에서의 설정을 토대로 하자면 보검을 쓰는 세븐스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무장을 장착한 상태로 변신하는 느낌이지만.. 변신의 개념은 개인의 자유로 두고 있어요. 그냥 강화시키는 것으로 하고 싶다면 하셔도 괜찮아요. 그리고 보검은 기본적으로 검 형태이긴 하지만 자신이 커스터마이즈 해서 다른 형태로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는 설정이에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단 기본형태는 검이에요. 진품은 어림도 없지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조품. 즉 레플리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