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안 An 나이: 2000세 이상 성별: 남성체 종족: 용. 드래곤이 아니라 용. 한때 최북단의 바다에 살던 빙룡.
외모: 발끝 너머까지 뻗은 푸르스름한 백발, 눈처럼 희고 얼음처럼 고운 살결, 큰 키와 빼어난 용모. 시린 겨울 바다를 닮은 눈동자는 때로 파도 치듯 그 색이 변하고는 했다. 대부분의 인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눈높이가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맨손은 놀랄 만큼 차가워 늘 가죽 장갑을 착용. 하… 이외 대충 잘생겼단 설정
성격: 불멸하는 용족 특유의 오만함은 진작 버렸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는 대신 자애와 연민을 배웠다. 필멸자의 불완전성이, 태초부터 얼어붙어 있던 빙룡의 심장을 녹인 것이다. 다만 여전히 이질적인 사랑의 방식은 결국 그가 인간 사회에 완전히 섞여들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특징: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진,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보육원 ‘부활의 집’을 운영하는 남자.
종족과 국적 불문하고 연고 없는 아이들을 직접 데려와,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낸다. 그는 부활의 집 아이들에게 아버지라고 불리며, 안이라는 이름 외에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다. 종종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은 이 ‘아버지’를 보고 어딘가 기이함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손에 끼고 있는 장갑 이외에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맨살을 드러내지 않는가 하면, 보육원이 있는 산에서 아주 먼 곳에서부터 데려온 아이도 있고,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일관된 시간표도 없는데 굉장히 건강하게 잘 자란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새 보호자가 아이를 데려가면, 아이가 커서 독립할 때까지 안부 편지를 보내 온다. 언제나 일관된 문체, 필체, 서명으로…
양부모가 입양한 아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보육원 지하에는 안 씨(이제 아버지가 아니니까)가 절대 못 들어가게 하던 방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어떻게 데려오는지는 비밀이라고도 하고. 누군가 이를 수상히 여겨도, 안의 행적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기타: 달노도님 이자벨라의 자장가 듣고 캐 짰음 https://youtu.be/-7AMMFFiGLU 옛날 옛적 북쪽 바다에는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빙룡이 살았다. 그는 자기가 살던 바다를 벗어나지 않았고, 오직 그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기만 하였다. 인간들은 그를 두려워했고 용이 보이지도 않는 저들의 마을에서 경배를 바쳤다. 마을에 살던 어떤 인간 소녀가 물었다. 왜 얼음 용을 숭배하지요? 그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야. 인간 소녀는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지만 설원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매일 종이를 접어 용이 산다는 방향으로 날렸다. 종이에는 이렇게 썼다. 용이시여, 당신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나요? 저를 태우고 아주 멀리 날아가 주세요. (-) 올림.
빙룡이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킬 때 그 종이는 마침내 닿았다. 용은 글자를 읽었지만 답장을 보낼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무시했더니, 소녀가 그 병약한 몸을 이끌고 직접 찾아오려는 것이 아닌가. 천리안을 가진 용은 그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제 권위에 대한 경미한 도전에, 용은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 할 심산으로 눈밭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구한다.
인간형을 취한 빙룡을 앞에 둔 소녀는 그것이 자신이 찾던 용임을 꿈에도 몰랐다. 그저 죽다 살아남을 다행으로 여기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혼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나 하고. 용은 어째서인지 이 소녀에게 흥미가 동했다. 말로만 경배한다며 찾아올 생각은 않는 이들보다, 자신을 알아볼 수도 없고 제대로 신앙하지도 않지만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그녀에게. 빙룡은 소녀를 등에 태우고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따뜻한 남쪽에서 요양하게 했고, 서역의 진귀한 보약을 주었고, 동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였다. 소녀는 빙룡을 안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차가워도, 밖보다 따뜻한 안이라고.
소녀는 무사히 성년을 맞은 여인이 되었고,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여인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녀에게도 여의주를 주어 불멸을 선물하려 했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은 안에서 따온 아나스타시아. 여인이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나 천상의 삼신할미가 경고했더라. 용의 아이는 몸 약한 일개 인간 여자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녕 아이를 갖고 싶다면 새 부모를 원하는 아이를 데려와라. 빙룡은 고개를 저었으나, 분명한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컸다. 아내는 아이를 낳다 죽을 지경이 되었다. 할미는 다시 이야기한다. 저승차사 오기 전에 네 여분 여의주를 아내 입에다 넣으면 아내가 살고, 아니하면 그녀는 반드시 죽는다. 일러 준 대로 실행한 용이 물었다. 아이는 어떻게 되나? 할미 표정이 좋지 않다. 내가 아내 얘기를 했지, 아이 얘기를 했던가? 아이는 뭘 해도 세상 빛을 못 보게 되어 있어.
그리하여 빙룡은 아내와 아이의 시간을 얼렸다. 시간이 흘러 제 힘으로 그들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가장 튼튼한 얼음 안에 넣어 지킬 테니까.
안은 두 사람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얼어 있는 방 위에 보육원을 지었다. 일부러 아내에게 아이를 낳게 한 자신의 욕심 때문에 무고한 생명이 둘이나 죽을 뻔했다. 이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혼자서 아이들을 돌본다. 원래대로라면 죽었을 아이들을 성년까지 정성껏 키워내는 방식으로, 삼신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다. 따스한 아이들의 손을 잡을 수 있게 차가운 양손을 장갑으로 감쌌다. 때로 온 세상을 날아서 버려진 아이들을 찾아다녀,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들을 자유롭게 양육하며 끝없는 사랑을 선물하는 것만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법이다.