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리고 푸르른 바다에 몸을 누인다 있을 리 없는 생명을 바라보며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는다 찰나의 평온은 그 어떤 시간보다 달콤하니
이것은 신비하고 기이한 꿈에 떨어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붉은 바다를 위해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B6%89%EC%9D%80%20%EB%B0%94%EB%8B%A4%EB%A5%BC%20%EC%9C%84%ED%95%B4 무림비사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오오, 못 들었는가? 3일 전에 근처에 선녀님이 내려오셨다네! 촌장님과 마을 사람 전부가 목격했어, 틀림 없다네! 3일간 줄곧 누워계셨지만, 그 상황은 마치 하느님께서 구원을... 이럴때가 아님세. 함께 가보지 않겠는가?"
오지랖 넓은 아저씨로 보이는 화전민이 고블에게 이야기를 나누는 새에, 카에데는 촌장과 대면을 하고 있었다.
"오오, 선녀님... 갑작스러우나 저희에게 오신것은 필시 뜻이 있으실 터, 하늘이 도와주시옵소서, 저희 화전민은 1994년 LA에서 부터 왔으며 그런 저희들은 이거 어차피 상관없는거니까 아무말이나 해도 되겠지 저희 성원을 필시 받아주시옵고 제 딸아이가 수능 만점을 받길 도와주시옵소서..."
...그렇지만 카에데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 네...?]"
그러하다. 중국에 가본 적이 없고, 중국어를 배웠을리 만무한 카에데, 이 말을 알아들을리 없다.
평범하게 사람 좋아보이는 이 아저씨, 보통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이야 고불이 사람으로 보이든 짐승으로 보이든 경계를 하기 마련이다. 겁을 먹어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있어도 이토록 태연하게 고불을 지나가던 여행객 정도로 취급하는 저 여유라니, 이 마을 보통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무림과 관련이 있기에 스스로 자신이 있는 것이던가 아니면..마을에 선녀가 내려왔기에, 선녀가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확신을 가지는 것일까? 귀찮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상당히 흥미가 간다.
"고불..선녀가 진짜 있다?" 고불은 본래의 목적이야 가볍게 한 켠으로 밀어두기로 했다. 그야 이런 마을에는 걷이갈 몇 푼보다 선녀와 관계된 일이 훨씬 더 가치 있음은 너무나 지당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 그렇게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그곳에는 생전 처음보는 요상한 양식으로 된 제단 같은 것 위에 웬 어린 여자 아이가 신비로운 옷을 걸친 채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이었다. 가히 하늘에서나 입고 내려올 법한 새하얀 옷, 선녀의 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정작 그 주인공인 소녀는, 마을 주민들과 대조적으로 여유라곤 전혀 없는 표정인 것이 뭔가 잘못된거 같다. 직접 내려온 것이라면 좀 더 여유와 기품있는 태도로 마을 사람을 대하지 않았을까 혹은 그저 선녀 중에도 낯가람이 심한 분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하는 고불의 편견일 뿐일까.
침묵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건지 재하 이어지는 반응에 잠시 긴 속눈썹 팔랑이듯 눈 한 번 깜빡인다. 음, 이 아이는 서로 기감을 읽느라 침묵하는 걸 아는 무림인이 아니니까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그쪽 세상에 찌들었던 건지. 때문에 재하는 잠시 고민했다. 진짜로 믿느냐는 질문에 답할 이유로, 과연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 거짓말까지 간파할 수 있음을 알려줘도 괜찮은 것인지. 결론은 꽤 쉽게 났다.
"거짓이었다 해도 믿을 겝니다."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짧은 식견이지만 무림인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알려줘봤자 무림인이 아닌 사람도 경계할 것 같았다.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봤자 무엇 하겠는가. 무엇보다 재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진실로 판명 난 지 오래이나 아이라면 거짓말이라 한들 한 번은 믿어주고,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것이 고질적인 심성이었다. 어른이라면? 본인 책임을 다할 나이인데 감당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다. 죽든지.. 제법 불경한 생각을 뒤로 하며 재하는 서글 웃는 낯 유지한다.
"이대로면 보는 눈이 많아져 방해가 될 터이니 다시금 부르기 전까지는 물러나시어도 좋사옵디다." "천유.. 양월."
땅을 울리는 소리를 뒤로 재하는 고개를 돌린다. 진정 다른 곳에서 왔다면 궁금함이 불쑥 치솟는 것이 당연했다. 재하 다소곳이 손 모으며 웃는다. 한 걸음 내디디며 보폭을 맞춰준다. 작은 배려다.
"저잣거리는 물건을 파는 상인도 있고, 가장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습지요. 이곳은 그러한 곳입니다. 저잣거리를 둘러본 뒤엔 별다른 것은 없사와요. 저잣거리, 집, 울창한 숲.. 그나마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을 모시기 위한 장소가 존재합디다. 어찌 보면 지루한 곳이지요."
그렇기에 강호에 뛰쳐드는 사람이 많은 걸까. 재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뒤로 나지막이 물었다.
"아씨 또한 바다를 처음 보시었는지요?"
선계에선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아니, 설마 선계 사람도 아닌 걸까? 궁금해졌는지 눈이 동글 뜨인다.
...뭐지? 분명 허공에서 소리가? 전음은 아니다. 분명 실제로 소리가 나왔다. 다만, 소리가 나올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정말 선녀라 가능한 기이한 작용일까? 고불은 도저히 스스로의 머리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꾸 언제가 이런 상황을 겪은 것 같은 기시감도 들었다.
물론 착각일 것이다. 이런 놀라운 상황을 고불이 이미 겪은 적이 있다면 잊을 수 있을리 없다.
결국 고불은 직접 나서보기로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무림에서 조심해야 할 상대로 손에 뽑힐 느낌이나 이 기이한 경험을 이대로 허무하게 날리는 일도 있어서야 되겠는가.
"고불! 너, 선녀 맞다? 선녀가 뭐다 고불?"
고불은 사람들 틈에서 불쑥 앞으로 튀어올라 정체불명의 소녀 앞에 탁 내려앉으며 물었다. 마을 주민들이 최소한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상 제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다들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고불을 바라봤지만, 당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선녀님의 처분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으로 선녀님의 뜻이라면 그들은 무인에게도 덤벼들 마음가짐일지 모른다.
거짓이어도 믿을 거라는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어쨌든 믿어주긴 한다는 거니까 나쁘진 않은 거겠지? 설마 거짓말이라고 비꼬는 건... 뭐, 비꼬는 말이었다한들 크게 반감은 없는 게, 지금 상황은 내가 봐도 거짓말 같은 상황이긴 하니까. 에바에 탄 채로 떨어진 곳이 과거의 외국이라니, 초호기랑 플러그 슈트를 제외하면 소지품도 아무것도 없다니 진짜 에바야... 차라리 거짓말인 쪽이 좋겠어...
"...방금 그건 무슨 말이에요? 헤어질 때 하는 인사? 어- 뭔가 비슷하네요. 사람 사는 곳은 대체로 다 비슷하구나...“
천유양월? 사자성어 같은 느낌이네. 근데 돌려보내는구나... 저번의 그 용처럼 확 나타났다 확 사라지는 건 아니네. 좀 아쉽다. 용에 탔던 것처럼 어깨에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 사라지는, 아마도 영물로 보이는 쪽을 바라보다 시선을 다시 돌렸다. 그러는 김에 약간의 질문도 같이 꺼냈다.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사말 같은 것은 외워두는 쪽이 좋을거고. 물건은 파는 사람이 있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집과 시장이 있고 신을 모시는 장소가 있다... ...뭐야 평범한 곳이잖아. 신도쿄시에도 신사가 있고, 집도 있고 상점가도 있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얘기겠지. 시대가 바뀌어도 시간이 흘러도 말이다.
"음- 바다 자체를 처음 보는 건 아닌데, 파란색 바다는 처음 봤어요. 원래 있던 곳은 바다가 붉은색이고,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여긴 굉장해요! 하늘처럼 새파란 색에, 안에서 풀도 자라고 엄청 신기해요! ...근데 또한, 이라는 건, 어... 바다를 못 보셨던 건가요? 아니면 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뜻인가요...?“
'아씨 또한 바다를 처음 보시었는지요?'라니, 그럼 이 사람도 바다를 못 봤던 건가? 아니면 나랑 같은 사람, 붉은색 바다밖에 못 봤다고 한 사람이 또 있다는 뜻인가? 후자라면 이건 나만 과거로 온 게 아니라 나랑 같은 곳에서 나처럼 과거로 떨어진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 이건... 엄청 신경쓰이는데.
여러분들께서 크오 기간을 연장하시길 원하신다면 아직 일상을 못 돌리신 레스주분들을 위해 김캡께 크오 기간을 금요일까지 연장하는 건 어떠신지 의논을 제의해볼 것을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이 레스는 아직도 현생이 끝나지 않아 답레를 쓰기 시작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성되었습니다.....(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