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복판에서 열망자가 튀어나오는게 말이 되냐? " " 예배까지 벌이면서 아주 나 잡솨주소 하는데 아무것도 못 한 게 말이 되냐? " " 요즘 편하다고 기억이 아카데미 시절로 회귀했냐? 니네 레벨 2, 3시절 할 실수를 왜 지금 하냐? " " 시민희생 어떻게 할거야. " " 아니 하.. 그래. 유찬영님도 말씀 없으셨으니. 어쩔 수 없긴 한데 " " 근데 하.. 이게 말이 되냐고 어? "
" ...아니" " 저런 녀석보다, 그 사람을 열망자로 끌어들인 놈이 있을거야. .. 난 그 녀석을 찾아내겠어 "
태식의 배려에 준혁은 고갤 저어댑니다. 이 분노와 증오의 응어리를 가지고 더 강해질겁니다. 어쩌면 자신의 가문 일인데도 열심히 도와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를 느끼고 유해질지도 모르겠네요.
요한은.. 자신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눈치챘습니다. 무슨 수를..어떻게든.. 하지만 그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의 신은 그에게 답해주지 않았습니다 불타는 소리와..숨소리 그것만이 요한에게 정답을 알려주었습니다. - 너는 실패했다. 라고
모두의 일격에 넝마가 되어가는 요한의 눈 앞에, 태식의 대검이 내려찍힙니다.
그들이 원하는 죽음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의 몸을 불태우는 화염까지 꺼트린 그가. 조용히 그를 내려다 봅니다. 열망자 하나는 수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화랍시고 죽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떤 사람들의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태식은 모든 열망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죽이고자 다짐했습니다. 물론 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
예비사제 요한이 고갤 떨어트립니다. 이로써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태식이..대검을 거두고 일행에게 다가가 부상자를 부축해주기 위해 다가갑니다
" 흐힛.. "
하지만, 강당 끝에서 울려퍼지는 기분나쁜 웃음소리에 다섯 모두가 요한을 바라봅니다. 요한은 불타버린 몸을 겨우 이끌고..자신의 몸에 새겨진 붉은 문장을 보여줍니다.
" 정화와 불꽃, 지혜의 신을 위하여.. "
성대가 불타 다 갈라진 목소리를 겨우 꺼낸 요한이 최후의 최후 까지 와서, 자신의 마지막 수를 꺼내 보입니다. 비록 예비사제의 후계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이곳에서 대의를 끝내지만. 자신은 정화되었다. 정화되어 훌륭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요한을 막기 위해, 일행이 다시 다가가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푸른 섬광과 함께, 불타버린 마루바닥에 검흔이 새겨지며, 곧 투명하고 시린 잔상이 요한의 허리를 지나 정화를 위한 문자를 베어버립니다. 요한 스스로가 베였다는 것을 눈치채기도 전에, 남자는 몸을 돌려 요한을 저 멀리 걷어 차버렸고,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 기분나쁜 검붉은색의 덩어리가 소름끼치는 곤충마냥 입을 쩌억 벌리더니 요한을 집어 삼킵니다.
불은 고요하다. 때론 피어오르고, 때론 몸을 숙이긴 하나. 결국 모든 것이 타오르고 불태운다는 결과물로써 귀결된다. 꺼지지 않는 한 불길이 너울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진리는 그들이 믿는 신 앞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타닥, 타닥, 작은 모닥불 안으로 땔감 하나를 내던진다. 더 타오르지도 꺼지지도 않는 불꽃은 그것을 제 품 안에 끌어안은 채 조용한 칭얼거림을 시작했다.
" 왜 보내주었나. "
모닥불로 땔감을 집어넣은 남자는 자신의 반대편을 바라봤다. 땔감을 넣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가만히 바라보던 자에게 물었다.
" 불을 다루는 이들은 누구나 불이 켜지고 꺼지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
의문스런 말을 내뱉으며 그는 빙긋 웃었다.
" 저는 단지 그의 불이 더 타오를 수 있을까 하여 보내주었을 뿐입니다. 더욱 타오를 수 있길 바라며.. 이, 땟목을 집어넣었을 뿐입니다. " " 젖은 땔감임을 모른 것은 아닐텐데. "
타이르듯 그는 자신의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책망하는 듯한 눈빛이 보였다.
" 화로를 다루는 이가 그것을 모른다면 화로지기가 될 수 없지요. "
그러나 그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육체는 덕지덕지 붙은 불순물 투성이의 것이다. 정화된 영은 순수한 지혜에 도달할 수 있으나, 더러운 것이 덕지덕지 붙어 순수한 진리에 도달하는 길을 가렸으니. 광물에서 순수한 쇠를 뽑아내듯 그들은 불꽃을 피워 인간의 더러운 육을 정화하고, 순수한 영혼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했다. 그러니 이 세상은 거대한 화로와 다르지 않고 자신들은 이 화로에 불을 붙이는 화로지기와 같다. 진리에 도달시키기 위해 불길에 몸을 내던지고, 더러운 육신을 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화로지기는 무엇이라도 될 수 있어야만 한다. 때론 순수한 불이며, 잘 갈무리된 길이어야 하고, 때론 마른 땔감이 되어 더더욱 불을 키우기도 해야만 한다.
" 새 화로지기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음을 알 터. "
그래서 그 말에 수긍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게 답했다.
" 자중하라. 신께서 쓰실 화로지기를, 네 지혜의 충당을 위해 휘두르지 말지어다. " " 자중하지요. " " 석 달간 근신하라. 자네에게 오물 청소의 형을 내리겠다. "
그는 자신의 형을 받아들인다는 듯 고갤 끄덕이며 멀어졌다. 그와, '그 후보'에게 있었던 일을 남자는 모르지 않았다. 어쩌면 질투였고, 어쩌면 그 일의 굴레를 끊으려는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한 명의 화로지기. 자신의 사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신께서 쓰시는 자리. 세상의 오물을 태우는 화로지기는 그렇기에 순수함을 강요받는다. 축복을 받아 정화된 육신은 불에 고통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그 육신이 완전히 깨끗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타오르는 모닥불 속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 곳에는 흐릿한 연기에 휩쓸린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거기에 남자는 땔감 하나를 더해넣었다. 흐릿했던 장면들이 천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고요를 꿰뚫는 총성이 울렸다. 바위 속에 용암을 품던 거인의 포효가 토해지고, 바위와 같은 검이 휘둘린다. 감정 없는 검사의 감정이 검 위에서 춤을 추고, 그 틈을 메우려는 듯 한 자루 창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안에서 조금은 닮은, 그 얼굴을 찾은 남자는 불꽃 속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따금, 속삭임이 들리는 듯 고통을 호소하는 그 모습에 남자는 손을 들어올렸다. 작은 불꽃이 그 손 위에서 피어올랐다.
" 진리란 감당할 수 있는 자에게 주어져야 마땅할 것이니. "
그는 손 위에 피어오른 불꽃 위로, 반댓손을 올려 비볐다.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 헛된 지식만큼, 오물을 더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
잠시동안 튀어오른 불꽃에 의해 어둠에 가려졌던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화상에 의해 흉측하게 뒤틀린 얼굴, 그러나. 어쩐지 슬퍼보이는 듯한 얼굴이 잠시 비추고 사라진다.
" 신께서 안배하신 화로 속에서 그대가 우리와 함께 진리를 걸을 것인지. 아니라면 오물을 지고 타오를 것인지는 신께서만 알 것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