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질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메시지이기에 자신이 누군지 직접적으로 쓰면 안됩니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이 스레는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계산을 하는 사이 나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과연 그가 그녀의 말을 들어줄까. 아닐까. 밖으로 나가보면 알 거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나가서 마주하니 실상은 달랐다. 그녀가 계산한 밥값을 현금으로 꺼내 내밀며 이 이상 시간을 내주는 것을 거절하는 성규를 보고 그녀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시간을 내어주기 싫다 하니, 이대로 보내는 것이 맞을까. 실수를 정정하지 않고 비틀린 오해로 남겨두는 것이 과연 옳을까.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 사이로 날카롭게 꽂히는 환청이 있었다. 여전히 소름끼치도록 이기적이라던 그 차가운 목소리. 푹 꽂힌 말은 그녀의 심장을 얼렸다.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그럼 짧게 끝내겠습니다."
그녀는 돈을 받지 않은 채 말하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정중히 사죄의 행동을 취했다.
"근래 다소 불쾌한 일이 있어, 그로 인한 좋지 못한 사감을 내비쳐 불편하게 하여 죄송합니다. 제 부족한 사회성 탓에 의견을 표하는 것이 미흡하여 실례를 끼쳤습니다. 이제와서 하기에는 늦은 말이긴 하나, 약속 장소를 미리 잡아주신 점, 꽃을 준비해주신 점, 말하지 않은 부분을 배려해주신 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과를 마치고 허리를 세운 그녀는 조금 어설프게 들고 있던 꽃다발이 떨어질라 조심히 고쳐 들었다. 한차례 성규를 올려다보고, 식사값을 든 그의 손을 조심스레 되돌려준다. 식사는 이전의 답례라며 말을 덧붙였다.
내민 돈을 받는 대신, 짧게 끝내겠다면서 하려던 말인 듯한 말을 꺼내놓는 영월을 보며, 성규는 피곤함을 넘어 슬슬 짜증이 나려 하는 것을 느끼며 긴장을 풀었더라면 구겨질 뻔한 미간을 평평하게 유지했다. 조금 전 자신이 무어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계산할 때나, 지금 더 대화하기 싫다고 했음에도 짧게 끝내겠다면서 기어이 할 말을 하는 점이나, 참 일방적이다 싶었다. 그러나 그걸 지적할 만큼의 기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성규는 영월이 사과를 마치자, 짤막하게 대답했다.
"사과는 됐습니다. 무슨 숙제도 아니고, 받고 싶지 않네요."
정석적이라면 정석적인 사과였지만, 받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거니와, 있었다고 해도 쓸데없는 배려라고 화를 내던 모습을 믿어야 할지 지금처럼 정중하게 사과하는 쪽을 믿어야 할지 정하기도 어려웠으니까. 영월이 일전의 쿠키에 대한 답례라며 밥값을 돌려주는 것을 거절하자, 성규는 군말 없이 지갑 안에 현금을 다시 넣었다. 비슷한 경험을 친구에게서 그냥 고된 일일 알바 한번 했다고 치고 정리하니 편했다는 말을 들은 게 생각났거니와, 무엇보다도 더 이상 실랑이 비슷한 것이라도 하는 건 사양이었다. 성규는 편히 쉬라는 인사에 묵례로 답하고, 영월이 돌아서자 자신도 뙤약볕 속으로 걸음을 떼었다.
마냥 철없고 허랑한 마음. 강청은 그것을 회의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마냥 철없고 허랑한 마음 때문에 내면이 완전히 거덜나버린 자신의 내면을 짚어보자면, 또 누군가 자상한 사람이- 자신같이 망가진 사람에게 별 동기도 없이 선뜻 말을 붙여올 수 있을 정도로 자상한 사람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어서. 그래, 미각을 잃어버렸어도 그런 일을 씁쓸하게 여길 만한 감정적 말미 정도는 그에게 아직 남아있었다. 남아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호승심어린 상냥함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청은 다 타버려 가볍게 힘만 주면 부스러질 삭정이같은 말이라도 쥐고 소금에게 말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역시... 순순히 '좋으실 대로 하시죠'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그 동기가 잘못된 결말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니까요. 가치있는 데에 투자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잘못된 결말. 그 표본이 지금 소금의 눈앞에 있었다. 삶의 목표도 보람도 잃어버리고, 삶의 주도권을 놓쳐버리고 마음이 죽어버린 채로 남겨진 몸뚱아리만을 가지고 물리적인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뿐인, 인간의 자격을 잃은 사람이. 그는 카드를 내밀어서, 리조또에 쓸 식재료까지 모두 계산한 강청은 소금이 우유 묶음과 생수 묶음을 컨베이어 위에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소금 씨처럼 상냥한 사람이면 더욱."
하고, 강청은 무거운 봉투를 가뜬히 거머쥐고 들어올렸다.
"돌아갑시다."
마트가 말 그대로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는 상가 마트급으로 기숙사에 가까이 있었던지라, 돌아오는 길은 그럭저럭 같이 걸어서 돌아올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