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리고 푸르른 바다에 몸을 누인다 있을 리 없는 생명을 바라보며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는다 찰나의 평온은 그 어떤 시간보다 달콤하니
이것은 신비하고 기이한 꿈에 떨어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붉은 바다를 위해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B6%89%EC%9D%80%20%EB%B0%94%EB%8B%A4%EB%A5%BC%20%EC%9C%84%ED%95%B4 무림비사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한치의 흔들림 없이 야견을 바라보는 한쌍의 붉은 눈. 아유미가 말했던 머나먼 미래, 붉은색을 띤다는 바다가 저런 빛깔일까. 평소의 그라면 이 시선을 부담스럽게 여겨 실없는 농담이라도 걸며 멈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일까. 지금의 그는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아이가 건네는 뜻 모를 이야기를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었다.
어느새부터였을까. 부와 명성, 그리고 힘과 같은 알기 쉬운 가치, 다시 말해 출세를 추구하게 된 것은. 간부의 자리에 오르고부터? 파계회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 그것도 아니면 우연히 무공을 접하고 배우면서부터?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야견에게 있어 그것들은 수단이었음이 분명하건만 어느새 목표가 되어있었다.
안개처럼 자욱했던 야견의 잡념이 점차 사라진다. 어쩌면 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답은— 자신의 안에서 간절히 되찾아야 하는 것일지도
“....이봐. 아유미 꼬마. 무슨 소리야. 통제라니? 계획이라고? 왜 그런 것들에 얽매여있는건데. 넌 애라고. 그런 골치 아픈건 어른들에게 떠맡겨버리면 되잖아.”
화광반조였을까. 아주 잠깐 밝아진 의식은 아유미의 많은 것을 단념한 듯한 이야기에 다시금 흐려진다. 아니, 흐려진다기 보다는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마치 생생한 꿈에서 깨버리는 그 순간과 같이 과거와 현재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이 엮이고 섞인다. 그러나 야견은 확실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썩을 세계에 대한, 불합리에 대한 짜증이였다.
“왜 너희들이 그 망할 세상을 지켜야 하는건데”
그리고 야견은 잠에서 일어났다. 처음 불경을 외우던 절벽에서. 아마 경을 외우다 지쳐 짧은 잠이라도 잔 것이겠지. 무언가 아주 생생한, 현실과 같은 꿈을 꾼 것만 같은데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금강경을 외다보니 정신이라도 나간 것일까. ...그러나 하나는 기억이 난다. 누군가가 떠나가며 말했던 그 한마디가. 그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허무한 얼굴로 푸른 색의 바다를 보며 대답을 돌려주는 야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