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으니 천천히 들어와. 넘어지지 말고. 그리고 소집 중일때 나를 부르는 호칭은 로벨리아 대장 혹은 대장이야. 명심하도록. 그리고 그냥 맞아죽는 수준이 아닐지도 모르지."
들어오는 이들 모두에게 각각 인사를 전하며 로벨리아는 자신이 부른 이들이 모두 들어왔음을 확인했다. 이어 로벨리아는 손에 쥐고 있는 단말기를 이용해 모두의 단말기에 사진 데이터를 두 장 보냈다. 첫번째 사진은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 없는, 녹색 잔디가 자라고 있는 넓은 벌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에는 분명히 같은 곳이었으나 눈이라도 하얗게 내렸는지 보이는 범위가 모두 하얀 눈으로 쌓여있는 벌판이 담겨있었다. 하얀 땅바닥 위엔 얼음조각이 널부러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사람의 몸 조각 같은 것이 얼음 속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잔혹한 모습이었다.
"어제 과격 레지스탕스 부대. 세븐스를 억압하는 이들은 모두 제거하는 목표로 활동하는 '와일드 팽'이 전멸당했다. 바로 그 벌판에서. 참고로 두 사진은 같은 날 찍힌 사진이야. 들려온 정보에 의하면 와일드 팽은 가디언즈 부대 중 하나를 기습했고 몰아붙이긴 했으나 그 벌판에서 그 작전에 투입된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전원 전멸이라고 봐도 좋겠지. 그게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야."
씁쓸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벨리아는 단말기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뱉은 후, 이어 모두의 모습을 바라봄녀서 이야기했다.
"아마도 가디언즈를 이끄는 대장 중 하나가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그럼 여기서 왜 이야기를 꺼내느냐. 너희들은 이전부터 임무를 수행하는 이도 있었을테고, 이제 막 들어온 이들도 있을 거야. 그리고 내 권한으로 너희들은 전원 대기 명령을 내렸지. 원래는 조금 더 휴식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어제 이런 일도 있었고, 마침 우리 쪽에서 준비하고 있던 것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너희들을 소집하기로 했다. 오늘부로 너희들은 '제 0 특수부대' 소속이다. 내가 지휘하고 내 밑에서 내 지령을 받고 활동하게 될 직속 부대지. 하는 임무는 이전보다 더 위험하고 경우에 따라선 너희들의 목숨도 걸어야 할 거야. 그 사진을 보여준 이유는 경우에 따라선 너희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 대장들과 싸워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야. 내가 백날 설명하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제일이지."
이어 그녀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담배를 피고 싶었는지 그녀는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낸 후에 그 포장지를 까고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서 입에 넣었다가 살짝 떨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지하 3층 훈련장으로 가자. 그 전에 물을 것 있으면 물어보고. 있으면 답해주고 출발하고, 없으면 바로 출발할거야."
언니라고 좀 부를수도 있지. 그녀는 툴툴거리며 답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오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해주며 생각을 정리. 이내 제대로 회의가 시작되자 조금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래도 회의는 진지하게 들어야죠. 이어지는 설명들을 묵묵히 들으며. 벌판 전체를 덮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위력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와일드팽.. 어디서 들어본적은 있었던거 같기도 하지만.
"우리랑은 사상도 안 맞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그러네."
최악의 경우 저런 과격파랑도 맞붙는 우리였지만. 그래도 가디언즈에게 전원사살이라니 뒷맛이 좋을래야 좋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다소 오묘한 표정을 짓다가는 훈련장으로 가자는 이야기에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직속이라, 듣기는 좋긴한데. 선출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대장~"
주위의 사람들을보자, 경력이 제각각. 심지어 이번에 막 들어온 사람들도 보입니다. 뭐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라거나 그런 소리를 하고싶은게 아닙니다. 단순히 능력의 시너지를 봤다고 하기엔 결코 가벼운 부대가 아니란거죠. 대장이 고른거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거라곤 생각하지만. 그녀로서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 당신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거 아냐?
무르팍에 잡히는 옷자락을 양 손으로 꼭 쥐고는 크게 뜬 눈으로 단말기에 비친 참상 속 얼린 벌판을 지금이라도 불태워 녹여버리고 싶다는 것처럼 뚫어져라 바라본다. 옷을 쥐는 손의 악력이 점점 더 거세지고 힘이 지나치게 들어간 손목이 부르르 떨린다. 잔혹무도한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도, 한 조각의 도덕성도 버린 작태에 뜨거운 기운이 가슴 한가운데까지 치고 올라왔다. 도대체 누가 저런 짓을 이라는 의문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그 답이 들려오자 흥분한 얼굴로 로벨리아를 바라본다.
그 사람도 태워버릴까...자신이 행한 짓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려주고 싶어.
"저는 좋아요. 기꺼이 로벨리아 대장을 도와 모두를 해방시킬거에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괜찮아요."
최소한의 이의제기도 없이 대뜸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가슴을 휘감은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와 몸 전체가 화끈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도 돌려서 죽은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아니면 저들을 저렇게 만든 자를 불꽃으로 사르고 싶었다. 몽롱한 적보라색 눈에 불꽃이 타오르고 강렬하게 모두의 찬성을 기대하는 것처럼 주위를 훝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