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질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 메시지이기에 자신이 누군지 직접적으로 쓰면 안됩니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이 스레는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13 서로의 방이 마주보는 형태로 있으니까 방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마주쳤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둘 중 하나가 다른 이를 보기 위해서 기다렸다는 느낌으로요. 만약 기다린다면 아마 은석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린이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좋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여름의 해는 너무 뜨겁다. 밖에 나가기 두려워지는 날씨이지만 아린은 이주변 산책로가 좋아 오후 느즈막한 시간대를 골라 산책을 다녀왔다. 아린은 사실 그렇게 밖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산책을 즐기게 된 것은 은석의 영향일까?
느즈막하게 나간다고 해도 햇볕은 싫었기 때문에 흰 양산을 썼었다. 머리카락은 방해되지 않게 동그랗게 말아 하나로 올려 묶었다. 얇은 레이스 소재의 흰 민소매 원피스는 더운 여름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고 눈 색과 비슷한 색의 패디큐어를 한 발은 샌들 속에서 맨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웠지만 산책은 느긋하고 즐거웠기에 아린은 기분이 썩 좋은 상태였다. 단정하게 묶은 양산을 한 손에 들고 이제 씻고 쉴 생각으로 방으로 향하던 중, 아린은 방 맞은 편에 서 있는 은석을 발견했다.
"아..."
지금껏 마주치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지. 아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땀에 젖어 뺨에 달라붙은 옆머리를 정리하다가 다시금 은석을 봤다.
"안녕."
깜빡깜빡 눈을 감았다 뜨며 바라보는 눈동자는 여러 감정이 뒤섞였겠지만 드러내지 않고 삼켜버린다.
지금껏 사정이 있건 어쩔 수 없었건 피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이 자신 쪽이었건, 상대 쪽이었건. 하지만 역시 은석으로서는 계속 피해다니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에 서로 이야기를 하고 협의와 합의를 하고서 참석한 것이었고 방도 마주보는 구도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결국 이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전 연인을 모르는 척, 무시하면서 보낼 수는 없는 구도가 아니던가. 사실 그것을 떠나서라도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는 것은 그로서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은석은 오늘이야말로 아린과 마주보고 얘기를 나눠보려고 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이득일지 손해일지. 아니면 그녀에게 있어서 이득일지 손해일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녀와의 관계에서 이득과 손해를 따지고 싶진 않았기에 그저 그는 무작정 복도에 등을 기대고 기다렸다.
발소리가 들렸고 자연히 은석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여성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진실게임을 했을 때 마주했던... 그리고 그 이후는 지금 이 순간까지 마주할 수 없었던 모습이 보이자 그의 마음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허나 그 감정을 내비추지 않으려고 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좋은 오후야. 아린 누나."
누나라는 호칭은 사귀건, 사귀지 않건 사용할 수 있는 호칭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굳이 그 호칭을 바꾸지 않았다. 자신 쪽에서 찔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후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색함.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그 두 감정을 느끼며 그는 다시 숨을 내쉬었다.
"안 바쁘면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우리 한 번은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 정도는 나눠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싫다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이 프로그램의 룰. 그것은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할 수 없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의사를 먼저 물었다.
아린은 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린으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실게임에서 말했듯 은석이 보고싶었고, 잘 지내나 확인하고 싶었고. 그 뿐이었다. 은석을 봤고 또 약 2달간 볼 것이었고, 지금까지로 봐서 자신과 달리 잘 지낸 것 같았기에ㅡ게다가 다른 누군가를 새로 만날 생각도 있는 것 같았다ㅡ 아린으로서는 불쾌하면서도 안심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은석에게 물었다. 사람사이에 있는 워밍업같은 게 없는ㅡ예를 들어 날씨 이야기같은ㅡ 직설적인 화법이었고, 이는 은석에는 불편하면서도 익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헤어지고 나서 제대로 마주한 적은 그다지 없잖아. 그러니까 이야기 나누고 싶은 거지. 정 주제가 필요하다면... 그래. 앞으로 어쩌고 싶은지라던가."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한 것은 바로 그녀였다. 그에 대해서 동의를 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고. 물론 자신은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보다는 지금의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더 정확히는 자신이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아직 납득하지 못하고 있고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에 가까웠지만 그녀는 과연 어떨까. 이리저리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그리고 누나도 나에게 이것저것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진실게임 때 지은 표정. 아직 기억하거든."
술을 먹긴 했지만 그럼에도 눈에 담고 있던 것은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생생히 떠올리면서 그는 약하게 숨을 내뱉었고 가만히 자신의 방을 바라봤다.
"복도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좀 애매하네. 방으로 들어올래? 들어와도 뭐 별 거 없지만. 내키지 않으면 안 들어가도 괜찮고."
일단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의사가 중요했다. 다시 한 번 그대로 물어보면서 은석은 아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미소는 그다지 밝진 않고, 조금은 쓰린 느낌의 미소였다.
아린은 잠시 바닥을 내려다봤다. 앞으로 어쩌고 싶은지라.... 함께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는 건 헤어지기 전에 끝난 것 아닌가. 은석은 자신이 묻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글쎄..... 오히려 은석이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린은 하고싶은 말을 그저 꾹 삼켜버린다.
"응. 아메리카노 한 잔 부탁할게. 아이스로."
그럼에도 같이 이야기하자는 말을 거절하지 못하는 건 역시 미련이 남은 탓일까. 은석이 커피메이커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알고 있었다. 복도에 나는 원두나 커피 내음이라거나, 또 은석이 이런 곳에 올 때 가지고 오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이라거나. 아린은 달달한 위주의 커피나 음료를 마셨지만 아무래도 이런 곳에서 부탁하기에는 애매하기도 했고 단 것이 당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커피를 맡겨논 것처럼 당당하게 달라고 하는 건 이전의 습관 같은 걸지도 몰랐다.
아린은 은석이 방문을 열면 자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 앉으라는 곳에 앉고 은석이 커피를 내린다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봤을 것이었다.
달달한 커피가 아니라 쓴 맛이 도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모습이 그에겐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그 동안에 그녀의 취향이 바뀐건지, 아니면 지금은 편하게 원래 먹던 것을 먹고 싶지 않은 것인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또 반갑게 느껴져서 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아는 아린의 모습이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면 그녀의 방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벽지와 가구들이 비슷한 구도로 배치되어있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방을 제작진 쪽에서 준비하는 이상 아무래도 방의 구도나 가구 배치는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커피를 끓일 때 사용하는 커피 메이커와 커피를 끓일 때 쓰는 원두. 그리고 기타 그의 개인 물건들이 있다는 것 정도일까. 일단 식탁에 앉으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원두를 내온 후에 아메리카노를 끓이는 것에 집중했다. 이리저리 말을 할 것은 있었지만 지금은 커피 끓이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지금 여기서 말을 하기보단 커피를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 마주보고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까.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그는 커피잔 두 개에 아메리카노를 담고 얼음을 띄웠다. 아무래도 카페에서 만든 것보다는 조금 양이 적었고 맛과 향이 조금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다른 음료는 아니었다. 이내 그는 그녀의 자리에 커피잔을 하나 내려놓고 자신은 맞은편 자리로 간 후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어 그는 그녀를 마주보며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에서 낸 것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어느 정도 양해해줬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환경도 다르고, 이것저것 도구도 부족하니 말이야. 물론 그래도 맛은 날거야. 누가 끓인건데."
괜히 웃으면서 자부심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긴장한 마음을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랬으니 그녀는 눈치챌 수 있었을까. 뒤이어 그는 다시 한 번 숨을 약하게 내뱉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묻고 싶었어. 누나는 정말로 내가 잘 지내는지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여길 제안한거야? 아. 이건 탓하는 거 아니야. 그냥... 묻고 싶었어."
물론 진실게임에서 그렇게 답을 하긴 했지만 순전히 그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그는 그렇게 질문했다. 그야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은가. 전 연인에게 다른 사람과 만날 수도 있는 연애 프로그램에 참여하자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정말로 단순히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확실하게 그녀에게 듣고 싶었다. 물론 답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39 아마도 그렇겠지! 의도치 않은 작품 제작 과정 공개! >>41 하긴 타이밍이 그랬지ㅋㅋㅋㅋ 맞아 그래서 더 기대가 돼. 나중에 아린이랑도 꼭 만나보고 친해져서 초상화도 그려주고 싶다~ >>43 확실히 일상하면 예상을 넘어선 모습이 많이 보이지 개인적으로 그게 참 즐거워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