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니까, 라. 솔직히 전혀 모르겠지만 뭐라고 더 물어볼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물어본다고 해서 더 이야기해 줄 만한 느낌도 아니었기에 단념하기로 했다. 그리곤 로벨리아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훈련장이라기엔 굉장히 넓은 공간이 나오자 살짝 입을 벌린 채 그 공간을 한번 훑어보았다.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었을 줄이야. 그런 생각도 잠시, 저만치서 보이는 아스텔과 에스티아의 모습에 그는 잠시 숨을 죽였다.
"부관...과 동생...이라."
작게 혼잣말하며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두려는 듯 하면서도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그였다. 그런데, 여기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단순히 저 둘의 소개를 하려고 온 건 아닐 텐데. 아니나다를까, '보검'의 위력을 경험시켜 주겠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 곳에서? 누가 누굴 상대로?
"자, 잠시만-"
뭔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지만 미처 끝맺지 못했다. 이미 저 앞에 선 아스텔이라는 남성은 '보검'을 통해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30% 정도의 출력이라지만 찌릿거리는 감각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이, 이건 전혀 해볼만한 게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무기 없이는 당연히 어떤 타격도 입힐 수 없다. 심지어 무기가 있더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당해주는 게 아니라면야. 빠져도 된다지만 단 한 명도 그런 사람이 없다니,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거...달려들 수 있을리가...!"
그 와중에 튀어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조금 멍한 표정을 짓다가 금새 정신을 차리고 근처에 있는 도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날붙이라면 조금 다룰 줄 알았으므로. 지금은 상황을 보자. 누군가는 상황을 읽으며 온존해야 하는데,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자신이 없었던 것이 더욱 컸다. 그는 뒷걸음질치며 상황을 살폈다. 언제든 뽑을 수 있게 칼자루에 손을 올려둔 채로.
로벨리아가 큐트하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에스티아를 소개하자. 왜인지 자기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가 만지작거리는 엔이었다. (?)
"반갑다. 엔은 아스텔과 에스티아를 반긴다."
그녀에게 훈련장은 익숙한 공간이었고,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동료도 모두 낯익은 사람들 뿐이었다. 하지만 고기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그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뭔가 다르다고 해야할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야할지.
"엔은 이미 결정했지만, 대장의 명령이라면 아스텔을 공격하겠다."
그 이유는 아스텔이 보검을 사용한 것으로 곧 알 수 있었지만. 아스텔의 전신은 굉장히 낯설고도 압도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방금 단말에서 보았던 그 현장을 만든 장본인도 이런 모습이라는 걸까?
"-엔, 꿈틀꿈틀이 되어라."
로벨리아의 말이 떨어지자 엔은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에서부터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림자는 기다랗고 가느다란 원통형의 모양새다. ...두 쪽의 꼬리? 촉수? 그것은 목표를 찾듯 허공에서 꿈틀거리더니 이내 곧장 아스텔에게 가로질러 나아갔다. 노리는 것은 갑옷. 인듯하지만 사실은 그 허리 뒷춤에 있는 부스터 역할을 하는 무장이다. 사정없이 꿰뚫을 기세로 무서운 속도로 쇄도한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긴 하는걸까 싶을정도로 흥미에 찬 눈을 하고선, 아스텔의 무장을 넋놓고 응시하고 있다. 저게 30% 정도라면 최대출력은 대체 어느정도인 걸까 싶어 몸이 떨려오는 것 같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런 상대와 직접 싸워보게 해 준다니...대기명령 덕에 한동안 갑갑한 생활을 보내던 그녀가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지금 당장 공격해봐도 되는거죠?"
나지막히 그런 말을 뱉고서 답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도 전에, 어깨부분의 근육을 노리고 세븐스를 사용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아직 그렇게 낯이 익지는 않은 두 사람을 마주해 누군지 알려달라는 것처럼 얼굴 가득히 호기심을 띄우고 평소에 실존하는 사물에 집중하지 않고 여태 모아둔 주의력을 지금 쏟는다는 마냥 앞을 주시한다. 은빛 머리카락의 밝은 인상의 여성은 연구부의 에스티아,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부관님. 응. 충분히 잘 기억할 수 있어. 방금 전에 흥분한 사람은 어디가고 사라진 것처럼 금새 천진하게 방실방실 웃으면서 "만나서 반가워요~" 라는 말과 함께 살짝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새로운 만남에 풀어진 분위기도 잠시 훈련을 준비하겠다는 말에 정신 차린 여인은 몸에 긴장을 불어넣고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로벨리아의 대사를 듣는다.
나갈 생각은 전혀 없는 걸요. 나는 불꽃 속에서만 마음 놓고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어요. 정부에 반기를 든 에델바이스가 어떻게 보검을 흉내낼 수 있는지 어디서 재료를 구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이라는 말에 흥분하여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허공에 모이는 녹색 빛을 바라본다. 온갖 비명과 원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맴 돌며 울리고 차가운 이성의 물결이 사나운 감정의 불길에 밀려난다. 반드시 살아남고 모든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불합리함을 태워 부식시킬수 있도록 강해져서...
붉은 불꽃이 손끝에 맺힌다. 붉은 등처럼 작게 타오른 불이 서서히 강해지고 몸을 휘감고 올라오며 붉은 보라색에 가까워진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있는가. 평화롭게 엇갈린 손들을 다시 찾아 마주 잡을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온몸이 뜨거워져 땀이 흘러내리지만 그녀는 몽롱하게 저 먼 곳을 응시하는 눈으로 불기둥을 잡아 다시 하나의 긴 선으로 손에 감아 휘두르고 빙글빙글 돌다 곧 작은 불덩어리로 뭉쳐내었다.
"살아남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죽더라도 모두가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면 족해요."
그러니 재지 않는다. 불꽃은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탐욕스럽게 방해하는 모든것을 집어삼켜 재로 돌려보내고 그 길의 끝에서 더이상 태울 수 없는 벽을 마주한다면 그대로 사그러들 뿐이었다.
그 자리에 서서 목가를 노려 화염구를 날렸다.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반쯤 잊은것 같다.
우리의 혼은 과연 무엇일까? 이스마엘이 고민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이상향을 걷다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겠지. 이스마엘은 넓은 연무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미사여구의 파도에 가만히 에스티아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앞에 붙여야 할 수식어가 많구나. 잘 외워둬야겠다 다짐했다.
"부러진다니, 잘 못들었습니다?"
뭐가 부러진다는 걸까? 이스마엘은 아직 로벨리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다는 말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세븐스를 해방시키고 가디언즈를 쓰러뜨린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스마엘은 이상향으로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싶었다. 영원한 이상향, 유토피아, 혹은 꿈, 그것도 아니라면.. 노이즈 너머로 이스마엘의 표정이 웃음으로 가득 찬다.
보검의 위력, 그것도 30%. 이스마엘은 버틸 수 있을까? 아직 모른다. 무장을 갖춘 모습에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전투 태세를 갖추나 이스마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듯 허둥댔다. 총과 검은 안 된다,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일 수도 없다. 이스마엘은 잠시 긴장한 듯 손을 쥐락펴락 하다 이내 팔을 뻗었다.
"미안.. 미안합니다."
염력은 보이지 않는 힘. 이스마엘은 주변을 살피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왼쪽 다리를 움직일 수 없도록 붙잡으려 했다.
길고 푹신한 머리카락을 풀썩거리며 내려간 훈련장에는 아스텔과 에스티아가 먼저 와 있었다. 두 사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같은 팀이 되었다는 건 알겠다. 레레시아는 전원 훈련장에 모일 때까지 빈 공간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팀원들의 가장자리에 섰다. 장갑 낀 손을 뒤로 모으고, 다른 사람과는 명백히 거리를 둔 채 서서 로벨리아의 설명을 듣고 이후 이어지는 아스텔의 변신을 지켜보았다.
"보검- 신기해애."
녹색으로 번쩍번쩍한 무장의 아스텔을 보고 호오- 감탄을 한 레레시아는 덤벼도 된다는 말에 눈을 반짝 뜨며 냉큼 앞으로 나왔다. 소집 중 가장 흥미로운 눈빛이었다. 모아쥐고있던 손을 풀어 앞으로 내밀며 자연스럽게 왼손의 장갑을 벗는다. 희고 깨끗한 왼손을 들어올리자 소매 안쪽부터 손끝에 걸쳐 끈적하면서 검보랏빛의 독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거- 녹을까-?"
니히. 가늘게 좁아진 눈이 아스텔을 주시하고, 레레시아는 왼손을 들어 무장 상태인 아스텔을 향해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생성된 독액이 그물처럼 촤악 펼쳐지며 아스텔을 위에서부터 덮으려고 하였다. 독액은 닿는 부분마다 들러붙으며 금속인 장비들을 서서히 녹일만한 독성을 갖고 있었다.
멜피가 그림자로 만든 커다란 낫을 이용해 자신의 오른쪽 날개 무장을 공격하려고 하자 아스텔은 침착하게 동요하지 않고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서 단번에 그녀의 공격을 받아치려고 했다. 허나 니나의 세븐스가 발동, 아스텔의 검으로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살짝 멎었고 아스텔은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그렇기에 멜피의ㅇ 공격은 그대로 들어갔다. 허나 그 무장은 상당히 단단했고 정말 미세한 금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뒤이어 레이먼드의 사격이 이어졌고 그 총알들은 일부 아스텔의 몸통 부위에 맞았고 충격 자체는 들어가는지 아스텔은 몸을 움찔했다. 이어 제이슨의 팔꿈치 공격은 제대로 아스텔의 목에 명중했고 이내 미카엘라의 화염구가 아스텔의 목 부위의 장갑에 충돌했다. 뜨거운 열기와 제이슨의 공격 때문에 아스텔의 몸이 아주 살짝 비틀거렸으나 불꽃은 계속 타오르지 않고 이내 꺼졌고 아스텔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일도 없었다. 이내 이스마엘의 세븐스가 발동해서 아스텔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고 그로 인해 엔의 세븐스가 부스터 모양의 무장을 꿰뚫고 레레시아의 독액이 자신의 몸을 덮는 것을 아스텔은 피하지 못했다. 금속인 장비에 독액이 가득 묻어있고 녹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럼에도 아스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이어 아스텔의 날개 무장이 확 펼쳐졌다. 뒤이어 아스텔의 주변에서 강한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돌풍을 타고 단번에 위로 날아오른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공중에 떠올라 자신의 등에 달려있는 부스터 무장을 해체했다. 떨그렁. 무장이 밑으로 떨어졌고 아스텔은 날개만 펼친채 공중에 떠 있었다.
"...무장의 손상도 소량 발생. 허나 전투에는 큰 지장이 없어."
바람을 타고 올라오면서 갑옷에 묻어있는 독액을 아주 가볍게 털어낸 이후, 아스텔은 자세를 잡았다. 분명히 실내지만 바람이 강하게 몰아쳤고 아스텔은 그 상태에서 빠르게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날아다니는 궤적을 따라 녹색 에너지 볼로 보이는 뭔가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건 일제히 순차적으로 터지며 강한 바람 형태의 칼날이 되어 일행을 덮쳤다. 그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고 매우 날카로웠다. 아스텔의 공격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봐주는 것 없이, 정말로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세븐스가 공격을 하듯이.
/ 에어 커터 - 데미지 4 만약 방어하게 될 시에는 데미지 2 처리
지금부터 회피와 방어에 대한 설명을 드리도록 할게요. 적이 하는 공격은 기본적으로 다이스를 1~2 범위로 돌려서 1이 나오면 회피를 할 수 있고 2가 나오면 회피를 실패하고 데미지를 입는답니다. 그리고 방어는 그 턴에서 공격을 할 수 없지만 데미지를 1/2로 줄일 수 있어요. 즉 여기서는 저 기술의 데미지가 4니까 방어를 하면 2로 줄어들게 되겠죠. 회피의 경우, 만약 성공하게 되면 바로 공격을 이어서 할 수 있으나 실패하게 되면 공격을 하지 못하고 데미지를 그대로 입게 된답니다. 또한 회피도 방어도 하지 않고 몸으로 떼운 후에 바로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해요. 다시 정리하자면.. 회피 성공 -> 바로 공격 가능 / 회피 실패 -> 공격 불가능 / 방어 -> 데미지를 1/2로 줄이지만 공격 불가능 / 그냥 맞기 -> 공격 가능 이렇게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번엔 다이스를 써서 공격을 하는 케이스를 말해드릴게요. 지금 아스텔은 자신의 세븐스 능력과 날개를 이용해서 정말 빠르게 여기저기로 움직이고 있어요.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의 경우 100% 명중 처리가 되지 않아요.
다이스를 1~2로 돌려서 1의 경우 공격 명중, 2의 경우는 공격 실패에요. 이렇게 특수한 상황의 경우는 제가 따로 다이스를 굴리라고 설명하니 참고해주세요!
전력을 담은 공격이었습니다. 특별한 기술을 쓴건 아니었기에 자신의 최대 파괴력이라고 하긴 뭐해도 아무튼 봐주는거 없이 때린건데. 고작 금이라. 그녀는 혀를 차면서 살짝 거리를 두기 위해 물러섰습니다. 출력 30%의 내구도가 저 정도인걸지. 아니면 출력과 내구도는 상관없는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치트 아이템이냐구."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공격을 거의 전부 맞아줬다고 해도 되는 상황에서 데미지는 경미. 기껏해야 부스터 장비 좀 부숴먹은 수준? 속도에 관해서는 누가봐도 자신보다 위이며 공격의 위력은..
"크."
자신에게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 그녀는 자신의 앞을 반구형태의 그림자 돔으로 채워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잠시 버티는가 싶던 방어벽은 곧 깨지며 위력을 줄이기는 한 공격이 그녀를 덮쳤습니다. 이건 좀 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