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602085> [1:1/HL] 일년가약:Engage or Break - 01 :: 39

◆XFFE95pTXw

2022-08-25 22:04:47 - 2022-09-10 21:07:29

0 ◆XFFE95pTXw (19Jxn53wzI)

2022-08-25 (거의 끝나감) 22:04:47

<이것만은 지키자>
-공부하는 시간에는 정말로 급한 일 있는 거 아니면 서로 방해하지 말기

-청소나 설거지 등, 위생과 관련된 것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해야 할 때 확실하게 하기

-시끄러운 소음이 나지 않게 음악을 크게 듣거나 할 땐 이어폰을 이용하기

-식사는 각자 알아서. 같은 메뉴를 함께 먹고 싶을 땐 미리 얘기할 것

-밤 10시 이후에는 공용 공간 소등할 것

-방문을 노크할 땐 꼭 3번 두드릴 것

이 규칙은 1년간 유효함.
서명: 알렌 벨포르마, 일레인 리버사이드


>>1 알렌 벨포르마
>>2 일레인 리버사이드

1 알렌 시트 ◆XFFE95pTXw (19Jxn53wzI)

2022-08-25 (거의 끝나감) 22:05:31

Picrewの「はりねず版男子メーカー」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uK1Td1Si6z #Picrew #はりねず版男子メーカー

이름 - 알렌 벨포르마

나이 - 18살

성별 - 남성

외모 - 신장 183cm. 체중은 표준 +3kg. 그의 자연산 은색 모발은 유난히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자랑거리인 머리였으며 그 때문에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어 자세히 보면 윤기도 차르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앞머리를 제 기분에 따라 밀어두기 때문에 자연히 한 쪽 이마는 머리카락에 가려지나 반대쪽 이마는 밖으로 노출되고는 했다. 옆머리와 뒷머리카락은 특별히 모난 곳 없이 둥글게 둥글게 목의 절반 위치까지 내려왔다. 앞 머리카락은 눈을 아주 살짝 가리는 길이이긴 했으나 특별히 시야에 지장이 안 생기게 눈에 내려오는 일은 없도록 길이와 방향을 조절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푸른빛으로 반짝였으며 호를 그린 입술은 벽을 만들기보단 상당히 밝은 성격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다지 고생을 하지 않은 하얀 피부 또한 관리를 깔끔하게 해서 특별히 모난 느낌이 없었다. 꽤 잘생긴 미남형으로 어느 한 집안의 도련님이라는 느낌이 정말로 잘 사는 외모와 인상을 주고 있으나 마냥 마른 체형은 또 아니었다. 나름 자기 관리도 철저한지 몸에 군살이 그다지 없었으며 근육도 어느 정도 붙어있다.

성격 -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행동하는 리더 스타일이다. 주변 사람들과도 정말 잘 지내며 뭔가 일이 생기면 남에게 맡기기보단 그냥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 허나 그만큼 자신의 호불호가 강하고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 고집이 센 면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밝으며 합리적인 사고 방식과 행동을 좋아한다.

기타
- 자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류업을 하고 있는 벨로스 기업 총수의 아들이다.

- 장차 벨로스를 이어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며 성적도 꽤 좋은 편이다.

-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것들을 상당히 싫어한다. 물론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이 직접 정하고 납득한 길을 걷는 것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면이 있다.

- 친구들끼리 모인 그룹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

- 사람을 대할 때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구분을 하고 대한다. 이를테면 이 사람은 그냥 아는 정도니까 이 정도로만. 저 사람은 상당히 친하니까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만인에게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친하면 친할수록 좀 더 많이 신경쓰고 관심을 가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다.

- 캔커피를 상당히 좋아한다. 블랙, 라떼, 마끼아또 등등 캔커피류는 어지간하면 좋아한다.

2 일레인 시트 ◆88rEaxK8U. (AITOGGsZKc)

2022-08-25 (거의 끝나감) 22:06:55

Picrewの「在庫処分」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llvykGtU8Q #Picrew #在庫処分

이름
일레인 리버사이드

나이
18

성별
여성

외모
5.5피트 105파운드(=약 168cm 48kg)로 당당하게 편 자세와 모델같은 비율이 돋보인다. 깨끗한 하얀 피부에 붉게 생기도는 뺨과 입술. 밝은 금발은 대충 있어도 손질한 듯 하다. 7:3 가르마를 탄 앞머리. 뒷머리는 등을 덮는다. 바다처럼 깊고 짙은 파란색 눈동자. 날카로운 눈매는 애교살 접히는 눈웃음을 지을 때만 유들유들한 호선을 그린다. 금발벽안의 조합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미인.

성격
원하는 게 있으면 쟁취해야 한다. 사회성과 사교성을 완벽히 갖췄지만 절대 모두에게 친절하진 않다. 똑똑하지만 약간 못됐다. 장난기 있고 골탕먹이기를 좋아한다. 욕심 있고 승부욕 강해서 때에 따라 조금 이기적인 편이기도 하다.
이토록 기 센 사람 같지만 의외로 외강내유 타입. 그러나 웬만큼 마음을 터놓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기타
- 세계 하이패션계 정점을 찍은 디자이너이자 명품 패션 브랜드 [포그 리버사이드] 창립자인 퀸시 리버사이드의 하나뿐인 손녀.

- 교내 인기인에 파티광으로 유명하다. 일탈을 즐기는 타입이었지만 요새는 조금 잠잠해졌다.

- 화려하게 잘 꾸민다. 집에서는 비교적 수수해 지지만 그마저도 격조 높은 의상을 챙기는 걸 보면 자라온 환경이 환경인 만큼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친구는 많지만 마음을 깊게 준 친구는 없는 얄팍한 인간관계를 갖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고자 한다.

3 알렌주 (19Jxn53wzI)

2022-08-25 (거의 끝나감) 22:13:23

음. 그럼 일단 이렇게 정식으로 이름을 달면 되겠네. 일단 찔러줘서 고마워. 일레인주! 서로 현생에 맞춰서 여유롭게 그리고 길게 놀았으면 해! 잘 부탁할게!

4 일레인주 (AITOGGsZKc)

2022-08-25 (거의 끝나감) 22:21:25

일대일은 처음 해봐서 조금 어색하네ㅋㅋㅋ 나도 잘 부탁할게 알렌주. 여유롭고 길게 굴러가자. 현생 때문에 접속이 들쭉날쭉 할 텐데 최대한 자주 들여다보도록 할게.

5 알렌주 (19Jxn53wzI)

2022-08-25 (거의 끝나감) 22:28:40

현생이 많이 바쁜 편이로구나. 일단 현생 화이팅이야! 너무 무리하지 말기!
일댈의 장점은 아무래도 여유롭게 갈 수 있다는 점이니까. 어느 한 쪽이 무통잠을 타지 않는 한은 말이야. 일단 난 무통잠을 할 생각은 없으니 그건 확실하게 이야기할게!

그럼 가볍게 첫 일상 상황은 정해놓을까? 개인적으로는 집안끼리 이미 약혼을 시키자는 이야기가 다 나왔고 당사자들끼리 서로 만나게 해야지라는 계획하에 룸으로 되어있는 고급식당에서 식사 자리를 만들게 되어서 밥 먹는 줄 알고 왔다가 서로 마주하고 약혼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은 어떨까 싶은데 일레인주 생각은 어때?

6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0:12:07

이제 여유! 곧 자러 가야 하지만 상황 정해놓을 시간은 된다..
나도 무통잠 생각은 없고 오래 자리 비울 일이나 더 이어가기 힘든 사정이 생긴다면 얘기할 예정이야. 그런 점에선 다행이네. 좋은 일대일 참치를 만난 거 같다.

거기부터 시작하는구나. 나는 좋아. 식사 자리는 집안 어른들과 함께일까, 아니면 단 둘만 있는 자리일까?

7 알렌주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00:30:03

그래준다면야 고마워. 사실 이야기만 해준다면야 나도 간간히 보는 수준으로 기다릴 수 있으니까. 딱히 일댈 한다고 이 스레만 하루종일 보면서 언제 오나. 언제 오나 하고 재촉하고 기다릴 생각은 없거든. 정말 옛날에 당해본 적이 있는데 되게 부담되고 힘들더라. 그거.

아무튼 집안 어른들과 함께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도 어른들이 있어야 너희 둘 약혼시키기로 했단다. 식으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야. 그러다가 둘이서 이야기 잘 나눠보렴 식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어른들이 잠시 빠져주는 방법도 있을테고.

8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0:33:21

으아..... 고생했겠다. 웬만하면 기다리지 않고 올라오는 대로, 늦으면 늦는 대로 느긋하게 보고 답하면서 놀자. 마음 편하게.

듣고 보니 그렇겠네! 그럼 어른들과 함께 가는 걸로 생각하고 쓰면 되겠다. 선레는 누가 할까?

9 알렌주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00:37:56

일단 난 그러는 편이야. 너무 내려가면 갱신 정도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언제 오나 라던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던가 그런 레스들은 올리지 않을 예정이기도 하고. 그냥 여유롭게 노는 거 상당히 좋아해. 난. 아무튼 그 부분은 그렇게 하자!

선레는 일단 내가 먼저 제시를 했으니까 내가 먼저 써보도록 할게.

그와는 별개로 일레인주는 썰이나 그런 것도 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일까? 일단 난 썰이나 캐릭터 이야기나 아주 가벼운 사담 정도라면 아주 좋아하는 편이거든. 다만 이걸 강요하거나 할 마음은 없고 할 수도 없는만큼 그런쪽 조절은 일레인주의 성향에 맞춰보도록 할게. 사실 유사연애 요구하는 그런 거 빼면 어지간하면 다 오케이인지라. 난.

10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0:45:17

써주는구나, 알았어. 그럼 오늘은 조금 일찍 자러 가고 보는 대로 이어둘게. 알렌주도 선레 느긋하게 올려줘.

나도 그런 것들은 좋아하는 편이야. 유사연애 싫지... 나도 싫어해. 다만 바로바로 반응이 될 때는 시간이 맞을 때일 텐데, 지난 잡담이나 썰을 한번에 몰아서 반응하는 것도 괜찮을까?

11 알렌주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00:48:51

슬슬 자야할 시간이지! 잘 자길 바랄게! 일레인주! 그리고 물론 얼마든지 괜찮아! 다만 나도 막 썰이나 잡담을 쌓아두거나 하고 그러진 않을 에정이라서! 진단을 올려놓는 일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썰을 막 혼자서 이것저것 여러개 다 풀고 그러진 않을거야! 아마 핑퐁 느낌으로 느긋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싶어.

12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0:53:18

응 알았어. 참치 성향도 무리없이 맞는거 같아서 편안하네. 고마워. 진단 기대된다! 일레인 것도 가끔 올리도록 할게. 알렌주도 잘 자고, 내일 보자.

13 알렌주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01:02:59

잘 자! 일레인주! 일단 선레는 써서 올려놓을테니 얼마든지 편할때 이어주면 될 것 같아!

14 알렌 - 일레인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01:17:26

알렌은 지금 이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 자신과 벨프로마 가의 어른들 ㅡ어른들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으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오른팔인 삼촌 정도였다.ㅡ 이 있는 곳은 나름 이름이 있는 룸 시설이 있는 고급 양식점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이를 만나야 하니 깔끔하게 옷을 입고 외식할 준비를 하라는 말이 있었기에 알렌은 가볍지만 정말로 깔끔한 느낌의 하늘색 긴 셔츠와 남색 바지, 그리고 그 위에 밝은 하얀색 조끼를 입어 나름대로 단정한 차림을 만들었다. 아직 상대방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니 기다려는 보겠지만 대체 누구이길래 자신까지 이렇게 데려오고 이런 고급스러운 곳으로 외식을 하러 온 것인지 알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업 관련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거라면 자신이 굳이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사업 이야기를 하는 곳에 자신이 있어봐야 방해만 될 테니까.

"긴장되니? 알렌?"

"네?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어떤 이가 오려나 싶어서요."

"아주 예쁜 이가 올 거란다. 너도 마음에 들거야."

"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에 알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마음에 들 거라니. 마치 자신과 만나게 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 같지 않은가. 대체 어떤 이이길래? 알렌은 자리에 앉은채 가만히 이런저런 사람들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딱 떠오르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이런 자리를 만들 정도면 아주 중요한 이인건 분명한데 자신이 만나야 할 이 중에서 그런 중요한 이가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가정 교사 정도가 가능성이 있었으나 가정 교사와 만나게 하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역시 애매했다.

한편 이런저런 가능성을 떠올리는 와중 닫혀있던 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히 알렌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지금 들어오려고 하는 이, 혹은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15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8:18:49

알렌주 혹시 알렌이랑 일레인이 같은 반이라는 설정 굳혀도 될까?

16 알렌주 (TOuLsjp0Ls)

2022-08-26 (불탄다..!) 08:32:32

출근하면서 잠깐 확인! 물론 괜찮아!

17 일레인 - 알렌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8:56:37

퀸시 리버사이드는 호랑이처럼 강인한 업계의 권위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브랜드로 손꼽히는 포그 리버사이드의 창립자였고, 동시에 그의 손녀딸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할머니였다. 그리고 그런 애정을 흘러 넘치게 받으며 자라난 일레인 리버사이드는 일대에서 알아주는 일탈과 광기의 파티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레인은 여전히 사랑받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구설수만 뒤따르는 싸구려 양아치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레인은 할머니의 동행 자격으로 기업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교 활동에 자주 얼굴을 보여 이미 '조실부모하고 홀로 남은 포그 리버사이드의 하나뿐인 후계자' 타이틀에 걸맞게 행동하는 법을 알았고, 스스로를 모델 삼아 포그 리버사이드의 상품을 걸친 뒤 요란한 행보를 곁들여 이슈화 하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물론, 일탈이 범죄 수준으로 치닫거나 훗날 논란거리가 될 만큼 커지지 않게 자제하는 법도 알았다. 똑똑하고 약은 손녀는 사랑뿐 아니라 기대를 줄 가치가 있었고, 그래서 퀸시 리버사이드는 이번 거사를 망설이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식당. 단정함과 격식을 요구하는 드레스 코드. 뻔하지. 언제나 그랬듯이 이 다음은 바쁘신 분들만 모인 식사 자리일 것이다.

'아마도, 그렇겠지.'

일레인은 아직까지도 자신보다 크고 정정한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걸었다. 간간히 있었던 사교 활동의 일종이라고 막연히 짐작 중이었지만 오늘따라 확실한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얼버무리는 할머니의 태도는 수상쩍었다. 그렇대도 어쩌겠어. 가야지. 복도를 지나던 중 벽에 걸린 거대한 거울에 본인의 모습이 비춰지자 일레인은 잠시 멈춰 섰다. 감색의 수수한 원피스와 헤어밴드는 취향이 아니었지만 리본이 발목을 휘감은 샛노란 구두만큼은 마음에 든다. 약간의 발랄한 귀여움도 용납하지 않을 꼰대만 있는 모임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윽고 앞장서던 할머니의 발이 굳게 닫힌 프라이빗 룸의 문들 중 한 곳에서 멈추자, 뒤따르던 일레인은 살며시 애교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곁에 다가가 섰다.

"할머니, 이제 알려주세요. 대체 오늘 누굴 만나는 거예요? 원래 이런 것 정도는 미리 말해주셨잖아요. 어디 먼 나라 왕자님이라도 만나나요?"

덧붙인 말은 농담에 가까웠지만 곧 맞닥뜨릴 상황을 고려하면 근본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일레인은 그걸 몰랐지만.

"글쎄다. 열어서 확인해보겠니?"

이젠 알게 될 것이다. 문에서 물러난 할머니를 밉지 않게 흘기던 그는 고분고분 손을 뻗어 묵직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말로 마주쳤다. 동화 속 왕자 같이 잘생긴 또래의 남자를. 더 정확하게는 초면이 아닌 듯, 아니. 그보다 더 익숙한 느낌의— 동급생을.

"벨포르마?"

회피할 여지 없이 아는 얼굴이었다. 수많은 물음표로 머릿속이 까맣게 물들어 간다. 뭐지? 나랑 비슷한 처지? 비즈니스 현장에 끌려와 안면 도장을 찍는 도련님, 그런 거? 아니, 아니. 그보다는 좀 더 너에게, 아니, 우리에게 집중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인데.
일레인의 눈동자가 느리게 조모에게 닿을 무렵 문을 닫고 들어온 퀸시 리버사이드는 이미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벨포르마 가문의 사람들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손녀는 그 미소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한다. 저건 그거다. 계획대로 됐다는 얼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이거..."

간지럽게만 느껴지는 단어를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어 말끝만 늘이는 동안, 진실은 정수리에 들이 부어지는 냉수처럼 찾아온다.

"일레인, 알렌 벨포르마 군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렴. 벨로스 기업의 아들이자... 네 약혼자란다."

18 일레인주 (dhTINXE1XQ)

2022-08-26 (불탄다..!) 08:57:15

고마워! 일 힘내! 좋은하루!

19 알렌 - 일레인 (dqeFr0hJS.)

2022-08-26 (불탄다..!) 19:18:04

들어오는 금발의 또래 여성은 낯이 익은 이였다. 자신과 같은 반인 여학생인 일레인 리버사이드가 아니던가. 물론 그렇게 친하냐고 하면 조금 애매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안면은 있었고 낯이 익은 존재였다. 아주 예쁜 이가 올 거고 마음에 들 거라는 방금 전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물론 일레인은 자신의 눈으로 봐도 상당히 예쁜 아이였다. 아니. 예쁜 것을 넘어서서 화려하다고 하면 좋을까. 자신과 비슷한 색인 푸른빛 벽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은발과는 정 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금발을 지닌 여성이기에 처음 봤을 때도 꽤 눈에 담았던 기억이 있었다. 뭔가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외형이었기에.

"리버사이드? 네가 왜?"

적어도 알렌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대화와 유추를 했을 때 마치 자신과 그녀를 만나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 이유를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렇지 않은가. 자신과 그녀가 만나야 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살며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뭔가 작은 목소리로 서로 소근거리는 것 같았지만 그 목소리를 알렌이 캐치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거기에 못을 더 박는 목소리까지 덧붙여서 알렌의 귀를 울렸다.

"알렌. 너도 일레인 리버사이드 양에게 인사해야지. 포그 리버사이드의 창립한 퀸시 리버사이드의 손녀이자 네 약혼녀가 될거란다."

"뭐라고요?!"

생각도 못한 그 말에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물론 약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이지만 학교에서도 약혼식을 하게 되었다니 하는 친구가 있긴 했으니까. 허나 이 나이를 먹도록 자신에게는 그런 소식 하나 없었기에 당연히 알렌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외식을 하자고 부르더니, 같은 반 여학생이 자신의 약혼녀라고 소개를 하고 있으니 그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무엇보다 납득을 하기 힘들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버지. 그런 얘기는 지금껏 한 번도..."

"그게 말이다. 기업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나름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 그리고 김에 네 예쁜 배우자도 구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렇게 리버사이드 씨와 이야기가 통하게 되었어. 손녀가 얼마나 예쁘던지. 딱 네 배우자 삼기도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거기다가 집안도 좋겠다. 뭐가 문제니?"

"아니. 그러니까 저는 그런 이야기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잖니. 나름 놀래켜주려고 네 아빠가 숨긴거야. 사실 너에게도 이렇게 예쁜..."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는 너는 일레인 리버사이드 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저는 이 관련으로 한번도 제 생각을 얘기해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이러는 것이 어디에 있어요?!"

너도 말 좀 해보라는 듯이 알렌은 말을 마치자마자 일레인을 바라봤다. 방금 그녀에게도 소개가 있던 것으로 보아 그녀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자신의 편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녀 뿐이었다.

/퇴근하고 갱신이야!! 답레 남겨놓을게!

20 일레인 - 알렌 (FUhXQA36P2)

2022-08-27 (파란날) 01:37:46

약혼.
단지 그 한 마디에 얼어붙고 만다. 머릿속을 까맣게 물들이던 물음표는 이제 여백조차 없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차 이윽고 사고를 정지시킨다. 발을 딛고 서 있는 공간 안의 모든 목소리들이 먼 곳에서 웅얼웅얼 불명확하게 전달되는 배경음 같고 들숨 날숨에 스미는 적정 온도의 실내 공기는 지독하게만 느껴졌다. 정말 답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얼이 빠졌다. 천하의 일레인 리버사이드가.

"굉장히... 갑작스럽네요."

스스로의 목소리마저 낯설고 어리버리하게 들리지만 그따위 것이라도 느지막이 입 밖에 낼 수 있던 건 그를 돌아본 알렌, 다른 말로 이 공간에서 서로 가장 껄끄럽고 당황스럽고 의아하고 달갑지 않은 감정을 공유하는 유일한 동지의 시선 덕분이었다. 역시 얼빠진 머리에는 직접적 충격이 최고라는 걸까? 전기충격기로 뒷목을 지진 듯 단박에 집을 나갔던 영혼이 돌아온다. 상대의 푸른 눈동자를 잠깐 응시하던 일레인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어른들을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단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알렌 벨포르마 군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단계에 올 때까지 당사자들에게 단 한번의 언질도 없었던 점, 그러므로 저희의 의견이 한 톨도 들어갈 수 없었던 상황. 명색이 인륜지대사인데 너무 일방적이지 않은가요?"

"일레인."

"아. 죄송해요. 양가 어르신들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약혼, 무척 오래된 방식이지만 여전히 드문 일은 아니죠. 그저... 이렇게 당일 통보로 알게 되니 너무 놀라서요... 언제 이렇게 계획을 다 하셨나요? 결혼식장에서 처음 얼굴을 보게 된 건 아니라 다행이에요, 정말로."

반면 목소리는 또렷하고 다소 날카롭다. 이어지는 할머니의 눈총에 그는 불만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살짝 짓씹었으나, 평상시에 그랬듯 이쯤에서 눈치껏 얌전해지지는 않는다. 일레인은 할머니를 사랑했고, 조금은 두려워했으며, 그렇기에 대체로 사랑스럽게 굴며 순종했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뒤늦게 켜진 뇌 속 빨간 경고등이 뱅글뱅글 돌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다. 단정한 미소를 그린 얼굴은 이윽고 벨포르마 가문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

"참. 늦었지만 정식으로 인사부터 드릴게요. 일레인 리버사이드입니다. 벨로스 기업의 가족 분들을 만나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조금 전의 반박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질 만큼 완벽하게 예의 차린 인사를 건넨 그는 곧 눈썹을 팔자로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 일은... 저희 둘 다 많이 놀라서요, 이해하시죠? 천천히 의견을 재고 해 주셨으면 하는데 어려울까요?"

충분히 감정에 호소할 수 있을 만큼 가엾은 표정을 지어낸 동시에 은근슬쩍 알렌의 곁으로 다가간 일레인은 몰래 상대의 손목을 톡톡 건드렸다. 말은 없었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제스처다. 맞장구 쳐, 맞장구. 얼른.

21 일레인주 (FUhXQA36P2)

2022-08-27 (파란날) 01:39:11

답레 갱신! 벌써 새벽이네... 내일도 나가봐야 해서 올리고 바로 자러 갈게. 좋은 주말 보내 알렌주!

22 알렌 - 일레인 (Pm309gQ7vg)

2022-08-27 (파란날) 02:22:40

예의바르면서도 공격적으로 대답한다는 것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일레인의 말은 날카로운 면이 있다고 알렌은 생각했다. 허나 지금은 바로 이렇게 강력하게 당사자들끼리 반박을 해야만 할 때였다. 약혼이라니.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자신과는 전혀 이야기가 되지도 않았고 자신의 의사는 조금도 없었고 하물며 자신이 고른 여성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이 고르지도 않고 납득하지도 못한 같은 반 여자애와 왜 약혼을 해야만 한단 말인가. 아무리 가업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니라고 알렌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적극 지지를 가슴 깊게 표했다. 한편 자신의 옆으로 일레인이 슬쩍 다가오고 자신의 손목을 툭툭 건들자 알렌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이 살며시 고개를 두 번 위아래로 끄덕였다.

"마찬가지로 약혼 자체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전 제가 마음에 두지도 않았고 직접 고른 이가 아닌 여성이랑은 약혼 못해요. 사랑하지도 않고, 하물며 서로 좋아하는 사이도 아닌데 약혼을 하고 결혼을 했다고 쳐보세요. 저와 얘의 결혼 생활이 행복할리가 없잖아요. 서로서로 힘들고 불편해질 뿐이고, 불행해질 뿐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이 약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어 알렌은 방금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퀸시 리버사이드. 일레인의 할머니 되는 이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푹 숙이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니까 손녀분인 일레인 리버사이드 양은 정말로 어여쁘고 좋은 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일레인 리버사이드 양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 약혼은 없던 것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말을 들어보면 자신도 자신이지만 일레인 쪽에서도 약혼을 받아들일 마음은 추호도 없어보였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강제로 약혼을 추진할 수 있겠단 말인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이 약혼은 깨지게 될 것이라고 알렌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이 그의 아버지는 피식 웃음소리를 냈다.

"당연히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일레인 리버사이드 양은 내가 잘 모르니까 예상할 수 없었지만 내 아들이 이 약혼을 바로 받아들일리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럼 어째서..."

"그래서 말이다. 너희가 지금 약혼을 거부하는 것은 아마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까 딱 1년. 너희 둘이서 직접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고 그래도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약혼을 취소하고 다시는 약혼의 약도 꺼내지 않도록 하마."

"......"

자신이 그렇게 이야기할 것을 예상했다고 이야기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딱 일 년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정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자신의 아버지의 말에 알렌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일 년을 알아간다고 해서 딱히 자신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를 알아가다가 잘 맞으면 그녀와 친한 친구로서 알고 지낼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작 일 년 서로 알아간다고 해서 갑자기 약혼을 하고 싶어질리도 없을테니 앞으로 이렇게 약혼 관련으로 당황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기에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제 쪽에선 좋아요. 리버사이드 너는? 아. 물론 리버사이드가 내키지 않고 싫다면 저도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허나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상대가 마음에 든다는 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알렌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일레인을 바라봤다. 이제 네가 답해야 할 차례라는 메시지가 담긴 눈빛을 보내며.

/그렇다면 나도 답레를 올려놓고 자러 가볼게!! 내일 하루 화이팅이야! 일레인주! 좋은 주말 보내!

23 일레인주 (KiFaL80FOA)

2022-08-27 (파란날) 21:33:27

답레 확인!
갱신해. 빠르면 새벽에 늦으면 내일즈음 답레 가져올게!

24 알렌주 (Pm309gQ7vg)

2022-08-27 (파란날) 21:56:11

오케이! 확인했어!!

25 일레인 - 알렌 (AF8RySuMyI)

2022-08-28 (내일 월요일) 18:12:42

청산유수로 흘러 나오는 알렌의 주장을 마음속으로 격하게 공감하며, 일레인은 그의 할머니를 조용히 훑어보았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라는 말은 적어도 반쯤은 먹혀 들어간 듯 싶었다. 아무리 냉정하고 계산적인 성향이어도 결국 아끼는 혈육인지라, 남의 입으로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호랑이 같은 회장님도 조금은 움츠러든 모양이다. 하지만 절반이라는 게 문제다. 물이 반 컵이나 남았네. 는 반대로 물이 반 컵밖에 남지 않았네. 가 되기도 한다. 이 또한 같은 원리로, 절반의 마음이 동요했다면 반대로 절반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상황에 동등한 위치에서 상황을 급변시킬 무언가를 제안할 수 없는 우리들이 남은 절반마저 흔들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 계획이 있으셨으면 미리 알려주시지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쪽은 더한 첩첩산중이다.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일의 흐름과 별개로 벨로스 기업의 윗사람들에게 적정선 이상으로 굴어서 나쁜 인상을 남기는 건 장기적으로 손해였다. 그래서 펄펄 끓는 속과는 달리 말투는 그저 예의바르게, 웃는 얼굴로, 스스로의 행동거지를 잔뜩 돌려 깎고 나서야 미약한 반박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어리니까, 위치가 위치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속이 뒤집히지 않는 것도 아니라 일레인의 눈빛은 자꾸만 가라앉는다.

일 년이라. 정말 치사한 조건이다. 갑작스럽게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면전에 들이밀어 놓고 당사자들이 질색 팔색을 하자 보다 완화된 조건, 그러나 결과적으로 둘 다 원하지 않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 조건을 내놓고 '자, 이 정도면 괜찮지?' 라고. 우리가 거절하지 못할 걸 알면서 모르는 척 선심을 쓰듯이.
정말 못된 양자택일이네요. 미래의 사업가로서 본받아야 할 면모라고 해야 할까요? 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은 꾸역꾸역 삼킨 채 일레인은 다시 그의 할머니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눈이 마주쳤고, 그렇기 때문에 곧장 알 수 있었다.

같은 생각이시군요. 잔인하셔라.

"일 년이라면 저도 괜찮습니다. 알렌 벨포르마 군도 좋다고 하니 완벽하게 정리됐네요."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이 상황에서?
용암이 끓는 듯 부글대는 속을 가라앉히고.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주기적으로 만나 교류를 하는 걸까요?"

26 일레인주 (AF8RySuMyI)

2022-08-28 (내일 월요일) 18:13:51

좋은 주말!
갱신!

27 알렌 - 일레인 (s1ZYeU/kkI)

2022-08-28 (내일 월요일) 18:25:40

일레인의 입에서 괜찮다는 말이 나오자 알렌은 조금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이렇게 되면 일 년 알아간다고 해서 서로 약혼을 받아들일리는 없을테니 자신이나 그녀에게나 모두 이득이었다. 둘 다 더 이상 약혼에 얽매이지 않고 이런 갑작스러운 사태를 만나는 일 없이 어떻게 잘 넘길 수 있을테니까. 허나 사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만나서야 되겠니. 따로 집을 하나 마련해줄테니 거기서 둘이서 같이 살렴. 일년 동안만. 그렇게 생활하고 정말로 정 안되겠다 싶으면 앞으로 그 어떤 이와도 약혼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마."

"...네?"

순간 알렌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알렌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봤다. 허나 그의 아버지는 표정 한 번 바뀌지 않고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너무나 잔혹한 선고였다. 듣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주기적으로 만나서 교류를 하라고 해도 대충 넘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아예 생활권을 같이 해버리면 좋건 싫건 교류가 일년간 되지 않겠니. 어쨌건 약혼을 하게 되면 결혼을 해야할테고, 결혼을 하게 되면 같이 살게 될테니 미리 그렇게 살아보라는 거야. 참고로 이 안건을 거절하게 된다면 설사 이 약혼이 취소된다고 할지라도 나는 다른 이와 또 약혼을 추진할 생각이란다. 네가 받아들일때까지 계속 말이야.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니? 허나 때로는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해야만 할 때도 있어. 그게 사회란다."

이번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냉정했다. 이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신도 타협은 없다는 확실한 선이 느껴졌기에 알렌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싶어 알렌은 일단 당장 떠오르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하, 하지만... 저는 남자고 일레인은 여자에요. 사귀지도 않는데 동거를 하라고요?! 그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벌어지면...."

"그런 사고가 벌어지지 않게 서로 조심하며 되잖니. 어차피 고작 일 년이야. 그냥 결혼 생활 미리 해본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렴. 이게 아니면 너희 둘은 그냥 적당히 '척'만 하고 제대로 교류를 하지도 않을 거잖니. 이렇게나 반박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절대로 양보해줄 수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는 제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표정을 찡그렸다. 아무리 봐도 무슨 말을 해도 넘기기 힘들 것 같았기에 알렌은 일레인의 모습을 바라봤다. 여기는 힘들 것 같으니 네가 네 할머니를 어떻게든 설득해보라는 나름의 눈빛을 보이며.

/마찬가지로 좋은 주말이야! 안녕! 일레인주!

28 일레인 - 알렌 (AF8RySuMyI)

2022-08-28 (내일 월요일) 19:27:39

"네?"

알렌과 일레인의 말은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황당한 정보를 처리하느라 느려진 머리에 추가로 얹어지는 냉정한 벨로스 기업 총수의 목소리는 기어코 뇌내 과부하를 불러 일으킨다. 이에 일레인이 놓은 정신줄을 더듬더듬 찾아올 동안 놓여진 알렌의 반박은 매우 합리적이었으나 그마저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상대에게는 틈이 없었다. 어르신들께서 아주 단단하게 마음을 먹으셨구나. 이렇게 치사할 데가. 백만분의 일 확률로 결혼을 한대도 줄곧 이런 태도를 유지 하시겠다면 훗날의 대립은 불가피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든다.

"일 년간 붙어 있으면 당연히 약혼도, 결혼도 할 만한 마음이 생길 거라고 추측하시나 봐요. 좀 강압적인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물론 '척'만 할 거라는 그의 예상은 아주 옳았다. 애초에 교류를 아무리 주기적으로 해도 교류만으로는 감정이 깊어질 리 없다. 반 친구들과 1년에 절반 이상을 숨쉬듯 교류하지만 개중에 감정이 깊어지는 관계가 생기는 건 극소수에 불과한 것처럼. 사실 어느 정도는 그걸 노린 것도 맞고, 알렌도 그런 생각 아래 수락했다고 짐작했다.

"차라리 감독 하에 매일 만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사고는 조심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잔뼈 굵은 기업인들 아래 고작 고등학생들의 꿍꿍이는 너무나도 쉽게 간파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복병은 여전히 존재했다.

"나는 내 손녀가 그 정도는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줄곧 알렌의 아버지를 내세운 채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퀸시 리버사이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쯤에서 일레인은, 그의 승산 확률이 터무니없이 곤두박질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사고를 어떻게 컨트롤 한다는 말인가요?"

"너는 나를 닮아서 위험한 선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알렌 벨포르마 군이 걱정할 만큼 행실이 나쁘지도 않다고 들었고. 게다가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너희만의 일이 아닌 만큼 양측에서 피차 강하게 대응할 텐데, 책임감이 있고 가족과 미래를 생각하는 너희들이라면 무엇이든지 조심할 거라고 믿는다. 뭘 고려하고 결정한 건지 이해하겠니? 그러니 더 걱정할 것 없어."

단호한 목소리에 일레인은 꾹 쥐었던 주먹을 푼다.

"생활 공간은 부족함 없이 제공할 거다. 원한다면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도 갖춰 두도록 하마."

완패다. 구두 코끝을 향해 얼굴을 처박고 있던 일레인은 곧 얕은 한숨과 함께 표정을 가다듬은 뒤 고개를 들었다.

"...우선, 알겠습니다. 잠시 저희 둘만 대화할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29 일레인주 (AF8RySuMyI)

2022-08-28 (내일 월요일) 19:28:33

즐거운 일요일 보내고 있을까~ 고등학생들 수난시대네. 알렌 힘내!

30 알렌 - 일레인 (s1ZYeU/kkI)

2022-08-28 (내일 월요일) 20:29:13

일레인의 설득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알렌은 표정을 찌푸리면서 작게 혀를 찼다.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구나.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기에 알렌은 그저 막막함을 느꼈다. 대체 자신의 집과 리버사이드 집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기에 이렇게까지 약혼을 성립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이쯤 되니 알렌은 일레인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몰아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며 그는 결국 한숨을 약하게 쉬었다.

"믿어주는 것은 고맙긴 한데... 이걸 마냥 좋다고 해야할지."

그런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다 일레인의 말, 당사자들끼리 대화할 시간을 달라는 그 제안에 알렌은 깜짝 놀라 일레인을 바라봤다. 아니. 무슨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인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이대로는 평행선으로 어떻게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알렌은 아무런 말 없이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일단 너희들끼리도 얘기는 나눠야할테니까."

그리고 알렌의 아버지는 그 기회마저도 뺏을 정도로 무자비한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어른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하나둘 밖으로 나갔다. 이내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고 자연히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자신과 일레인. 단 둘 뿐이었다. 이내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쉰 후, 일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가 고생이 많네. 우리 아버지 때문에 말이야. 미안해. 물론 내가 정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아무튼 어쩔거야? 이대로 가면 너하고 나하고 결국 둘이서 동거를 하게 되는데."

그걸 정말로 받아들일 거냐는 어투로 알렌은 일레인에게 이야기를 마쳤고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뒤이어 알렌은 알렌 나름대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면할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도 결국 모든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을 하며 알렌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저 제안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1년을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생활 공간이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면 아예 다른 방을 써서 최대한 접촉하지 않으면... 만일의 사태도 생기지 않을테고 말이야."

/푹 쉬는 일요일을 보냈지!! 일레인주는 일요일 잘 보냈어? 그리고 일레인도 힘내야하는걸!!

31 일레인주 (QRMkkTKl7Y)

2022-08-31 (水) 02:08:29

잠깐 갱신
금요일쯤 올게 알렌주 좋은 일주일 보내ㅠㅠ.....!

32 알렌주 (9cBqeaZm36)

2022-08-31 (水) 23:16:51

새벽에 올라왔었구나. 확인했어!! 마찬가지로 일주일 힘내길 바랄게!

33 일레인 - 알렌 (toK0jzv3DE)

2022-09-03 (파란날) 12:09:16

둘만 대화할 시간을 달라는 이유는 사실 별 것 없었다. 당사자의 의견 따위는 반영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듯 깔끔히 또는 돌려서 수족을 잘라내고 이미 만들어 놓은 트랙 위에 올려두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어른들이 버거워서,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져서, 그대로 있다가는 접시가 됐든 잔이 됐든 뭐 하나는 보란듯이 '실수로' 떨어뜨려 깨부술 것 같아서...
그 정도로 열 받은 게 아니더라도, 이순간 유일한 동지와 단둘이 있으면 좀 진정이 될 것 같았다. 그래봤자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지만 적어도 바글바글 몰려서 피할 길 없는 급류를 맞고 선 것보다야 이게 낫지.

그런 의미로, 일레인은 알렌의 정말 그거 받아들일 거야? 라고 묻는 듯한 몇 마디를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한 발짝 늦게 약한 숨을 뱉었다. 조금 전 그가 했던 것처럼.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사과는 어른들이 하셔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너도 고생이다.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전혀 몰랐어."

그리고 그건 사실상 체념의 한숨.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겠냐는 말을 대변하는 무언의 답변이다. 예의상 묻고는 있지만 알렌도 이미 알고 있을 거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저 강경한 어른 무리 앞에서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을 소리이며 애초에 우리 손에 떨어지지 않은 선택지라는 것을.

"정확히는, 그러는 수밖에 없지. 벨포르마, 이미 너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것밖에 못 해. 어떻게든 우겨서 지금 당장 이걸 깨뜨리더라도 너나 나나 비어있는 자리를 메우기 위해 비슷한 일이 수없이 반복될 텐데."

그건 더 싫다. 그렇지. 한쪽 입꼬리만 슬쩍 끌어올려 쓴 웃음을 지어보인 일레인은 곧 테이블 가장자리에 가볍게 걸터 앉았다. 구두로 조여진 발뒤꿈치가 욱신거린다.

"각방이 보장되는 넓은 집과 기본적인 집안일을 도와줄 도우미를 요청하자. 우리가 학교에 있는 동안 정리해주고 가는 정도면 되겠지. 피차 반갑지 않은 동거인데 이런 거라도 최대한 요구해야 속이라도 시원할 테니까. 안 그래?"

그는 구두코를 바닥에 툭툭 두드리며 시덥잖은 계획을 줄줄 읊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참. 혹시 너 사귀는 사람 따로 있니? 있으면 계속 만나도 상관없어. 뭐... 설득은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34 일레인주 (toK0jzv3DE)

2022-09-03 (파란날) 12:10:08

하루 늦어버렸다 미안해ㅠㅠ
갱신해. 좋은 토요일!

35 알렌 - 일레인 (oieJfUsaWY)

2022-09-03 (파란날) 12:40:14

"그런 조건으로 동감이야. 아무리 그래도 방까지 같이 쓰라고 하진 않겠지. 약혼이라고 해도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니니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은 오히려 이렇게까지 양보를 했으니 저쪽에서도 양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우길 참이었다. 협상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주면서 자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는 것. 만약 어른들 쪽에서 거부한다고 하다면 자신도 동거를 확실하게 거부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믿니 마니 하지만 역시 같은 방을 써야한다거나 그런 조건을 내거는 것에 동의할 순 없었으니까.

"없어. 사귀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집에서 그쪽 집안과 약혼을 추진했지. 너네 집안하고 추진을 하겠어? 우리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다 하나같이 나름 이름 있는 기업의 자제들이나 집안들이잖아?"

나름 배려와 생각을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예의상 물어보는 것인지. 일단 적어도 지금 이 상황 때문에 괜히 더 일이 복잡하게 꼬일 일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며 알렌은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긁적였다. 아무튼 그 논리에 따라 그녀 쪽에서도 사귀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자신대로 한가지를 더 물었다.

"그러는 너는 어떤데? 사귀는 사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 그리고 추가적으로 하나만 더. 동거를 하게 되더라도 학교 애들에겐 비밀이야. 알려지는 순간, 분명히 너하고 나를 엮어대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애들이 늘어날 것 같거든. 서로서로 좋을 거 없잖아. 아니. 일단 나는 싫어. 이 관련으로 학교에서 이것저것 이야기 나오는 거."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알렌은 자리를 옮긴 후에 원래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이어 식탁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는 괜히 쓴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양옆으로 저었다.

"그냥 외식하자고 해서 나온건데 말이야. 하필 약혼 이야기일 것은 또 뭐야. 정말 어른들의 생각은 알아가도 모르겠어. 솔직히 말해서 이런 방식으로 약혼하는 거, 되게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 있다고 하더라도 나하고는 거리가 멀 줄 알았는데. 아. 물론 네가 무족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거 알지? 그냥...이렇게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싫어."

/아니야! 한 주 고생 많았어! 일레인주!!

36 일레인 - 알렌 (Z2vIhjtiyk)

2022-09-06 (FIRE!) 03:15:47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설마 그러겠어. 그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지."

사고를 조심하네 어쩌네 하면서 그딴식으로 몰아가는 건 너무 파렴치 한거 아닐까. 게다가 고등학생 둘인데 그런 걸 강요하면 범죄지. 그의 할머니도, 그리고 아마 알렌의 가족들도 대충 보아하니 크게 다를 것 없는 옛날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앞뒤 없이 굴 만큼 천박한 분들은 아니고, 아닐 거라고 믿는다.

"우리 학교 학생하고만 사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세상은 넓다고. 만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학교 학생도 있고, 학교 건널목에 있는 커피숍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근처 공원만 가도 만남의 기회는 넘치는걸. 그런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순 없으니까. 어쨌든 없다니 다행이다. 혹시 내가 본의 아니게 커플을 깨뜨려 놓는 걸까 봐 걱정했다고."

아무래도 알렌 벨포르마는 지나치게 넓은 사교 활동을 펼치는 타입은 아닌거 같다. 하긴 스쳐 지나가다 마주칠 때 보면 책벌레 범생이보다는 레벨이 높지만 방탕한 그룹 속에 섞이는 편도 아니었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위치에서 미래를 순탄히 쌓아올리던 도련님이라는 인상이었는데, 그것 마저도 일레인 자신과는 다르다.

"나? 만나던 애는 얼마 전에 찼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슬슬 자기계발에 힘 쓰면서 살아보려고 생각 중이었거든. 그런 의미에서 나도 알리기 싫으니까 입단속은 걱정 마. 알렌 벨포르마와 일레인 리버사이드가 약혼이라니, 알려지는 순간 학교가 발칵 뒤집어 질 걸."

껌처럼 씹히는 건 익숙하지만 소문은 퍼질 수록 몸집을 불린다는 게 문제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약혼은 서서히 기정사실화 되겠지. 그것 만큼은 절대, 절대, 절대로! 사양이다. 하는 말로 봐서는 상대도 다를 것 없을 거다.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버거워 보이는 것 같으니까.

"이해해. 나도 네 외적이나 내적인 부분에 불만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붙게 된 상황 자체가 껄끄럽거든. 휴, 옛날 분들 방식이란. 성인이 아닌 게 한이야. 이렇게 나올 때마다 예예 하며 따라야만 하는 게 슬플 뿐이지."

적잖이 충격 받은 듯 한 알렌을 보고 있자니 혼자만 속이 뒤집어진 게 아니란 사실이 체감돼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분위기만 보면 술잔이라도 부딪혀야 할 거 같은데, 밖에 어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게 아쉬울 뿐이다.
아쉬운 대로 일레인은 구김살 없이 깔린 테이블보 위로 손을 뻗어 미지근 해진 물이 담긴 유리잔을 집었다.

"어쩌겠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딱 1년만 버텨 보자고. 자, 건배나 한 번 하자. 파혼과 자유를 위해?"

알렌의 코앞으로 디밀어진 유리잔 안에서 물이 가볍게 출렁인다.

"짠?"

37 알렌 - 일레인 (gS1xi8RKH6)

2022-09-06 (FIRE!) 18:26:41

"어느쪽이더라도 내가 사귀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 쪽 사람들과 약혼을 추진했을걸?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무자비한 분들은 아니라서 말이야. 그러니까 그 관련은 걱정하지 마."

그녀의 말은 타당했다. 꼭 학교 내에서만 누군가를 사귀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허나 적어도 자신은 사귀는 이가 없었고, 자신의 부모님도 사귀는 이까지 깨뜨리면서 다른 이와 약혼을 추진할만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자신이 사귀는 사람도 없겠다. 잘하면 기업에 이득이 되겠다. 그런 계산하에 벌인 일이겠지. 그렇다고 쳐도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많은 감정을 작은 한숨에 담으면서 그는 괜히 머리를 긁었다.

아무튼 일레인 역시 사귀는 이도 없고 좋아하는 이도 없다는 모양이었다. 둘 다 비슷한 처지인 것일까. 거기다가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동일했다. 아마 1년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이 상황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허나 방심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고로 방심하는 이들은 언제나 큰 낭패를 보지 않았던가. 자신과 그녀에게 있어서도 그 사실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황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이 사실이 비밀로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라던가. 기타 등등.

"지금 상황을 보면 성인이 되어도 마냥 우리 맘대로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이 1년을 어떻게든 버텨서 다시는 약혼의 약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좋아. 짠 하자. 짠."

물이 담긴 유리잔을 집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렌은 피식 웃었다. 이내 그 역시 유리잔을 잡고 살며시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쨍. 경쾌한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 유리잔을 다시 자신의 입으로 가져오며 입 안에 든 물을 마신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어른들에겐 내가 설명할게. 일단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도 요구하는 것으로 말이야. 일단 어른들에겐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협의봤다는 식으로 대충 이야기를 할게. 그러면 저쪽도 더 뭐라고 하진 못하겠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한다면 귀를 기울였을 것이고 더 말이 없었다면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어쨌든 언제까지나 어른들을 밖에 세울 수도 없었고 일단은 외식을 왔으니 밥을 먹어야 할테니까.

38 ◆88rEaxK8U. (SFIQuJ7SWc)

2022-09-10 (파란날) 19:42:17

일레인주야. 설명하기 어려운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려울것 같아 레스 남겨둘게. 짧았지만 즐거웠고 좋은 명절 보내길 바래.

39 알렌주 (XIx7yXdOP6)

2022-09-10 (파란날) 21:07:29

확인했어.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첫 일상도 끝나지 않았고 소재도 아깝고 캐릭터도 아까운만큼 아마 저 소재로 재활용을 할 것 같으니 그 점은 양해바랄게. 일단 마찬가지로 즐거웠고 좋은 추석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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