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이 내미는 검을 아스텔은 정중하게 받았다. 이어 그 검을 허리춤에 찬 후에 가볍게 몸을 털었다. 한편 멤버들이 받은 상처는 어느 순간 아주 깔끔하게 회복되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어리둥절한 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확인하지 않으며 로벨리아는 모두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고개를 내민 멜피의 머리를 여러 번 쓰다듬은 후, 로벨리아는 손을 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가. 각자의 이유가 있고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잘 들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븐스들은 억압받고 있고 같은 동포인 세븐스인 가디언즈에 의해 죽어가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당하면서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그것을 바꿔보고자 하는 비능력자들도 강하게 탄압받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고. 이 현실을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나는 지금 이 제 0 특수부대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실한다. 너희들이 15분이나 버텨낸 것이 바로 그 증거지."
이어 에스텔라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고 아스텔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훈련장 밖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키자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빠른 걸음으로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뒤이어 에스티아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모아 미소를 짓고 이야기했다.
"이 훈련장은 자동 수복 장치가 되어있어요. 사실 이것도 우리 에델바이스에 소속된 세븐스의 능력을 토대로 만든 기술인데 적어도 이 안에서 받는 상처나 손상은 모두 자동으로 회복되니까 이 안에서는 어지간하면 다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모두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사용해주세요. 대련을 해도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으니까요. 시간이 되면 자연히 회복되고요. 하지만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생긴 상처는 회복되지 않아요. 그 점은 명심해주세요."
"아무튼 말을 다시 이어서 하도록 하지. 너희들이 본 것은 '보검'.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세븐스 일곱 명이 사용하는 특수한 검이야. 사용자의 세븐스를 등록하여 그 세븐스를 최대 100배에서 1000배 사이로 강화시키지. 그런 보검을 저쪽에선 일곱 명이나 가지고 있어. 그리고 너희들이 본 아스텔의 보검 역시 진짜 보검이야. ...왜 아스텔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 여기서 말할 순 없으니 이해해줬으면 해. 허나 아스텔은 믿을 수 있는 이야. 그건 모두들 알아줬으면 해."
아스텔에 대한 사정, 그리고 왜 아스텔에게 보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는 듯이 로벨리아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이어 문이 열렸고 아스텔이 커다란 박스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박스를 로벨리아의 옆에 내려놓았다. 그 박스가 도착한 것을 확인한 에스티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상자 안에 있는 것을 앞으로 사용해주세요. 그건 아스텔이 가지고 있는 보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서 만들어낸 '모조 보검'이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모조품이라서 진짜 보검 정도의 출력을 낼 순 없어요. 아무리 강하게 내봐야 진짜 보검의 30% 정도가 고작이에요."
"그래. 너희들이 상대한 딱 그 정도의 힘이다. 이 모조 보검은 어디까지나 모조품. 그렇기에 인자의 상성을 상당히 타고 있어. 그리고 너희들 전원은 이 에델바이스에서 나와 에스티아를 추가해서 모조 보검과 상성이 맞는 세븐스 인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것이 너희들이 제 0 특수부대에 편성된 이유다."
"...사용법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검을 들고 능력을 검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보검에 세븐스 인자가 저장이 돼. 그리고 그것을 소환한다는 느낌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어디서라도 그 보검을 소환할 수 있어. ...그리고 보검의 힘을 해방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무장을 몸에 두를 수 있고 세븐스의 출력도 그만큼 강해지지. ...나중에 시험해 봐."
에스티아의 말이 끝나자 로벨리아와 아스텔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은 앞으로 제 0 특수부대원들의 힘이 되어줄 '모조 보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것을 사용할지, 말지는 각자의 자유였으나 적어도 위험 요소는 없는 모양이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진짜 보검의 고작 30% 정도밖에 출력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허나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자. 보검은 나중에 제대로 다뤄보도록 하고... 지금부터 제 0 특수부대의 결성을 선언하마. 많은 위험한 일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굴하지 말고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남아라. 우리들은 영웅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이 세계를 뒤집어엎고 우리가 누려야만 했던 권리와 자유를 반드시 되찾을테니까! 그러니까 죽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말고 비참해도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라. 그것이 제 0 특수부대의 기본 방침이자 정신이다! 알았나!!"
제 0 특수부대. 비록 모조라고는 하지만 보검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에델바이스의 특수 부대. 그들의 길고 힘든 여정이 지금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튼 튜토리얼이기에 그냥 가볍게 전투가 흘러갔다는 느낌이지만 적 중에서는 그냥 가디언즈에 소속된 세븐스가 나올 수도 있고 진짜 보스급인 보검을 사용하는 세븐스가 나올 수도 있고.. 적어도 튜토리얼보다는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전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보스급들은 아무래도 그래도 대장급들이니까 조금 강하게 설정을 했어요. 당연히 전원 다 (중2병 감성 돋는 문구가 뜨는) 스페셜 스킬을 보유중이고 각자 효과도 꽤 강력하답니다. 그렇기에 스페셜 스킬이 뜨면 최대한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푸는 것이 좋아요. 아니면 운빨을 믿고 다이스를..(다이스:ㅎㅎㅎㅎ)
이번에 이름만 나온 스페셜 스킬인 에어로 슬레이어는 만약 캔슬을 못 시켰다면 바람이 거세게 불다가 그 바람이 압축되어서 검에 모이게 되고 아스텔이 빠르게 발도 자세에서 검을 뽑아 휘두르면서 공간 그 자체를 바람이 찢어버리는 묘사가 나왔을 거예요. 맞고 체력이 남는다고 해도 바로 다이스 1~2로 굴려서 1이 나오면 무사하나 2가 나오면 풍압 때문에 행동불가 1턴이 걸릴 예정이었답니다.
진짜 전투라면 이후에 아스텔은 바로 다운된 이에게 다가가서 검으로 베는 추가 콤보를 사용하고요!
어깨를 움직이는 모습은 어색함을 떨치려는 행동과 비슷했다. 머리를 자른다는 행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이는 행동이었다.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는지 손가락이 다시 꼼질거렸다. 머리도 꽤 무거웠다는 말에 "그렇습니까..?" 하고 어색하게 되물을 뿐이었다. 머리카락이 제법 무거웠구나. 그런데도 잘 살았다. 익숙함이란 이렇게 신기할 노릇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제 이 기장에 익숙해지고, 머리카락을 자를만큼 기른다면 또 어색하지 않을까? 이스마엘은 시선을 흘끔 옮겼다. 잘린 머리카락이 보일 리가 없는데도 눈을 굴린 건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대신 가위질이 계속될 때, 무릎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집어 노이즈 근처로 들어 올렸다. 잘린 머리카락의 일부가 생경한지 손가락을 비비듯 하며 훑어본다.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일 뿐인데도 가만히 머리카락을 관찰하듯 했다. 머리카락을 땋고 편한 옷을 입던 예전은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이 이스마엘을 가라앉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스마엘은 결단을 내리기 쉬워진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같은……. 드디어 같은 조직원이 되었군요! 기쁩니다! 지금까지 인사는 했지만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를 많이 받아서 조직원이라 인정해 주는 분은 없었습니다!"
이스마엘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흘렀다. 머리카락이 다 잘렸는지 가위 소리가 멈춘다. 빗으로 머리를 빗어줄 때, 이스마엘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저 끝까지 빗이 가야 하는데 목 부근에서 탁 걸려 떨어진다. 머리가 가볍다. 처음 겪는 느낌이 생경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면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이스마엘은 대답을 하기 위해 노이즈 너머 입을 벌렸다.
"괜찮습니- 히이악?!"
머리 손질이 끝났기 때문인지 이스마엘은 몸서리를 쳤다. 이젠 머리카락까지 다 잘라버렸으니 바람이 더 잘 느껴졌기 때문인지, 몸을 파드득 떨며 어깨를 움츠렸다. 웃음소리가 얄궂다. 이스마엘은 결국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버렸다. "이, 이 지역은 이런 방법으로 머리카락을 터는 겁니까?"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한 나머지 나온 말이었다. 이스마엘이 손을 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슥슥 문질렀다. 손등에 스치는 머리카락의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지 잠깐 손이 멈칫한다. 그리고 뇌파가 다시 연결되기라도 했는지 이모티콘 하나가 뜬다. 👀.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이 손으로 느껴져 상당히 놀란 것 같다. 당신이 자매의 곁으로 돌아갈 적, 이스마엘은 이지러지는 오토튠 너머로 제법 수줍게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